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012 튜토리얼 (12/140)



〈 12화 〉012 튜토리얼

"너... 처녀였어.....?"
"시, 싫어.....!“
"......"

그녀의 질 안에 들어갔다가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 곧장 빠져나온 손가락에 피가 묻어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자 머리에 커다란 충격이 가해진 듯이 마치, 자신의  아닌 것처럼 혼란스러웠던 머리가 한순간에 맑아져 왔다. 그리곤 당혹스러움을 전혀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이성을 잃어버리며 몸의 제어권조차 박탈되어 끌어 올랐던 성욕을 이겨내지 못해 그에 따라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던 몸을 그제서야 되찾았다는 사실을 아직 인지하지 못한 채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재희의 시선이 닿자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훌쩍였다.

재희는 그녀가 참으로 신기했다. 그야 그럴 것이 그녀의 외모로만 본다면 이곳에 오기 전. 밖에 있을 당시에는 주위의 남자들이나 우연히 그녀를  남자들이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가족을 위해서 다가오는 예쁜 여자들조차 쳐내면서 성적만을 바라보던 재희의 두 눈을 완전히 사로잡는 아름다운 외모였으니까.


그렇기에 주위에 남자도 많겠다, 나이도 있겠다, 당연하게도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처음을 내어 주었던지 그게 아니라면 눈이 맞아버린 남자와 하룻밤으로 처음을 주었을 거라면서 당연히 경험이 있다는 생각밖에  수 없는 노릇이었다. 거기다가 입을 맞추면서 그녀의 몸을 손으로 마구 더듬어가자 익숙한 듯 신음성을 터뜨리며 쾌락을 느끼는 게 착각할 만하다고 생각이 든다.

어쩌면 여자와도 경험이 있어 보일 정도로  느끼던데. 알고 보니 그 누구에게도 몸을 허락한 적이 없었던 순결한 처녀였다는 사실에 재희는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 보니 남자와의 경험이 전혀 없었다는 그녀의 과거에,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울음을 터뜨려버린 모습에.


"히, 히끅...! 처, 처음인데... 처음이었는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범해졌어.....!"

원래 정신 나간 배틀 로얄 게임에 갇혀 며칠을 지내는 사이 아름다웠던 얼굴이 빛을 잃어 살짝 망가진 그녀의 얼굴은 재희로 인해 절망과 원망, 그리고 후회와 눈물이 덧붙여져서 더더욱 망가져 버렸다. 그렇다고는 하나 원래 있던 아름다움은 어딜 가지 않았다. 머리로는 안 된다고는 하지만 재희는 저 얼굴을 더더욱 망가뜨리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서.


다시 몸의 제어권을 잃어버리고 재희의 손이 다시 무의식적으로 찢어진 상의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으로 손을 뻗어갔다. 하지만 그 손은 원하던 곳까지 다가가기 전에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어 고통으로 어떻게든 이성을 되찾은 재희는 정말로 자신이 이상해진 상태라는 걸 다시금 깨달으며 허무하게 공중에서 멈춰버린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러면  돼...! 진정하자... 진정.'


여자란 생물은 재희가 공부를 하는 데 방해만 되는 존재로만 인식해 있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그때의 관심일 뿐이지 만남이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었고 그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부양 해야 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재희에게 다가오는 여자들을 쳐내다가 그만 이제는 방해되는 존재로밖에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그랬던 재희였지만 이 망할 실험의 여파 때문인지 아니면 이곳에 와서 자신도 몰랐던 본성과 음란함이 깊은 곳에서부터 힘겹게 빠져나와 드디어 활동을 시작하는지 자꾸만 그녀의 속살을 이  손으로 만지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가 잘 느끼는 민감한 곳을 애무해 쾌락에 빠뜨리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자신의 품에 안겨 신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도 재희는 입술의 피 맛과 고통을 느끼며 이성을 유지한 채로  길을 잃고 허공에 멈춰서서 부들부들 떨어대는 주먹을 거두었다.


"미, 미안해......"


