소설리스트

〈 44화 〉044 사쿠라 길드 (44/140)



〈 44화 〉044 사쿠라 길드

인력이 부족한  아니라 굳이 교육생들을  뽑을 필요는 없었고, 길드의 재정도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재희를 포함한 민정이와 예림이 만을 데리고 사쿠라 길드로 돌아온 장인성은 곧장 셋을 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길드장 실로 데리고 왔다.

똑똑.

이곳 층에서 유일하게 있는 집무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들기며.

"길드장님. 윤재희 씨가 오셨습니다.“
"아...! 들어오세요.“

장인성의 말에 안쪽에서 한 여자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오자 익숙하게 들었던 사쿠라 길드의 길드장의 외모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름다웠길래 재희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계속 여신이라 불리 오고 있을 그녀라고 소문이 자자했으니, 거기에 더해 직접 목소리까지 들으니 호기심은 점점 더 켜졌다.

"들어가죠.“

재희를 데려온 것만으로 오늘 제대로  건 했다는 생각으로 웃음꽃이 멋지질 않은 장인성은 기쁘게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들을 반긴  명의 미녀가 공손히 배에 손을 얹고 허리를 숙였다. 첫인상은 상당히 괜찮았다. 아무리 사람이 겉모습보다는 속마음과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실제로는 겉모습만큼 첫인상을 강렬하게 내비치는 것이 없었기에 소문과 다름없이 정말 예쁜 외모를 지닌 길드장의 모습에 호감이 팍팍 피어오른다.

'아... 나도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평소에도 어지간한 연예인들의 뺨을 마구 후려갈길 정도로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민정이는 재희 다음으로 살면서 두 번째로 주눅이 들었다. 그야 그럴 것이 길드 이름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길드장은 동양인, 그리고 일본인이라는 걸 추측해볼 수 있었는데. 그러나 여자라면 누구보다도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는 것,

재희는 너무 비정상적이니 제외하며 사쿠라는 소문처럼 예쁠 외모는 아니라고, 부풀려진 거라고 혼자 납득을 하였지만. 이렇게 예쁠 줄이야. 비쓰온 게임이라는 게임장 안에 만들어진 헤븐에는 빚이나 이자,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돈이 무척 많이 들어 외모를 꾸미는 데도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돈이 다른 이들보다 많은 여자라면 당연히 외모를 꾸미겠지.

하지만 사쿠라는 외모를 꾸미는 데에 사치를 부리지 않는 듯, 얼굴에 화장품을 가져다 댄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완벽한 미녀 상인 작은 얼굴의 형태부터, 커다란 눈, 오뚝한 콧날, 그리고 예쁜 입술까지도. 재희만 없었더라면 정말로 여신 그 자체라 해도무방했다. 그만큼 아름다웠으니까. 그래서 소문이 이렇게나 과할 정도로 부풀려진 게 오히려 진실이라는 생각까지 들어온다.

재희의 팔을 끌어안고있던 민정이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또 다른 초월적인 미녀의 등장에 언제 자신의 얼굴이 이렇게나 초라해지다 못해 오징어로 변해가는 느낌에 분해진다. 아니, 여자를 좋아하는 재희가 자신과 예림이를 버리고 저 여자에게 홀리지 않을까 불안한 것이다. 믿어야 하는데. 여자친구로서 그녀를 믿어야 하는데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탓에 믿음보다는 불안함이 전신을 감싸기 시작한다.

재희가 민정이를 버리게 되면 자신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런 능력도 없는데 사쿠라 길드장이 착한 사람이라 해도 사람 한 명을 부양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민정이라도 할 줄 아는 게 하나 없는 여자를 굳이 데리고 있을 리도 없을 터. 그렇기에 유일하게 믿을 구석이 있는 외모를 가지고 남자들에게 몸을 파는 창녀가 되는 선택지밖에 다가오지 않자. 찔끔. 눈물이 흐른다.

"무슨 일 있어?“
"......“

어느 순간부터 팔을 끌어안고 있던 민정이의 손에 힘이 점점 강해지다가 이내, 눈물까지 보이는 모습에 걱정된 재희는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그래. 미래의 일을 지금 생각해선 안 된다. 최악일 때를 대비하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은 그저  행복한 순간을 마음껏 만끽하면서 재희가 민정이를 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민정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알았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듯 보이지만 이제 드디어 지옥 같은 아카데미 생활을 끝마치고 편히 쉴 생각을 하다가 집에 있을 부모님이 떠올라 끝내 눈물을 보인 것이라 단순히 생각한 재희는 괜히 여기서 파고들려고 하지 않았다. 나중에 힘들어지면 자기가 먼저 다가와 울면서 털어놓겠지. 그게 아니라면 상황을 보고 먼저 다가가 묻기로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정말 예쁘네.‘

순간적으로 여자친구가 된 민정이나 예림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사쿠라 길드의 길드장의 모습에 현혹되어 성욕이 미칠 듯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아직 겉모습과 인성이 정말 착하다는 소문만으로 완전히 믿을 수 없는 노릇, 언제 적이 될지도 모르기에 애써 재희의 최대 약점인 성욕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힘겹게 참아간다.

