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83)화 (83/246)

80화

15. 다사다난합니다

M-12 구역에 나타난 던전 조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역시나 현장으로 출근한 네 사람의 빈 자리를 보다가 부팀장을 불렀다.

“부팀장님.”

“예, 하늘 씨.”

“혹시 현장에서 협조한 헌터 이야기는 없었나요?”

“그러지 않아도 오늘 아침 출근길에 팀장님과 통화했는데, 없다고 합니다.”

“…….”

끝날 즈음 수저를 얹는 이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없다고 들으니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묘한 시선으로 부팀장을 보자 그 또한 어색한 미소를 입가에 매다는 것이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하다 느끼는 듯했다.

“헌터부에 속한 지도 어언 7년 차인데, 이런 일은 또 처음이군요.”

“정말 이상하네요.”

그래, 지난 7년 동안 내내 하던 걸 갑자기 안 하는 건 분명 이상했다.

“아마 김세현과 관련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세현 씨요?”

“예. 최근 김세현이 외국 헌터들과 잦은 만남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놀랄 상황인데, 아마 협회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의심되는군요.”

“…그렇겠네요.”

갑자기 김세현 이야기가 나와 무슨 말인가 했다. 부팀장의 설명을 듣고 나니 어째서 협회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듯했다. 나는 말을 덧붙였다.

“생각해 보니 갑자기 수기 협조문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도 이상하네요.”

“예.”

“…세현 씨는 세현 씨고, 우린 우린데 어째서 협회가 헌터부의 편의를 봐주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

그래, 협회가 눈치를 봐야 할 것은 헌터부가 아니라 바로 김세현 본인이었다. 그간 그에게 못한 게 있다면 좀 더 잘해 주면 되었고, 또한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하며 거리를 좁히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건만, 이쪽으로 호의를 베푸는 의도가 미심쩍었다.

“하늘 씨.”

“네, 부팀장님.”

날 부르는 소리에 바로 답하며 그를 보자 묘한 시선이 내리꽂힌다.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 입을 벙긋이다가 다시 다무는 모습에 눈을 끔벅였다.

“부팀장님?”

“아닙니다. 우선은 수저 얹은 이들이 없으니 그대로 서류 정리 마무리하세요.”

“네.”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궁금했지만, 굳이 지금 당장 물어보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나는 어제 작업해 둔 파일을 열어 최종적으로 확인을 마치곤 다시 그 파일을 닫았다.

“…….”

던전 관련 작업을 마쳤으니 이젠 한 주무관이 부탁한 작업을 마저 이어 가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자꾸만 조금 전 본 부팀장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도대체 부팀장은 왜 그런 표정을 지은 걸까.

게다가 협회는 어째서 김세현이 아니라 헌터부의 편의를 봐주는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는 결국 생각을 멈추곤 작업 파일을 열었다.

그래,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협회의 그런 선택은 조만간 이유가 밝혀질 것이었다. 그뿐이랴, 부팀장이 하다 말았던 말 또한 조만간 알 수 있을 듯했다.

…라고 했지만, 이렇게나 일찍 상황을 파악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

생각지도 못한 꽃바구니 배달에 혹여 김세현이 보낸 걸까 했지만, 그가 보낸 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세현 본인이 직접 오지 않을 땐 항상 사람 심장을 뛰게 하는 그런 문구가 적힌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문구가 있기는 했다.

생각지도 못한 그런 문구가 말이다.

다른 곳도 아닌 헌터 협회에서 보냈다는 문구가 적힌 카드를 보다가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줄을 서 보려는 걸 겁니다.”

“…줄이요?”

“김세현이 하늘 씨와 친하게 지내니 아마 이쪽을 공략하면 말이 통하지 않을까 싶어 보낸 듯하군요.”

“가깝긴 하지만, 이런 로비를 할 정돈 아닌데.”

그래, 김세현과 제법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꽃바구니를 보내며 부탁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도 이전에 김세현이 보냈던 꽃바구니에 비견될 정도의 사이즈로 말이다.

“그만큼 협회에서 김세현의 돌발행동을 무척이나 위험하다 여기고 있다는 뜻이겠죠.”

“…이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김세현 본인이 직접 외국에 갈 생각이 없단 말을 들은 터라 지금 협회의 이 행동은 앞서나가도 너무 앞서간 듯했다. 물론, 그들은 그 말을 듣지 못했기에 이러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막상 선물 아닌 선물을 받았음에도 기분이 별로인 건 다른 곳도 아닌 협회에서 보낸 선물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나는 책상 위에 둔 꽃바구니를 보다가 그것을 들어 이동했다.

부팀장의 시선이 따라붙는다. 나는 말없이 그것을 원탁과 간이 탕비실 사이의 벽에 내려놓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처리하고 싶으면 말해요.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도 되니까.”

“음.”

