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022 튜토리얼
"뭐, 뭐야.....?!“
추위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거나 적이 될 수도 있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구성원들을 포함한 약점이 될 만한 정보들을 그대로 약탈당하게 되어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는다며 논리적으로 접근해 잘 구슬리자 차인원은 손쉽게 재희의 말에 넘어가 재희가 봐둔 동굴을 한 번 살펴보기로 했다. 당연히 치인원과 함께 단둘이 무리를 비우는 건 민정이가 해맑게 웃으며 허락해 줄 리 만무했고, 재희 또한, 자신을 범하려던 새끼가 단 한 명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귀찮더라도 스무 명이 조금 넘는 인원 전체가 이동할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뭐, 그런다고 준비할 건 몸과 적은 물품, 그리고 식량 조금밖에 없어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재희가 무리에 합류하기 전에 일부러 동굴로 가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나무에 표시해둔 걸 따라 움직이면 되었는데 갑작스럽게 험악한 인상으로 가득한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내니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 어떻게 여기서 만난 여자가 질이 더 좋은 것 같냐?“
"그러게. 한 명은 그저 그런 평범한 얼굴인데. 다른 둘은 개 예쁜 데다가 남은 한 명은... 말이 필요 없네.“
차인원의 무리보다 약 두 배는 적은 인원이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대신이라고나 할까. 노인을 제외한 무리의 네 명의 여자들의 외모에 감상평을 남기고 있었다. 특히 재희를 보며 칠칠찮게 군침을 뚝뚝 흘려대며. 그런 부하들의 모습에 조직의 보스는 웃음을 흘렸다.
당황하고 겁먹은 모습들이 역력한데 도망은커녕 맞서 싸우려는 행동을 보이는 몇 명의 하찮은 인간들의 모습에. 부하들의 수보다 두 배는 많아 보이는데 지금 당장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부하들의 수와 비등비등했지만, 실질적인 전투 인원은 그보다 절반에 가까웠다. 그야 그럴 것이 얼마 전까지 일반인이었던 이들이 전문적으로 주먹을 쓰는 것도 모자라서 법과 질서가 없어 죽여도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곳이니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으니.
그리고 이 무리의 리더는 병신... 아니,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온다. 얼마나 생각이 없는 한심하고 무능한 병신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움도 채 되지 않는 노인네들과 애들을 데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 여자들까지도 보호하고 있었다. 그것도 손을 채 대지 않은 것처럼. 그럼 어쩌나. 어차피 여기 계속 있다가는 여자인 이상 범해질 텐데. 그 때문에 보스는 자신이 직접 범해 여기가 이런 곳이란 걸 일깨워 주기로 한다.
"은발은 내 거다. 건드리면 내 손에 뒤진다.“
"그, 그럼 그년 옆의 단발머리는 제가 먹어도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해라.“
"오! 감사합니다!“
"꺼져. 새끼야. 나부터 따먹은 다음에 네가 먹어라.“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전 작은 년이나 먹도록 하죠. 제가 원하는 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들은 포동포동하니 맛 좋을 거니까. 낄낄."
대놓고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것도 모자라 순서를 정하고, 자신은 누굴 강간할 것이라 말하는 여유를 보인다.
"제, 재희야...! 저희 어떡해요?“
조폭... 조직 폭력배. 그것 하나만으로 민정이는 잔뜩 겁에 질린 것도 모자라 차마 상상하기도 싫은 미래가 눈에 훤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몸을 벌벌 떨며 재희의 팔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묻지만.
"뭐, 어쩌겠어. 지켜보자.“"... 네. 알겠어요."
자신과는 다르게 겁은 먹기는커녕 저들에게 역겨움만을 느끼며 고운 인상을 잔뜩 찌푸린 모습으로 말하자 민정이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툭. 떨어뜨렸다.
'어떡해...! 화내는 모습도 너무 예뻐!'
유일하게 재희는 저 조폭들을 보고도 여유로워 보이자 민정이 또한, 공포는 서서히 물러가기 시작하며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만큼 재희를 믿고 있다는 뜻이었다.
"딱 한 번만 말한다. 뒤지기 싫으면 여자들을 넘겨라.“
조직의 보스의 입에서 순순히 여자들을 넘기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굳이 씻을 수도 없는데 피를 잔뜩 묻힌 채로 하는 건 그렇잖아? 나도 그렇고. 너희도 그렇고?“
이미 차인원과 차인원의 무리의 남자들은 없다는 듯, 재희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신다.
"그러니까 좋게좋게 가게. 여자들을 넘기면 우린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않고 물러가 줄게. 어때?“
경국지색이라 해도 부정할 수 없는 미모를 지닌 재희와 그보다 못하지만 아름답다는 말은 안 나올 수가 없는 민정이와 예림이는 자신들이 사귀거나 범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었다. 외모가 되는 것도 아니고, 강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차인원이 떳떳하게 지키고 있으니까. 그러니 어차피 가질 수 없는 것, 굳이 목숨까지 버릴 필요가 없다 판단한 무리의 남자들은 힐끔. 차인원을 바라본다.
