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023 튜토리얼 (23/140)



〈 23화 〉023 튜토리얼

"이, 이게 뭐야... 이게 왜 떨어져 나갔어?“


서서히 밀려오는 고통에 현실을 계속 부정할 수가 없어지게 되고 있었다. 정말로... 잘려나갔다. 그것도 반듯하게. 무너지듯 무릎을 꿇으며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자신의 소중한 것을 조심스레 양손에 담으며 고개를 마구 젓는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그럴 리가 없다고.“


눈으로 보아도 믿어지지 않는... 믿고 싶지않는 현실에 그는 고개를 돌려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보, 보스......"
"야... 이거 다시 붙일  있지? 어?“
"그, 그게......“
"붙일 수 있잖아? 왜 뜸을 들여...  뜸을 들이냐고 씨발 새끼들아!“
"......“
"아니야. 아니야. 거짓말이지? 애들아. 제발... 가능하다고, 붙일 수 있다고 말해줘. 부탁이야.“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키며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부하들에게 다가가 묻는다. 조심스럽게 묻다가 발끈하기도 하고, 다시 애원하듯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부하들은 그저 고개를 돌린다.


"씨발 년이...! 이 씨발년이이이이!“

자신의 부하 중에 약을 바르거나 붕대를 감는 기초적인 방법만 아는 애들뿐이지 전문적으로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없다는 것을, 있다고 하더라도 수술을 진행하기에 필요한 도구조차 구할  없는데 잘려나간 것을 도로 붙인다는  불가능하단 사실을 자신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뒤늦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아무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일지라도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무리가 존재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주최 측이 모두에게 주는 칼을 손에 꽉 쥐었다.

"죽여 줄게...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게 죽여줄게... 개씨발년아!“

죽이기엔 무척이나 아까운 외모를 지닌 여자인데 부하들은 차마 자신들의 보스를 말리지 못할 거란 생각에 아쉬운 얼굴로 칼을 빼내 들었다.

"다 죽여!“

애들이나 노인들이나 여자들이나 상관없이 다 죽이라고 소리치며 그가 자신의 소중한 부위를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잘라버린 재희를 향해 달려들었고.


"재희 씨! 어서 도망......“

그 모습에 엎어진 상태로 부하들한테 두 팔과 다리가 구속되어 도움은커녕 도망치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했으나 역시나 꼼짝도 하지 않자 재희를 향해 도망치라고 크게 소리를 쳐 본다. 하지만  말이  끝이 나기도 전에 목덜미에 칼이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컥...! 커헉......!“


마지막까지 재희를 바라보며 차인원은 고개를 떨어뜨렸고,  죽이라는 말에 진짜 여자들까지 죽여야 하냐고 머뭇거리던 부하들은 자신들의 보스가 재희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르는 모습에 아깝지만 하는  없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싸, 싸워! 싸워!“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항복을 하더라도 살아남긴 글렀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한 사람이 그렇게 소리치며 조폭들과 맞서 보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전문적으로 싸움은 물론이고 흉기까지 사용해오는 조폭들과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사람을 상대로 칼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싸움은 벌어질 수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살려주......!“

잔뜩 겁에 질려 손에  칼을 놓치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지만 자비는 없었다. 보스의 말에 따라 그저 죽일 뿐. 죽이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보스의 손에 죽을 게 뻔하기에 그 명령을 강제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재희에겐 다가가지 않는다. 재희가 무서워서? 재희와 싸우고 있는 보스가 무서워서? 둘 다 아니었다. 여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운이 좋다면 보스가 그녀를 포함한 그녀의 곁에 있는 여자까지도 살려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으며 지금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흐음... 느린데?‘


날카로운 칼날이 얼굴을 향해 다가오자 가볍게 고개를 옆으로 꺾어 피하고, 그에 따라 칼날도 옆으로 휘둘러지면 고개를 뒤로 빼 손쉽게 피하는 재희였다. 이성을 잃은 근본도 없는 공격. 만약 재희가 피함과 동시에 공격했더라면 이미 목과 몸이 떨어져 있을 그였지만 재희는 일부러 공격하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 감각이 진다는 전제를 완전히 배제해 두고 있기에 안심하고 현재 자신의 신체 능력이나 동체 시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천천히 알아볼 기회였기 때문이다.

