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113)화 (113/246)

110화

18. 뜻밖의 상황

어제는 인터넷이 술렁이더니 오늘은 결국 대중매체에서까지 헌터부와 관련된 내용을 앞다퉈 다루기 시작했다. 출근 준비를 하며 본 TV 뉴스만 봐도 그랬고, 출근하며 듣는 라디오에서도 제법 긴 시간을 할애하여 헌터부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것만 봐도 그랬다.

“생각보다 반향이 좀 있는 듯하군요.”

잠자코 뉴스를 경청하던 부팀장이 말을 걸어왔다. 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어제 퇴근하고도 뉴스 좀 살펴봤는데 회사에서 볼 때보다 댓글이 훨씬 많이 달렸더라고요.”

점심시간에, 그리고 중간 중간 쉬는 시간마다 체크할 때도 쉴 새 없이 불어나던 댓글들과 기사였지만 집에 도착해 확인했을 땐 이전에 확인한 내용의 배 이상은 되는 기사와 댓글들이 인터넷을 도배 중이었다.

보통 인터넷이 시끄러워지는 소재가 있을 땐 종편 방송에서 그 내용을 다루고, 이후 지상파 뉴스에서 거론되는 게 순서였다. 하지만 그 텀이 좀 있었던 지라 이번 반응은 예외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종편 방송에서 이것을 처음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부터 달랐지만 말이다.

“좋은 쪽으로 이야기가 나온 만큼 윗선까지 이 내용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을 거 같네요.”

적어도 현장에 나가는 나라 소속 헌터 수가 늘어난다면 외근을 나가는 팀원들의 어깨에 얹힌 짐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테니까.

한참을 헌터부와 관련된 내용이 흘러나오던 뉴스가 이윽고 다른 소식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나라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를 전달하는 걸 경청하고 있자니 어느새 사무실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곧 내린다는 생각에 가방 손잡이를 쥘 때였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오자, 곧바로 부팀장 쪽을 바라보았다.

“…부팀장님, 건물 앞에 사람이 있는데요?”

“흠.”

저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었다면 의심하지 않았겠지만, 이런 식으로 건물 앞에 모인 이들을 몇 번 본 적이 있는 터라 의심부터 하게 된다.

이번엔 또 무슨 일로 모인 걸까, 하는 그런 의구심 말이다.

“일단 한 바퀴 돌도록 하죠.”

“네.”

그러지 않아도 그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사무실 건물 주변을 돌며 저들의 정체를 살피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에 즉각 답하곤 계속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

사무실 건물과 가까워지자 부팀장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인다. 보지 않는 척하며 빠르게 사람들을 스캔하니 역시나 그들의 손에는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다. 나는 바로 부팀장 쪽으로 몸을 틀며 고개를 저었다.

“또 기자들인가 봅니다.”

“우선 팀장님과 다른 팀원들에게도 지금 상황 전달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부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답하곤 팀원들에게 건물 앞 상황을 단체 메시지로 전달했다. 잠시 뒤, 울린 전화벨 소리에 전화를 건 상대를 확인했다.

“팀장님이네요. 바로 전화 받겠습니다.”

“그래요.”

스피커 폰으로 전환하며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팀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방금 메시지 확인했어. 건물 앞에 또 기자들 모여들었다고?

“네.”

―수는?

“이전보단 적습니다. 그래도 열댓 명은 되어 보였고요.”

―…기자들이 올 만한 일이 있었나?

“아직 저희 쪽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팀장의 물음에 운전하던 부팀장이 대답했다. 나는 그런 부팀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았어. 거의 다 도착했으니 되도록 사무실로 가지 말고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어. 다른 녀석들한테도 대기하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부팀장이 다시 운전에 집중한다. 대기하란 팀장의 말을 팀원들에게 전달하곤 입을 열었다.

“이번엔 무슨 일일까요?”

“…이전엔 짚이는 부분이라도 있었지만, 오늘 방문은 감조차 오지 않군요.”

“좋은 쪽으로의 방문이었으면 좋겠네요.”

“기왕이면 어제 오늘 헌터부 관련된 기사와 관련된 것이었으면 좋겠군요.”

“네.”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응할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꼭 그 내용으로 방문한 게 아닐 수도 있었다. 그간 기자들이 모일 때면 항상 헌터부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건이 생기곤 했었다. 순간 떠오른 그날 일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애써 표정을 풀었다.

“한 번 영상 사이트 쪽도 둘러보겠습니다.”

“아, 그래요.”

부팀장 또한 이쪽 생각을 하지 못한 듯했다. 반 박자 늦게 돌아온 답을 들으며 영상 사이트로 접속하니 과연 헌터부와 관련된 새로운 영상들이 올라와 있는 게 보였다.

“…….”

빠르게 그 영상들을 훑으며 저들이 찾아올 만한 내용이 있나 확인해 봤지만, 그 어디에도 짐작 갈 만한 내용은 없었다. 방송된 뉴스 내용을 짜깁기한 것을 영상으로 만들어 업로드했을 뿐인 상황에 의아함이 더욱 커졌다.

드르륵- 드르륵-

때마침 울린 전화다. 전화 건 사람을 확인하니 팀장이었다.

“네, 팀장님.”

―부팀장.

“예.”

―막내 사무실 근처에 내려 두고 바로 퇴근해.

“…예?”

―오늘은 집에서 쉬는 게 나을 거 같으니까 꼭 퇴근하고. 그리고 집에 가기 전에 식료품 좀 챙겨서 들어가. 내가 연락할 때까지 집에서 나오지 말고.