재희는 고개를  차례 털며 힘겹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욕구를 참느라 목소리가 떨리며 얼굴표정 또한 사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일그러져 있었지만.


"흑...! 흐윽...!"
"내가... 무턱대고 범... 처녀를 빼앗은 점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게 없네."

재희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한들 재희의 몸이 제멋대로 반응하여 움직였다고 하더라도 잘못은 오로지 재희에게 가 있었다.

'애써 외면했던 것을 이렇게 알게 되네......'

남자였던 재희가 여자가 되었던 이유는 크게 고민할 거 없이 모종의 실험에 의해서다. 예상을  본다면 비쓰온 게임. 배틀 로얄에 이상적인 강한 신체로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던 도중에 어떠한 문제가 생겨 성별이 전환되었다고 추측하거나 일부러 재희를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을 시켰다고 두 가지의 추측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여자가 되면서 모든 신체 능력이 향상됐기에 이곳에서 살아남을 확률도 높아져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성별이 바뀌었다는 것에 있지가 않았다. 언제 어떻게  수 없는 부작용이라는 존재. 그게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다. 쪽지에는 재희가 유일하게 성공한 실험체라고 했다.


그 말의 의미는 알지도 못하게 행해진 실험에서 성공한 유일한 존재였을 뿐이지 아직 완벽해 보이지만 첫 사례라는 사실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많을 수도 있다는 의미도 있었다.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몸의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도 모자라서 성별을 완벽하게 바꾸는 부작용이나 의도된 결과의 실험이라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어마 무시할 게 분명했다.


재희를 이렇게 만든 자들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을 터, 또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부작용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고, 언젠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불안한 마음을 지우지 못한 재희여서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랬었는데 얼마나 있을지도 모를 수많은 부작용 중 하나가 이렇듯. 한 여자를 만나 그 여자를 범하면서 알게 되니 참으로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성욕만 해결하면 되어 잘 생각해보면 꽤나 간단한 이 부작용이 마지막이기를,  부작용이 하필 재수도 없이 남자의 앞에서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재희는 살며시 눈을 감아 보았다. 눈을 감은 이유는 단순히 재희의 손길을 거부하며 싫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그녀의 몸이 이상하게도 몸이 달아올라 여운이 남아 한껏 상기되어 붉어진 볼과 훌쩍거리는 귀여운 코, 입술 사이로 내뱉는 거친 숨소리가 자꾸만 재희를 흥분시켰기 때문이다.

'진정하자... 다른 생각도 한번 해 보고, 슬픈 생각도 해 보자.'

온몸을 빈틈없이 밧줄이 칭칭 감고 있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재희는 어느 부위라도 움직이지 못하였다. 만약 움직였다가는 애써 진정시킨 성욕이 빠져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맴돌고 있었으니까.

"후우......"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재희의 밑에 깔려서 거친 숨을 가라앉힌 그녀가 평소대로의 숨을 고르게 내쉬고 있었을 때 재희는 잘못해서 그녀를 밟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나며 앞으로 쏠려버린 은색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뒤로 넘겼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녀에겐 잊고 싶은 기억과 지워지질 않을 트라우마를 남겼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인지 재희는 미안한 마음에 두 개의 가방 중에 물  병과 식량 며칠 분을 넣어놓은 가방을 그녀의 바로 옆에다가 내려놓았다.

"이거......"
".....?"
"정말 미안해... 변명은 하지 않을 거야. 내가... 잠시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은 것 같아.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재희의 말에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화는 풀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네게 지금 당장 도움이 될 만한 식량과 물, 그리고 기초 물품들이 들어있던 가방 하나를 두고 갈게."


그녀 입장에선 처녀를 잃고 식량을 얻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는 엄청난 이득이었다. 처녀를 잃고 범해졌다 하더라도. 그녀는 뚱뚱한 남자와 마찬가지로 옷을 제외한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식량과 물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서 이어지는 재희의 말과 행동에 상의가 찢어져 그대로 노출이 된 가슴을 가린 채 상체를 들어 올린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다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저를 데려가 주시면 안 되나요?"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재희는 살짝 이해가 안 되어 표정을 찡그리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내 강제로 처녀를 빼앗아간 악질 재희에게 자신을 데려가 줄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진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법과 질서가 없으면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적고 외모까지 아름답다면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인 무술을 배우지 않는 이상에야 이곳에서 홀로 살아갈  없을 테니까.


