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016 튜토리얼
격렬했던 밤이 지나 아침이 밝아왔다. 차가운 아침 기온에 추위를 느낀 몸에 의해 눈을 뜬 재희는 곧장 자신의 옆에 있을 한 여자의 모습을 찾아본다. 그러자 편안하게 두 눈을 감고 새근거리며 자는 중인 아름다운 여자. 민정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우응......“
재희의 손길을 느끼고 배시시 웃는 귀여운 모습. 비록 자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제야 제대로 얼굴을 마음껏 볼 수 있게 되자 마음껏 감상하려는 듯이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예쁜 얼굴을 감상한 후에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 재희는 곧바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직 많이 밝지 않은 햇빛이 세상을 가득 메운 것을 보니 늦어도 오전 7시는 되었을 시간이라 추측하며. 문득 이상한 점이 생각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음... 몸이 피곤하지 않네.“
처음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보고, 밤늦게까지 민정이의 몸을 탐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몸 상태였는데 이상하게도 재희의 몸은 너무나 팔팔했다. 그래서 이 이유는 실험의 여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오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단정을 지어버리기에는 근거가 부족했다.
"우응... 응...? 아아...? 어디갔... 아! 일어나셨어요.....?“
뒤이어 눈을 뜬 민정이는 재희가 그랬던 것처럼 일어나자마자 옆에서 자고 있을 재희를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자 초조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바깥에 서 있는 재희의 모습에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잘 잤어?“
뒤를 돌아보며 묻자.
"아니요... 춥고, 피곤해요.“
잠자리가 추우며 딱딱한 바닥이라 잘 자지 못했는지 민정이는 졸음에 제대로 다 떠지지 않는 눈을 한 상태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더 자. 굳이 지금 움직일 필요도 없어. 우린 급한 게 아니니까.“
식량은 물론이고, 잠깐은 몸을 숨겨도 될 은신처까지 발견한 상황이니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어 더 자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자신 혼자 더 잘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민정이는 세차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에요. 이제 저도 일어날 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키는데.
"우으......!“
어제 격렬했던 행위 때문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다시 주저앉는다. 그리고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어제 그 일 때문이라 생각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고개를 툭 떨어뜨린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안으로 들어가 살며시 민정이의 몸을 앞에서 끌어안는다.
"아파?“
"아니요... 아프지 않아요. 그냥... 힘이 잘 안들어가요.“
"음... 그럼 다행이네.“
"네에......“
끌어안겨 진 민정이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함에 실실 풀어진 표정으로 푹신한 재희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볼을 마구 비빈다. 여자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이 행동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 것인지 깨달은 민정이는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오른다.
"조금만... 이렇게 있어줄 수 있어요?“
"물론. 되고말고. 그리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몸을 옆으로 눕히자 품에 안긴 민정이의 몸 또한, 재희를 따라 몸이 기울어졌다.
"조금 더 자도 돼.“
"네......“
팔베개는 물론이고 추운 날씨에도 따뜻함을 느끼도록 끌어안아 준 덕에 민정이는 다시금 잠에 빠질 수가 있었다.
"조금만... 이러고 있을까?“
어차피 위급 상황도 아니니 재희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자신의 품에서 새근새근하고 숨을 고르게 내뱉는 민정이의 모습에 조금만 욕심을 부리기로 하고 두 눈을 감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무들 위쪽으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늦은 오전에 둘은 잠에서 깨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러고 보니. 저희 이름을 모르네요?“
"그렇지......“
통성명할 시간이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이에 멀쩡한 정신으로 그런 행위까지 했다는 생각에 민정이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떨어뜨린다.
"저, 전 이민정이에요. 스물두 살이고요......!“
그 상태로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말하고.
"윤... 재희. 스물 한 살.“
"에...? 스물... 한 살이요?“
"어. 스물 한 살이야.“
"제가 언니였네요? 거짓말! 언니인 줄 알았는데!“
충격받은 듯. 부끄럽다던 얼굴은 어디 갔는지 경악하며 소리를 치지만 재희는 왠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인다고 생각하였기에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그럼 저 반말해도 되나요?“
"마음대로 해.“
"그런데 그쪽... 재희는 왜 계속 반말해요?“
"존댓말 할까요. 그럼?“
"음... 아니요. 안 어울려요. 그냥 지금처럼 계속해 주세요.“
"그러지.“
외모를 보면 영 자신이 언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성숙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 2살이 적다는 사실을 알아도 마음처럼 반말이 툭툭 내뱉어지지 않았으며, 그 무엇보다 자신에게 반말하는 것도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나이 차가 난다고 해도 처음부터 반말해 왔던 재희였던 터라 지금 이대로가 좋았다.
