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030 아카데미
쏴아아아. 벽에 달린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거세게 쏟아지며 백탁의 아름다운 재희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은색을 띠는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살갗에 타닥타닥 달라붙어 있고, 몸에 떨어진 물은 몸의 굴곡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린다. 선녀와 나무꾼이란 동화에서 나온 선녀가 몸을 씻는 모습이란 과연 이런 걸까 하고 생각하게 할 정도로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광경이었다.
"하아... 돌겠네.“
아카데미... 제대로 된 것들도 없어 배를 채우는 것도 물론이고 잠도 자기 벅찬 튜토리얼이란 섬에서 살아 돌아와 도착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게임에 대한 것들과 무술 등을 배워 뉴비들의 생존이나 현실을 일깨워 주려는 의미가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는 정말 좋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 이곳에는 바깥세상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던 것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밥은 물론이고, 오히려 잠을 불러일으키는 편안한 잠자리. 추위를 막아주는 건물 등등이 정말 익숙하게만 느껴졌다. 내일이 되면 이 이상적인 현실이 바스락 깨지며 지옥을 맛보게 될 수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오늘까지는 정말 행복한 나날이 분명할 거니 모두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가질 않을 건데도 불구하고 재희의 얼굴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또... 왜 이래?“
무방비하게 침대에 누워 음냐음냐. 거리던 아름다운 민정이의 모습을 보고 한 차례 반응하던 몸은 급기야 옷을 벗고 샤워실에 들어서 물을 틀자마자 더 심각해졌다. 다행이라고 할까. 여긴 여자 숙소의 바로 옆에 있는 여자 샤워실이라 남자들은 없었고, 같은 여자들은 민정이처럼 뻗어버렸는지 더러워진 몸을 씻으러 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이상해진 몸 상태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우려는 없다는 것에 안도가 되면서도 이 성욕을 풀 수나 있을지. 고민되기 시작한다. 이걸 풀 방법은 아름다운 여체를 안는 건데. 지금 재희가 안을 수 있는 여체는 민정이뿐이고, 그 민정이는 지금 방에서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끄읏... 대체 조건이 뭐야?"
갑작스럽게 발정하는 몸. 무슨 이유 때문인지, 언제 발정하게 되는지. 그런 것만 알 수 있다면 대충 대비할 수 있을 텐데. 그걸 모르니 답답할 노릇이다. 재희는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몸을 살짝 움츠렸다.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답답한 가슴을 팔로 감싸자 커다란 가슴골에 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하아... 하아......“
여전히 물줄기를 알몸인 상태로 그대로 받으며 재희는 다리를 벌벌 떨었다. 민정이... 민정이... 정상적이지 못한 몸 상태처럼 민정이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정확하게는 튜토리얼에서 보았던 민정이의 알몸.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대로 눈에 담지 못했던 것이기에 여기서 제대로, 몸에 있는 점 구석구석까지 알아가고 싶은 욕망이, 그리고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버리고 싶은 욕망이 미칠 듯이 피어오른다. 재희의 눈이 샤워실 출입구로 향한다.
"민정아......“
그냥 지금 당장이라도 방에 돌아가 민정이를 덮칠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으으......“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얼마나 피곤했으면 침대에 몸을 던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곯아떨어질 정도인데. 그런 민정이를 깨워 덮친다니. 사람이 할 짓은 아니라 생각하며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이내, 벌벌 떨리던 다리가 힘을 잃고 주저앉아 버리는 재희.
"으윽... 읏......!“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두른 팔이 떨어져 그 손으로 커다란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하며 그에 따른 신음소리가 입술 틈 사이로 흘러나온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므려진 허벅지 사이를 작고, 가는 손가락이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다.
"흐그읏......!“
여자가 된 이후로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손에게조차 허락하지 못했던 미지의 그곳. 보지에 손이 닿자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감각이 재희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감히 뭐라고 표현할 수나 있을까. 함부로 말했다가는 큰코다칠 것만 같은 어마 무시한 쾌감. 가만히 주저앉아 있는 것도 힘이 들었던 재희의 몸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모든 힘을 다 끌어모아 기어가서는 벽에 등을 기대고.
