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14. 이어지는
“빅뱃 맞습니다! 그리고 현재 M-12 구역 세원 빌딩 사거리에 던전이 활성화되었다고 합니다! 추정되는 난이도는 A 등급! 그리고 던전 범위는 현재 C 등급입니다!”
“하.”
생각지도 못한 상황 탓일까, 팀장 또한 바로 반응하기 어려운 듯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한 주무관! 바로 M-12 구역으로 가도록 하지! 그리고 박 주무관과 김 주무관은 함께 움직이고! 나는 부팀장이 돌아오는 대로 바로 현장으로 가도록 하지!”
“막내야, 상황 체크해!”
“네!”
현장에서 범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듯 김 주무관이 다급히 묻는다. 나는 빠르게 지도를 살피곤 상황을 전달했다.
“세원 빌딩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정도의 크기를 유지 중입니다. 그런데 워낙 빅뱃이 많아 바로 던전 규모가 변경될 듯합니다!”
“오케이!”
말을 전해 들은 박 주무관이 빠르게 컴퓨터에 무언가를 입력한다. 이어 박 주무관이 몸을 일으키자마자 도착한 재난 문자 소리에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저는 협회로 바로 가겠습니다! 박 주무관, 가자!”
“예!”
박 주무관과 함께 김 주무관이 발 빠르게 사무실을 나간다. 나는 자리서 일어나 중계기를 켜곤 다시 돌아와 모니터를 살폈다.
“이게 뭐야.”
부팀장 자리를 지키는가 싶던 팀장이 다가와 모니터를 보더니 기가 찬 듯 소리를 내뱉는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띄운 화면에는 빅뱃 무리가 시커멓게 건물과 자동차 위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난데, S급 있으면 S급으로 붙여 달라고 해! 아니면 A급 있는 대로 긁어서 보내 달라고 하든가!”
“…….”
처음부터 S급을 입에 담았다는 말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함을 의미했다. 나는 긴장하며 띄운 화면 주변을 계속해서 살피며 빅뱃 무리의 위치를 살폈다.
“저 왔습니다, 팀장님.”
“…속은 좀 어때.”
“좀 전보다 괜찮아졌습니다. 이곳은 하늘 씨도 있고 하니 얼른 가 보세요.”
핼쑥한 얼굴로 돌아온 부팀장이 팀장의 등을 떠민다. 그에 나 또한 자리서 일어나 팀장에게 말했다.
“이곳은 저와 부팀장님이 있을 테니까 팀장님은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좋아! 그럼 바로 나도 가도록 하지!”
워낙 사태가 중한지라 팀장이 조금이라도 빨리 현장에 도착해야만 했다. 나와 부팀장을 번갈아 보던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창가로 향한다. 이어 창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며 곧바로 부팀장에게 말했다.
“제가 할 일 있으면 뭐든 말씀해 주세요.”
평소의 부팀장이었다면 또 모를까, 지금은 아니었다. 희게 질린 부팀장의 얼굴을 보며 답을 기다렸다.
“그래요.”
배를 부여안은 채 물끄러미 날 보던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자리에 앉아 화면을 살폈다.
“규모 상황은 어떻죠?”
“현재 빅뱃 개체가 무척 많습니다. 화면상으론 헤아리기 힘들 정도고요.”
핸드폰을 꺼내어 재난 문자 내용을 확인 후 말을 이었다.
“다행히 재난 문자에 안내된 것처럼 현재 던전 규모가 더 커지진 않은 상황입니다. 김 주무관이 협회에 S급 헌터가 있다면 협조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바로 대응하도록 하죠.”
“네.”
간략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바로 상황 파악을 마친 듯 부팀장이 컨트롤 타워 앞에 선다. 그리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상황을 전달하고 또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그런 부팀장을 보다 다시 CCTV 화면으로 시선을 두고 상황을 계속해서 살필 때였다.
“…하늘 씨.”
“네, 부팀장님.”
“잠시 컨트롤 타워 좀 맡아 주십시오. 버튼 앞에 중계기와 네트워크 있으니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중계기로 말을 전달하기만 하면 될 겁니다.”
부팀장의 낯빛이 조금 전과 비교해 무척 나빠 보였다. 급하게 말을 뱉은 그가 황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자리서 일어났다.
“…….”
CCTV로 상황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컨트롤 타워가 우선이었다. 곧바로 부팀장의 자리로 이동해 네트워크 버튼을 누르며 입을 열었다.
“팀장님.”
―그래, 막내야.
“현재 부팀장님이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그래서 잠시 제가 컨트롤 타워를 맡게 되었는데, 어떤 걸 하면 될까요?”
그간 다른 사람이 컨트롤 타워를 담당하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이 자리에 내가 올 줄은 몰랐기에 자세하게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살피진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혹여 그와 관련하여 한 소리 듣지 않을까 걱정하던 참이었다.
―오, 마침 잘됐다. 그럼 협회 쪽으로 연락 한 번 취해 줘! S급 헌터 필요하다고!
팀장에게 물었건만, 답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 주무관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쌩뚱 맞은 말을 하며 말이다. 나는 멍청하게 그가 한 말을 다시 입에 담았다.
“S급 헌터요?”
―나쁜 놈들, 협회에 S급 헌터 있는 거 뻔히 아는데! 상황이 안 좋다는 걸 알면서 A급 헌터만 다섯 보내겠다 하는 거야!
―진짜 그 소리 듣고 뒷목이 땅기더라니까요!
“음, 일단 한 번 연락을 넣어 보긴 하겠습니다.”
―부탁해! 우리 막내밖에 없어!
“…….”
협조문을 가지고 간 김 주무관에게도 A급 다섯을 내어 주겠다고 했는데, 과연 내가 연락을 취한다고 해서 그들이 말을 들어줄지 의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직위는 헌터부 안에서도 가장 말단이었으니 말이다.