"그럴 순 없습니다......“
무거운 입이 드디어 떨어지고.
"무슨 말을?“
"너 미쳤어?“
"지금 싸우자는 거야? 저들이랑?“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싸움은커녕 일방적인 유린이 예상되는 가운데 적들이 먼저 좋게좋게 해결할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저들에게 여자들을 주는 순간 그녀들이 어떤 끔찍한 짓을 당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터라 가볍게 대답할 수 없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거절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는 듯이 제안을 거절한 차인원에게 소리친다.
"인원아... 미안하지만 거절은 안 될 것 같다.“
성실하고 착한 젊은 청년인 차인원의 모습에 만난 순간부터 그를 따랐던 한 남자는 처음으로 차인원의 의사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도... 그렇단다. 정말 미안하다.“
이곳에서 처음 본 여자들을 위해 아까운 목숨을 버릴 수 없는 노릇.
"......“
차인원은 그들의 선택이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무어라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역시 살려 보냈으면 안 되었네.“
그러는 와중에 재희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하여 헤벌레 하고 있는 조폭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을 하나 찾았다.
"읏......?!"
그 얼굴의 주인은 적색의 눈이 자신에게 닿자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늦은 지 오래였다.
"하... 시발... 결국... 피할 수 없었나 보네.“
옆에서 예림이가 욕을 입에 담으며.
"재희 언니. 지금이라도 저희 도망갈래요? 그럼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일 것 같은데요.“
"그래?“
"네. 저... 강간당하기 싫어요.“
"응...? 네가 왜 그런 걱정하는 거야?“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 예림이를 향해 민정이는 웃는 표정으로 물어본다.
"네?“
"그야 저 쓰레기들은 네가 아니라 나랑 재희에게 욕정을 품고 있는데, 너 같은 애한테까지 욕정을 품을 것 같진 않는데?“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금 할 말이에요. 민정이 언니?!“
"베에~ 흥이다!“
재희가 생각해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너무 태연하게 시비를 걸며 혀를 내미는 모습이 참 이질적이게만 느껴진다. 정말 이틀 전만 해도 강간당할 뻔했던 그 민정이가 맞는지 의심이 들어올 정도다.
"으극.....!“
이내 눈을 돌려 재희의 팔에 볼을 마구 비비는 모습에 예림이는 어느 순간 겁먹은 얼굴은 완전히 사라지고 분노를 힘겹게 참고 있는 표정으로 민정이를 째려본다."괜찮아. 예림아. 언니만 믿어.“
"아... 네에......“
괜찮다는 말에 붉어진 얼굴로 멍하니 재희의 얼굴을 바라보던 예림이에게서 눈을 떼어 조폭들을 바라보았다. 몸과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절대 질 것 같진 않다고. 저번처럼 민정이가 기습적으로 인질로 붙잡히지 않는 이상에야 시간은 조금 걸릴지언정 충분히 상대가 가능할 것 같았다. 거기에 더해 그때처럼 몸 상태가 최악도 아니니 걱정할 건 하나도 없다.
"뭐, 결정 난 것 같네. 너 빼고 나머지는 여자들을 넘기는 거로 말이야. 크크. 잠시만 기다려라. 내가 곧 박아 줄 테니까."
보스는 웃으며 볼록하게 불어 있는 바지를 어루만지며 말하자.
"이... 이 씨발 새끼가!"
그 모습에 재희가 아닌 차인원이 화를 참지 못하고 칼을 뺴들곤 보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막아!“
"꺼져! 시발놈들아아아!“
믿음직한 부하들은 차인원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자신들의 보스의 앞을 막아서며 칼을 빼 들었다.
"크학?!"
내찌른 칼을 피하며 옆구리를 베어 한 명을 쓰러뜨린 것도 모자라 곧바로 옆에 있던 부하의 목을 그어버린다.
"컥...! 컥.....!“
순식간에 둘이 당하자 믿기지 않는 광경에 잠시 주춤해진 틈을 타 보스를 향에 칼날을 가져왔다.
"호...? 특수부대 출신인가? 익숙한 움직임이네?"
"큿.....!“
모두가 놀란 얼굴을 하고 있을 때, 보스만은 태연히 차인원의 손목을 붙잡아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날카로운 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칼날의 존재에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문 차인원은 손에서 칼을 떨어뜨린다.
"뒤져!“
아래로 떨어지던 칼을 반대편 손으로 받아들여 다시 휘둘렀는데 결과는 아까와 비슷했다. 왼손마저 붙잡힌 상황. 양손이 붙잡혀 이도 저도 할 수가 없다. 발을 사용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워 동작이 커지는 건 물론이고 효율적인 타격을 줄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차인원은 머리를 뒤로 당겼다가 보스의 얼굴을 향해 가져갔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것인지 차인원의 머리가 얼굴에 닿기 전 몸을 강하게 밀친다.
