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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는 조용히 살고 싶다 (31)화 (31/67)
  • 31화.

    사영이 의재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맞닿은 상처가 불로 지지는 듯 욱신거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통증이다.

    붉은 피와 검은 피가 섞이며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서로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황금빛 덩굴이 피어났다. 무언가가 찌릿하며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것은 손바닥을, 손목을, 팔을 타고 기어올라 심장 부근에 자리 잡았다.

    동시에 뜨거운 덩어리가 명치께에서 치밀어 올랐다. 의재는 입술을 콱 깨물며 신음했다. 자꾸만 울컥이는 게 참기 힘들 것 같았다.

    “…윽.”

    “참아요.”

    [특성 바실리스크의 독(S+)이 활성화됩니다.]

    ‘잠깐.’

    갑작스럽게 뜬 시스템창을 보고 의재는 눈을 크게 떴다.

    서해 균열에서 바실리스크를 잡고 얻은 해독 특성이었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발동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약한 독에는 절대 반응하지 않는 기이한 특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지금?

    당혹스러움을 이기지 못한 의재가 쿨럭, 기침하자 새빨간 피가 터져 나왔다. 비린 피 맛 사이에 희미한 단맛이 돌았다.

    ‘아, 이 개새끼가.’

    “…씨X, 형. 왜 이래.”

    네가 왜 욕을 해, 욕은 내가 해야지. 의재는 잇새로 피를 토해내며 아득해지는 의식을 잡으려 애썼다. 조금씩 흔들리는 시야 사이로 굳어버린 이사영이 보였다.

    “형?”

    ‘사람 몸에 독을 처넣고 지랄이야.’

    “형, 빨리 입 벌려요.”

    ‘내가 분명 건들면 죽여버린다고 했….’

    “빨리!”

    초조하게 중얼거린 사영이 장갑 낀 손의 엄지를 의재의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의재는 본능적으로 사영의 엄지를 깨물었다. 마음 같아선 이빨로 손가락을 쑹덩 잘라 버리고 싶었다. 머릿속이 너무 뜨거웠다.

    의재는 핏발 선 눈으로 시야를 가득 채운 새하얀 창을 노려보았다.

    ‘S+급 특성이 왜 이렇게 느려. 뒤질래?’

    [특성 바실리스크의 독(S+)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해독 중입니다.]

    [특성 바실리스크의 독(S+)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해독 중입니다.]

    [특성 바실리스크의 독(S+)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해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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