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203)화 (203/246)

200화

24. 뜻밖의 상황

“팀장님, 옥토퍼스 알 군집이 또 발견되었습니다!”

- 뭐? 위치는?

“창동 중학교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약 100m 떨어진 곳입니다! 근처에 창동 소방서가 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바로 전달드릴게요!”

다른 곳도 아닌 소방서 근처에 일이 생긴 건 처음인 듯했다. 소방서 건물에서 약 10m 정도 떨어진 카페 건물과 빵집 건물 사이에 자리한 알들을 보고 있으려니 입 안이 바싹 말라왔다. 한 곳도 아니고 두 군데에서 알이 발견되었다는 건 김세현의 말마따나 곳곳에 알을 낳았을 확률이 높단 말이었다. 그렇다는 건 알들이 부화하기 전 제거하지 못했을 시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단 말이었다.

“…….”

나는 재빨리 지도를 살핀 뒤 팀장에게 물어보았다.

“소방서 측에도 연락 넣어볼까요?”

- 아아, 어쩌면 주변이 조용해 대기하는 인원이 있을지도 모르니 남은 이들 있으면 신속히 대피하라고 일러둬.

“네!”

- 팀장님, 블랙 옥토퍼스가 산란 후 휴식 중인 거라면 저도 알을 먼저 처리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팀장의 말에 이어 서강민이 의견을 냈다. 듣고 보니 그러는 편이 여러모로 이득일 듯했다. 이제 막 협조문을 보낸 만큼 협회 헌터들이 현장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좋아, 지금 서강민 씨 위치가 어디지?

- 이제 곧 옥토퍼스가 있는 장소에 도착합니다!

- 그렇다면 상황 보면서 결정하도록 해!

“알 위치 전송하겠습니다!”

- 예, 하늘 씨.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서강민의 대답을 끝으로 네트워크 너머가 조용해졌다. 나는 그 타이밍을 이용해 중계기 버튼을 눌러 소방청으로 현장 상황과 더불어 대피 진로를 전달한 뒤 모든 팀원에게 현재까지 발견된 알의 위치를 전송했다.

- 저희는 예상보다 1, 2분가량 일찍 현장에 도착할 듯합니다!

- 만에 하나란 게 있으니 주변 경계 확실히들 하고! 시간 관리 철저히 하는 것도 잊지 마!

- 예!

평소 시간을 입에 담지 않던 팀장이 강조한다는 건 일각을 다툴 만큼 상황이 긴박하단 뜻이었다. 긴장감에 두 손을 이리저리 비비며 마음을 다스리는데, 등을 토닥이는 게 느껴졌다.

“형, 진짜 매일 이렇게 멋져도 되는 거예요?”

“하, 하.”

이 순간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세현밖에 없을 거다.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말에 헛웃음을 터뜨리는데, 김세현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토닥일 뿐이었다. 몇 차례 다독이던 손길이 자연스럽게 바뀌어 등을 위아래로 쓸기 시작했다. 그 손길을 받던 나는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는 걸 느꼈다.

“진짜 사람 계속 반하게 하는 것도 능력인 거 알죠? 형은 평소에도 멋진데, 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진짜 끝내주는 거 같아요.”

“…칭찬 그만해 주셔도 돼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긴장도 풀렸겠다, 이 이상 말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민망함이 차올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엔 묘한 뿌듯함도 자리했다.

내가 이렇게 칭찬에 약한 사람이었나?

아니지, 칭찬한 사람이 사람인지라 이런 듯했다. 슬쩍 곁눈질하자, 그가 씩 웃어 보였다. 물론, 등을 쓸어내리는 손은 멈추지 않은 채 말이다.

- 방금 막 알 있는 위치에 도착했어! 연 주무관은 계속해서 주변 살펴봐. 다른 알도 발견할 수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김세현의 난입으로 잠시 느슨해졌던 긴장감이 팀장의 지시에 바로 자리를 잡는다. 빠르게, 그리고 세심하게 지도를 살피는 와중 팀장과 서강민이 알을 처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하여간 이놈들은 알도 터뜨리기 힘들단 말이지!

- 알껍데기가 질기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끈적한 액체에 들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 그거 때문에 알로 충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지! 만만하게 보지 말고 있는 힘껏 터뜨리라고! 웬만한 힘으론 충격도 주지 못하니까!

- 알겠습니다!

알이 윤기가 나는 것처럼 보이던 게 그것 때문이었던 걸까.

어째 처음 알을 발견했을 때 반짝이는 게 유독 눈에 띈다 했다. 의문점 하나가 풀리는 걸 느끼며 상황을 지켜보는데 한 주무관과 다른 팀원들 모두가 현장에 도착했단 소식이 전해졌다. 나는 현장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며 계속해서 상황을 살폈다.

“…….”

서울시 전체 지도를 한 번 더 훑어보는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었다. 대서삼거리 방향이었다. 저긴 무슨 이유로 카메라들이 작동을 멈춘 걸까. 블랙 옥토퍼스가 있는 방향 CCTV도 멀쩡히 작동 중인데 말이다. 멀쩡하면 좋은데, 왜 이리 찝찝한 걸까.