"어서오세요. 재희 양. 그리고 민정 양과 예림 양도 물론 환영합니다.“

한국어를 사용하고는 있는데 일본인인 탓에 한국에서는 아예 쓰질 않는 양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사용하며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법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아니요. 그리고 사쿠라라고 불러도 됩니다. 재희 양.“
"지금은 말고 더 친해진다면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음... 기대할게요.“

싱긋.

목소리는 물론이고 외모까지 저러니 여신이라는 소리를 듣지. 만약 재희가 실험의 여파로 여자가 되지 않았다면 자타공인 헤븐의, 아니, 비쓰온 게임 전체에서 제일가는 외모를 지닌 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온다. 그러나 재희의 생각에 반대되게 사쿠라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 너무 아름다우세요. 재희 양.‘

뭘까. 이 감각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각에 사쿠라는 정말 당황하면서도 속마음으로는 재희의 외모를 찬양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살면서 예쁘다는 말을 질리도록 들어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던 사쿠라였지만 오늘 처음으로 자신은 여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쁜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세상은 무척 넓었다. 그리고 그 세상은 좁았다.

'그림... 그 자체구만.‘

서로 미소를 지으며 탐색하듯 말이 없는 두 미녀가  곳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현실과 동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장인성은 현실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말도  되는 외모를 지닌 미녀들이었으니까.

"아카데미의 고된 교육으로 힘드셨을 텐데 일단 쉬시겠어요?“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길드장님.“

나중이라면 이미 늦은 감이 있을 수도 있어 지금 당장 사쿠라와 얘기를 나누면서 수상한 점을 찾는 게 급선무였지만 보기보단 정말 착하다는 생각이 들어오니 재희는 사쿠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선시해야 할  민정이와 예림이, 그녀들 중에 갑자기 눈물의 보인 민정이가 걱정되어 일단은 쉬기로 한다.

"... 알겠어요. 장인성 씨.“
"네. 길드장님.“
"세 분을 숙소로 안내해 주세요.“
"네.“

고된 아카데미에서의 훈련으로 인해 온몸이 근육통으로 비명을 내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래서 일단은 그런 몸을 쉬게 해 줄 생각으로 툭. 던진 말이었지만 그 말을 보기 좋게 잡아 고개를 끄덕이는 재희였다.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사쿠라는 아쉽다는 생각을 하였고, 이내,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의아함이 들었다. 장인성이 셋을 데리고 방을 나갔을 때, 사쿠라는 쓰러지듯 푹신한 의자에 몸을 뉘였다.

"하아...  왜 이러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에게 묻는다.

"가슴이 두근거려요.“

짐작이 가는데 이해되지 않는 감정에 자연스럽게 고운 얼굴이 찌푸려진다. 설마. 그럴 리가.

"재희 양......“

남자들처럼 욕정을 품고 자신의 얼굴과 가슴, 그리고 다리로 그녀의 눈이 향했을 때 느꼈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각. 온몸이 짜릿하다 못해 흥분되자 이상함은 이내 의심으로 도달하게 되었다.

"뭔갈 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집무실로 오면서 사쿠라를 해할 수 있는 흉기나 이상한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가 있어서 소지품 검사는 정말 꼼꼼히 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언갈 한 행동조차 보이지 않았고, 두 명의 여자도 있었는데 자신만 이렇게 반응하니 의심은 얼마 안가 털어내었다. 그렇다면 단 하나. 사랑.....?

"사랑... 아... 그런 걸까요? 저도 참 황당하네요. 같은 여자에게 사랑이라니. 풋.....!“

여태까지 살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단 한 번 느껴본 적이 있어 결론은 빠르게 도출되었다.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오빠가 있었어 익숙하고도 이질적인 감각에 곧장 사랑이라 확신할 수 있었지만 여자인 자신이 여자를 보고 첫눈에 이런 모습을 보이니 일부러 현실을 외면한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그래도 처음 보고 이런데. 여자라도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오빠는 알고 보니까 사쿠라를 사랑한 게 아니라 그저, 얼굴과 외모를 사랑한 것이지 사쿠라 그 자체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 많은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사람은 우선적으로 겉모습에 사랑에 빠진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좋아하던 오빠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그 배신감은 정말 입에 담기로 싫었다.

