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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는 조용히 살고 싶다 (35)화 (35/67)
  • 35화.

    임시 센터 입구로 터벅터벅 걸어가던 의재가 제 주머니에 손을 푹 꽂았다.

    ‘이거 뭔데.’

    의재는 손에 잡힌 딱딱한 무언가를 꺼내어 확인했다. 그리고 온화한 부처님과 다시 아이 컨택을 한 그는 자신이 이걸 왜 글러브박스가 아니라 주머니에 쑤셔 넣은 건지 잠시 기억을 돌이켰다. 작게 한숨을 쉰 의재가 부채를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입구에 다다르자 컨테이너 앞에 서 있던 직원이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각성자 등록하려고요.”

    “여기서 번호표 뽑고 잠시만 대기해주세요.”

    놀랍게도 사람이 없다는 말은 밍기적의 말은 진실이었는지, 임시 센터에는 의재와 소속 공무원들뿐이었다.

    의재는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벽에 달린 디지털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 2분. 검사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빠르게 움직이면 저녁 장사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해장국집까지는 어련히 데려다주겠지…. 눈을 감고 잠시 기다리자 의재의 번호가 불렸다.

    “93번이요.”

    의재는 창구로 걸어가 번호표를 내밀었다. 직원이 번호표를 플라스틱 바구니에 넣고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죠?”

    “각성자 등록하러 왔어요.”

    “각성 축하드립니다. 각성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11년 됐다. 하지만 의재는 솔직하게 말했다간 잡혀갈 것이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3일 됐습니다.”

    “주민등록증 주시고 핸드폰 번호 불러주세요.”

    의재는 신분증을 내밀며 핸드폰 번호를 불렀다. 직원이 번호를 입력하자 옆의 프린터에서 서류 몇 장이 출력되었다. 본인 확인을 마친 직원이 서류와 주민등록증을 건네며 사무적으로 안내했다.

    “여기 형광펜으로 표시한 부분만 채워주시면 되는데요. 성함, 주민등록번호, 핸드폰 번호, 주소 적으시고요. 스킬명, 설명 적는 칸은 본인 시스템 정보 불러내셔서 확인하신 다음에 작성해주세요. 모든 스킬을 적을 필요는 없지만, 능력 측정 시 보여줄 스킬 하나는 제대로 적어주셔야 해요.”

    “네.”

    “저쪽에 볼펜 있습니다. 다 작성하시고 나서 저한테 다시 주세요.”

    잠시 창구에서 일어나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의재는 볼펜을 쥔 채 고심했다. 주소는 해장국집을 적으면 될 거고… 개인정보도 어렵지 않게 적을 수 있었다. 각성자들의 인적 사항을 철저히 관리하는 건 J가 활동했을 시기엔 전혀 없었던 일이었으니 이편은 오히려 쉬웠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는 한동안 일부러 확인하지 않은 정보창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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