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038 아카데미 (38/140)



〈 38화 〉038 아카데미

가족을 제외하고 그다음으로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그녀가 다짜고짜 나가자는 말에 여전히  먹지 못한 반찬과 밥, 그리고 국이 가득한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희와는 다르게 배가 충분히 찰 정도로 먹지는 않았지만 일단 가자는 말에 일어나긴 했었어도 막상 음식 찌꺼기 처리통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미련이 생긴다. 그래도 꾹 참았다. 어차피 배는 무척 고팠어도 몸이 너무 힘들어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어... 어디로 가는 거지?‘

식당에서 나온 민정이는 무작정 걸음을 옮기는 것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재희의 뒤를 졸졸 뒤따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점점 인적이 드문 구석진 곳으로 향하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아낸 건지. 주위에 CCTV도 없는 사각지대라는 사실에 고개가 자연스럽게 기울어진다.

"재희야... 여긴 어디에요?“

예림이도 여기가 어디고, 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듯한 모습. 민정이는 걸음을 멈춰서고 뒤를 돌아본 재희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재희.....?!“

못 들었나 싶어 다시 입을 열라던 찰나에 손목을 강하게 붙잡히고 밀쳐져 벽에 등이 닿았다.

"아윽! 재, 재희야?  하는 거예.....?"

등으로부터 전해지는 고통을 느끼며 의아함과 의문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도 재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선 얼굴을 가져왔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키스로 인해 말이 멈춘다.

"우음...! 음.....!“

재희의 혀가 거칠게 입술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는 안에 있던 민정이의 혀와 섞이기 시작한다. 당황스럽기도 한데 재희랑 하는 키스는 너무나도 기분 좋은 것이라 바로 옆에 예림이가 보고 있어도 잠시뿐. 창피함이란 완전히 잊고 몸을 맡긴다.

"하아... 아아... 재, 재희야. 천천히 해요.....!“

입을 희롱하던 고운 입술은 여기서    했는지 내려가 목덜미에 처박혀 살덩이를 빨고 있었다. 그러면서 붙잡았던 손을 그제서야 풀어주며 대한민국의 평균 여자들보다는 커다란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자. 쾌감이 아닌,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말한다.

"하와아......“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걸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며, 어제 자는 재희를 범하는 모습을 보았음에도 이렇게 서로 몸을 나누는 모습을 또렷하게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점점 뜨거워지는 둘의 모습에 예림이는 벽에 몸을 기대고 그녀들처럼 나와 있지 않은 가슴을 만지며 반대편 손은 아래로 내려왔다.

"나도... 하고 싶은데.“

샤워실에서 만졌던 부드러운 재희의 살결을 또 만지고 싶었지만, 천생 여자인 탓에 한 번쯤은 저렇게 범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으으......!“

이상하게도 재희의 앞에서 자위를 하면 몸이  잘 느끼는 듯한 기분이 들어오니 이상할 따름이다. 그렇기에 남들의 앞에서 자위하는 음란한 여자가 아닌데, 남자들이나 친구들이 우러러보던  가진 여자가 바로 자신이었는데. 그녀의 앞에만 서면 변태 그 자체가 되니. 참으로 이상했다.

"부러워.“

그토록 원하던 사이가 되었음에도 1순위는 자신이 아니라 민정이란 사실에 아쉬움을 금치 못하며, 애써 미소를 띄워 보인다. 어차피  뒤에는  차례라고 긍정해 보려 해도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애써 띤 미소는 어느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으윽...! 재희야아... 아파요. 살살해 줘요."

왜 이럴까. 상의와 함께 브래지어를 들쳐 올린 뒤에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가슴을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도록 깨물어대는 재희의 모습에 의문을 품었다. 분명 아픈데도 쾌감을 느끼는 탓에 은빛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살며시 끌어안으며 애원하듯 부탁하지만.

"악!“

발딱 서버린 유두를 깨물자 차마 참지 못하고 외마디의 짧은 비명을 질러댄다.

'나... 정말 미쳤나봐!‘

비명소리에도 여전히 멈추지 않고 욱신욱신 아파져 오는 유두를 마치, 자기 것처럼 유린하는 재희의 모습이었음에도 고통 따위 사랑의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인다. 이러면 친구들이 말하던 M이라던 건가...? 민정이는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자신의 성행위 플레이 성향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동요하기에 충분했다.

M이라니... S도 아니고 고통을 느끼며 쾌감을 얻는 변태 중의 변태 M이라니. 소름이 돋질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 M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해 주려는 것처럼 재희의 가늘고 긴 사랑스러운 손가락이 억지로 바지를 잡아당겨 틈을 만들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준비 동작도 없이 속옷을 비집어 보지에 닿았다.

