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014 튜토리얼 (14/140)



〈 14화 〉014 튜토리얼

"어이. 거기까지. 더이상 움직이면 나도 이 여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어."
"......"

재희의 몸 상태는 민정이를 범하면서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다시금 그 감각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저렇듯. 민정이의 양손을 붙잡고 하늘 높이 들어 올려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시켜 인질을 잡은 저 남자처럼 잠시 자리를 비우고 있던 동료가 몇 명 더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몸의 상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빠지고 있으며 이제는 더는 재희 혼자만이 아니게 되었기에 이렇게나 무모한 짓을 벌인 것이다. 몸만 정상이었어도 전혀 문제는 없었을 텐데... 재희는 미안함에 가득 차 눈물을 보이며 힘겹게 뒤꿈치를 들고 있는 민정이의 모습에 고운 미간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지고 있었다.

'역시나... 인가?'

최대한 빨리 끝내 보려고 했던 게 정상적이지 못한 몸 상태라 시간이 계속 지체되면서 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자 분함이 밀려왔다. 자신은 있었다. 아니, 이대로 계속 싸운다고 하더라도 문제   전혀 없었다. 다만...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이기에 언제든 목숨이 위험해지는 순간이라면 곧장 버릴 생각이 가득한 민정이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인질로 인해 승기를 확실하게 잡았다고 생각하고 재희의 몸을 음흉하고 역겨운 눈빛으로 훑어보는 남자들의 모습에 칼을 쥔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눈알들을 뽑아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끅.....!"

재희가 여전히 손에 칼을 쥐고 있자 남자는 재촉하듯 민정이의 손을 더 높게 들어 올렸다. 그로 인해 민정이는 미약한 신음성을 터뜨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
"솔직히 동료를 죽였다 해도 그들은 어차피 비즈니스 관계라서 별 상관이 없어. 동료애에 불타 복수하거나 그러지 않아.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어때? 마음 같아선 둘 다 얻고 싶은데 이년은 네년만큼은 아니라서 말이야. 그래서 허튼짓을 할 시에 곧장 죽일 수 있어. 그러니  예쁜 얼굴과 몸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남게 되는 걸 보고 싶으면 아까처럼 움직여도 좋아."
"히익.....?!"
"후우......"

민정이를 인질로 잡고 있던 남자는 방금까지 민정이가 들고 있던 칼을 가냘픈 목에 가져가자 연약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재희의 현재 머릿속 생각으로는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민정이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몸의 본능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대체... 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이상해져 버린  상태를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치료해  수 있는 존재가 아이러니하게도 민정이밖에 없다는 추측이 들어온다. 재희의 몸도 그걸 아는지 의지에 방해되게 몸은 자꾸만 저항하고 있었다. 남자였던 재희가 남자들에게 범해지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건만 대체 왜 이런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몸은 민정이를 구하기 위해 저항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힘들더라도 다른 여자를 찾아보고 싶은데.


툭.....!


"좋아. 아주 좋은 선택이야. 우린 신사라서  대해줄 자신 있다고? 그러니까. 어서 붙잡아."

툭. 하고 재희의 손아귀에 있던 칼이 아래로 떨어지며 소리를 내자 그제서야 남자는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미소를 짓고선 힘들어하는 민정이를 배려해 손을 내려 주었다. 그리고 재희의 위험성을 알고 있지만, 외모가 워낙 아름답기에  위험성을 부담하면서까지 죽이지 않겠다는 욕망이 말로써 표현이 되었다. 민정이는 칼을 떨어뜨린 모습에 경악하며 재희를 바라보았다.

대체 왜 자신을 위해서 그러는 거냐고, 오늘 처음 만난 자신을 위해서 대체 왜 끔찍한 짓을 당하려는 것이냐고 묻는 듯이, 온갖 물음들과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눈빛을 통해 알 수가 있었다. 분명 재희를 생각하며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는 것처럼 입술이 떨어졌다 다시 붙었다 하고 있는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며 용서를 받기에는 너무나도 큰 죄를 지었다는 듯한 죄책감과 미안함이란 감정들을 얼굴에 묻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남자의 소리침에 이젠 자신들을 위협할 무기가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긴장을 풀고 재희에게 남자의 동료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상처를 입은 몸, 많은 피가 나오거나 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베인 부위, 그리고 전혀 움직여지지 않는  등등의 커다랗고 작은 상처들이 있지만,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재희를 범할 생각에 그 고통을 잊고선 걸음을 옮긴다.


