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100)화 (100/246)

97화

17. 첫 방문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게 좀 그렇지만, 혹 통화 상대가 김세현입니까?”

“네, 맞습니다.”

“그…. 혹시 오늘 약속한 사람이 김세현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겠죠?”

“…네?”

혹 통화를 하며 김세현과 약속을 잡았다는 게 들키진 않을까 최대한 말을 골랐건만, 이렇게 바로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눈을 끔벅일 때였다.

띠리릭- 띠리릭-

때마침 전화가 울렸다. 그것도 팀장 자리의 전화 말이다.

침묵하던 부팀장이 급히 팀장 자리로 가 전화를 받았다. 그 모습에 한숨을 뱉으며 놀란 가슴을 다독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예, 서울시 헌터부입니다. 현재 팀장님은 현장에 계십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현장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평이한 어조로 대화를 나누던 부팀장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변한다. 이어 빠르게 통화를 마친 그가 급히 자리로 돌아가 짐을 챙기는 모습에 어정쩡하게 자리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하늘 씨도 얼른 챙기십시오. 던전에서 아이템이 나왔다고 합니다.”

뭐라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말이다. 나는 당장 짐을 꾸리며 답했다.

“바로 챙기겠습니다!”

정말 희박한 확률로 몬스터를 해치우면 나온다는 아이템이 오늘 모습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랴부랴 챙길 것을 챙기고 부팀장과 사무실을 빠져나와 차에 탔다. 그리곤 벨트를 매기 무섭게 출발한 차에 핸드폰을 꺼내어 뉴스를 살폈다.

“아이템 관련 기사는 아직 없습니까?”

“네. 아직까진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템이 던전에서 나왔다는 말이 새어 나가게 된다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외부에 알려지게 될 것이었다. 아이템이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건 문제 되지 않았지만, 알려지기 전에 나라에서 제대로 된 통제부터 하는 게 우선이었다.

“팀장님께 연락할까요?”

“예. 혹 연결이 되지 않으면 다른 팀원에게도 연락하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팀장의 자리로 온 전화 내용으로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하긴 했지만, 현장에 있는 팀원에게 직접적으로 좀 더 설명을 듣는 게 좋을 듯했다. 곧바로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아 결국 한 주무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

한 주무관 역시 바쁜 듯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어 김 주무관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도통 연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부디 연결되길 바라며 박 주무관에게 전화를 걸곤 통화 연결음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리기만을 기다렸다.

―막내야!

이번에도 연결되지 않는 걸까 싶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전화를 끊을까 망설이던 찰나 들려온 박 주무관의 목소리에 곧바로 스피커 버튼을 눌러 부팀장도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박 주무관님, 현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말도 마! 지금 레드 리자드 몸에서 아이템 나와서 난리야!

“저희도 그 소식을 듣고 바로 그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벌써 뉴스 탔습니까?

현장에서는 외부에 아이템 이야기가 유출되었다는 걸 아직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마른침을 삼키며 이어지는 대화 내용을 귀담아들었다.

“시청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아, 서강민이 시청으로 연락 넣은 모양이네요. 아이템 보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가 싶더니만.

“시청 쪽에서도 사람이 파견될 모양입니다. 아이템과 관련된 말이 외부로 새어 나갈 수도 있으니 만반의 준비해 두십시오. 저희도 도착하는 대로 돕겠습니다.”

―예, 바로 말 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막내야.

부팀장의 지시에 답하던 박 주무관의 부름에 바로 답했다.

“네, 박 주무관님.”

―아이템 말이야. 던전 클리어한 사람, 혹은 아이템을 뱉은 몬스터를 죽인 사람이 아이템 소유주가 되거든.

굳이 다음 말을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듯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바로 세현 씨에게 연락할까요?”

―얼른 오라고 해. 레드 리자드 배 가른 게 서강민이라서 말이야. 계속해서 아이템 주변을 알짱거리는 게 낌새가 좀 그래.

“네. 그럼 세현 씨랑 통화 후에 다시 연락할게요.”

통화를 마치고 바로 김세현의 번호를 눌러 통화 버튼을 누른 뒤 연결음이 들리기도 전에 들려온 목소리에 눈을 끔벅였다.

―끝났어요?

“아뇨. 지금 던전 생성되었던 현장으로 가는 길이에요.”

―거길 형이 왜요?

“던전에서 아이템이 나왔다고 해요. 현장으로 얼른 오세요.”

―…아이템? 있을 리가 없는데?