"아아아앙!“

검지와 중지가 재빠르게 질벽을 거칠게 긁어대며 안으로 들어간 것도 모자라서 깊숙이 파고들었다. 자연스럽게 커다란 신음성을 터뜨리며 허리가 활처럼 휘면서 재희의 머리를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간다.

"재, 재희야아아! 아파요! 아파요!“

근데......

'기분이 너무 좋아요!‘

보기보다 꽤 길던 재희의 손톱이 질벽을 긁으면서 상처를 내는 듯한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데 이 창피한 몸뚱어리는 쾌감을 느끼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부끄럽다. 자랑스러운 부모님의 외동딸로서 2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살아왔던 민정이었는데 알고 보니 고통으로 쾌감을 느끼는 변태라는 사실에. 차마, 부모님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마저 죄송스럽게 느껴지자 민정이는 재희의 머리를 끌어다가 키스를 갈구했다.

아까까지 가슴에 달린 핑크빛 유두를 유린하던 새빨간 재희의 예쁜 입술이 다시금 민정이의 입술에 닿았다. 역시나일까. M이 아니라고. 고통으로 쾌감을 느끼는 변태는 아닐 거라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부드러운 키스가 아닌 일방적으로 당하는 키스가 이어지고 있자 이 황홀한 기분은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이거... 위험해요.‘

재희에게 범해지면 언제라도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만 같았는데 이렇듯 재희를 처음 만났을 때 강제로 처녀를 잃었던 것처럼, 힘들게 찾았던 은신처에서 범해졌던 것처럼, 그리고 지금처럼 강간당하는 듯이 억지로 범해지는 게 너무나 좋았다. 저항할 기력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범해지는 게. 마치, 이 몸뚱어리로 인해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모습에 흥분되며 자꾸만 원하게 된다.

'아아. 사랑해요. 재희야.‘

잠시 잊고 있었던 그때의 쾌감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저번에는 그래도 어색함이 존재하여 배려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도저히 버텨낼  없는 쾌감을 차마 버티지 못하고 민정이는 눈을 까뒤집으며 몸에 힘이 점점 빠져갔다.

"아...? 민정이 언니?“
"아... 아아.....!“

예림이는 보았다. 최음제였나. 아무튼, 그런 이름의 약을 먹이고 여자를 절정에 보냈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순식간에 그녀가 입고 있던 바지의 색이 물에 젖어 변색이 되어간다. 벌벌 떨림이 멈추지 않는 두 다리. 그리고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얼굴까지.

두근......!

부럽다. 부러워 미칠 노릇이었다.

".......“

고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재희는 살며시 온몸에서 힘 빠진 민정이를 살며시 내려두고는 눈을 돌려 예림이를 바라보았다.

'아! 어떡해! 이제 내 차례야?! 나도 저렇게 덮쳐지는 거야?!‘

주체할 수 없는 기쁨. 처음 보고 곧바로 존경하게 된 예쁜 언니, 사랑하게  예쁜 언니에게 범해질 거라는 생각을 하니 심장의 두근거림은 좀처럼 진정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제멋대로 행동하려는 몸의 움직임을 막아서던 재희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미, 예림이는 민정이와 같이 자신의 여자친구, 다르게 말한다면 끌어 오르는 성욕을 해소 해줄 배출구였는데 여기서 이성은 주저하고 있었다.

정말 범해도 될까. 자신의 여자가 되긴 했었어도, 자신 스스로가 20살 먹은 성인이라 할지라도 처음 보았을 때의 복장과 겉모습은 누가 보고 판단하더라 해도 영락없는 미성년자였다. 그런 그녀를. 민정이를 대신해 범하고 싶은 생각에, 충동에, 몸의 움직임에 모두 다 맡겨도 될지. 아버지도 집에 없는데 이젠 가장이었던 오빠까지 없어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 여동생과 같은 고등학생을 범해도 될지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한다.

"언니... 사랑해요.“

결국, 참다못한 예림이가 먼저 재희를 향해 다가와서는 고운 양 볼에 작디작은 손을 올려두며 말한다.

"저도 사랑해 주세요. 언니.“

살며시 눈을 감으며 앙증맞은 입술을 쭉 내밀며 얼굴을 가져오자 재희는 이성을 잃었다.

"우으음... 음......!“

한 손은 뒷머리에 다른 손은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질 정도로 가늘고 약해 보이는 예림이에 허리에 가져간 채로 키스를 이어나간다.