“후우.”
걱정이 되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협회로 연락하는 게 급선무였다. 나는 크게 심호흡 후 협회 번호를 눌렀다.
―헌터 협회 서울지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시 헌터부 소속 연하늘이라고 합니다.”
―…방금 협회서 사람 다녀갔습니다만.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헌터부에서 연락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누가 전화했냐고요?
“…….”
누군가가 말을 건 듯, 통화를 하던 상대가 다른 이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누가 전화를 걸었냐는 말을 끝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초조함에 검지로 책상 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전화 받았습니다. 헌터부 소속 연하늘 씨라고요?
조금 전 통화를 나누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는다. 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연하늘 씨가 무슨 일로 협회에 다 전화를 거셨는지….
“다름이 아니라 이번 던전에 빅뱃 떼가 확인되었습니다. A급 헌터를 다섯이나 내어 주신 점에 대해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합니다. 그런데, 상황이 좀 많이 심각합니다.”
―어떻게 심각하단 말씀이신지요?
“이전번과 같은 빅뱃이 출몰했지만, 그 수가 차마 헤아리기가 힘듭니다. 솔직히, 헌터부 소속 헌터들과 협회에서 보내 주신 A급 헌터 다섯으로는 상황을 종료시키기는 무리입니다. 듣기론 협회에 S급 헌터 분이 지금 상주하고 계시다는데, 협조 부탁드려도 될까요?”
―…….
협조를 구한다는 말에 좀처럼 상대가 말이 없다. 나는 초조하게 답을 기다렸다.
―일단 말은 넣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김세현 헌터와는 좀 다른 사람이라, 바로 응할지는 모르겠군요.
“감사합니다. 꼭 협조 바란다고 전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연 주무관님?
갑자기 날 부르는 상대다. 나는 눈을 끔벅이며 답했다.
“네.”
―앞으로 헌터부에서 수기로 협조문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된다 말 전해 주십시오. 사이트가 있는데, 번거롭게 서로 움직일 필요는 없는 듯하니.
“…네?”
갑자기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생각지도 못한 말에 되물은 것도 잠시였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곤 빠르게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사이트 이용은 지금 통화 이후의 협조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리고…. 아닙니다. 우선은 던전 클리어가 중요하니까요. 말 전하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쪽에서도 최선을 다해 합류하도록 구슬려 보겠습니다.
이보다 더 반가운 말이 있을까 싶다. 나는 반색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어 상대가 전화를 끊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멍청하게 서 있던 것도 잠시, 아직 계약직 헌터들에게 연락을 넣지 못했다는 말에 수화기를 들었다.
―예, 서울 시청 관리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시 헌터부 소속 연하늘이라고 합니다. 현재 M-12 구역에 빅뱃 던전이 생성되었습니다. 현재 시청에 머무는 헌터들에게 상황 알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간략한 설명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답이 돌아온다. 어느새 끊긴 전화를 확인하곤 네트워크 버튼을 눌러 조금 전 통화 내용을 팀원들에게 전달했다.
―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죠?
―거보라니까! 내가 좀 이상하다고 했지!
―김 주무관, 무슨 말이야?
그래,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김 주무관이 으스대기 시작하자, 팀원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조금 전에 우리가 협조 요청하러 협회에 갔잖습니까!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더라고요!
―뭐가 이상했는데 그래?
―평소처럼 콧대가 높기는 한데, 이상하게 우리 쪽 눈치를 보는 듯했다, 이거죠! 그 모습을 보는데 순간 잉여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 겁니다!
―그래서?
―요즘 잉여가 다른 나라로 간다 만다 하는 말들이 있잖아요! 우리 잉여가 사람 말 안 듣기로 워낙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에 딱 견적이 나왔죠! 우리 헌터부에 김세현을 쥐락펴락할 존재가 있다는걸요!
―와, 그래서 눈치를 봤다?
―바로 그겁니다! 혹시나 해서 우리 막내한테 전화 걸어 보라고 한 건데, 이렇게 좋은 소식이 전달될 줄은 몰랐네요!
“…….”
김 주무관의 말을 들으니 얼떨떨함이 배가되는 거 같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현장 도착! 상황 심각하니 김 주무관과 박 주무관은 되도록 던전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해! 그리고 막내는 현재 던전 규모 한 번 더 체크해야 할 것 같다!
“네! 바로 체크 하겠습니다!”
―좋아! 체크 후엔 중계기 버튼 눌러서 어디까지 물러나라고 말 전달하고! 혹시 그쪽에서 도움을 청하거나 한다면 바로 이쪽에 알려!
“네!”
팀장의 말이 떨어지자 곧바로 자리로 가 지도를 살피곤, 황급히 자리로 돌아와 팀원들에게 먼저 던전 규모를 전달했다.
“현재 규모는 세원 빌딩을 중심으로 하여 300m 더 커져 평균 800m가 범위 안에 들어갑니다!”
―체크 완료!
―체크!
체크했다는 팀원들의 말에 곧바로 중계기를 열어 조금 전 전달한 던전 규모 부분을 재차 전달했다.
―세원 빌딩 기준 남서 방향에 있는 언라역 쪽으로 몬스터 활동이 활발합니다!
때마침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이 전해진다. 나는 빠르게 답했다.
“바로 상황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원 요청도 함께하겠습니다!”
―예!
다시 팀원들에게 상황을 전달한 뒤 김 주무관과 박 주무관, 그리고 한 주무관이 그쪽으로 가겠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던전 도착했습니다! 바로 막내가 말한 쪽으로 이동합니다!
―조심해!
네트워크 너머로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전달된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계속해서 상황을 귀담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