"하악... 학......“
아까보다 더 거칠어진 숨소리를 불규칙하게 내뱉으며 자신의 매끈한 두 다리를 내려다본다. 이러면 안 되는데. 분명 얼마 전까지는 평범한 남자였는데 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 보아도 침을 꿀꺽 삼키며 다리에 힘을 서서히 빼내어 갔다. 그러자 빈틈도 없이 다쳐있던 새하얀 허벅지가 벌어졌다.
"......“
머리카락의 색처럼 은색을 띠는 음모를 보자 고운 미간이 찌푸려졌다. 결국... 벌려 버렸다. 이 망할 성욕에 참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여자가 된 이후로 직접 두 눈으로 처음 본 자신의 음모를 보고, 그 음모에 있는 보지를 보며 흥분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런 보지를 향해 희미하게 떨리는 손을 천천히 뻗어가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하윽......!“
이제 두 번째로 손으로 만졌다. 여전히 민감해져 있는 상태이며 손만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신음성은 참지 못하고 그대로 흘려버린다.
"하으윽...! 으윽...! 끗......!“
이미 거부하기엔 늦은 감이 있었다. 그래도 신음성이라도 참아 보고자 입을 꾹 닫아보지만 신음성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천천히 보지의 균열을 훑어가는 자신의 손은 마치, 다른 사람의 것 같았다. 그만큼 자비도 없이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흐으으응.....!“
넣지는 않은 채로 균열을 훑어가다가 뭔가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건 음핵이었다. 재희는 민정이의 보지를 마구 탐하면서 음핵도 탐했기에 손가락에 걸린 게 무엇인지 빠르게 알 수가 있었고, 머리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손가락은 이미 음핵을 건드렸다. 그렇기에 아까보다 더 큰 쾌감이 찾아오며 다리가 모아졌다.
"하아... 하아......“
손을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모아버린 다리, 그 모습을 보며 재희는 욕망에 사로잡혀 다시 다리를 벌렸다.
'아... 좋아.‘
왜 그렇게 민정이가 좋아 죽어가는지 이제야 알게 된 재희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에 음란한 소리가 묻혀서 자괴감은 조금 덜 들었다.
"으윽...! 윽...! 하윽... 흣...! 후아앙.....!“
한 번 알아버린 쾌감. 뿌리칠 수가 없게 된 쾌감. 그리고 더 큰 쾌감을 원하게 된 몸뚱어리 탓에 재희의 손놀림은 더욱 거칠어진다. 반대편 손은 놀고만 있을 수 없는지라 커다랗고 부드러운 가슴을 강하게 움켜쥔 상태로 검지와 엄지 사이에 발기한 유두를 넣고 꼬집었다. 처음에는 살살. 쾌감을 느끼자 조금 더 세게. 그랬더니 더 기분이 좋아지자 조금 더 강하게. 그러다가 보니 어느새 유두의 모양은 완전히 찌그러진 상태로 손가락에 농락을 당하고 있었다.
"하아아앙!“
신음성은 곧 잡을 수 없게 커지며 등이 반듯하게 펴지다 못해 반대로 굽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재희는 절정을 느끼며 손을 멈추었다.
"하악... 하악... 학......“
지금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이 근처에는 거울이 없었다. 있어도 멀리 있는지라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 걸을 힘도 없어 재희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벽에 등을 기대었다. 막상 여자가 된 몸으로, 여자가 할법한 자위를 끝마치지 자괴감이 해일처럼 너무나도 밀려온다.
"끄윽......“
자랑스러운 아들로, 자랑스러운 오빠로 있고 싶었는데 이렇게 뒤바뀌게 되었으니 참으로 한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가슴을 여전히 쥐고 있던 손가락이 유두를 괴롭히고, 음부에 있던 손은 보지를 만진다.
"아아......“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이 쾌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 재희였다.
드르륵.
