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84)화 (84/246)

81화

15. 다사다난합니다

“취재라 하셨는데, 제 기억 속엔 이런 언론사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아, 혹시 영상 사이트 자주 이용하십니까? 그쪽에서 개인적인 방송을 진행 중입니다. 저는 떳다 TV의 주인장, 떳다이고요.”

“아.”

떳다 TV라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번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으니까.

툭하면 카테고리로 떳다 TV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이 뜨곤 했기에 저 채널의 악명은 알고 있었다. 뿐이랴, 이전에 영상 사이트에 서강민과 관련된 영상을 올리며 자극적인 썸네일을 쓴 곳이 바로 떳다 TV였다.

어떤 언론사에서 나온 걸까 했건만, 다른 곳도 아닌 영상 사이트의 개인 방송에서 나왔을 줄은 몰랐다.

“…….”

차라리 다른 언론사였다면 다행이었을 거다. 재미, 그리고 흥미를 위해 무엇이든 하며 최근 썩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개인 방송에서 나왔다니. 이건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시군요. 우선 명함은 받았으니 한 번 더 정식으로 취재 요청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미는 건 서로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아.”

차갑기 그지없는 부팀장의 목소리에 계속해서 목청을 높이던 상대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게 느껴졌다. 나는 힐끔 창밖의 상황을 살폈다.

내 모습을 가리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창밖엔 부팀장의 등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저쪽 상황을 살피고 싶진 않기에 그저 숨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서강민 헌터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연하늘 주무관님?”

“…….”

부팀장을 앞에 두고 이번엔 나에게 묻는다. 무슨 질문이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서 입을 떼기엔 걸리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들은 질문을 받아 주면 그 즉시 태도를 바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쏟아 낼 게 뻔했다. 곤란한 질문을 던지고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영상에 실어 내보내는 게 바로 떳다 TV에서 다루는 것들이었으니까.

혹여 이번엔 다르다 하더라도 이전에 했던 것들이 있기에 믿긴 어려웠다. 나는 잠자코 이어지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헌터부 번호는 이미 알고 계실 테니 내일 오전 10시 이후로 전화 주십시오.”

“와, 진짜 깐깐하네.”

“절차 없이 와서 대뜸 인터뷰에 응해 달라는 그쪽은 예의가 없군요.”

“헉.”

부팀장의 반응 또한 만만치 않다. 아니,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짜증이 아무래도 저들이 잘못 걸린 듯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눈치를 살폈다.

“뭐요?”

“일단 가자,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하!”

부팀장의 심상치 않은 기세를 읽었는지, 함께 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가 부팀장과 말을 나누던 이를 말리는 듯했다.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을 흘리는 소리와 함께 잠시 정적이 인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창가를 막아섰던 부팀장이 차 앞을 돌아 운전석에 오른다.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굳어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부팀장을 불렀다.

“부팀장님.”

“떳다 TV라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

“하필 악질적인 곳이 붙었군요. 서강민 헌터에 관해 물어보고 싶다면 내일 헌터부로 연락이 오겠죠. 그때 대응하는 것으로 합시다.”

내일이면 팀장을 비롯해 다른 이들도 사무실로 올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네.”

다음 날 정식적으로 인터뷰 요청을 하라던 부팀장의 말은 그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은 듯했다. 잠들기 전 불안한 마음에 영상 사이트에 접속해 떳다 TV를 검색했다가,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서강민 헌터와 관련된 영상을 클릭하곤 말을 잃었다.

―서강민 헌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이었습니다. 그가 헌터부 소속 일반 공무원의 목숨을 구해 줬다는 정보를 얻어 저는 곧바로 헌터부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영 못미더울 따름이었습니다. 내일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정식 취재 요청을 하라는 말만 반복할 뿐인 헌터부 소속의 한 공무원의 모습입니다.

-“우선 명함은 받았으니 한 번 더 정식으로 취재 요청해 주시길 바랍니다.”

-“헌터부 번호는 이미 알고 계실 테니 내일 오전 10시 이후로 전화 주십시오.”

―워낙 공사가 다망하신 분들이기에 퇴근하는 시간에 잠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이라곤 형식적일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인터뷰 요청을 하려던 공무원은 앞을 막아선 공무원의 뒤에 숨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 공무원은 서강민 헌터에 관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는 걸까요?

―하지만 서강민 헌터는 달랐습니다. 덤프트럭 사고 당일, 그가 구해 준 사람에 대해 물었을 때의 반응입니다.

-“무척이나 친절한 분입니다. 이번 일로 연이 닿게 되어 무척 좋습니다. 앞으로 좀 더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그렇습니다. 서강민 헌터는 이렇게 친절히, 그리고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한 것과는 달리 저기 등 뒤에 숨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공무원은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

정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엔 제법 그럴싸하게 시작되는가 싶더니 갈수록 앞뒤가 맞지 않고, 심지어 헌터부 탓을 한다. 그것도 마치 내가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듯한 말을 하며 말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인터뷰에 응할 걸 그랬나 보다. 아니, 부팀장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단호하게 말을 잘라내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댓글을 확인해 보니 역시나 떳다 TV를 옹호하는 이들이 쏟아 내는 악질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결국 영상 사이트를 닫고 그대로 대자로 누웠다.