마음이야 그러고 싶었지만, 아직 저 꽃바구니를 보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팀원들이 전부 저걸 보고 나면 그때 버릴까 하고요.”

“그래요.”

설명을 들은 부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웃는다. 따라 웃으며 모니터로 고개를 돌리곤 작업을 시작하기 전 던전과 관련된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창을 켰다.

“…….”

막상 던전 관련 기사를 검색하니 이전과 별반 다른 뉴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에 다시 검색 사이트 메인으로 돌아와 이번엔 실시간 검색어를 살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하고 있는 김세현의 이름을 보곤 곧바로 그것을 클릭했다.

“어?”

“무슨 일 있습니까?”

“잠시 확인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불과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김세현과 관련된 뉴스는 몇 가지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국 헌터와의 접촉, 그리고 S급 헌터의 중요성, 던전 클리어. 이렇게 총 세 가지의 큰 주제를 가진 뉴스가 가득했건만, 지금은 아니었다.

“프, 랑스?”

갑자기 프랑스 이야기는 왜 나온 건지 모르겠다. 나는 가장 상단에 자리한 뉴스를 클릭해 내용을 살폈다. 그리고 잠시 뒤, 어째서 프랑스가 기사 헤드라인에 떠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하늘 씨?”

“그게, 부팀장님.”

“예.”

“김세현이 이번엔 프랑스 헌터와 만남을 가졌다고 합니다.”

“…….”

“어제 생성된 던전보다 그 기사가 더 많이 쏟아지고 있고요.”

던전도 물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검색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김세현과 프랑스 헌터와의 만남이었다.

최근 들어 자꾸만 타국 헌터들을 만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바로 연락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지난번 일도 있었고 일정이 끝나면 연락하겠다는 말을 들은 터라 선뜻 연락하기 어려웠다.

“일단은 좀 상황을 지켜봐야겠군요.”

“네.”

“최근 세계 각지에 생성되는 던전 때문에 긴밀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말고요.”

“…네.”

다른 때라면 부팀장의 말을 듣고 마음이 가벼워졌겠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영 기분이 그랬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 헌터까지 만나다니, 김세현은 무슨 생각을 하고선 이런 행보를 보이는 걸까.

“…….”

김세현이 아니었기에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오는 답은 없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뱉었다.

***

한 주무관이 맡기고 간 일감에 서서히 적응해갈 무렵이었다. 부팀장의 퇴근하잔 말에 고개를 들었다가 이미 그가 짐을 다 챙기곤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바로 준비할게요!”

“저장할 거 하고, 천천히 해도 됩니다.”

“네.”

천천히 하라는 건 실수를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부팀장의 말에 고개를 주억이며 작업하던 내용물을 저장 후 컴퓨터를 종료했다. 이어 사무실의 창문을 잠그고, 마지막으로 간이 탕비실의 가스 밸브까지 확인을 마치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오늘까지는 현장에서 네 사람 모두 퇴근한다고 하는군요.”

“내일은 사무실로 출근하시나요?”

“예.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양입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을 챙긴 뒤 그대로 부팀장과 함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내일이면 꽃바구니가 쓰레기통으로 가겠군요.”

“네.”

다른 사람이 보낸 거라면 또 몰라도, 협회에서 보낸 터라 의도가 너무도 불순했다. 그래, 김세현을 어떻게 해서든 붙잡아 보려는 노력은 가상했지만 아닌 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외부 주차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나는 조금 떨어진 길목에서 카메라를 든 채 서성이는 이들을 발견하곤 부팀장의 옆으로 바싹 달라붙었다.

“하늘 씨?”

“저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보여서요.”

“…….”

턱짓으로 위치를 가리키며 작게 말하자, 부팀장이 그쪽을 바라본다. 시선을 느낀 듯 이쪽으로 다가오는 이들을 보며 나는 부팀장을 바라보았다.

부팀장 또한 날 바라보고 있었는지 시선을 돌림과 동시에 눈이 마주친 상황이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따라 고개를 끄덕이곤 부팀장의 차가 있는 곳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모여 있는 사람들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부팀장이 나를 더 가려 주려는 듯 몸을 움직였다.

“반응하지 말아요.”

“네.”

바로 옆 건물이 헌터 협회 건물인지라 협회 쪽과 관련된 이들일지도 몰랐다. 걸리는 게 없었다면 저 부름에 반응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덤프트럭 관련 상황이 떠올라 차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조수석에 올랐다.

“연하늘 주무관 맞으십니까?”

“…….”

“다른 게 아니라 서강민 헌터가 구해 준 사람이 연하늘 주무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강민 헌터에 관해 취재 중인데 잠시만 시간 내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일정이 있습니다. 다음에 정식으로 헌터부로 취재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잠시면 됩니다!”

“일단 명함부터 주시죠.”

“…….”

밖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부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긴장감하며 바깥의 동태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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