"으아아아!"

그렇게 민정이와 예림이를 보호하듯 그녀들의 앞에 등지고 서서는 쏟아지는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자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온 그는 분한 듯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고선 괴성을 내질렀다.


"씨바아알! 씨발! 씨바알!“


이 짧은 시간 동안 재희의 힘을 살필 수 있었던 그는 곧바로 알 수가 있었다. 이 여자... 상상을 초월한 괴물이라고. 외모와 너무 대조되는 움직임에 떠나갔던 이성이 되돌아올 지경이었다. 완전히 장난감 취급. 이것 보아라. 그가 움직임을 멈추자 재희 또한, 가만히 서서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가.

"나, 날...! 가지고 노는 거냐아아!“


이렇게 화가 났던 적이 또 있었을까...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이 저장된 머릿속에선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이 처음이라는 건데.

"보, 보스...  정리했습니다.“
"......“

부하의 말에 잔뜩 붉어진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자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는 차인원의 무리의 사람들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죽어있는 부하는 단둘. 맨 처음 차인원에게 당한 놈들뿐이다.


"크큭... 크크크. 크하하핫!“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다 뒤졌네?  도울 새끼들이?“


그의 말에 긍정하며 재희는 자신의 뒤에 있던 민정이와 예림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조금 떨어져 있어.“
"네...? 어, 언니는요?“
"괜찮으니까. 민정아. 어서.“
"아, 알았어요."

떨어져 있으란 말에 참혹하다 못해 구역질이 밀려오는 주위의 모습과 혼자서 열 명이 넘는 조폭들의 앞에 홀로선 재희의 모습에 예림이는 다급히 재희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러나 재촉당하듯 이름을 불린 민정이는 그런 예림이의 팔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민정 언니! 재희 언니를 저대로  거냐고요? 둘 거냐고 이 미친년아!“
"미친년이라니! 나 미친년 아니야.“
"그럼 뭔데! 재희 언니를 두고 우리끼리 도망가자는 거야?!“
"아니... 도망안가... 재희가 죽는다면 나도 따라서 죽을 거야. 하지만......“


무슨 생각이 있겠지 하고 재희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막상 혼자서 여럿과 싸움을 벌이려는 모습에 불안함이 찾아왔다. 그래도... 그래도 재희를 믿는 민정이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지웠다.

"난 재희를 믿어.“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고, 보호만 받아왔던 자신인지라 할 수 있는 거라곤 믿는 것밖에 없었다.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 차마 재희의 곁에 있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아. 듬직한 작고 가냘픈 등을 바라보았다.

"재희라면 생각이 있을 거야.“
"...... 아, 알았어요. 저도 믿으면 되잖아요!“

이러면 민정이가 마치 여주인공 같지 않은가. 남자주인공을 애타게 믿고 기다리는. 그 때문에 예림이도 질투에 눈이 멀어 벌벌 떨리는 두 다리를 차마 지면에서 떨어뜨리지 못한 채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쳐보지? 그래야 더 재미있지 않겠어?‘

그는 재희가 여자이기는 해도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애꿎은 부하들을 잃는 무모한 선택을 하기보다는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설 터인데 지금은 분노에 전신이 사로잡혀 도망이라는 선택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저 시발 년 죽이지 말고 내 앞에 데려와.“
"네. 보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여럿이 한꺼번에 덮치면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고, 상처는 늘어나며 체력은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만약 부하가 모두 다 죽는다고 할지라도 저년을 고통스럽게만 죽일  있다면 득이라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그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더는 지체하면  되겠네.“

다행히도 이들은 민정이와 예림이를 인질로 삼아 움직임을 봉하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압도적인 재희의 힘에 언제 인질을 삼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단 뒤로 물러나라 했는데 완벽하게 안전이 보장된 것도 아니니. 그렇기에 재희는 빨리 끝내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낮추었다.


"그냥 다치지 않게 순순히 잡혀라."


자신의 보스와 재희가 싸우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조폭  명이 걸어오면서 말했다. 대답할 가치도 없는 제안. 그래서 손에 쥔 칼을 빠르게 움직여 목을 그어버렸다.

