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화 〉011 튜토리얼 (11/140)



〈 11화 〉011 튜토리얼

 정신 나간 게임이 진행되는 고립된 섬에서 얼마나 더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게임을 주최하는 관계자라면 알 터이지만 주최 측에 관계자가 아닌 재희에게는 실마리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조금이라도  아껴야만 하는 물을 가지고 옷에 피가 묻었다는 이유만으로 대책 없이 막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쓰더라도 지워지지 않고 번지기만 한다면 더더욱.

그래서 재희의 분노는 가파르게 솟구쳤다. 애초에 이 뚱뚱한 남자는 아주 적은 도움이라도 된 김유한과는 다르게 무언가 들어 있을 거라 생각되는 가방조차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없어 보였다. 아마도 재희와 만나기 전에 이미 빼앗겨 버렸거나 도망치는  방해되어 버렸겠지. 죽어서도 도움이 안 되는데 거기에 더해 피해까지 입히고 가니 재희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 질대로 찌푸려졌다.


한두 방울도 아니고 멀리서 보아도 티가 날 정도로 새하얀 원피스에 어울리지 않는 붉은  무늬를 새겨놓은 탓에 재희의 인생 중, 아버지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고 가족을  몰라라 했을 때와 아버지 덕분에 자신이 아닌 어머니와 여동생이 정신 나간 게임에 참가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와 비슷하게 세 번째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지만, 그 분노는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가, 감사합니다."
"아.....!"


새하얀 피부와 새하얀 원피스에 피가 잔뜩 묻었다는 사실을 멀리 던져둔 채, 재희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뚱뚱한 남자에게 강제로 범해질 뻔했었던 여자... 그것도 재희가 여태까지 본 여자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자의 모습에 몸을 딱딱하게 굳혀 버렸다. 그리고 그녀 또한, 재희의 무척이나 아름다운 외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

서로 아름다운 외모에 정신을  차리고 있어 둘의 사이에서 긴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뭐지...? 대체 뭐지?'

재희는 지금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재희의 의지와 아무런 상관도 없이 약에 중독이라도 된 것마냥 몸이 반응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정신까지 어지러워지는  느꼈다. 원래 뚱뚱한 남자의 피를 뒤집어쓸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서서히 적응을 해나가던 몸이 갑작스럽고 충동적인 욕망이 미칠 듯이 피어오른 이상함 때문에 그런 실수를 해 원피스를 더럽혀 버린 것이다.

"아, 아앗...?! 죄, 죄송해요! 저를 구해주셨는데 실례가 되게 너무 빤히 바라보았죠? 저,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그쪽이 너무 아름다우셔서......"


이 침묵을 먼저 깨트린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초면의 은인을 빤히 바라보며 실례가 되는 짓을 했다는 생각에 수치심과 죄송스러움이 함께 공존했는지 당황한 모습으로 얼굴을 붉히며 다급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참 예쁘네.'

재희는 그녀의 사과에 대답이나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드는 생각이라곤 오직 그녀의 외모가 아름답다는 것뿐. 뭐가 어찌 되었든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 재희의 두 눈에 콩깍지가 쓰인 것인지 허둥지둥 대는 그녀의 모습조차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뚱뚱한 남자에게 범해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탓에 그녀의 상의는 잔뜩 풀어 헤쳐져 있었다.

아직 알아차리지는 못한 것인지. 탐스러운 한쪽 가슴을 그대로 노출하여 손으로 가리지도 않은 채로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란 재희의 가슴 속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얼굴에 가 있던 시선이 이제는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가슴으로 옮겨져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오자 그녀는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여보았더니 그제서야 발견한 자신의 가슴.

"...! 죄, 죄송해요! 보, 보기 흉한 걸 보여 드려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다급히 몸을 웅크림과 동시에 팔로 가슴을 가렸다. 그리고선 찢어진 옷가지를 이용해 어떻게든 제 역할을 하게 만들려고 안달이 나 있었는데 옷은 이미 제 역할을 하지도 못할 정도로 찢어져 있는 상태인지라 손의 도움이 없으면 아까처럼 가슴을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

새로 옷을 구하지 않는다면 게임이 끝나기 직전까지 저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뿐. 그렇기에 우연히 발견한 여자를 죽여 옷을 빼앗거나 불편해도 남자의 옷을 몸에 걸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재희는 자신의 피부와 원피스의 본래 색깔처럼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가며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는 재희의 모습에 그녀는 단단히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야 그럴 것이 눈앞에서 재희가 살인이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한  보았으니까. 만일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면 조금 전 뚱뚱한 남자처럼 못된 짓을 하기 위함임을 알 수가 있겠지만, 눈앞의 사람은 자신과 같은 여자이다.


