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82)화 (82/246)

79화

14. 이어지는

“…….”

종료를 하라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도대체 뭘까 싶은 마음에 초조하게 다시 현장 쪽에서 연락을 취해 오길 기다리길 몇 분, 네트워크 불이 깜박이자, 바로 버튼을 눌렀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아아, 무사해.

―여기도 무사합니다.

“…다행이네요.”

혹여 현장에 안 좋은 일이 있는 거면 어쩌나 싶었다.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조금 전 상황을 물었다.

“네트워크는 왜 종료하라 하신 거예요?”

―충격파 상황이 좀 안 좋았어. 데빌카우가 죽을 때 간혹 일반인들이 귀에 이상이 생길 때가 있어서 말이야.

“아.”

―통화하던 사람 또한 그 충격파를 듣고 귀에 문제가 생긴 적도 있고.

“감사합니다, 팀장님. 덕분에 저는 괜찮아요.”

그런 상황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몇 번이고 거듭해 팀장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고맙다고 그만해. …민망하니까.

뒷말을 잇는 팀장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작다. 그 목소리에 덩달아 민망함이 차오를 때였다.

―와, 지금 팀장님 목소리에서 부끄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나도 들었어!

―다들 그만 놀리고!

마치 건수를 잡기라도 한 듯 팀원들이 하나같이 팀장을 놀리기 시작한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모두 상황이 썩 나쁜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안도하며 슬며시 입가를 끌어 올릴 때였다.

―서강민 확인!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장난기가 느껴지던 팀장의 목소리건만, 지금 들린 목소리엔 웃음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에 정신을 다잡곤 이어진 말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서강민과 함께 빅뱃 우두머리를 처리하러 간다! 세 사람은 최은파와 함께 움직이도록 해!

―알겠습니다!

서강민을 확인한 팀장의 목소리가 한결 가볍다. 서은파와 함께 움직이란 말에 답하는 세 사람의 목소리 또한 조금 전에 비해 훨씬 가볍게 들렸고 말이다. 아마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기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 듯싶었다.

“하늘 씨.”

“어서 오세요. 아, 서은파 헌터가 현장에 도착해 데빌카우를 소멸시켰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현재 팀장님은 서강민과 함께 빅뱃 우두머리를 소멸시키기 위해 던전 중앙부로 이동 중이시고요. …배는 좀 괜찮아지셨어요?”

자리를 비우는 거야 내가 어떻게든 커버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부팀장이 계속 아픈 건 마음에 걸렸다. 혹 컨디션 난조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그의 낯빛을 계속해서 확인했다.

“예. 이제 진정이 된 듯하니 하늘 씨는 자리로 돌아가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자리로 돌아와 못다 본 CCTV들을 살피며 슬쩍슬쩍 보이는 던전 안을 비롯해 외부 상황을 살필 때였다.

―던전 클리어!

개운함이 느껴지는 팀장의 목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채운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부팀장, 몸 상태는 어때.

“한결 좋아졌습니다.”

―하하, 우리 막내가 생각보다 잘해 줬어!

“앞으로 팀장님이 컨트롤 타워 맡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그렇지! 앞으로 걱정 없이 현장으로 나와도 되겠어!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더 부끄러워진다. 나는 뜨거워진 볼을 손으로 감싸며 슬그머니 입가를 끌어 올렸다.

“…….”

칭찬을 받으니 민망했지만, 민망한 만큼 기분이 좋았다. 아마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은 건 전부 현장에 나간 팀원들을 좀 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점 때문일 거다.

―다들 고생했고! 현재 데빌카우 충격파로 인해 건물이 많이 부서진 상태라 아마 오늘 내로 사무실로 가지 못할 거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니, 먼저 퇴근하려면 하라고!

“…하늘 씨 표정을 보니 바로 퇴근할 거 같지 않은데요.”

팀장의 말에 힐끔 이쪽을 본 부팀장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달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다들 현장에서 고생이신데, 최대한 사무실에 머무르겠습니다!”

―하여간 못 말리지.

―좋아! 막내 그러면 오늘 사무실 지키는 거야!

“네!”

다들 밤샘 작업을 하는 거라면 마땅히 함께 사무실을 지키는 것이 옳았다. 한 주무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졌다.

***

팀장의 말마따나 현장 상황은 무척이나 심각했다. TV 뉴스를 탄 M-12 구역 상황을 보다가 원탁으로 와 앉는 부팀장을 바라보았다.

“충격파가 상당했군요.”

“네. 팀장님이 아니었으면 제 귀도 멀쩡하지 못했을 거 같아요.”