'아아. 재희 언니의 키스. 너무 잘해요.‘

혼자서 키스를 연습할 방법은 없는 노릇. 자고로 키스란 서로의 혀가 서로의 혀를 탐할  그제서야 진정한 키스라 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아무리 실제 사람의 입과 혀를 닮은 기구를 이용해 연습한다고 한들 얼마나 연습이 되겠는가. 그래서 예림이는 애초에 키스란 공부를 글로만 보았지 실제로 연습하거나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재희에게 얼마나 많은 연애 경험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인만 알겠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많은 남자를 만나왔을 수도 있고, 예림이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예쁜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었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민정이라는 전례가 있으니 최소한 두 번째로 만난 여자였으면 좋겠는데. 그런 욕심은 와장창 깨져가듯 재희는 키스를 너무 잘했다.

'이거... 뭐야. 반칙이야.‘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같은 여자조차 홀리게 만드는 몸매나 얼굴이 완벽하면 못하는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싸움도 잘하지, 체력도 좋지. 똑똑한 것처럼 보이지. 마지막으로 쾌감을 느끼게 하는 테크닉 또한 상상을 초월했다.  정도였을 줄이야. 아직 재희는 아담한 체구를 가진 예림이의 민감한 부위를 향해 손을 뻗지도 않았는데 벌써 말로 표현할  없는 쾌감을 느끼며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말고 키스에 집중하라는 듯이, 머릿속은 새하얀 백지로 물들어간다. 무슨 생각을  수가 없는 상황. 짧은 시간 만에 민정이를 저렇게 만들 수 있었는지 직접 당해 보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키스 하나만으로 여자 한 명을 보내버리기에 충분한 능력. 여기서 민정이처럼 거칠게 몸을 희롱당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희의 고운 손이 샌 살갗에 닿으며 얼마나 좋을까.

"하그으읏...! 아아앙!“


재희의 혀는 전혀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입술을 훑어서는 턱을 지나 목에 닿았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흡혈귀에게 목덜미 부근에서 피를 빨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 언니...!  미쳐요! 미치겠어요오!“



허리를 받치고 있던 손이 슬그머니 내려가 엉덩이를 움켜쥐며 주물럭거린다.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간 손이 반대쪽 겨드랑이로 나와서는 가슴을 움켜쥐며 주물럭거린다. 재희가 민정이를 범하던 모습을 보며 자위를 하느라 브래지어를 내려놓은 상태로  위로 있는 힘껏 서버린 모습이 비쳐 보이는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놓고 굴리니까 혼자서 하는 자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쾌감에 정말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이, 이러면 다시는 혼자 못해에!‘

이젠 재희의 손이 없으면 자신의 몸은 아무리 자위를 한다고 한들 만족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영원히 사랑을 해  것이라 다짐했거늘. 이래서는 재희가 싫어져도 재희가 주는 쾌감을 잊지 못해 절대로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아아...! 아윽...! 으그으읏... 학!“

뼈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쇄골에 침을 묻히곤 상의를 들어 올려 빈약한 가슴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재희나 민정이와 같은 커다란 굴곡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작은 가슴. 그것마저도 나쁘지 않다는 듯이 혀를 가져가 유두를 퉁퉁 튕긴다. 탄성을 가진 스프링처럼 혀가 지나감에 따라 그의 움직임에 맞춰 기울어졌다가 혀가 떨어져 나가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게 반복되니 정말 기분이 좋은  아닌가.

"언니이! 언니이잇! 저도 깨물어 주세요!“

민정이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자신보다 큰 몸을 가지고, 성숙한 미모를 가졌지만, 지금은 마치 아기처럼 자기 가슴을 핥아가던 재희를 향해 부탁하자. 알았다는 듯이 입을 벌려 앙 물었다.

"아파...! 근데 기분 좋아!“



이런 느낌이었을까. 분명히 아픈데 그 고통보다  큰 쾌감이 찾아오니 자신의 몸이 이질적이게만 느껴진다. 아픈 면 아픈 거고 기분이 좋으면 좋은 거라고 둘은 공용할 수 없는 감각이라고 치부했던 과거의 자신이 귀여웠다.

"언니! 이제 밑에...! 제 처음을 가져가주세요!“

아까부터 계속 살집도 별로 없던 엉덩이만 만지던 재희의 손을 자기 스스로가 이끌어 음부에 가져간다.

"더 기분 좋게 해 주세요.“


오늘 처음으로 남자도 아닌 여자의 손에 처음을 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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