"컥.....!“
"시. 시발! 빨리 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을 베인 조폭이 중심을 잃고 쓰러져 신음하는 모습에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되는 적이라 판단이 설 수가 있었다. 그러나.

"끄악!“
"끅!“
"끄아아악!“


조폭들이 뭔갈 생각조차 할 시간도 없이 하나둘씩 재희의 손에 쓰러지기 시작하고.

"병, 병신들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어 나가는 부하들의 모습에 보스는 경악을 금치 못하기를 잠시.

"싱겁네. 차라리 네 동료들이 더  싸웠어.“

얼마 안 되는 시간 만에 부하들 전부가 죽어 나가자 뒤늦게 도망치려던 보스의 목덜미를 칼을 꽂아 넣으며 재희는 말했다.


"하, 하하......“

그 말을 들은 남자. 몸 상태가 최악이라 하는  없이 풀어준 남자는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그걸로  이해하게 만들긴 힘들 텐데.“
"그렇겠지... 아무리 살려고 했다 하더라도 너를 팔아넘긴 거니까.“


안 그래도 재희에게 찍힌 상황인데 살기 위해서 재희를 조폭들에게 팔아넘겼더니  조폭까지 탈탈 털려버릴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남자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저항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품에서 칼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이번에도 자비를 베풀어 줄  없을까?“


그녀에게서 도망칠  있을 거란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조폭들이 질 거란 걸 알아차렸을 떈 이미 재희의 두 눈은 남자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으니, 만약 싸움 도중에 도망쳤다면  녀석처럼 날아든 칼에 목이 꿰뚫려 죽었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도망을 치지 않았고, 또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비는 수밖에 없다.

[총 생존 인원이 30명으로 떨어진 관계로 튜토리얼을 종료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러던 그때, 여자의 목소리가 섬 전체로 울려 퍼졌다. 튜토리얼... 게임을 종료한다는  말. 남자는 긴장을 놓쳐버리며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사, 살았......“

푹.


"대체 왜......?“

살았다고 생각했던 찰나.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목에 무언가 박혀 있는 느낌이 들어왔다. 뒤이어 고통이 해일처럼 밀려오고. 그는 게임이 끝났는데 대체  그러냐고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칼은 온데간데없고 허망하게 손을 앞으로 쭉 뻗고 있는 재희를 바라보았다.

"끝났다고 했지. 죽이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잖아?"


재희의 말처럼 게임이 끝났다는 방송이 섬 전체에 울려 퍼졌을 뿐이지 더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말까진 들리지 않았었다.


"젠... 장......“


시야가 점점 흐려지며 몸은 이미 힘을 잃고 기울어져 바닥에 쓰러지고 얼마  그는 죽었다.

"어버버......“

참혹한 모습보다는 혼자서 조폭들을 상대해 이겨버린 재희의 모습에 예림이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광경에 말문이 틀어박혔다. 하지만 민정이는 불안하기는 했었어도 이길 걸 알았기에 환호성을 내지르며 재희의 품에 안겼다.


"피가 묻을 텐데?“
"괜찮아요! 어차피 게임 끝났다고 하니까요!“
"그래?“


괜찮다면 괜찮겠지 하고 대답하며 주위를 둘러본 재희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차인원과 잠깐은 얼굴을 맞대고 지내왔던 무리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소년을 포함한 몇 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웃음을 흘려보냈다.


'지켜주겠다고 하더니.‘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는 사실에 황당하면서도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야 그럴 것이 지켜주겠다며 나서봤자 시체밖에 더 되지 않을 터이니.

"윤재희 씨, 이민정 씨, 김예림 씨, 튜토리얼에서 생존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끝......?"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내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자 재희는 헛된 희망을 품고 끝이냐고 물었다.

"어떤 의미로 끝이라고 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튜토리얼은 끝이 났습니다.“


"튜토리얼이라... 뒤에  있다는 건가?“
"그건 확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튜토리얼은 강제로 참가해야 했다면 다음 게임부터는 자율이니까요. 참가하고 싶으면 참가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되는 그런 게임이죠. 그렇다고 집으로 돌려보내진 않습니다.“


역시.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방송부터 튜토리얼이라는 말을 꺼냈으니 집에 돌려보내면 그게  이상할 따름이니.

"따라오시죠. 이제 여러분이 생활하게 되실 헤븐으로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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