샤워실의 문이 열리고. 재희는 누가 들어왔다는 걸 알아차렸음에도 고개만 들리지 손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손일 텐데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희야......“
"......“
샤워실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민정이었다. 민정이는 많은 생각이 담긴 얼굴로 물을 틀어 둔 상태로 주저앉아 자위를 하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 재희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재희야.“
민정이는 재희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재희는 제가 해 주는 게 싫어요?“
튜토리얼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 당시.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하고 재희의 몸에 욕정을 품은 민정이는 손을 뻗어 재희의 몸을 만지고 싶었다. 그리곤 자신처럼 쾌감에 헐떡거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재희는 아직 민정이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았는지 자신에게로 뻗어지는 손이 몸에 닿지 않게 했다. 그래서 아직 자신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언젠가는 재희가 직접 부탁해 왔으면 좋겠다고. 기다리기 시작한 민정이었는데.
"저도... 잘할 수 있어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런데... 제가 못 미더워요?“
민정이는 서러웠다. 침대에 몸을 맡기고 곧바로 잠에 빠져 버린지 얼마나 되었다고 재희가 방을 나가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아마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던 튜토리얼에서의 생활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 작은 소리에도 눈이 번쩍 뜨여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았으니.
일단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며 재희가 나간 걸 확인하자 아까 교관이 말했듯 씻으러 간 것이라 혼자 납득하며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했었다. 밀려오는 수마는 그만큼 강력했으니까. 그런데도 민정이는 잠을 자지 않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재희는 씻고 오는데 자신은 씻지 않은 상태로 재희와 한 침대를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래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샤워실을 찾았다.
샤워실에 도착하자 재희가 입고 있던 옷가지가 담겨 있는 바구니에 다가가. 재희가 방금까지 입고 있었을 거라 생각되는 아직 온기가 남은 속옷을 집고 코에 가져가 변태처럼 냄새를 맡았다. 역시 재희 거였다. 냄새가 익숙한 게 재희가 확실해 보여 옷을 벗어 샤워실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속옷의 냄새를 맡으며 손을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후에.
샤워실 안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민정이는 의문을 품고 문을 조금만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재희가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자신의 손으로 자위를 하는 모습은 조금씩 중첩이 되어오던 수마는 한꺼번에 사라질 정도로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쾌감을 느끼고 싶었으면 도와줄 수 있는데.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는데. 왜 굳이 혼자서 하는 건지. 처음으로 재희를 원망했다.
"제가 싫어요? 재희는?“
말이 없다. 왜...? 왜 말을 하지 않아? 아까까지만 해도 신음소리를 잘 내던 그 예쁘고 잘난 입술을 떼어내서 뭐라도 말을 해 주었으면 좋을 텐데 재희의 입술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게......“
차마 민정이를 바라보지 못하는 재희의 눈은 옆으로 돌아갔다. 어느새 움직임이 멈춰버린 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머뭇거렸다.
"그렇지 않아. 단지......“
민정이를 그렇게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만 민정이의 몸을 탐하는 것이 미안할 뿐이었지. 민정이도 재희의 몸을 탐하고 싶다는 욕망을 표출한 게 한두 번이 아닌지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선뜻 몸을 내주기에는 거부감이 너무나 들어오는 것이다. 그야 그럴 것이 남자였는데 여자가 되었다고 고작 일주일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적응을 끝마쳐 몸을 내주다니.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이라도 그건 힘들지 않을까. 재희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문제야. 민정이는 아무 문제 없어.“
재희는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신을 자책한다.
"그럼 저한테 맡겨주세요. 재희야.“
"......“
맡겨달라는 말. 재희의 눈이 다시 민정이에게로 향하고. 굳은 의지가 담긴 민정이의 모습에 거절의 말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말은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바라보는 재희의 적색의 눈을 마음대로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민정이는 재희에게로 걸어갔다.
"재희야. 사랑해요. 재희는 저 사랑하나요?“
"... 사랑해... 민정이를 사랑해.“
"정말인가요? 정말로 절 사랑해요? 거짓말 아니고요?“
"응......“
몇 번이나 물어도 답은 달라지지 않아 민정이는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상의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갔다.
"저도 재희를 정말로 사랑해요.“
상의와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고 민정이는 쏟아지는 물벼락으로 들어가서는 잘못 만졌다가는 흠집이라도 날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물기가 가득한 재희의 부드러운 볼을 어루만지며 얼굴을 가져와 재희의 입술에 자신을 입술을 맞췄다. 살며시 벌어지는 재희의 부드러운 입술. 그 안에 민정이는 자신의 혀를 집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