"그나저나 이제 저희 어디로 가요?“
일어나자마자 내려갈 거라고 짐을 챙기라는 말에 일단은 짐을 챙기긴 했는데 대체 어딜 가는 건지 모르고 있었다.
"목적지는 없어. 그냥 정처 없이 돌아다닐 거야.“
"네...? 그냥 여기 있어도 되지 않아요?“
"안 돼.“
"우......“
재희에게 방해만 되는 저질 체력이기도 하고, 어제처럼 인질로 붙잡혀 방해만 될 바에는 이곳에 숨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같아 보였는데 재희에겐 아닌가 보다. 민정이는 잠시 준비운동을 하느라 몸이 땀에 젖어 새하얀 원피스에 지금 입고 있는 속옷을 보고 흥분했다. 그래서 어제처럼 몸을 격렬히 섞고 싶었는데
'아니야! 아니야! 이민정! 너 왜 이렇게 음란하니?!‘
자신도 모르게 이런 음란한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여자의 몸에 흥분해서! 말도 안 된다. 정말 가족들이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게임에 참가해서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에게 처녀를 잃고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랑만 있으면 성별이 무슨 문제인가 하지만 그래도 벌써 재희의 몸을 보고 흥분해서 음란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한 자신의 모습에 큰 실망감이 생겨났다. 그래도... 어떻게 참을까. 저 아름다운 얼굴이며, 완벽한 몸매며, 저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며.
"츄릅.....!“
"응.....?“
"아, 아앗...! 어, 어서 가요! 급한 거 아니었어요?!“
"급한 건 아닌데?“
"그, 그래도 어서 가요!“
"그래.“
민정이가 먼저 앞장을 서며 걸음을 옮기자 재희는 민정이의 뒤를 바짝 쫒아 옆에 서서 걸었다.
"뒤로 와. 위험하니까.“
"네......“
왕자님... 아니아니, 공주님? 어감이 살짝 이상한데. 여제님이 나을 것 같다. 민정이는 위험하다며 자신의 앞에 서서 거침없이 걸음을 옮기는 아름다운 여제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시금 사랑에 빠졌다. 얼마나 반하게 만들어야 만족할 것인지. 남자와 비교해선 작은 등이 너무나 듬직해 보인다. 얼마나 듬직한지.
"하아... 하아......“
흥분해 버렸다. 긴장을 느슨하게 하지 않고, 간간이 뒤를 돌아봐 민정이의 안부를 살피는 모습에도 반해버리며, 손이 자연스럽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고 싶어... 하고 싶어.‘
어제 느꼈던 그 쾌감. 또 느끼고 싶어 미칠 노릇이다.
"우읏.....!“
언제 어디서 여자인 둘을 노린 짐승과 같은 남자들이 나타나서 겁탈하려고 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붉게 물든 얼굴로 재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발기한 유두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어 살짝 꼬집었다. 그에 따른 신음성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고, 혹시나 들었을까 하며 재희를 바라보지만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앞만을 보고 있다.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민정이의 손은 더더욱 거침없어졌다. 오히려 더 흥분된다고나 할까. 계속해서 자신의 유두를 괴롭히며 반대편 손은 바지 안으로 꾸물꾸물 파고들어 음부에 도달했다. 속옷을 위로, 어제 재희의 손이 질리도록 괴롭혔던 보지를 쓰다듬으며.
"후으윽.....!“
신음성을 힘겹게 참아낸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된다고, 들키면 긴장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위하는 변태로 낙인찍히는 것도 모자라 창피함에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 없을 걸 알고 있어도 이상하게 민정이의 손은 도저히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재희야... 재희야. 사랑해... 정말 사랑해. 그러니까... 범해줘. 어제처럼 더 범해줘!‘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고여오며 마음속으로 애원을 해 본다. 어제처럼 거칠게 자신의 몸을 범해달라고, 그래서 기분 좋던 그 쾌감을 다시 한번 더 느끼게 해달라고. 그러나 재희는 이런 민정이의 마음도 모르고 꿋꿋하게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재희의 움직임이 멈추고, 민정이의 앞으로 손이 뻗어진다.
