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163)화 (163/246)

160화

21. 재회

― …빌어, 먹을!

혹여 큰 문제라도 생긴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설 때였다. 평소보다 작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한 목소리가 네트워크에서 들려왔다.

“팀장님!”

― 부, 팀장. 듣고 있어?

“예, 팀장님.”

― 바로 협회에 협조 구해! 기왕이면 아니, 무조건 S급 헌터로!

현장 상황이 어떻기에 S급 헌터를 콕 집어 부르는 걸까. 팀장의 말에 잠시 당황하는가 싶던 부팀장이 곧바로 공조 사이트에 접속하여 협조문을 보냈다.

― 팀장님, 상황은 어떻습니까!

― 좋지 않아! 우선 내 전력 사 분의 일이 사라졌다! 팔 하나가 부러져서 움직임에 제약이 생겼어!

“괜찮으세요?”

팔이 부러졌다니. 그간 생채기만 좀 났을 뿐이지 부러지거나 하는 상황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단 사실에 초조함이 차올라 곧바로 부팀장을 바라보았다.

“아직 협회에선 답장이 없나요?”

“막 확인했으니 곧 답변이 올 겁니다.”

“빨리 답신이 왔으면 좋겠네요.”

한 번도 어딘가가 부러지거나 한 적 없기에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일진 감히 짐작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뭘 상상하건 그 이상일 것이었다. 바로 치료받아야 마땅했지만, 던전 상황이 여의찮기에 팀장은 계속해서 던전에서 몬스터를 처리하는 데 집중할 터였다.

이럴 땐 팔에 부목을 댄다거나 해서 움직일 때 느끼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였다. 나는 황급히 팀장이 있는 위치를 물어보았다.

“팀장님, 지금 어디쯤 계세요?”

― 여기가…. 중심부 근처인데, 그래. 24시 편의점이 바로 앞에 있어! 노란색 간판 편의점이야! 바로 옆엔 빵집이 있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던전에 머물러야 한다면 그 안에서 처치해야 했다. 곧바로 교통센터 CCTV 창 하날 열어 던전이 발생하기 전 시간대로 돌려 팀장이 있음직한 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뭘 찾는 겁니까?”

유심히 날 지켜보던 부팀장이 물어왔다. 나는 곧바로 답했다.

“약국이나 병원이요.”

답하며 거리를 살피는데 때마침 눈에 들어온 약국이 있었다. 게다가 팀장의 위치 또한 비슷하게 파악되었다. 천만다행으로 팀장은 약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여기로 가면 어느 정돈 거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처치할 수 있을 터.

“팀장님, 빵집 쪽으로 한 블록 직진하면 바로 약국이 있습니다! 그쪽 상황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응급처치할 수 있는 게 있을 거예요!”

― 좋아, 곧바로 이동하지!

침울했던 팀장의 목소리가 다시 밝아졌다. 그에 나 역시 안도하며 다시금 현장 상황을 살피려는데, 부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 협회에서 협조에 응했습니다. 다만 현재 S급 헌터들이 모두 외부에 나가 있어 돌아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합니다. 그들이 오기 전까지 A급 헌터들을 보내겠다 알려 왔습니다. 미리 협조를 구한 헌터들은 한 주무관 일행이 도착할 즈음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잉여도 자리 비웠대?

“예. 다행히 연락이 빨리 닿았는지 30분 안으로 현장에 간다고 했답니다. 다른 S급들은 한 시간 이상 소요될 듯해 김세현이 현장으로 갈 것 같습니다.”

“30분….”

협회에서 빠른 협조를 해 온 건 다행이었지만, A급 헌터인 팀장이 이렇게 맥없이 부상을 입은 걸 보면 다른 A급 헌터들 또한 위험하단 뜻이었다. 어서 김세현이 오길 기다리며 서강민에게 연락을 취했다.

“서강민 씨, 대피소 상황은 어떤가요?”

― 아, 하늘 씨. 이쪽도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현재 제3 대피소로 온 시민들을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경찰과 소방관들과 협심하여 유도 중입니다!

― 우리도 이제 곧 제3 대피소 도착 예정이야! 3분만 부탁해!

상황을 듣던 한 주무관이 3분 후 현장에 도착한단 사실을 전해 왔다. 팀원들이 현장에 당도하게 된다면 서강민이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었다.

― 알겠습니다, 한 주무관님!

― 막내야, 나 막 약국 도착했다!

“네!”

팀원들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에 이어 팀장이 약국에 도착했다 알려왔다.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진정시킬 때였다.

지이잉-

“헉!”

너무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진동음에 이렇게까지 놀랄 줄은 몰랐다. 들썩이는 몸을 진정시킨 뒤 핸드폰을 확인하니 김세현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나는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형, 상황 안 좋아요?]

김세현이 이모티콘 없이 메시지를 보낸 게 한두 번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이런 단출한 메시지를 보니 현재 상황의 심각성이 새삼스레 와닿았다. 고작 메시지를 보며 이런 걸 느낀다는 게 우스웠지만, 아무튼 그랬다. 나는 현재 상황을 적어 보냈다.