그래서 동성의 여자인 자신을 굳이 살려둘 생각이 없어 다가오고 있다는 착각을 하며 몸을 부르르 떨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외모에 자신이 있어도 같은 여자에겐 소용이 없을 테니. 하지만 재희는 그녀의 가슴이 절대로 보기 흉한 게 아니었다며, 오히려 아름다웠다며 그녀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뻐...! 예뻐...! 그리고... 먹고 싶어.....!'

입안에 고인 많은 양의 침이 목구멍을 타고 안으로 삼켜 들어갔다. 분명 머리로는 몸이 정말 이상하다고, 마치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아무리 예쁜 여자라고 한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너무나도 큰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몸을 제어를  보려고 해도 제어되지 않는 것이... 그리고 최면이라도 걸린 듯. 재희는 더 이상의 생각이 강제로 중단되었다.

그 대신이라고나 할까. 오로지 눈앞에 있는 그녀의 몸을 마음껏 범하고 싶다는 욕망이 세력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왜 이럴까...? 성욕이 있었어도 이렇듯 충동적인 짓을 벌일 정도로 몸과 마음을 제어하지 못할 재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재희에게서 거리를 조금씩 벌려가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녀의 모습에도 재희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이내 그녀의 바로 앞에까지 도달한 재희의 발걸음이 멈춰 서고 운명을 받아들여 고개를  숙이며 결국 울음을 터뜨린 그녀의 고운 턱을 손으로 잡아 위로 들어 올렸다. 키는 재희가 조금  큰 것인지 그녀의 고개가 살짝 위를 향했다. 절망과 눈물로 어지럽혀져 있는 그녀의 얼굴. 그런 얼굴조차 가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가 있었다.

"끅...! 끄윽.....!"

그녀는 고개가 강제로 들려져 다시 재희의 얼굴을 향해 시선이 옮겨졌지만, 눈에 보이는 여신과도 같은 외모에 순간적으로 몸을 멈칫했다. 그리고 그녀의 턱을 붙잡고 있는 손을 통해 지금 그녀가 공포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수가 있었다. 재희라도 그럴 것이다. 남자였다면 순전히 자신을 범하기 위해 살려두겠지만 동성인 여자라면 남자도 아닌 자신을 굳이 살려줄 필요도 없어서 죽일 가능성이 상당히  테니까.


그래서 그녀는 오히려 뚱뚱한 남자에게 범해져도 살아남을 수만 있었다면 차라리 그게  나았을 거라며 생각하며 두 눈을 찔끔 감았다. 여신과도 같은 외모를 소유하면 뭐하나. 사람을 가볍게 죽인 것도 모자라서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죄책감과 비슷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게 정상인데 눈앞의 여신 같은 여자의 모습에서는 그런 마음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데.

"으읍?!"

그러나 이 말대로 재희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재희는 겁을 먹고 죽음을 받아들여  눈을 감아버린 그녀의 입술에다가 입을 맞출 뿐이었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버린 것인지 분명 예뻤을 그녀의 입술은 색을 잃고 탁한 빛깔을 띠고 있었다.


"후으으응.....!"


전혀 예상치도 못한 입맞춤에 굳게 닫아버린 그녀의  눈이 번쩍 떠졌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지 저항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재희는 더 편하게 그녀의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어 그녀의 혀를 마구 유린하며 동시에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에 손을 가져갔다.

같은 여자인 재희가 입을 맞출 때만 해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그녀는 그제서야 반응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져보는 여자의 부드러운 엉덩이. 그러나 재희는 익숙하면서도 노련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가 부드럽게 주무르기를 반복했다.  때문에 재희의 손이 주는 쾌락에 그녀는 몸을 미약하게 떨며 신음성을 내뱉었다.

"하아...! 하아.....!"
"......"

서로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녀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내려 보고 있는 재희에게 시선을 가져갔다. 재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속으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품으며 당황하기만 할 뿐이었다.


'내, 내가  그런 짓을  거지?'

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재희인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잠시 이성을 잃은 것처럼 그녀의 몸을 조금이나마 탐했다는 사실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어쩔  없는 자연스러운 욕구. 예를 들자면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당연하게도 졸음이 밀려들어 잠에 빠지는 그런 형상과도 비슷한 느낌처럼 재희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엉덩이에 손을 가져다 댄 것이다.

"그, 그그...! 그쪽 취향이신 가요?"