"잠깐......“
"헤에.....?"
완전히 풀어진 얼굴과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희를 바라본다.
"찾았네.“
뭘 찾았다는 걸까. 지금 눈이 풀려버려 집중되지 않는다. 그저, 땀에 젖어 속살이 비친 재희의 몸에만 눈길이 고정되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민정이는 생각한다.
꿀꺽.
어제는 앙앙거리며 울기에 바빠서 만져보지 못했던 재희의 몸이라 그런지 지금은 너무나 재희의 몸을 만지고 싶어 안달이 나기 시작한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하얀색 브래지어의 모습이 비쳐 보이자 그 충동은 더더욱 커져만 간다.
"스무 명은 족히 되어 보이네.“
재희의 눈앞에 보이는 스무 명 정도 되는 인원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이자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왜일까. 아무리 민정이가 인질로 붙잡혔다고 하나 10명도 채 되지 않는 인원에 살짝 애를 먹었는데 그 수가 스무 명은 되어 보인다고 태연히 말하는 것에 이해가 되지 않은 민정이는 그제야 고개를 털며 재희의 시선을 따라갔다.
"어...? 여자?“
"둘 중에 하나겠지. 사육하거나 보호하거나.“
"저 사람들의 표정은 그렇게 어두워 보이지 않아요.“
"그렇다면 보호겠네.“
법과 질서가 없어 살인과 강간이 난무하는 속에서 표정이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강간까지 당하며 성노예가 되면 더 어두워지겠지. 하지만 민정이의 눈에 보이는 여자들은 죽을 것같이 미치도록 힘들어 보이는 표정이 아니었다.
"노인들도 있네. 그럼 확실해졌네.“
재희의 말대로 여자들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저 무리에 속해 있었다. 여자라면 몰라도 성욕 해소가 가능하지도 않으면서 싸움꾼으로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 노인들까지 있는 것을 보면 저 무리가 어떤 무리인지 대충 감이 잡혀온다.
"저 무리의 리더가 사람들을 모아 세력을 만든 것 같네. 꽤 잘 만들었어.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을 거야.
그 말에 긍정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민정이는 이곳에 처음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만난 뚱뚱한 남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자 불쾌함에 재희의 등에 얼굴을 파묻는다. 처음에는 호의를 베풀며 다가와서 좋은 사람인 줄 알았건만, 그래도 완전히 순진해 빠진 바보가 아니라 거리를 벌리고 잠자리에 들어도 어느새 보면 그 남자는 민정이의 곁에 와선 몸을 더듬고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역겹고 화가 났지만 민정이는 계속 자는 척을 했다. 그 무엇보다 공포라는 감정이 더 컸으니까. 그렇게 함께 다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에게 쫓겨 도망가다가 이내 잡힐 것 같아 둘은 가방을 미끼로 도망쳤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을 밟았다는 것에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린 뚱뚱한 남자는 민정이를 덮쳐왔고.
"음.....?“
재희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벌벌 떨고 있는 민정이의 모습에 돌아서서는 그 얼굴을 가슴에 묻어주었다.
"헤헤."
가슴에 안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의 떨림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리고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들어 입을 맞춘다. 쪼옥, 쪽, 하고 서로의 혀가 섞여가며 음란한 소리를 자아내었다.
"이제 가 볼까?“
아쉬움을 남긴 짧았던 키스가 끝나고, 재희가 말했다.
"저기에요?“
"어.“
"우... 안 가면 안 되나요?“
가고 싶지 않았다. 저 무리에 속하면 안전히 보장되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희가 가지고 있는 물과 식량을 저들에게 양보하는 것도 모자라서 바, 밤에. 그걸 하지 못한다! 식량은 뭐가 어찌 되었든 굶으면 그만인데 재희에게 범해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민정이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나 혼자라면 굳이 갈 필욘 없는데 너까지 있으니 가는 게 좋아.“
"우으... 네. 알겠어요.“
"고마워.“
고마울 것까지야. 오히려 자신 때문에 기껏 얻었을 식량과 물을 나누어야 하니 미안할 따름인데. 재희는 착해도 너무 착한 것 같다. 그나저나... 지금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