[네. 지금 팀장님이 다치셨어요. 현장에 확인된 클램 웜과 퍼플 크랩이 각각 세 개체, 두 개체로 도합 다섯 개체가 활보 중이에요. 던전을 다 둘러보지 못한 터라 더 있을 수도 있고요.]

[협회선 뭐래요?]

김세현의 질문에 조금 전 부팀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다시금 적어 보내고 얼마 안 있어 한 번 더 그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시간 당겨볼게요. 손 모자란다고 형이 현장에 가거나 하진 말고요!]

[그럴게요.]

과연 내가 현장에 간다고 해서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 메시지가 오진 않을까 지켜봤지만, 김세현에게선 더는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그에 고개를 들자 강승빈이 날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하실 말 있으면 하세요.”

“아닙니다. 사무실에선 어떤 일을 하는지 견학 중이니 하던 일 계속하세요.”

“…알겠습니다.”

과연 견학하는 게 맞나 싶을 만큼 집요한 시선이었지만, 본인 입으로 저리 말하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다시금 현 상황에 집중했다.

― 막 제3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서강민 씨는 바로 팀장님 쪽으로 합류하도록 해요! 오는 길에 보니 중심부에 몬스터들이 몰려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아, 부팀장님. 막내야! 오는 길에 보니 퍼플 크랩 두 개체가 보이던데, 이거 참고하고 계시고요!

“알겠습니다.”

김 주무관의 말에 부팀장이 답했다. 김 주무관이 본 몬스터가 부디 우리가 확인한 개체였으면 좋겠다.

―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후우.”

서강민이 합류한다고 하니 다소 안심이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한숨을 뱉으며 던전 주변 CCTV를 살피는데, 이상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그 장면이 비추는 화면을 크게 키웠다.

“…….”

아무리 봐도 뭔지 모르겠다. 마치 일부러 굴곡을 준 유리를 바라볼 때처럼 건물 한쪽에 일렁거리는 무언가를 지켜보다가 답이 나오지 않자 부팀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부팀장님, 이상한 게 보여서요. 이건 어떤 증상인가요?”

“어디 봅시….”

재차 내 모니터를 보던 부팀장이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눈도 끔벅이지 않았고, 몸도 흔들리지 않았다. 숨조차 쉬지 않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는 모습에 다시금 화면을 바라볼 때였다.

“다들 조심하십시오! 균열입니다!”

부팀장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뱉었다. 소리도 소리였지만, 그가 한 말은 무시할 것이 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한 주무관과 D-15 구역에서 본 건물 벽이 대번에 떠올랐으니까.

― 균열?

― 헉, 어디서요?

― 일단 대피 중인 시민들 모두 가까운 건물로 대피하라고 해! 피치 못하면 차 안에라도 있으라고 해! 절대 밖에 있지 말라고 전하고!

“알겠습니다!”

팀장의 말을 들은 부팀장이 다시금 박 주무관의 자리로 이동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재난 문자를 보낸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아 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다른 변화는 없습니까?”

“네. 아직까지는요.”

“…되도록 늦게 반응했으면 좋겠지만, 상황을 보니 일촉즉발인 듯하군요. 상황이 이렇기는 하나 균열이 일어나는 건 처음 볼 텐데 잘 봐 두십시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최대한 멀리 이동하고, 그게 안 되면 최대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곳으로 대피하고요.”

한 주무관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부팀장이다. 하지만 그게 이상하거나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그래, 이렇게 반복하며 말할 정도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나는 균열이 일어나는 장면이 보이는 창을 한쪽에 띄워 두곤 계속해서 던전 주변을 살폈다.

아니, 살피려 했다.

던전 주변을 비추고 있던 CCTV들이 일제히 크게 흔들렸다. 그뿐이랴, 현장을 비추던 카메라들이 속속들이 꺼지기 시작했다. 모니터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지금 상황이 더욱 실감 나는 건 네트워크 너머에서 들려온 그간 들어 본 적 없던 큰 굉음 때문이었다.

― 젠장, 다들 피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선 네트워크로 전해지는 소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피하란 말을 들은 이들이 대피 중인 시민들을 챙기며 어서 근처 건물로 대피하란 말을 뱉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팀원들의 반응 때문일까,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기 시작한 듯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리조차 다시금 들려온 굉음에 그대로 묻혔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드드드드득

“헉!”

순간 사무실 건물에도 여파가 닿았는지 건물이 흔들렸다. 황급히 책상을 부여잡으며 모니터가 쓰러지지 않도록 붙잡는데 이윽고 흔들림이 멈췄다. 그래도 혹시 몰라 계속해서 모니터를 잡고 있으려니 부팀장이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균열이 활성화된 듯합니다.”

“…괜찮을까요?”

“그럴 거라고 답하고 싶지만, 이렇게 멀리까지 여파가 닿은 것을 보면 답하기 힘들 듯하군요.”

부팀장도 섣불리 답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묻는 나조차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

균열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소리만 크고 말았으면 좋겠다. 혹여 상황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긴박해지게 될 수도 있었지만, 그건 김세현이 도착한 직후였으면 했다. 나는 절로 모은 두 손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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