“…….”

팀장이 이런 말을 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사무실 앞을 서성이는 기자들이 부팀장을 찾아온 것이리라.

“알겠습니다. 그럼 협회 건물 뒤편에 하늘 씨부터 내려 주고….”

부팀장 역시 바로 상황을 파악한 듯했다. 협회 건물 뒤편에 내려 주겠다고 말하며 힐끔 이쪽을 보는데, 그 모습에 걱정이 가득 묻어났다. 다른 것도 아니고 회사 근처에 내려 주고 가는 건데 무슨 일이 있을까 싶다.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에 씩 웃어 보였다.

“내려 준 후 바로 귀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웃는 걸 봤는지 말을 줄이던 부팀장이 뒷말을 잇는다.

―아아, 막내는 내리면 다른 사람이 말 걸어도 곧장 사무실로 오고.

“알겠습니다!”

―씩씩해서 좋네! 그럼 나중에 보자고.

“네.”

팀장과의 통화를 끝나고 화면을 보니 언제 도착했는지 팀원들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다들 조심하겠다는 말과 함께 알려 줘서 고맙다는 내용을 볼 때였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 거 같아 미안합니다.”

“개의치 마세요. 우린 같은 팀이잖아요. 그것도 가족 같은 팀원이요.”

그래, 지금 벌어진 일이라고 해 봤자 사무실 건물 앞에 기자들이 몇 나와 있는 것일 뿐이었다. 어째서 그들이 부팀장에게 접근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내용은 시간이 흐르면 차차 알게 될 테니 문제 될 것도 없었다.

대답을 들은 부팀장의 얼굴에 미소가 자리 잡는다. 혹여 이번 일로 부담스러워하면 어쩌나 했는데, 저리 웃는 모습을 보니 안심되었다. 출근 시각이 가까워질 때까지 사무실 근방을 맴돌던 차가 이윽고 협회 건물 뒤편에 멈추어 섰다. 나는 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별문제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하하, 예. 알겠습니다.”

조용히 건네는 말을 듣던 부팀장이 웃음을 터뜨린다. 고개를 주억이며 환히 웃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럼 사무실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부팀장님 오실 때까지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예.”

곱게 휘어진 눈으로 끄덕인 부팀장이 내렸던 창문을 올린다. 이어 눈인사를 건넨 이가 차를 출발시켰다. 천천히 이동하는 차 뒤에서 몇 차례 손을 흔들고는 이내 몸을 바로 했다.

“후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이번 기회에 부팀장도 집에서 좀 휴식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항상 사무실 일을 도맡아 하던 그였기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었을 것이었다.

한 번 더 한숨을 내뱉곤 고개를 드니 언제나처럼 하늘을 떠받들 듯 높이 서 있는 협회 건물이 보였다. 그간 곁을 지나가거나 혹은 사무실 창가에서 이 건물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건물을 올려다보는 건 처음인 듯했다.

비가 와도 언제나 새하얀 벽면을 자랑하는 협회 건물을 끼고 사무실 건물 쪽으로 이동하고 있자니 역시나 사무실 앞엔 기자로 보이는 이들이 보였다. 집에서 나오면서부터 공무원증을 하고 있었지만, 굳이 저들에게 보여 줄 이윤 없었다. 상의 앞주머니 안으로 증을 넣은 뒤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

혹시나 붙잡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혼자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 같아 머쓱해진 채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였다.

“좋은 아침.”

“헉!”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층 숫자를 보고 있던 와중에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귀를 강타한다. 파드득 몸을 떨며 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틀었다.

“팀장님!”

“사람 오는 것도 모르고, 우리 막내 너무 허술한 거 아냐?”

“…허술하기는요.”

“하긴. 내가 소리 죽여 접근했으니 모를 수밖에 없지.”

“…….”

인기척을 죽여 접근해 놓곤 허술하다고 말할 줄은 몰랐다. 물끄러미 팀장을 바라보니 입가를 손으로 가린 채 웃음을 참아 보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에 한마디 하려는데,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자, 일단 타자.”

“…네.”

여기서 대화를 나누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팀장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 후 문이 닫히자 다시 팀장을 응시했다.

“부팀장은 잘 갔어?”

“네. 출발하는 것까지 확인했어요.”

“잘했어. 그리고, 한동안 부팀장은 출근하지 못할 듯하니 사무실 일은 막내가 담당하자.”

“네!”

그러지 않아도 부팀장에게 맡겨 달라고 호언장담했던 상황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팀장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근데, 막내야.”

“네.”

“어째서 부팀장을 집으로 돌려보냈는지 안 궁금해?”

“어, 그게….”

궁금하긴 했지만,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먼저 물어보는 게 그랬다. 하지만 알고 싶긴 했다.

“간혹 이럴 때가 있어. 부팀장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때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기자들이 나온 건가요?”

다른 건 몰라도 기자들이 움직인다는 건 그만큼 큰일이 있었음을 의미했다.

이런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듣는 게 가장 좋았지만, 혹여 말하기 거북해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주변 사람에게 듣는 편이 나았다. 그래, 뭔갈 알아야 혹시 모를 말실수를 대비할 수도 있었고 말이다.

몇 마디 대화도 나누지 못했는데, 벌써 사무실 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팀장이 말을 꺼냈다.

“일단 사무실 가서 이야기하자. 밖에서 하기엔 썩 좋은 말은 아니라서.”

“네.”

그런 거라면 당연히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좋았다. 고개를 주억인 후 팀장과 함께 사무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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