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는 조용히 살고 싶다 (28)화 (28/67)

28화.

‘재활용품 분리 배출, 이것만 기억하세요!’

휘이잉. 청테이프로 붙여둔 색바랜 코팅지가 찬 바람에 덜렁덜렁 흔들렸다. 도롱이 벌레처럼 두툼한 형체가 골목에 쪼그려 앉은 채 부산히 움직였다.

두툼한 패딩, 두꺼비 앞치마, 고무장갑, 트레이닝복 바지에 삼선 슬리퍼까지. 의재는 겨울철 집 앞 마실 룩을 입고 평화롭게 분리수거 중이었다. 페트병 라벨을 떼어내던 의제가 푸념처럼 중얼거렸다.

“무슨 쓰레기가 버려도 버려도 이렇게 많아….”

라벨은 한꺼번에 모아 비닐로 내다 버리고, 페트병은 자근자근 밟아 공기를 빼낸 뒤, 이번에는 소주병이 든 마대를 들었다.

펑!

그 순간,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어 홱 고개를 치켜든 차의재는 낯익은 흰색 창과 마주했다.

[축하합니다, J!]

[당신은 ‘지역: 대한민국’의 새로운 1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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