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034 아카데미
이건... 정말로 예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얼굴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몸매 또한 완벽 그 자체이니 정말 사기가 아닐까. 신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재희만 편애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림이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지 분홍색 젖꼭지를 팔로 가라면서 나타난 뭉개진 커다란 가슴, 그리고 가리기 직전에 이미 보았던 아래쪽 은색의 음모 털은 가상의 것을 현실에서 보는 그것처럼 신기하게만 다가온다.
완벽이란 말도 아까울 정도.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도 한 수를 접어가야 하며, 제우스가 만일 실존한 인물이었고 현재도 살아있었다면 재희는 이미 그 변태 같은 신에게 범해진 지 오래였을 것이다. 그 때문에 예림이는 그리스 신화가 말 그대로 신화라는 것에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애써 고개를 저으며 재희의 팔을 이끌었다.
쏴아아아.
자리를 잡고 재희가 먼저 물을 틀어 몸을 씻기 시작한다. 물줄기들은 그대로 아름다운 얼굴에 닿으면서 흘러 내려서는 고운 턱선을 지나, 목을 훑고, 가슴과 배를 건너 다리를 마지막으로 바닥으로 쏟아진다. 한순간의 일이었지만 예림이는 똑똑하게 보았다. 물이 지나온 몸의 굴곡을. 분명 자신은 여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물론 남자들에게도 느낀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연애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건만.
옆에서 몸을 씻고 있는 재희의 모습을 보니 잘못되었던 생각 같았다. 동성애... 여자든 남자든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동성애였는데 예림이는 이제야 동성애는어쩔 수 없는 것임과 동시에 아름다운 사랑이란 걸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재희의 손이 앞으로 곱게 뻗어 물을 잠그고 근처에 있던 타올을 가져와 거품을 냈다.
그렇게 새하얀 거품이 가득한 타올을 가지고 자신의 몸에 가져가 몸을 닦기 시작하는데 정말 화보와 다름없었다. 박물관에서만 볼법한 예술 작품 그 자체, 재희 또한 자신의 몸을 그렇게 생각하는지 상당히 조심스럽게 천천히 더러워진 몸을 닦아댄다. 그러면서 왜인지 모르게 몸을 움찔거리는 게. 대체 무슨 이유일까. 얼굴도 붉어진 이유도 대체 무엇일까.
예림이는 그런 의문을 감추지 못하며 물을 틀어 몸을 적셨다. 그에 따라 한동안 씻지도 못하고, 구를 때로 굴렀던 몸에 닿은 물들이 구정물을 가지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인상이 찌푸려진다. 안 씻어도 너무 안 씻었기 때문. 사실은 못 씻은 거긴 하지만 이제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반드시 씻겠다고 다짐한다.
"언니. 언니는 몇 살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궁금했던 사실. 재희와 민정이의 나이를 물어보지 않았던 예림이는 이 기회에 물어보기로 했다. 성숙해 보이는 겉모습과 분위기, 침착함 등을 보아서는 분명 민정이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가끔 자신을 언니라 칭하며 재희에게 말을 걸어오는 모습에 믿기지는 않지만 민정이보다 나이가 적다는 걸 알 수 있었다.
"21살.“
"에...? 어, 언니가 21살이였어요? 보기보다 너무 어려보이는데요."
"......“
애가 지금 뭐라는 걸까. 놀리는 건가? 성인은 절대 아니게 보이면서도 많이 쳐봐야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것으로 보이는 애가. 마치 놀리는 것처럼 들려오니 재희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예림이를 바라본다.
"그, 그래도 언니라서 다행이에요. 설마. 동생이었다면 어쩌나 했는데. 하하하.“
몸에 거품 질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볼을 붉히며 민정이가 들었으면 우울해질 말을 농담 삼아 내뱉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래......“
중요한 것도 아니다. 신경 쓰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손을 움직였는데 예림이의 알몸을 보았기 때문에, 단둘이서 옷을 벗고 샤워실에 있다는 이유에 몸은 천천히 달아오르고 민감해져 있었다. 그런 민감한 몸에 조금만 힘을 준다면 언제 신음성을 흘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태. 그렇기에 재희는 조심하고도 천천히 몸을 씻어내고 있었다.
다시 둘의 사이에서 침묵만이 흘렀다. 대충 몸에 물을 묻힌 예림이는 물을 잠그고 재희를 따라 타올에 거품을 내 몸을 박박 문질렀다. 구정물은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데 대가로 피부의 색이 점차 예전의 색을 찾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도 박박 문질러 하얗게 만들었다고 하나. 옆에 있는 재희의 피부와는 너무나 다른 색.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하얀 피부로 부러움을 샀는데.