"제, 제길.....!“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짧은 신음과 함께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에 한탄한다.
"꽤 강하네. 부하들이 순식간에 네게 당한 것도 이해가 될 정도야. 그런데 나보단 아니네.“
낄낄 웃으며 차인원의 머리를 발로 차 완전히 넘어뜨리고 머리를 짓밟는다.
"왜 그렇게 안달이 나 있을까? 그냥 넘기기만 하면 되는데. 아...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나?“
"......"
"있나 봐? 말을 못 하는 거 보니.“
자신의 발에 밟혀있는 차인원에게 눈을 떼고 여자들을 바라보는 보스.
"저 여자 중 누구려나? 네가 지키고 싶은 여자는.“
이미 짐작이 간 듯. 그는 재희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야. 잡아둬.“
"네. 보스!“
머리를 짓밟고 있는 발을 떼면서 말하자마자 부하 몇 명이 우렁차게 대답하며 엎어져 있는 차인원의 몸을 있는 힘껏 누르기 시작한다. 보스보단 아닌데 자신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름이?“
그리곤 재희에게 다가오며 묻는다.
"......“
"다시 한번 물어볼게. 이름이?“
"......“
"이거. 벙어리야? 왜 말을 못 하냐? 그럼 신음소리도 못 내려나? 음... 그래도 이렇게 예쁘면 벙어리라도 상관없겠지.“
재희의 앞에 서서는 바지와 속옷을 내려 흉악하기 그지없는 더러운 걸 꺼내두었다.
"솔직히 그 얼굴로 경험이 없지 않을 테니... 빨아.“
다짜고짜 그걸 빨란다. 예림이는 잔뜩 겁에 질려 무어라 말하고 싶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몸을 떨며 재희의 팔을 끌어안고 있었고, 재희를 향한 믿음은 이미 하늘을 뚫을 기세로 올라있던 민정이기에 무슨 생각이 있겠지 하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저 새끼가 잘 볼 수 있도록 열심히 빨아봐. 그럼 너는 내 전용으로 삼아주지.“
그 말인즉슨, 지금 당장 여기 있는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저 더러운 걸 빨기만 한다면 재희는 그의 전용으로서 부하들에게 덮쳐질 우려가 없다는 의미였다. 어떻게 보면 한 명에게만 범해지니 좋을 수도 있었다. 여럿에게 끊임없이 범해지는 것보다는 지금 상황으로선 좋은 제안이 아닐 수가 없을 게 분명하다. 재희가 평범한 여자였다면.
"응...? 어, 언니?“
예림이의 품에 안겨있는 팔을 빼내자 당황한 어투로 예림이가 재희를 불러온다. 그 부름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재희는 그의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선다. 그 모습에 민정이는 미소를 지은 표정으로 한 발자국 물러서 주며,
"그래. 이 세우지 말고 정성스럽게 빨아봐. 그럼 모르지. 성노예가 아니라 부인으로 삼아 줄 수도."
재희는 무심코 흘러나오려는 웃음을 힘겹게 참아오다 못해 그만 터뜨리고 말았다.
"너도 내 여자가 되는 게 그리 좋았던 거야?‘
단단히도 착각한 놈은 싱긋 웃으며 은색을 띠는 재희의 긴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멍청하네... 왜 다 약하다 생각하고 날 무시하는 건지. 아니... 당연한가? 여자라서?“
여기 있는 사람중 누구보다도 강할 거라 자신할 수 있는 재희이기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겉모습이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약할 거라 단정 지으며 겁도 없이 범할 거라 생각만 하는 짐승들 때문에. 도대체 머릿속에 무엇이 가득 차 있는지 한번 뜯어보고 싶을 심정이다.
"뭐? 미친년이었어? 뭐라는 거... 어?“
스걱. 하고 무언가가 자신의 눈앞에서 움직임을 포착하고 하던 말을 멈춘다. 그리곤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미친 듯이 흔들리는 눈으로 아래를 보았다.
"아... 거, 거짓말이지?“
붙어 있어야 할 자신의 성기는 반 이상이 잘려나가 흙바닥을 뒹굴고 있는 모습이 차마 믿기지 않아 거짓말이라고, 꿈일 거라고 현실을 부정하지만 이내 밀려오는 고통이 현실이라 일깨워 준다.
"스트레스만 받네. 시발새끼가.“
여자가 되면서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소중이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놀리듯이 왜 계속 재희의 앞에서 좆을 꺼내 드는지. 마치, 넌 이제 이거 없지 하고 놀리는 것처럼 느껴져 역겨움보다는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그러니......
"이제 너도 없네?“
동지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