그래서 다짐한 듯, 용기를 내어 해 오던 오빠의 고백을 매몰차게 차버리고 두  다시 만나주지도 않았던 그녀였는데. 이젠  이상 느끼지 못할 행복했고, 추억이 가득했던 그때의 사랑은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을 줄 알았건만. 같은 여자에게 느꼈다는 사실만으로 황당함에 웃음이 흘러나온다.

"아아.“

그녀. 마치 연인처럼 그녀의 팔에 붙어있던 여자들, 이름이... 이민정과 김예림이었던가. 사쿠라는 생전 처음으로 질투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사쿠라님. 들어가도되겠습니까?“
"아...! 세라! 잠시만요!“

자신도 모르게 양손이 풍만한 가슴과 음부에 다가가 있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비서인 세라의 말에 황급히 손을 떨어뜨리고 잔뜩 풀어져 있을 거라 생각되는 얼굴의 볼을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뜨거워졌던 얼굴은 차게 식으며 평소대로 돌아왔고. 그제서야 사쿠라는 웃으며 입을  수 있었다.

"들어와요. 세라."

*

장인성의 안내에 각자의 방을 배정받았지만 민정이와 예림이는 자기 자신만의 방은 따로 필요가 없었는지 재희의 방으로 들어온다. 당연히 사랑하는 사이라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 재희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았고.

"바로 옆 방을 잡아 두었으니 방은 따로 쓰셔도 됩니다.“

재희를 우선시하는 장인성 또한, 각방을 쓸 것을 추천했다. 셋의 사이는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 수가 있어서 일부러 붙어있는 방을 잡아 두었는데 왜 굳이 같은 방을 쓰려는 걸까. 그것도 두 명이서도 아니고 셋이서. 불편하게끔.

"아니요. 저희는 도움도 되지 않는데 방이라도 같이 쓸게요.“
"그럼 두분이서  방을 따로......“
"재희야. 같이 쓰면 안 돼요?“
"......“

뒷 일은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한 민정이었지만 불안함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재희를 빼앗기면 어쩌지. 버림받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너무 크게 작용하여 재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장인성의 말을 무시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애절함이 담긴 민정이의 얼굴에 얼굴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냥... 같이 쓸게요.“

나중에 잘 타일러서 각방을 쓰게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며 지금은 같이 방을 쓰기로 한다. 문제는 둘이 아니라 예림이까지 포함되어 셋이라는 건데.

"알겠습니다... 혹시 방이 작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큰 방을 구해볼 테니까요.“
"네. 감사합니다.“

결국, 혼자서 쓰는 방에  명이 들어와 버렸다. 다행이라고 할까. 아카데미에서 쓰던 방에 있던 침대보다 커서 귀찮게 하루에 한 명씩 함께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불편하게 따닥따닥 붙어서 자는 건 변함이 없을 테지만.

"재희야... 미안해요. 그... 재희는 불편할 텐데.“

그제서야 자신이 한 행동을 알아차리고 사과를 하는 민정이.

"아니야. 괜찮아.“

잘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을 수도. 귀찮게 성욕을 해결하러 그녀들의 방에 일일이 찾아갈 필요도 없을뿐더러 어떤 남자가 잠에서 깨자마자 함께 자고 있던 미녀의 모습에 기쁘지 않아 할 수가 있을까. 긍정적으로. 불편한 점보다는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젓는다.

"그것보다 피곤하니까. 조금 자 둬.“

아직 오전일 뿐이지만 어제 마지막 교육은 재희조차 힘든 기색이 보이던 훈련을 받았으니 그녀들의 연약한 몸은 여전히 비명을 내지르고 있을 게 분명했다.

"으응... 알았어요.“
"조금만 잘게요.“

역시나. 거부하는 것 없이 그녀들은 피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와아아. 푹신해에.“

아카데미 숙소 침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푹신함에 예림이는 환하게 웃었다. 그것도 잠시 잠에 들고.

"푹신하긴 하네.“

침대를 손으로 짚어본 재희의 감상은 이러했다.

"잘 자네.“

장인성의 말에 따르며 구체적인 계약은 시간이  때  준다고는 하지만 불리한 계약은 없을 거라고 확신에 가득 찬 어투로 말했다. 뭐, 악질인 계약 조건이거나 트집을 하나하나 다 잡아댄다면 하는 수 없이 지존 길드로 도망갈 생각을 가지며 재희는 잠에 빠진 그녀들을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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