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007 튜토리얼 (7/140)



〈 7화 〉007 튜토리얼

윤재희... 김유한이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감정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에 의해 들어버린 경외심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름다움에 홀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처럼 광신도가 된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이것마저도 아니라면 그저 평범한 사랑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희한한 것이었다.


김유한이 이곳에 오기 전. 도박장에서 외모에 자신이 있는 여자들과 어울린 적이 많았으며, 빚을 지며 돈을 계속 꼴 다가  좋게  번 대박이 터지는 순간 예쁘다고 소문난 연예인 콘서트의 맨 앞 좌석을 무리해서 사거나 여 BJ들과 식사를   하려고 돈을 마구 써댔었다. 그렇게 만난 여자들은 유명한 만큼 아름다웠지만 이렇듯. 윤재희보다는 아니라 장담할  있었다.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오로지 외모뿐만이 아니라 개성 넘치는 성격과 몸매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불호가 갈리니 어떤 여자가 더 예쁘고 못생겼다며 확정지어 따질 수가 없는 노릇이었는데. 그러나 김유한은 오늘... 그것도 이 자리에서  치의 고민도 없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라고 확정지어 말해 보려고 한다.


그 여자는 과연 누구일까. 유명 연예인? 유명 BJ? 둘  아니었다. 외모에 어느 정도 자신만 있다고 해도 유명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또 돈을 위해서 인터넷이나 방송에 진출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여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한 여자는 정신이 나가도 제대로 나간 비쓰온 게임이라는 곳에 아버지라는 사람 때문에 억울하게 참가하게 되어버린 그녀.

어찌나 불쌍한지. 얼마나 걱정이 되는지, 김유한.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평범한 외모를 지닌 여자라도 이곳이면 끔찍한 지옥이 될 게 분명한데 윤재희처럼 아름다운 여자라면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의 외모를 본 남자들은 어차피 법과 질서가 없는 이곳에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얻기 위해서 난리가   안 봐도 눈에 훤했다.

그야 그럴 것이 염색이 아니라 자연 은발로 보이는 은색의 긴 머리카락을 허리 부근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머리카락 색과 같은 특이한 적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녀의 모습은 남자인 김유한의 심장을 쉴 새 없이 강타하고 있었다. 또한, 그녀의 피부는 어떻게 저리도 새하얀지 손으로 살짝 툭툭 건드리면 곧바로 눈에 띌 정도로 살갗이 붉게 물들어 오를 것처럼 연약해 보였다.


거기에 더해 대다수 남자가 좋아하고 여자라면 질투할 수밖에 없게만 보이는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섹시한 몸매는 딱 달라붙는 원피스가 아니라도 존재감을 마구 표출하고 있었다. 몸매는 물론이고 개성이 넘치는 머리카락과 눈의 색. 그중에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건 다름 아닌 그녀의 얼굴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본다면 여태까지 보아왔던 예쁜 여자들이 평범해지고, 원래 못생겼던 사람은 더더욱 못생겨 보이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낳는 윤재희의 얼굴은 마치 여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왔다. 그래서 김유한이 재희를 처음 본 순간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멍하니 그녀의 얼굴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례되는 짓을 해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성격이나 좋아하는 것도 모자라서 서로의 마음이 맞는 지도, 취향이 맞았는지도 모르는데 김유한은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긴  보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과 단둘이 있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완전히 재희에게 사로잡힌 김유한... 그런 그가 사랑하는 그녀가 지금 위험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김유한 자신이 그녀의 말과 천사 같은 아름다운 미소에 홀라당 넘어가 버리지만 않았어도, 자신이 꼴사납게 발의 중심을 잃고 넘어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멍청했던 과거의 자신을 수도 없이 원망하고 저주했다. 그리고... 남자인 김유한도 이렇게 무서워서 미칠 노릇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연약한 여자인 재희가 멀쩡할 거라 믿으며 어서 도망치라는 말에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재희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당연히 그 대상은 나약한 자신이며, 재희를 이미 자신의 것처럼 말하는 눈앞의 남자였다.

"으아아악!"


동물 사회에서나 인간 사회에서는 약한 존재를 지키는 건 당연하게 생각이 된다. 아무리 여자들이 개소리를 지껄인다고 할지라도 위급 상황이 발생할 시에 남자들은 전에 있던 악감정을 지우고 우선 도와주듯이. 김유한은 남자인 자신이 겁에 질려있는 재희를 위해 무슨 수를 써야만 했다. 겉은 몰라도 속은 아직 앳된 연약한 재희를 위해서.