아마 그 찝찝함은 곧 A급으로 등급이 조정될 거라던 블랙 옥토퍼스가 나타난 던전이 너무도 깨끗해 보였기 때문인 듯싶었다. 그간 몬스터가 나오면 언제나 여기저기 부서지고 또 무너지곤 했으니까.

“…이상하네.”

“뭐가 이상한데요?”

그저 중얼거렸을 뿐인데, 김세현은 바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나는 손가락으로 블랙 옥토퍼스의 모습을 보여 주는 화면을 가리켰다.

“평소랑 좀 달라서요. 던전이 생성되면 항상 그 안 CCTV가 꺼지곤 했는데, 대서삼거리 쪽 말고는 카메라가 전부 작동 중이거든요.”

- 아마 산란해서 그럴 거야. 산란할 때는 알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몸을 사리거든. 이건 옥토퍼스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다른 몬스터들도 그래.

“그렇군요.”

어째서 팀원들이 이 부분을 지적하지 않나 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설명을 들으니 매번 공부하자 공부하자면서도 미뤘던 게 후회가 됐다. 오늘부터는 자리에 앉는 것부터라도 시작해 봐야겠다고 다짐하는데 반가운 소식이 전달되었다.

- 서강민입니다! 소방서 쪽 알 모두 파괴했습니다!

- 좋아! 나도 좀 더 속력을 내 보도록 하지! 연 주무관, 새로 발견된 알은 없어?

“계속 둘러보는 중입니다!”

- 발견 즉시 알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좀 더 반경 넓혀서 외곽 쪽도 둘러보고.

“네!”

꼼꼼히 둘러보는 중이라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반경을 넓혀 외곽 쪽을 둘러보는 편도 좋을 듯했다. 집중해 화면을 계속해서 바라볼 때였다.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손을 움직이던 걸 멈췄다.

“…….”

혹여 착각한 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등을 계속해서 쓸어 주는 손길을 뒤늦게 캐치한 나는 김세현을 바라보았다.

“다음 것도 얼른 봐야죠.”

“그건, 그렇지만.”

“어서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CCTV 화면을 띄우라며 채근하는 김세현을 보니 나올 말도 들어간다. 조금 그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에 끄덕이곤 다시 현장 상황을 살피던 도중 제발 발견되지 않았으면 하던 알이 제5 대피소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제5 대피소와 2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세 번째 군집을 발견했습니다! 팀장님이 가신 곳보다 양이 훨씬 많아요!”

- 뭐라고?

- 얼마나 큰데 그래?

내 말을 들은 팀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족히 첫 번째 군집의 세 배는 되어 보입니다!”

- 뭐?

- 알이 세 배?

다들 놀랄 만도 했다. 말하는 나조차도 이게 맞나 싶어질 지경이었으니까.

- 지금 제5 대피소 쪽으로 누가 갔지?

- 접니다!

- 박 주무관, 일단 사람들 대피시키는 데 집중해! 알이 언제 부화할지 모르니 계속 주시하고! 서강민 씨는 옥토퍼스 두고 바로 저쪽으로 이동해! 나도 곧 이쪽 정리 끝나니 내가 옥토퍼스 쪽으로 가도록 하지!

- 알겠습니다!

- 그리고 다른 팀원들도 혹시 모르니 대피소 근처 샅샅이 뒤지고!

- 예!

- 현재 협회 헌터들 도착 예정 시간 어떻게 돼?

팀장의 물음에 나는 부팀장의 컴퓨터 화면을 확인하곤 즉각 답했다.

“…A급 헌터들은 약 5분 정도 남았습니다!”

- 하여간 굼뜨기로는 세계 최고지! 다들 긴장하고! 또 다른 알을 발견하면 즉각 알려! 우리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을 테니까!

“네, 저도 계속해서 세 번째 군집 체크하면서 둘러보고 있을게요!”

- 좋아!

방금 말한 상황은 역시 부화를 염두에 둔 말일 거다. 나는 얼른 답하곤 좀 더 열심히 주변을 살폈다.

“혹여 알이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고 해도 이전보다 그 양은 적을 거예요. 아무리 블랙 옥토퍼스라고 해도 알 낳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건 다행이네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이보다 반가운 말이 또 있을까 싶다. 김세현의 말에 안도했지만, 그도 잠시뿐이었다. 알 군집이 작을 거라니. 그걸 어떻게 찾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차라리 양이 적은 게 나았다. 세 번째로 발견한 알은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만큼 끔찍했으니까. 나는 한 번 더 알 군집을 바라보았다.

“…….”

만에 하나 이 방향을 비추는 CCTV가 없었더라면 이건 정말 찾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이번에 발견한 군집은 건물 외벽, 그러니까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양쪽 건물의 높이가 4층 정도 되었으니 저 안엔 정말 수많은 알이 들어차 있단 뜻과도 같았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다. 겉에만 빼곡할 뿐, 내부는 텅텅 비어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기왕이면 후자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세 번째 군집 상황을 살피며 좀 더 면밀하게 그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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