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155)화 (155/246)

152화

21. 재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월요일이 되었다.

날이 날이니만큼 일찍 출근해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고 있자니 기분이 참 오묘했다. 이제 곧 새로 합류할 팀원들이 오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았고, 지난 주말이 삽시간에 지나가 버린 것도 이상할 따름이었다.

솔직해지자면, 지난 주말 일 때문에 더 기분이 허한 게 맞았다.

“…….”

영화를 보내 준다고 하기에 혹여 김세현이 직접 집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건 내 예상일 따름이었다. 퀵으로 영화만 보냈을 뿐, 김세현은 머리털 한 올 보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지난 주말 내내 얼마나 기분이 싱숭생숭했는지 몰랐다. 자고 일어나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그것 역시 내 생각일 뿐이었다.

오늘은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가 올지는 미지수였다. 새로운 이들이 오는 만큼 월요일만이라도 사무실에 오지 말라고 팀장이 김세현에게 신신당부했던 걸 떠올리며 멍하니 바깥을 보고 있을 때였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에요, 박 주무관님.”

“부팀장님은?”

“속이 좀 불편하신 듯해요.”

“날이 날이다 보니 예민해지신 모양이네.”

“네.”

출근길에도 속이 영 불편해 보였다. 기왕이면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게 될까 싶긴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새하얗게 뜬 부팀장의 얼굴을 떠올리는데 박 주무관이 말을 걸어왔다.

“말은 안 해도 부팀장님이 협회에서 넘어오는 그 남잘 무척 경계하고 계실 거야. 이미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절대 협회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뽑으라면 그 사람이 가장 먼저 거론될 정도거든. 항간에서는 협회의 명을 결코 배신하지 못할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냔 말이 돌 정도인 걸 보면 짐작이 가지? 그런 사람이 넘어왔으니 신경 쓰일 게 많겠지.”

“…그렇군요.”

미처 거기까진 몰랐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남자가 정부로 넘어오게 된 걸까.

궁금했지만 궁금하지 않은 것이 혹여 나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일었기 때문인 듯했다.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지…. 지금으로선 네게 수작을 부리러 오는 게 아닐까 싶은데, 어쩌면 그걸 핑계 삼아 다른 수작을 부리려 넘어오는 걸지도 몰라서 생각이 많아지네.”

“속 시원히 알 수 있으면 좋겠네요.”

“나도 그래. 막내야, 커피 마실래?”

짐을 풀며 대화를 나누던 박 주무관이 물어왔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곧바로 정수기 쪽으로 몸을 틀었다.

“제가 바로 타 올게요.”

“아서라. 새로 합류하는 이들 오기 전까진 내가 담당할 거거든?”

“하하.”

“나중에 인원 많아지면 나랑 같이 커피 나르자. 내가 선배티가 팍팍 나도 너 없으면 여기 막내야, 막내.”

“네.”

막내라는 말을 강조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인원수가 많아질 것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박 주무관이 피식 웃으며 곧바로 정수기로 향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주무관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창가 쪽으로 왔다.

“사실은 나도 이번 기회에 창가 쪽 자리 앉나 싶었거든.”

“그러시군요.”

“다음 자리 이동 때 한 번 노려 보려고. 그땐 내 편 들어 주는 거다?”

“네, 그럴게요.”

고개를 주억이자 박 주무관이 내 어깨를 토닥이고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잠시 창밖을 보곤 나도 자리로 돌아갔다.

“오늘 잉여는 어쩐대?”

“잘 모르겠어요.”

“새 팀원이 합류하는 첫날이라 되도록 안 왔으면 좋겠는데.”

“혹시 모르니 메시지 보내 둘게요.”

확실히 박 주무관의 말마따나 이런 날은 팀원끼리 있는 게 좋았다. 김세현이 말을 전달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오는 이들의 입 무게가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었다. 더군다나 따지고 보면 그는 협회 소속이기에 중요한 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보기 좋진 않았다.

“그럼 좋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박 주무관이 바로 답했다. 고갤 끄덕이며 곧바로 김세현에게 메시지를 보내고는 막 커피를 음미하던 참이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어, 밖에서 만나셨어요?”

“응. 건물 앞에서 만났어.”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간 두 사람이 짐을 푸는 걸 지켜보던 참이었다.

“막내야, 알지?”

박 주무관이 날 부르더니 창가 쪽을 턱짓하며 한쪽 눈을 찡긋거린다. 그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한 주무관이 의아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나한테 할 말 있어?”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그럼 말고.”

한 주무관은 나와 박 주무관 사이에 오가는 신호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마저 짐 정리하는 걸 보다가 한 번 더 박 주무관과 시선을 교환하며 입가를 끌어올렸다.

“참, 막내야.”

“네, 팀장님.”

“잉여 오늘 온대?”

방금 전 했던 말을 다시 하려는데 나보다 박 주무관의 대응이 한발 빨랐다.