그 때문에 김유한은 도망가고 싶은 마음으로 굴뚝 같았지만, 부들부들 떨려오는 두 다리로 서서 자신에게. 아니, 정확하게는 재희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향해 칼을 마구 휘둘렀다. 김유한이 봐도 너무나 어색하고 대책 없는 손놀림이었다. 손에 들린 칼이 부엌에서 쓸만한 짧은 칼이라 남자에게 닿으려면 팔을 길게 내밀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아는 남자는 그걸 노려 김유한의 팔이 완전히 뻗어졌을 때, 오금을 내리쳐 팔을 꺾어 칼날이 남자가 아닌 김유한을 향하게 되었다. 그렇게 칼날이 김유한을 향하고, 남자는 씩 웃으며 칼이 떨어지지 않도록 김유한의 손을  붙잡고 앞으로 밀어 넣었다. 자신이 든 칼은 도리어 남자가 아닌, 김유한 자신의 옷과 피부를 뚫고  안으로 들어오면서 비명을 내지른다.

"끄윽...! 끄아아악......!“

빚을 갚지 못해, 빚을 어서 갚으라는 의미로 빚쟁이들에게 사정없이 짓밟혔을 때와는 다른 커다란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하자 곧장 비명밖에 내지를 수가 없었다. 남자는 비명을 내지를 시간조차 줄 여유가 없는지 배에 깊게 박힌 칼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김유한의 몸을 발로 차 버리자 처량하게 바닥을 뒹굴었다.

"아으.....!"

아프다.
너무나도 아팠다.
집단 구타를 당했을 때도 이런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던 김유한은 그때와 비교하기도 창피할 정도로 아픔이 밀려오자 눈가에 눈물을 머금으며 본능적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에게서 한심하게 바닥을 기며 거리를 벌렸다.

"쯧... 병신이."

남자는 그런 김유한의 모습에 혀를 차면서 고개를 돌렸다.


'아, 안 돼.....!'

고개가 돌아간 쪽은.


'안 돼...! 안 돼...!‘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해 바닥에 주저앉아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 재희가 있는 곳이었다.

"안 돼에에엣!"

여태까지 살면서 김유한이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는 대상이 있기는 한 것일까. 어렸을 적의 기억까지도 모두 뒤져 보아도 김유한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재희만은 반드시 지키기 위해 고통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재희를 향해 발걸음이 옮겨지려던 남자의 발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어, 어딜 가...! 절대 못 가.....!"
"......"

발목이 붙잡히며 걸음을 멈춘 남자는 김유한을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김유한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공포와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이런 짓을 하기를 고민한 자신에게 분노하며 어찌나 강하게 이를 악물었는지 피가 입에서 나와 입술과 턱을 타고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그러면서 하는 생각. 지금이라도 재희가 제발 도망가기를 간절히 빌었다.

"호오...? 이 새끼. 사회에 있을  칼침을 맞아 봤나 봐? 그렇지 않으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건데. 아니. 아니야. 그게 아니라 그냥 어지간히 반해버린 걸까?"


그렇다. 김유한은 이곳에 오기 전에 칼을 맞은 적이 없지만, 재희에게 제대로 푹 빠져버린 덕에 쓸데없는 무모한 짓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이대로만 가면 자신이 죽는 게 분명하게 되면서도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그런다고 달라지는  없어.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서는 더더욱 약육강식인 곳이거든?"


슬프게도 재희는 아까와 다르지 않은 곳에서 두 다리를 지면에 붙이고 있었다. 겁을 먹어도 단단히 먹었는지 움직일 기색이 전혀 없었다. 김유한도 이렇게나 무서운데 외모도 외모인지라 주위에서 받들어줘서 편하게 자랐을 것만 같은 재희가 사람을 태연하게 죽이는 살인마를 눈앞에 두었으니 당연했을 반응이기도 했다.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시, 싫어.....!"
"귀찮게 하지 말고 이거 놔. 나도 즐겨봐야 하는데 피를 묻힌 상태에서 하는 기하학적인 취미는 없거든? 나는 보기보다 깨끗한 사람이라서 말이지. 그러니까 마지막 경고니까 이거 놔."
"닥쳐...! 절대로 못 가! 갈 거면 날 죽이고 가란 말이야!"
"하아... 짜증나게 진짜."

