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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는 조용히 살고 싶다 (18)화 (18/67)
  • 18화.

    그러나 마석은 팔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쉽게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마석 거래는 주로 헌터 마켓에서 이뤄지는데, 헌터 마켓은 기본적으로 헌터 등록증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했고 일반인은 입장조차 할 수 없었다. 인터넷 헌터 커뮤니티에서도 알음알음 거래가 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이 역시 등록증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였다.

    ‘일반인은 접근조차 불가능하다니.’

    얼굴에 철판 깔고서 해장국 가게 단골들에게 팔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어딘가에서 무조건 말이 샐 게 뻔했다. 그리고 다들 물어보겠지.

    ‘아니, 헌터도 아니면서 이런 마석을 대체 어디서 구하신 거예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순도 높은 마석을 가지고 있으면 솔직히 자기 같아도 물어볼 것 같았다. 이렇게나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니. 정말이지 일반인의 삶은 너무도 고달팠다.

    ‘그냥 어떤 단골이 살림살이에 보태라고 줬다 그럴까.’

    의재는 자문자답하듯 고개를 내저었다. 해장국집 단골들은 이젠 단순 손님이라기보단 커뮤니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옷깃만 스쳤던 사람이 있다고 해도 두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데, 서로의 뒤를 싹싹 캐다 보면 한낱 알바생에게 이런 걸 준 사람이 없다는 것쯤은 금방 밝혀질 것이었다.

    결국 일반인 차의재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지역 중고 거래 앱, ‘토마토 마켓.’

    균열의 날 이전부터 서비스해오던 토마토 마켓은, 균열의 날 이후 세상이 망해갈 때 생존자들이 정보를 공유해 구조를 기다리며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옆집 얼굴도 모르고 살던 사람들은 토마토 마켓으로 이웃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버텼더랬다.

    ‘생존자 구출할 때 꽤 도움이 됐었지….’

    토마토 마켓에 마석을 올리면 팔릴까? 일단 밑져야 본전이었다. 의재는 당장 토마토 마켓 앱을 깔고 로그인을 시도했다. 그러나 기존에 사용하던 계정은 휴면 계정이 되어 삭제당한 것 같았다. 8년이나 지났으니 당연하긴 했다. 그는 새로 가입하기 버튼을 눌렀다.

    [닉네임을 설정해주세요.]

    뭐로 짓지? 마늘, 해장국, 선지, 뼈다귀 등등을 입력해봤으나 전부 누군가가 사용하는 닉네임이라는 문구만 떴다. ‘해장국1234’마저 반려당하자 조금 짜증이 난 의재는 냅다 아무 알파벳이나 입력했다.

    [EZ]

    [토마토 마켓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Z 님! GPS를 켜고 지역을 등록하세요!]

    좋았어. 기어코 가입을 성공한 의재가 로그인을 마치고 앱 이곳저곳을 눌러보았다.

    앱을 살펴보니 다행히 헌터 카테고리가 신설되어 있었다! 물론 주 거래 물품은 헌터 공무원 시험 기출 문제집, 유명 헌터들의 굿즈 등의 것들이라 의재의 목적과는 살짝 달라 보이기는 했지만.

    ‘한 팔천만 원에 올리면 팔리려나?’

    몇천만 원짜리 거래가 손쉽게 성사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올려보고 안 팔리면 그때 단골에게 팔면 되겠지, 뭐. 최대한 원하는 가격으로 맞춰줄테니 비밀로 해달라고 싹싹 빌면 입 다물어줄 의리 정도는 있지 않겠어?

    의재는 초록색 테이블에 경건하게 신문지를 깔고,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박편이 잘 보이도록 각도를 조정해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찰칵.

    찰칵.

    그리고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은 후 베스트 샷을 선별해 토마토 마켓에 글을 작성했다.

    제목: 마석 팝니다


    작성자: EZ


    가격: 80,000,000원

    불순물 없이 순도 높은 마석입니다.

    네고 가능하니 채팅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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