"내, 내가... 먼저 할 거다."
"무슨 헛소리냐?"
"이거 봐라.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팔을 버려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여기서 치료할 방법도 없으니 팔을 잘라내야  터, 영원히 한쪽 팔 없는 병신으로 살아야 하는데 이 정도 특혜쯤은 가져도 되잖아?"
"개소리."


재희에게 다가오던 남자들은 서로가 먼저 재희를 범하기 위해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팔이 꺾이면 안 되는 방향으로 꺾인 것도 모자라서 뼈가 보일 정도의 커다란 상처가 있어서 조만간은 스스로 팔을 제거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며 우선권을 주장했지만 다른 이들의 상처도  만만치가 않아서 엇갈리기 시작했다.

"싫어...! 도망쳐. 제발... 제발  신경 쓰지 말고 도망쳐줘.....!"


그들의 모습에 민정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끝내 애원하기 시작하지만.

'흠... 이제 어떡하지?‘

그런데도 재희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열심히 물색하는 중이었다. 이 망할 몸뚱어리는 정말로 남자에게 범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 이제야 제정신을 차려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상태라 다시  싸워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번에는 정말 빠르게 끝을   있을 것 같았음에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그야 그럴 것이 민정이의 목에서 칼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들. 재희가 한 발자국만 움직여도 다시 민정이의 새하얗고 가냘픈 목의 바로 앞에 칼이 들어설  분명했으니. 만약, 민정이가 예쁘지 않았더라면, 갑작스럽게 이상해진 몸으로 민정이의 처녀를 강제로 앗아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가 어찌 되든 아주 상관없다는 듯이 움직여 음흉한 눈길로 바라보며 웃는 남자들을 모조리  쳐 죽였을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재희는 절대로 민정이를 버릴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을. 어차피 재희가 아니었다면 뚱뚱한 남자에게 범해져 처녀를 잃고,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태로 성노예로 전락했을 게 분명하다. 그런 그녀가 재희가 그랬듯이 민정이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오늘 처음 보았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걱정하며 혼자라도 도망치라 말한다.


김유한을 예외로 둔 상태에선 재희의 유일한 첫 동료였다. 사실은  덩이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아직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를 듣지 못한 상태다. 왜냐하면, 재희에게 그런 짓을 당했는데 곧장 정보를 캐내려고 하면 제대로  정보를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주어 추측에 혼란만 찾아올 수도 있다고 판단해 시간이 지나 친분이 생기면 물어볼 생각으로 가득했다.


또한, 갑자기 이상해진 몸뚱이... 정확히는 미친 듯이 발정하는 이 몸은 다행이라고나 할까. 이곳에 있는 사람 중에 오직 여자인 그녀만을 원하고 있었다. 남자가 아닌 것에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만약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 이 성욕을 풀려면 여자인 그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재희가 여기서 살아서 가족들의 품에 돌아가기 위해서라면.

"하아... 하아... 킁킁! 와... 미친 냄새 존나 좋네.“
"오오오...! 가슴도 엄청 부드럽다고!“
"아무리 여자라도 여기서 며칠이 지났는데 이런 향긋한 향이  수가 있나?“
"야이 미친놈들아. 일단 묶어두라고!"

조심스럽게 다가오던 남자들은 재희가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다시금 깨달으며 하나둘씩 몸을 희롱하기 시작한다. 은색의  머리카락을 한뭉큼 쥐고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는가 하면, 커다란 가슴을 양손에 쥐며 주물럭거리거나 더러운 손으로 얼굴을 만진다. 그 모습에 민정이를 인질로 잡고 있느라 움직일 수도 없는 남자가 소리를 쳐본다.


'이거... 기분 정말 더럽네.“


남자들에게 몸을 내어준 재희의 감상은 이러했다. 기분이 나쁘다를 넘어 어서 당장 죽이고 싶을 정도로 혐오감이 밀려오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었다.


"아 씨...! 닥쳐! 어차피 인질이 있으니까 무턱대고 움직일 수도 없는데! 그리고  도저히 못 참겠다 이제!"