“하아.”

난데없이 찾아와 인터뷰를 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몰아붙인 게 누군데,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나 싶을 지경이다. 답답함에 이리저리 뒹굴뒹굴하다가 조금 전 보았던 영상에서 놓치고 있던 걸 상기하곤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거기서 인터뷰를 했지?”

그래, 서강민 헌터가 인터뷰한 장소는 무척이나 눈에 익은 곳이었다. 바로 시청 말이다.

만약 김세현이 그때 막지 않았다면,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침과 동시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부르르 몸을 떤 뒤 다시 바로 누운 채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후우.”

그러지 않아도 던전 상황에 더하여 김세현의 생각지도 못한 행보에 머리가 복잡한데, 여기에 더하여 이런 영상까지 뜨니 마음이 너무 심란했다.

서강민 헌터에 관해 질문하겠다고 했었다. 그래, 이미 이렇게 그와 관련된 영상을 올렸으니 적어도 서강민 헌터와 관련된 질문은 더는 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 영상이야,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말이다. 내일 상황을 보며 영상을 신고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생각하며 전혀 오지 않는 잠을 애써 청했다.

***

서강민 헌터라는 최근 유명한 인물에 더해 떳다 TV가 다루는 흥미 유발 요소를 더하여 불과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그 영상은 조회수가 100만에 가까워져 있었다.

“…….”

“와 진짜 악질도 이런 악질이 있나.”

“이거 신고하는 방법 또 없습니까?”

“일단은 영상 사이트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어요. 상대가 말이 통할 거 같으면 다이렉트로 채널 운영자에게 연락을 넣으면 되는데, 여긴 그런 연락을 취하면 또 그거 가지고 영상을 만들 놈들이거든요.”

“하아.”

출근과 동시에 팀원들에게 떳다 TV 영상에 신고해달라고 하긴 했지만, 그 신고가 먹힐지 아니면 신고가 통하지 않을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했다. 그래, 시간이 말이다.

아침만 해도 30만이었는데, 점심 시각이 지난 지금 100만 조회 수를 넘었다는 건 앞으로도 쭉쭉 조회수가 늘어날 것임을 의미했다.

…그만큼 악플 또한 달리게 될 것이고 말이다.

“그나저나 10시 이후에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영 연락이 없네요.”

“이미 영상을 만들어서 단물 빼먹었다 생각하는 거겠지.”

“에이, 이 채널이 얼마나 악질인데요! 영상 뒷부분 보시면 우리 막내를 놓고 흥미 유발을 시켰잖아요. 욕받이도 되게 하고. 분명 연락이 올 겁니다!”

“…….”

살면서 이렇게 욕을 얻어먹은 적이 있나 싶을 만큼 많은 욕을 먹는 중인데, 여기서 또 떳다 TV를 상대하라고 하면 정말 아찔할 듯했다. 나는 축 늘어진 얼굴로 박 주무관을 바라보았다.

“근데 서강민 말입니다. 어떻게 이런 채널까지 인터뷰를 한 걸까요? 그것도 시청에서 말이죠.”

“시청에서 얼굴마담 시키겠다고 했잖아. 우리 막내 굴리지 못하니 서강민만 죽도록 굴리고 있는 거겠지.”

“그놈이 하라고 해서 할 놈인가요.”

“인터뷰에 응하면 소정의 무언가가 오나 보지. 그거 아니고서야 서강민이 이렇게 움직일 리가 없어.”

“어쩌면 이름을 올려보고자 이번 기회를 톡톡히 활용 중일지도 모르고요.”

“그래봤자 수전노지.”

수전노건 아니건 지금은 그게 중요치 않았다. 떳다 TV를 비롯해 다른 이들까지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그보다 더한 부담은 없을 것이었다.

“하아.”

“뭣하면 잉여한테 말해.”

“너무 기대는 거 같아서요.”

무슨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하라고 했지만, 매번 일이 생길 때마다 부탁하기엔 뭔가 불편했다. 더 정확히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그에게 손을 내미는 건 영 볼썽사납다고 하는 게 어울렸다.

“미리 말해 두면 좋을 거야.”

“맞아. 잉여가 손 내밀 때 응해야지!”

“상황 보면서요.”

떳다 TV에서 나에 관한 관심을 표명하긴 했지만, 그것이 영상으로 만들어질지는 미지수였다. 그래, 그들의 관심사는 매일같이 새로 생기니, 어쩌면 아주 먼 훗날에나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아니, 솔직한 심정으론 나와 관련된 내용이 꼭 이다음 영상으로 올라올 듯했지만 되도록 올라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가 나를 완전히 잊는 것도 간절한 바람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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