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204)화 (204/246)

201화

24. 뜻밖의 상황

하지만 세 번째 발견까진 요행이었는지 네 번째 군집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1분 1초가 급한데 이러다 정말 부화라도 하게 된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터였다. 혹여 놓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 화면을 크게 키워 살펴봤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다른 군집이 발견되지 않았다.

“형, 초조해하지 말아요. 네 번째 군집이 발견될지는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요. 세 번째 발견 군집 규모가 제법 되었던지라 없을 확률이 더 높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현재 블랙 옥토퍼스는 알을 낳고 기력이 없어 잠시 쉬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로 태어나는 옥토퍼스는 다를 터였다. 빠르게 성체로 자란다니 결코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걱정해주는 건 좋았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곤 김세현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좋은 쪽으로 말해 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긴장 좀 풀린 거 같아요.”

“…….”

“같이 찾아봐 주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고요.”

내가 놓치는 게 있다면 그가 짚어 줄 거란 믿음이 있어서일까, 함께 영상을 보고 있단 사실이 얼마나 든든한지 몰랐다. 이미 김세현이 몇 차례 중요한 걸 발견했던 전적도 있었고 말이다.

뭔가 반응이 돌아옴직도 한데, 김세현은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덩달아 등을 쓸어내리는 손까지 멈춘 것을 인지한 나는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아니, 보려고 고개를 틀던 중이었다.

콰앙!

- 윽!

- 이게 무슨 소리죠?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네트워크 너머에서 들려온 커다란 소리에 놀라 절로 사무실 곳곳을 둘러보는데, 나만큼이나 놀란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금 어디서 난 소립니까?

- 이쪽은 아닙니다! 네트워크 너머에서 들려왔어요!

- 이쪽도 아닙니다!

서로 상황을 확인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금 모니터로 시선을 준 나는 화면 한쪽에 띄워 두었던 몇몇 CCTV 창 중 하나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아차렸다.

“현재 블랙 옥토퍼스가 있는 곳의 땅이 푹 파였습니다!

소식을 전달하던 와중 카메라 화면이 꺼졌다. 나는 곧바로 그 사실도 전했다.

“옥토퍼스를 찍던 카메라가 꺼졌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 CCTV들이 작동을 멈추고 있습니다!”

- 활동 시작하려는 건가?

- 알이 부화하는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서강민 씨, 알 상황은 어때!

- 현재 제거하고 있습니다. 부화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고요!

- 되도록 빨리 제거하도록 해!

상황이 급변했다는 걸 인지한 팀원들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가득 배어 있다. 나 역시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 나도 방금 막 정리 끝났으니 옥토퍼스 쪽으로 이동하지! 연 주무관, 지금 협회 헌터들이 오기까지 몇 분 남았지?

“이제 곧 도착합니다!”

- 하여간 굼뜨지! 예상 시간이 지난 지 몇 분이야!

팀장이 이렇게 흥분하는 것도 당연했다. 사이트에 뜬 예상 도착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들은 현장에 당도하지 않았으니까.

- 사이트 이용은 하고 있어도 사용하는 이들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참으세요!

- 오면 생색부터 한번 내시죠, 팀장님! 그쪽만 생색낼 줄 아는 건 아니죠!

- 하, 내가 진짜 김 주무관이랑 박 주무관 때문에 참는다!

평소 나누던 농담 같은 말을 주고받음에도 쉬이 웃음이 나질 않는다. 이보다 긴장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온몸에 힘이 들어간 채 작동 중인 카메라로 현장을 살피던 나는 다른 화면을 보려고 띄워 둔 화면을 끄던 순간 지나치던 화면에서 무언갈 발견했다. 방금 끈 화면을 다시 띄우는데 김세현이 화면 한쪽을 가리켰다.

“나도 이거 보자고 하려고 했어요.”

그가 가리킨 곳은 나도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이었다. 김세현까지 지적한 곳을 뚫어져라 보던 나는 한 번 더 이상한 장면이 포착되자 곧바로 상황을 팀원들에게 알렸다.

“팀장님, 블랙 옥토퍼스가 있는 방향 쪽 CCTV 중 하나에 이상한 게 잡혔습니다. 현재 옥토퍼스가 활동을 개시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 뭐?

- 던전 생성되고 바로 산란하고, 휴식기 가진 놈이 벌써 회복했다고?

-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거 아닙니까?

-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 거기! 대피소로 들어가지 않고 뭐 하십니까! 바깥 상황이 위험하니 어서 들어가세요!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한 주무관의 목소리가 멀어지더니 누군가에게 황급히 소리쳤다. 내용을 들어보니 아직 대피소에 들어가지 않은 시민이 있는 듯했다. 시민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계속해서 화면을 지켜보던 나는 건물과 건물 사이로 보이던 블랙 옥토퍼스로 추정되는 것이 갑자기 위로 올라가는 걸 발견했다. 더 자세히 보려고 화면을 키우는데 돌연 화면이 시커멓게 변했다.