이젠 참을  없다는 듯 말하며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바지의 단추랑 지퍼를 풀고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려서 모습을 드러낸 더러운 좆을 잡고 열심히 흔들며 반대편 손으론 원피스의 끝자락을 들어 올린다. 다짜고짜 저 더러운 것을 안에 집어넣으려는 생각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눈살이 찌푸려진다. 여전히 민정이를 품에 안아 목에 칼을 들이밀고 가슴을 만지며 어서 손과 발을 묶으라고 소리치는 남자의 모습에 몸을 더듬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의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

계속 이대로 희롱당하다가 이들의 더러운 걸 속에 넣을 때까지 저항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재희는 도박을 한번 해 보기로 하며. 시선을 내려서는 재희의 속옷을 보고 잔뜩 흥분한 남자의 허리춤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칼이 있다.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그렇기에 재희는 자신의 얼굴에다가 혀를 가져오기 시작한 남자의 얼굴을 머리로 박아 곁에서 떨어뜨리곤 재빨리 허리춤의 칼을 뽑아 민정이에게로 집어 던지며 자신의 배를 살살 어루만지던 남자의 배에 무릎을 쳐올린다.

"커헉?!“

짧은 고통스러운 소리와 함께 앞에 있던 남자는 배를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 그 모습에 당황한 옆에 있던 남자는 곧장 재희의 손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는지 팔꿈치에 턱을 맞고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눈 깜짝할 세에 원치 않게 몸을 희롱하던 남자들을 쓰러뜨린 재희는 앞으로 달려나간다.


"익?!“


도박이긴 했는데 재희의 생각대로 민정이를 인질로 잡고 있던 남자는 앞에 민정이가 있었음에도 칼이 날아오기 시작하자 반사적으로 그 칼을 피하려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 그러나 남자의 행동이 무의미하게 둘을 지나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허무하게 떨어지는 칼.


애초에 맞출 생각으로 던진 건 아니다. 신체 능력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몸의 적응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뿐더러 정상적이지 않은 몸 상태라 잘못하다간 민정이가 맞을 수도 있었다. 만약 민정이의 몸을 피해 남자를 향해 날아가는 상황이라도 남자가 민정이를 이용해 그 칼을 막는다면 방법이 없었을 터, 재희는 일부러 그 둘이 맞지 않게 일부러 빗맞히도록 던진 것이다. 그냥 아주 작은 틈이라도 보이기만 하면 되었으니.  결과.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자.

"큭...! 제길!“

남자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반사적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칼에 겁을 먹고 무의식적으로 내려간 오른손을 다급하게 들어 올린다. 빠르게 다시 인질로 잡은 여자의 목에 칼을 가져가야만 저 움직임을 멈출 수가 있을 텐데... 허나 이미 늦어버렸다.

"미, 미친.....!“


인간이 맞기나  것일까. 가늠할  없을 정도로 빠르게 자신의 앞까지 도달한 재희의 모습에 믿을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으며, 재희는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내찔렀다. 커헉. 하고 신음하며 뒷걸음질을 치는 남자. 재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얼굴을 부여잡으며 아직 서 있는 남자의 옆구리를 돌려찬다. 그제야 꼴사납게 넘어진 남자의 모습.


"괜찮아?“
"으윽...! 훌쩍. 훌쩍."

재희가 자기 때문에 범해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자신도 마찬가지로 범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심과 공포의 여운으로 몸을 벌벌 떨며 울기 시작한 민정이의 몸을 끌어안는다.


"끄아아! 이! 시발!"

다 잡았다고 생각한 여우를 바로 앞에서 놓치게  것도 모자라서 맞았다는 것에 분노와 수치심을 느끼며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남자.

"잡아! 병신들아!“


양쪽에서 피가 흐르는 코를 부여잡으며 소리친다. 하지만 인질도 없는 상황에서 재희의 무력을 질리도록 느낀 다른 남자들은 머뭇거리기만 할 뿐.


"잡으라고! 병신같은 새끼들아!“
"아이 시발!"

끝내 한 남자가 먼저 재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자 그 뒤를 이어 나머지도 재희를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이미 패잔병과도 같은 이들을 상대로 질 수가 없을 게 분명하다. 그걸 잘 알고 있는 터라 그들을 한심하게 여기며 빼앗았던 칼을 천천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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