김유한의 역할이 단순히 시간을 끄는 용도였을 뿐인데 대체 왜 남자가 김유한을 편하게 죽이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을 들어보면 김유한의 앞에서 재희를 강간하려는 생각 때문인  같은데 왜 그런 귀찮은 짓을 직접 사서 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자 또한 마찬가지로 어차피 얻지도 못할 여자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려는 호구 놈이 이해가 되지 않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하... 시발... 널 죽이지 않는 이유가 이렇게 날 계속 방해하라는 뜻인 줄 아냐?"
"아아아악!"


남자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김유한의 팔을 짓밟았다.


"그냥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바로 앞에서 무기력하게 강간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인데 왜 자꾸 귀찮게 굴어? 그냥 혼자 튀면 되잖아? 어?!
""아악! 끄아아악!"

뒤꿈치로 짓밟으며 비틀기까지 하자 그제야 김유한의 손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끄윽...! 쓰, 쓰레기가.....!"
"하하핫! 맞아. 나 쓰레기야. 나도 인정하는 쓰레기.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  재밌기도 한데 그것보다도 더 남의 여자를 바로 앞에서 강간하면서 반응을 살피는 걸 더더욱 좋아하는 쓰레기거든?"
"미친 놈......!"
"맞다니까?  미친놈이고 쓰레기야. 그러니까  봐도. 보니까 너도 여기서 만난 것 같은데 그러면 맨 살갗은 본 적이 없겠지? 너도 보고 싶을 거 아니야?"
"......"
"뭐, 남자가 거기서 거기지. 너나 나나. 마찬가지라고."


순간 김유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재희의 속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저 커다란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재희의 신음소리를 마음껏 즐기고 싶었건만. 그래도 자신 외의 남자가 재희의 신음소리를 끌어내는 것만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같은 새끼가 무슨 짓을 해도 몸을 내줄 리는 없을 것 같거든? 아무리 네가 잘났다고 해도 더 능력 좋은 남자에게 가서 앙앙 되지 왜 굳이 너랑 하겠냐? 그러니까 내가 보여줄게. 저년의 속살을. 큭큭!"

저 말도 맞았다. 빚만 졌지. 외모도 안 좋은 김유한이 어찌 재희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될 수가 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김유한은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강간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악질은 아니었다. 자신도 저 남자와 마찬가지로 쓰레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인 선에서 쓰레기가 되고 싶었다.

"도망쳐요. 재희 씨!"


힘차게 내뱉은 김유한의 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소리를  보았다. 그리고선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없던 힘을 모조리 쥐어짜며 땅에 손을 짚고 일어서려고 했다.

"윽.....!"

발로 차인 베에 고통이 밀려왔다.
짓밟힌 팔에 고통이 밀려왔다.
칼에 깊숙이 찔려버린 어깨에 도무지 말로 표현 못  고통이 끊임없이 김유한을 자극하자 고통스러운 신음성과 함께 다시 엎어졌다.


"아, 안 돼.....!"

그래서 지금 할  있는 것이라곤 고작 남자가 재희에게 다가가지 말라는 말을 내뱉는 것뿐. 점점 멀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인생을 그따위로 살아왔음에도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자를 지킬  없는 자신의 나약함에.


"우와...! 가까이서 보니까  대박인뎨?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강제로 안아봤던 여자들이나 연예인들과는 비교도  되겠는데? 그나저나 이거 머리카락이나 붉은 눈 색은 진짜야? 렌즈나 염색은 하지 않았고?"


남자는 원래 자신의 것처럼 재희의 머리카락을  움큼 집어 들고 만지다가 이내 코를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이곳에 와서 씻지도 못했을 텐데도 좋은 향기가 나네."


지이익.

그렇게 말하며 손을 놀고 있는 손을 아래로 떨어뜨려 바지의 지퍼를 열며 바지를 내린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속옷, 그 속옷까지도 내려버리자 흉측하게 발기해 있는 자지가 밖으로 빠져나와 재희가 입고 있는 원피스를 툭툭 건드렸다.


"네 예쁜 얼굴과 몸에 상처를 입히기 싫은 내 마음은 알겠지? 너도 맞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지금 내가 상냥하게 말할 때. 직접 빨아."


다치기 싫으면 얌전히 자신의 자지를 정성스럽게 빨라는 그 말.

"재, 재희 씨.....!"

김유한은 그 말이 오늘 처음 만난 재희에게 향해지는 말이지만. 김유한과는 고작 한 시간이 될 법한 아주 작은 시간 동안 통성명을 하고 함께 있었던 것뿐이지만 왠지 모르게 김유한 자신이 형용할  없는 커다란 분노가 전신을 감싸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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