심각하게 말을 더듬으며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져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원래 남자였던 터라 아직까진 남자보단 여자 쪽이 취향이긴 하지만 그녀로선 재희는 흔히 볼  없는 동성애자로밖에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원래 남자였는데 눈을 뜨고 보니 여자가 되어 있었다 라는 말을 믿어달라고 하면 그녀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할까.


"도, 도와주신  가, 감사합니다. 하, 하지만 저는 그런 취향이 아닌지라... 그...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그녀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였다.  이상 더 말하기가 너무나도 부끄러웠던 것인지 얼굴의 색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붉어졌으며, 이번에는 공포가 아니라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으니까. 누군가가 그랬다. 예쁜 여자라면 무슨 모습을 보여도 예쁘지 않을 수가 없다고.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재희는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어왔다.

"꺄아악?!"

여전히 몸의 상태는 이상함에 극에 달해 있었고, 어찌어찌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재희었지만 그녀의 유혹적인 모습에 재희의 이성이 다시 한번 날아가 버리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재희의 가냘픈 다리 하나가 그녀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 그녀의 중심을 잃게 했다. 그러면서 몸이 기울어져 넘어지기 시작하는 그녀의 허리와 머리를 받쳐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혔다.


"뭐, 뭐 하시는 건가요?"

다시금 오돌오돌 떨리는 입으로 그녀가 물어오자. 그 물음에 재희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강간......"
"네...? 가, 강간이요?"
"어. 맞아. 강간."
"그, 그게 대체 무슨 말인... 읍!"

재희는 이미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러면  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지 몸과 마음은 이미 그녀를 마구 범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무지 제어가  된다. 도무지 생각대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재희가 다시 입맞춤해대며 그녀의 티셔츠의 안으로 손을 넣어 브래지어를 위로 치우고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으며 반대편 손은 그녀의 바지 안을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후으으응.....!"


당연하게도 그녀는 저항하려는 뜻에서 자신의 몸을 만지기 시작하는 재희의 팔에 손을 가져갔지만 알 수 없는 흥분과 쾌감에 패배해 쳐내지는 못하고 고작 붙잡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방해를 받지 않고 수월하게 재희의 손은 발기해 있는 그녀의 유두를 꼬집었고, 음부로 향한 손은 그녀의 속옷을 옆으로 젖히고 보지의 균열을 손가락으로 한 차례 훑었다.


"후아앙...! 이, 이거 이상해엣! 어, 억지로 당하고 있는 건데...! 같은 여자한테 당하고 있는 건데. 내 몸이 너무 이상해...! 하으응.....!"


그녀 또한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느꼈다. 재희가 말한 것처럼 강간일 뿐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몸을 더듬는 손에 저항하기를 거부했고, 그와 동시에 저항할 힘도 서서히 빠져나가 오직 재희가 주는 쾌감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재희의 입이 그녀의 유두를 입에 넣어 이로 살짝 깨물어 버리자 이걸 고통이라 해야 할지. 쾌감이라고 해야 할지 알지 못하겠는 감각이 한꺼번에 밀려와 그녀의 등이 활자로 휘어졌다.

"하아악...! 제, 제발. 그만해 주세요! 하응! 제 몸이 이상하단 말이에요!"

그만해 달라는 말과는 달리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가져간 재희의 머리를 무척이나 소중하게 살며시 끌어안았다.

"힉?! 거, 거긴! 잠시만요..! 아, 안 돼요!"
귀여운 신음성을 내뱉고 있는 그녀, 재희는 더 욕심을 부려 음부의 겉을 훑고 있던 손가락을 조금씩 그녀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경악하며 소리치는 그녀. 하지만 이미 재희의 손가락은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고 깊숙하게 들어가 버렸다.

"하아아앙!"
".....?"
"흐윽...! 흑.....!"
"이건.....?"


 벽을 타고 안으로 깊숙이 파고든 손가락에서부터 무언가 이상한 감각이 펼쳐졌다. 마치 뚫기 쉬운 벽을 허물어버린 듯한 그런 느낌. 재희는 인상을 찌푸리며 서럽게 울기 시작한 그녀의 질 안에서 손가락을 빼내어 눈길을 가져갔다.


"피.....?"

손가락에 묻어 있던 것은 다름 아닌 피였다. 새빨간 피... 그래서 재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외모는 전혀 어려 보이지 않은 성인 여성으로밖에 보이지 않은 성숙함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외모에도 아름다움이 있었으니 도무지 남자와의 관계를 맺지 않아 처녀를 지키고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너... 처녀였어.....?"
"시,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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