“막내가 한 번 더 오지 말라고 메시지 보내기로 했어요. 말 나온 김에 얼른 보내.”

이미 메시지를 한 차례 보냈지만, 확인차 한 번 더 보내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다시금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조심스럽게 오늘은 오지 말아 달라는 부탁의 메시지를 보내고 잠시 뒤, 김세현의 답장이 도착했다. 그것도 연이어 말이다.

[(•̀ㅂ•́ )진짜 가지 말아요? (˃̵͈᷄⌓ ˂̵͈᷅ )?????]

[주말에도 못 봐서 형 보고 싶은데(っ ̯ •̥。)(;︵ ;)]

[형 보려고 주말 동안 완전 열심히 정리했는데!(•ˇ‸ˇ•。)!!]

[덩치가 그렇게 사람을 휘어잡지 못해요?( •᷄⌓ •᷅ )???]

“…….”

처음엔 오지 말라는 말이 진짜냐는 듯이 물어보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팀장의 능력을 운운한다. 생각지도 못한 문자 내용에 말을 잇지 못하는데, 김세현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형, 그러면 잠깐이라도 얼굴 볼 순 없어요? 나중에 점심 먹고 나서요.(๑>؂ <๑)۶]

[사실 지금도 보고, 점심때도 보고, 중간에 화장실 가는 척하면서 나와서 얼굴 보자고 하고 싶은데, 점심으로 참아 볼게요. ( ・̆- ・̆)]

[아직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요. 확답드리긴 어려울 거 같아요.]

[그럼 나도 확답 못 하겠는데요.]

이게, 무슨 말이지?

갑자기 확답하지 못하겠단 문자가 도착했다. 그에 당황해 되물었지만, 김세현의 답장은 더 이상 도착하지 않았다. 메시지를 확인했음에도 좀처럼 답이 없자 초조해졌다.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던 중 드디어 그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나는 내용을 보곤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냥 찾아갈까 했는데, 그러면 형 곤란할 거 같으니 참아 볼게요. T⌓ T)]

[고마워요, 세현 씨.]

[대신에 오래 말고 잠깐 보는 건 되죠?(o•〰 •o)??]

여기서 또 안 된다고 하면 다시금 사무실로 오겠다고 할 게 뻔했다. 김세현이 이미 많은 걸 양보했단 생각에 황급히 긍정 어린 답장을 보냈다.

[네, 괜찮아요.]

[ꉂꉂ(ˊᗜ ˋ *)그럼 점심시간에 내가 따로 연락할 테니까 얼굴 보는 거예요?✧٩(•́ ∀•́ ๑)و ✧]

[그래요.]

[연락하면 옥상으로 와요. ♡(ง ᵕᴗᵕ)ว ♡♡]

“뭐래?”

“헉!”

하필 김세현이 옥상으로 오라며 하트 이모티콘을 날릴 때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들자, 나만큼이나 놀란 듯 보이는 팀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메시지가 오가기에 그렇게 집중해?”

“아, 세현 씨가 오늘 오지 않기로 했어요. …그 이야기 나누던 중이었고요.”

“그래?”

“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잉여가 안 온다니.”

혹시 한 번 더 메시지와 관련된 걸 물어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다.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박 주무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늘 잉여까지 온다고 했으면 정말 아찔했을 거 같네요.”

“그렇지.”

“잉여 말하니까 생각났는데 말입니다. 도대체 뭐가 바뀌었기에 월요일이 되면 알 거라고 한 걸까요?”

“새로 합류하는 팀원들이 와 봐야 알겠지. 어, 부팀장 왔어?”

팀장의 말에 출입문 쪽을 보니 부팀장의 얼굴이 핼쑥해진 채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째 화장실에 가기 전보다 안 좋아 보이는 모습이 곧 쓰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될 지경이다.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는데, 그는 정수기 물을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속 괜찮아?”

“좀 쉬면 나을 것 같습니다.”

“물 말고 따뜻한 거 준비할까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지금은 속이 다시 뒤집어질 것 같아서요.”

“…….”

그간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의 부팀장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속이 불편한 듯했다. 자리에 앉아서도 좀처럼 허리를 펴지 못하는 부팀장을 바라보자 그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날 바라봤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히려 걱정을 더 하게 만들 뿐이었다.

“일단 시청에서 사람이 오기로 했으니 부팀장 제외한 모두 한 번 더 사무실 청소하는 것으로 하자고. 청와대 발표 이후 처음으로 헌터부 인원이 충원되는 거니, 그 인원 말고도 다른 이들도 방문할 가망성이 커.”

“와, 여기 미어터지는 거 아닙니까?”

“오는 사람들이 터져 나가는 건 상관없지.”

“우리 팀장님, 팀원들만 생각하는 그 마음 앞으로도 잘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아무렴! 자, 다들 조회 전까지 청소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자!”

박 주무관의 아부 섞인 말에 팀장이 답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 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금요일에 청소했던 곳을 다시 꼼꼼히 살피며 청소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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