“아….”

설마 던전의 여파가 여기까지 닿은 걸까. 작게 한숨을 뱉는데, 김세현이 말했다.

“형, 빨리 방금 꺼진 카메라 쪽 확인해 봐요.”

갑자기 확인하라는 건 뭔가 발견했단 의미였다. 나는 재빨리 꺼진 카메라 쪽을 비추는 CCTV를 찾아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 카메라를 뒤덮은 검은 무언가가 꿈틀대는 걸 발견했다.

저게, 뭐지?

거리가 있기에 작아 보였지만 가까이서 본다면 크기가 상당할 듯했다. 검은 형체들이 이리저리 다니는 걸 응시하던 중 등을 토닥이는 손을 느낌과 동시에 말이 튀어나왔다.

“방금까지 보던 CCTV가 꺼져 확인해 보니 이상한 생명체들이 건물 옥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움직임이 기이한 것이 아무래도 발견하지 못한 옥토퍼스의 알이 부화한 게 아닐까 합니다. 위치 바로 전송하겠습니다!”

- 헉!

그때였다. 갑자기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가 들려온 것은.

- 무슨 일 있으십니까?

- 빌어먹을! 한 주무관, 현재 위치 어디야? 블랙 옥토퍼스 근방 대피소로 갔었나?

갑자기 팀장이 한 주무관을 찾는다. 순간 등골을 스쳐 지나간 불안에 긴장하며 두 사람의 대화에 귀 기울였다.

- 예. 가장 가까운 대피소에 있습니다만.

- 밖에 나와 있는 사람 있으면 바로 대피소 안으로 피하라고 전해! 너도 들어가 있고! 한 주무관뿐만이 아니라 다들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서 대기하도록! 상황이 좋지 않아!

어떤 상황이기에 이런 반응일까.

평소완 달리 몹시 빠른 속도로 지시를 내린 팀장이다. 네트워크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며 상황을 파악하려던 나는 이어진 다음 말에 경악했다.

- 블랙 옥토퍼스 성체가 알 무더기를 품고 있었어!

“네?”

알을 품고 있었다고?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황하는데, 이어진 말은 더더욱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 보아하니 이곳에 가장 많은 알을 산란한 듯해! 지금 순차적으로 부화하고 있는데, 어미가 지키고 있어서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 연 주무관, 바로 협회로 연락해서 블랙 옥토퍼스 성체의 위치 알려!

“알겠습니다!”

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협회로 옥토퍼스 위치를 전송하자 무척 빠른 속도로 협회 헌터들에게 위치를 전달했단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그 사실을 모두에게 알렸다.

-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부화 전에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박 주무관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하는 바였다. 적어도 예상 시간에 도착했다면 지금보단 상황이 좋았을 테니까.

- 대피소에 있는 분들은 얼른 대피소 안으로 사람들 이동시키세요! 거리가 멀다 해서 마음 놓지 마시고요! 옥토퍼스의 이동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 알겠습니다!

한 주무관의 말을 들은 새 팀원들의 목소리에 더더욱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간 던전이 생성될 때마다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해지는 일이 잦았지만 오늘은 더더욱 그러했다. 바지에 손바닥을 닦아 내며 옥상 위의 새끼 블랙 옥토퍼스로 추정되는 것들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체크하던 나는 현장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팀장님, 잠시 뒤 협회 헌터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 좋아!

내 말을 들은 팀장이 크게 답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묵직한 타격음이 아무래도 블랙 옥토퍼스와 전투를 시작한 듯했다. 네트워크로 전달되는 격투 소리와 함께 소름이 끼치는 몬스터의 소리를 듣는데, 당황한 서강민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 젠장, 이쪽도 부화를 시작했습니다! 증원이 필요합니다!

- 이쪽에 도착하면 바로 사람 보낼 테니까 최대한 제거하고 있어 봐!

“…….”

여태 조용하던 서강민 쪽에도 문제가 생긴 듯했다. 이전 알 군집을 처리했던 서강민의 속도를 보건대 아무래도 지원 요청이 필요할 만큼 건물 사이의 공간에 알이 가득 차 있던 게 틀림없었다.

서강민이 열심히 제거한 상황이긴 했으나 마지막으로 보았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쉬이 마음을 놓기 힘들었다. 안 그래도 옥상 쪽에서 부화한 블랙 옥토퍼스들이 바글바글한데, 거기까지 부화했다는 것은 상황이 정말 위급하단 말이었다.

“진정해요. 블랙 옥토퍼스가 곧 등급이 조정될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나약하기 짝이 없으니까. 얼마나 약했으면 쪽수로 밀어붙이려고 알부터 낳았겠어요. 안 그래요?”

조용히 지켜보던 김세현이 말을 얹었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상황과는 달리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차분한지라 묘한 괴리감이 일었다. 나는 김세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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