"......“
완벽하게 검은 떼를 씻어내고 머리까지 감아 샤워를 끝마친 예림이는 힐끔. 옆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옆에는 아직도 타올을 손에서 떨어뜨리지 않은 재희의 모습이 보인다. 답답하다.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런 재희의 백옥 같은 몸을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온다. 그야 그럴 것이 탈의실에서도 만지고 싶었는데 샤워실에 들어오고 나서는 몸이 이상할 정도로 달아올라 흥분해 있었기 때문이다. 아래쪽도 근질근질하여 허벅지를 마구 비비며 몸을 떨었다.
'펴, 평범한 거야... 나, 나도 친구들이랑 목욕탕 가서 그랬는데 뭘.‘
친구 중에 재희만큼은 아니지만 꽤 커다란 가슴을 가진 애가 있었다. 그래서 목욕탕에 가면 그 가슴을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고 싶어 뒤에서 끌어안아 마구 만져댔던 경험이 있어서. 이건 단순히 친분을 상징하는 행위, 그리고 친해지고 싶다는 행위라 혼자 납득하며 조심스럽게 재희의 뒤로 갔다.
"언니이.....!“
사자가 초식 동물을 사냥하는 것처럼 팔을 크게 벌려 보기보다 작은 재희의 몸을 끌어안았다.
"꺅.....?!“
"어... 꺅.....?“
"......“
그저 끌어안았을 뿐인데 비명소리가 들린다. 넘모 귀엽다. 겁도 없을 것 같고, 애교조차 부리지 않을 것 같던 재희의 외모였는데, 분위기였는데.
"언니?“
"......“
창피함에 몸을 굳히고 고개를 떨어뜨린 게 미치도록 귀여워 깨물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야동에서 남자가 여자를 거칠게 탐하는 장면이 갑자기 생각나기 시작한다. 예림이 자신이 남자고 재희가 그 속에 나오는 여자로 생각하며. 다시금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재희를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 이제 놓아줄래?“
언제까지 끌어안을 생각이지. 재희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고 있는 예림이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예림아?“
답이 없었다. 그저 거친 숨을 끊임없이 내뱉으며 재희의 몸을 간지럽힐 뿐.
"어, 언니... 제가 대신해 드릴까요?“
"어...? 뭘 대신...? 아...? 아아?“
"제가 해드릴게요. 너무 느려서 그냥 제가 할게요.“
"잠깐만! 지금 뭐 하는... 하윽?!“
갑자기 대신해준다고 말하며 타올을 빼앗아가고, 그 타올로 곧장 재희의 배를 문지르자 결국, 참아왔던 신음성을 터뜨린다.
"하아... 하아... 언니의 배. 엄청 부드러워요.“
은근슬쩍 손가락을 뻗어 살을 만지자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살은커녕 그냥 가죽밖에 없어 보이는 몸인데 왜 이렇게나 부드러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그만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니에요. 제가 해드릴 테니까. 그러니 가만히.“
타올을 이용해 천천히 배를 쓸어가자 재희는 황급히 자신의 몸을 희롱하는 예림이의 손을 붙잡았지만 제대로 힘은 들어가지 않아 내치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 망할 몸뚱어리는 꼭 성욕이 이렇게 부풀면 힘이 들어가지 않더라.
'부드러워... 너무 부드럽잖아. 살도 이렇게나 없는데 어떻게 이리도 부드러울 수가 있지?‘
장난 아닌 피부의 감촉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만약 화장품 광고나 바디워시 광고를 찍는다면 그 제품은 조만간 세계시장을 독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직접 만져서도 이런데, 눈으로 보면 얼마나 만지고 싶을까. 그런 욕망에 자신도 모르게 구매해 버리고. 그만큼 몸매나 얼굴의 아름다움은 극에 달해 있었다.
"언니... 언니이.....!“
더는 참지 못하고 예림이는 손에 들린 타올을 집어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그냥 거품이 묻어 있는 손으로 재희의 몸을 어루만진다.
"하읏... 핫...! 하으응.....!“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다. 그저 예림이의 팔에 손을 올리고 있을 뿐이지. 그렇게 착각을 해 버린 예림이는 더더욱 손을 놀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배를 만지기만 했는데 이젠 배꼽을 만지고, 옆구리를 만지고, 천천히 손이 올라가 가슴을 만진다.
"예림아... 거, 거긴 아니야.....!“
"아니에요. 여기도 깨끗이 해야 해요.“
"그런......!“
거긴 아니라는 말을 부정하며 예림이는 커다란 가슴을 타고 정상으로 향한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하자 딱딱해진 유두가 손가락을 반긴다.