그래서 방금까지 뚱뚱한 남자에게조차 범해질 뻔했던 그녀였기 때문에 그 일이 다시  반복되어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얻기 위해 이곳 남자들이 무슨 짓이든 하면서 그렇게 얻게 된 그녀를 인권도 없는 성노예의 취급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 때문에 차라리 그럴 바에는 비록 강제로 범해졌기는 했었어도 미안한 감정을 가지는 동성인 재희에게 의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 판단한  아닐까.


거기에 더해 재희는 사람을 죽이는 데에 머뭇거림이 없는 게 꺼림칙하긴 하지만 이미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에야 어쩔 수 없이 경험하고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녀 자신도 언젠가는 재희처럼 사람을 죽이는 날이 오겠지, 그러나 그게 지금은 아닌지라 여자인 자신을 진심으로 배려해 주고 지켜줄 수 있는 이상적인 기사가 다름 아닌 바로 재희였다.

그녀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자신도 데려가 달라는 말을 했는지, 단순히 그녀가 남자보다는 동성인 여자에게 빌붙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비록 범해지기는 했지만, 남자보다는 동성인 여자인 재희에게 범해지는  더 낫다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진심이야.....?"


재희가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김유한에게서 얻어낸 정보를 그녀에게서도 얻어낼  있으며 원래 남자였던 재희를 의지하는 무척 아름다운 여자가 함께 다녀줄 수 없냐고 부탁을 해오는데. 오히려 거절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재희는 혹시나 다른 생각하는  아니진 의심을 해 보며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본다.


"부, 부탁드려요......"

재희의 눈과 마주친 그녀는 몸을 움찔 떨면서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음... 속셈이 있지는 않아 보이네.'

나중에 재희의 뒤통수를  눈은 아니었다. 단지 왜인지 모르게 부끄러워하는 듯한 반응. 그리고 힐끔 하고 재희의 등에 있는 빵빵한 가방의 존재만으로 반드시 재희를 따라가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게 눈에 담겨 있었다.

이곳에서 가방을 빵빵하게 만들고 돌아다닐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빼앗은 식량들의 존재밖에 없을 테고 자신에게 선뜻 식량과 물을 나누어 주었으니. 그러한 사실을 그녀 또한 알아차렸는지 생각 이상으로 재희가 강하다는 것과 따라다니면 안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얻어갔다.


"마음대로 해."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뒤늦게 떨어진 허락. 그래서인지 그녀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가, 감사해요.....!"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헤실헤실 웃으며 그녀는 재희가 주었던 가방을 등에 걸쳐 멨다. 그러나 재희에게는 가벼웠을 가방이었지만 근력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평범한 그녀에게는 무거웠다. 심지어는  굶주려서 몸에 힘이 별로 없었으니.

".....!"


생각보다 무거운 가방의 무게에 그녀의 몸이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기 시작하자 재희는 잽싸게 달려가 그녀의 허리에 손을 넣어 넘어지지 않게 받쳐 주었다.

"무거우면 내가 들까?"
"아, 아니요...! 제가 들 수 있어요!""그래?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말해."
"네, 네!"

뭐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재희는 그렇게 생각하며 허리에서 손을 빼내었다. 그리곤 자신의 가슴 위로 손을 가져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내뱉었다.


'쯧... 이거 해결이 안 되려나?'


넘어질 뻔했다는 사실과 또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몸에 자신의 손이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 재희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마터면 그대로 입을 맞추며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을 거라는 생각에 앞길이 막막하게만 다가왔다. 이미 따라올 거면 따라오라는 말을 해서 지금 와서야 범하고 싶으니 따라오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재희는 빨리  현상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럼. 일단 갈까?"


끄덕. 끄덕.

재희의 말에 찢어진 가슴  옷가지를 강하게 잡아당기며 그녀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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