“예. 지시에 바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

갑작스러운 팀장의 말에 반문하긴 했지만,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바로 껐기 망정이지 계속 버텼다면 정말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몰랐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앞으론 말이 있으면 무조건 따르고 난 이후 묻자 다짐하던 중이었다.

―최근 난이도 A급 던전이 계속해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경우만이 아닌데요. 각국의 던전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최아미 기자 나와 주시죠.

―예, 이곳은 M-12 구역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현장 상황은 참혹 그 자체입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만, 보시는 것처럼 건물들의 잔해로 가득 찬 상황입니다. 이번 던전은 난이도 A급의 던전이었음에도 던전 안에 빅뱃 우두머리와 데빌카우가 동시에 등장했다 알려졌습니다. 그로 인해 항간에서는 난이도를 S급으로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니냔 말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S급은 너무 나간 거 아닐까요?”

“A급에서 더는 조정되지 않을 겁니다.”

부팀장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각기 다른 A급 몬스터가 몇 개체가 나타난다고 한들 그 던전의 난이도는 A급일 수밖에 없었다. 급 낮은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던전만 봐도 손쉽게 인지할 수 있음에도 저런 말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이번 상황이 특수했음을 의미했다.

―이번 던전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불과 직전의 던전에서 나타난 빅뱃이 한 번 더 출몰하였다는 소식에 세계 각지에서 오늘 생성되었던 던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현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홀리볼 아이템을 지닌 헌터와 더불어 S급 헌터인 최은파 헌터의 합류로 던전 규모는 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던전이 생성된 구역 위치가 13 구역이 가까운 곳인지라 13 구역에 속한 일부 지역에도 피해가 있다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들 무리하고 계시겠네요.”

차라리 이전처럼 던전 안이 잘 보이지 않도록 먼지바람이 일었으면 좋겠다. 먼지바람이 일었다면 일처리가 늦어지긴 하겠지만, 적어도 오늘처럼 무리하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빨리 던전이 클리어되었기에 다들 힘내고 있을 겁니다.”

“네.”

“하늘 씨, 그러고 보니 시청에도 연락을 넣은 거 같은데.”

“아, 네. 지난번에 부팀장님이 시청에 전화를 넣은 거 같아서요.”

“잘했습니다. 그쪽 꼰대들이 절차를 무척 중시하는데, 혹여 바로 서강민에게 연락을 넣었다면 조금 곤란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하.”

지난번 일을 기억하고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부팀장의 칭찬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 집중했다.

―현재 피해 규모는 추산 중이기는 하나 데빌카우의 충격파로 인해 고층 빌딩을 비롯한 건물들이 많이 무너져 이번 피해는 역대 기록 중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되지 않을까 하는 말들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현장에 나간 최아미 기자의 말처럼 현재 상황은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언제나처럼 우리를 지켜 주던 던전 생성의 법칙이 깨지고, 높은 난이도의 던전들이 연속으로 생성되며 많은 이들이 공포에 떠는 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던전이 클리어된 것처럼 우리에겐 나라를 위해, 그리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항상 불철주야 힘내고 있는 헌터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어떻게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막상 저 클로징 멘트의 대상이 되니 괜히 기분이 묘했다. 콧잔등을 손가락으로 긁적이며 간질거리면서도 조금은 울컥한 감정을 다독이곤 입을 열었다.

“현장에 있는 분들도 방금 전 멘트 꼭 들었으면 좋겠네요.”

“예.”

“저희는 뭘 하면 될까요?”

현재 현장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터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이미 협회서 나온 헌터 수 체크가 끝난 터라 할 일이 없는 거지만 말이다.

“일단은 저녁 먹읍시다.”

“…네?”

“솔직히 현장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사무실에서 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중간중간 중계기를 통해 현장에 나갔던 다른 곳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 정도면 많은 일을 한다고 봐야겠죠.”

“그렇군요.”

“그래도 우리가 사무실에서 기다리니 다들 힘내고 있을 겁니다.”

“네.”

“방금 뉴스를 보니 정말 오늘 내로 집에 돌아가긴 무리일 듯합니다. 식사 후 처리할 일이 있으면 처리하면서 기다리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래, 부팀장의 말마따나 할 일이 없다면 하던 일을 마저 하면서 현장에 나간 팀원들을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고개를 주억이곤 곧바로 저녁 메뉴를 골라 주문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

대개 이 시간이면 퇴근했기 때문일까, 이 시간에 사무실에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던전이 생성되기 전, 한 주무관이 부탁했던 일을 차근차근 살피고 또 정리하며 저녁 식사가 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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