아이템이 나왔다는 말에 어째서 저런 반응인지 모르겠다.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김세현의 말에 핸드폰을 반대편 귀로 옮기며 되물었다.

“있을 리가 없다뇨?”

―일단 바로 현장으로 갈게요. 형도 가고 있다고 했죠?

“네.”

―그러지 않아도 형 보고 싶었는데, 좀 더 일찍 볼 핑계 생기니 좋네요.

“…그래요.”

갑자기 저런 말을 하는 건 반칙이었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괜스레 만지작거리자니 다시금 김세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따 봐요.

마치 내 얼굴을 보기라도 한 건지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전화가 끊긴다. 통화를 마치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앞을 바라보았다.

“하늘 씨.”

“네, 부팀장님.”

“…김세현은 온다고 합니까?”

“바로 온다고 하네요.”

“…그래요.”

들려온 목소리가 영 좋지 않다. 힐끔 옆을 보니 부팀장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

다른 날 같았다면 무슨 일 있냐고 물었겠으나, 오늘은 아니었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사무실에서 답하지 못한 대답을 해야 할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찾아온 침묵에 다시 핸드폰을 들어 뉴스 상황을 살폈다.

“라디오 켜겠습니다.”

“네.”

답을 함과 동시에 바로 라디오를 켠 부팀장이 채널을 돌려 뉴스 채널을 맞춘다. 던전과 관련된 뉴스를 들으며 계속해서 인터넷 뉴스 기사들을 살피다가 박 주무관에게 전화해주기로 했던 걸 상기하곤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막내야.

역시,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바로 전화를 받는다. 나는 조금 전 통화 내용을 그에게 전달했다.

“세현 씨가 그쪽으로 바로 간다고 하네요.”

―다행이네.

“네, 그런데…. 세현 씨가 통화할 때 좀 이상한 말을 해서요.”

“무슨 말을 했습니까?”

제법 날카로운 말이 곁에서 들려온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놀라 부팀장을 바라보았다.

“아,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좀 예민하게 반응했군요.”

“괜찮습니다. 개의치 마세요.”

사람이 살다 보면 날카로울 때도 있고, 무뎌질 때도 있는 법이었다. 괜찮다는 말에 연신 이쪽을 힐끗대던 부팀장이 다시 운전에 집중하는 걸 볼 때였다.

―그쪽 상황 정리되었습니까?

기다리던 박 주무관이 상황을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박 주무관님.”

―잉여가 뭐라디?

“그게, 아이템이 나왔다는 말에 그럴 리가 없다는 식의 말을 꺼냈습니다.”

―아이템이 나올….

말이 이어지다 말고 툭 끊긴다. 혹 전화가 끊긴 게 아닐까 싶었건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현장 소음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전화 받기 곤란한 상황인가 싶어 숨죽인 채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던 참이었다.

―휴우, 드디어 갔네. 여하튼 잉여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지?

“네.”

―바로 팀장님께 알려야겠네요. 그럼 부팀장님, 막내야. 밖에 언질해 뒀으니까 증 내밀면 통과될 겁니다. 아이템이 나온 레드 리자드 위치는 연화로 18길 324입니다.

“알겠습니다. 도착 즉시 그쪽으로 합류하도록 하죠.”

―거리가 좀 있으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교통 이용하시고요!

“예.”

―그럼 나중에 봬요! 나중에 봐!

나중에 보잔 말을 끝으로 통화가 종료된다. 괜스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부팀장에게 조금 전 통화를 나누며 박 주무관에게 전달한 내용을 한 번 더 입에 담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세현 씨가 마치 아이템이 없다는 걸 확신하는 것 같았어요. 아이템이 나왔다는 말에 무척 어이없어했거든요.”

“흠, 그놈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건 그럴 만한 자신이 있다는 걸 텐데.”

다른 사람도 아닌 부팀장이 김세현을 강하게 부르니 기분이 묘했다. 어색하니 입꼬리를 끌어 올린 채 웃다가 현장 쪽에서 달려오는 구급차를 발견하곤 그대로 표정을 굳혔다.

“…….”

워낙 피해가 컸던 터라 현장에서 많은 이들이 다치고 또 실려 나오고 있다 들었다. 저 구급차 또한 던전이 생성되었던 곳에서 출발했을 확률이 높았다.

현장에서 다친 사람이 계속해서 실려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웃고 있었다니 괜히 마음이 그렇다. 나는 얼굴의 웃음기를 완전히 거둔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뉴스가 흘러나오던 라디오에서 때마침 광고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현재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광고를 들으며 어서 현장에 도착하기만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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