"언니. 섰어요.“
섰네... 굳이 만지지 않더라도 유두가 섰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는 노릇. 짓궂게 그 사실을 입에 담으며 재희에게 말하자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린다.
"제가 만져주는 게 기분 좋아요?“
"......“
"제 손이 민정이 언니보다 더 좋지 않아요? 전 잘할 수 있는데요.“
"......“
"언니를 기분 좋게 할 수 있어요.“
친구들이 늘 말한다. 예림이는 변태라고. 자신들의 몸을 만지는 게 변태 아저씨 같다고 농담 같아 보이는 말을 웃으며 자주 했었다. 그래서 자신 있었다. 친구들의 몸을 만질 때, 그녀들을 기분 좋게 해 주던 이 손으로 재희의 몸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가 있다고.
"저는 안 되나요?“
아담한 가슴을 재희의 등에 바짝 붙이며 물었다.
"정말 잘할 수 있어요.후우~!“
"흐그으읏.....!“
붉게 물든 귀에 바람을 불어넣자 신음성이 터져나오며 몸이 거세게 떨린다.
"언니 벌려봐요.“
"......“
가슴을 희롱하고 있던 손이 내려가 재희의 음부를 어루만지며 다리를 벌릴 것을 요구한다.
"더 기분 좋게 해 줄게요. 언니. 그러니까 벌려줘요.“
그렇게 유혹하며 허벅지를 살랑살랑 어루만진다. 그랬더니 굳게 닫혀 있을 것만 같던 재희의 허벅지는 부들부들 떨리며 조금씩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다.
"잘했어요. 언니.“
칭찬하는 말과 함께 정말 적게 벌어진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어 음부... 보지를 만졌다.
"흣.....!“
"참지 않아도 돼요. 그냥 편하게 울어도 돼요. 제 손에 맞춰서.“
"하으윽...! 읏...! 하앙...! 앙.....!“
친구들과는 선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곳까지는 만져본 적이 없었지만 그건 친구들의 것일 때의 얘기.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와의 경험도 없던 예림이는 익숙하듯 재희의 보지를 손으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걸 이럴 때 써먹네.‘
어려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변태이며, 자위도 하루에 한 번씩은 무조건 했던 예림이었기에 여자의 보지를 어떻게 만져줘야 기분이 좋은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것을 탐했을 감각을 잊지 않고 재희에게 해 주니 재희의 신음소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하아아앙!“
음핵을 강하게 꼬집자. 신음성을 내뱉으며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어이쿠... 언니. 그렇게 좋았어요?“
"하아... 하아......“
"제 손 좋죠? 민정이 언니랑은 다르게 정말 좋지 않아요?“
여전히 대답은 거친 숨소리뿐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저 숨소리가 이미 결과를 낳고 있었으니. 예림이는 재희를 따라 자세를 낮추며 다시 끌어안은 상태로 손을 뻗었다.
"언니. 축축해요. 물이 많네요? 앙.“
"으윽.....!“
예쁜 귀를 앙하고 물어 잘근잘근 씹으며 가슴을 주물렀다. 보지에서 나온 애액으로 물이 잔뜩 튀어버린 통통한 허벅지를 손에 쥐고 주물렀다.
"부러워요. 이런 몸을 가진 재희 언니가 아니라 이런 몸을 범할 수 있는 민정이 언니가요.“
그 어떤 여자들도 간절히 원할 몸매와 외모였는데 예림이는 전부를 가진 재희가 부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재희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민정이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언니... 저랑 사귀어요. 민정이 언니가 아니라요. 네? 어때요?“
"......“
"잘해드릴게요. 언니가 원한다면 제 몸을 얼마든지 드릴게요. 언니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언니의 몸을 기분 좋게 해 줄게요. 그러니까. 절 좋아해 주시면 안 되나요?“
그 말에 살짝 흔들리며 재희는 고민했다. 고민도 잠시. 재희는 자신의 몸을 주무르고 있는 예림이의 손을 천천히 떨어뜨린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림아... 잘 자.“
그렇게 샤워실을 나갔다. 홀로 남아버린 예림이.
"성급했나 보네. 어쩔 수 없었어.“
그렇게 예쁜 얼굴과 몸으로 무방비하게 예림이의 옆에 있었던 재희가 나쁜 거다. 그냥 따먹어 달라고 비는 게 아닌가.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그리고 재희는 마치, 지금 있었던 일을 없던 것마냥 치부하려는 생각인지 자연스럽게 잘 자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나버렸다. 아마도 내일은 평소와 같이 반겨주겠지.
"그래도 전 절대 언니 포기는 못 해요."
예림이는 씩. 웃음을 흘리고는 다리를 벌려 잔뜩 흥분해 버린 몸을 홀로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