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68)화 (68/246)

65화

13. 또 한 명의 히어로

혹시 모를 던전 규모의 변경 체크와 더불어 몬스터가 화면에 잡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잘 대피하고 있는지를 교차 체크하면서도 귀는 네트워크에 고정되어 있었다.

- 빌어먹을, 자식들이!

팀장이 말을 끊을 때마다 퍽퍽 무언가를 강타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전투 소리에 마른침을 삼켰다.

“…….”

일정이 있어 오지 못한다고 한 만큼 협회엔 김세현이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S급 헌터가 협회에 머무르고 있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협회 소속 헌터이긴 하나 김세현을 제외하곤 협회 서울지부에 발길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꼭 협회에 S급 헌터가 있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 팀장님, 방금 협회 측 헌터 도착했습니다!

- 바로 들여보내! 위치는 오한 극장 사거리 쪽이야!

- 예!

오한 극장 사거리란 말에 바로 지도를 찾아봤지만, 그곳의 CCTV는 회색빛으로 물든 지 오래인 듯했다. 던전 중앙부와 가까운 곳임을 확인하곤 다시 던전 주변 카메라를 확인하며 사람들의 대피 상황까지 함께 살폈다.

“서강민 헌터, 서울시 헌터붑니다.”

협회 헌터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팀장 또한 드디어 서강민과 연락이 닿은 듯했다.

“현재 오한 극장 사거리에 빅뱃이 떼로 있다고 합니다. 곧바로 그쪽으로 이동 바랍니다.”

혹여 팀장과 다른 쪽에서 전투 중일까 싶었는데, 통화 내용을 듣건대 그건 아닌 듯했다.

“하늘 씨.”

“네, 부팀장님.”

“현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좀 전과 같습니다. 대피를 완료한 시민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로를 가득 메웠던 사람의 수는 절반 이상이 줄어든 상태였다. 고개를 끄덕인 부팀장이 중계기를 통해 현장 상황을 조율하기 시작한다. 나는 계속해서 감시 모드에 들어갔다.

- 서강민 헌터 합류! 그리고 협회 측 헌터도 모두 합류한 상황이다!

“혹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 저희도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 좋아! 우선은 추가 협조 헌터가 오기 전까지 사수하는 쪽으로 하지!

“…….”

다른 때완 달리 사수하겠다는 말을 뱉는 팀장이다. 빅뱃의 수가 많을수록 대응하기 까다로워진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 때문인 듯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현장 소리를 들으며 CCTV를 보던 참이었다. 나는 카메라에 잡힌 검은 것들을 발견하곤 다급히 부팀장을 불렀다.

“헉, 부팀장님!”

“무슨 일입니까.”

다급한 부름에 부팀장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곁에 와 선 부팀장이 의자 등받이에 손을 올린다. 얼른 마우스를 움직여 한 곳을 가리켰다.

“방금 이쪽으로 검은 새로 보이는 것들이 이동했습니다!”

- …여기 말고 또 있어?

기가 막히다는 듯한 목소리가 전달된다. 나는 검은 새 떼로 추정되는 것들이 이동한 방향과 가장 가까운 카메라 화면을 모니터에 띄웠다.

“맙소사. 팀장님, 아무래도 두 팀으로 나뉘어야 할 듯합니다. 던전 가장자리 쪽에서도 빅뱃 무리가 확인되었습니다.”

침음을 삼킨 부팀장이 다른 빗뱃 무리가 있음을 현장에 전달한다. 나는 계속해서 화면 너머의 검은 몬스터 떼를 바라보았다.

- 위치 전달해! 바로 두 팀으로 갈라지도록 하지!

- 저희는 외곽 쪽 빅뱃이 있는 쪽으로 가겠습니다!

- 좋아!

“빅뱃의 위치는 던전 중심부를 중심으로 서북 방향의 은하 고등학교 쪽입니다!”

- 병아리는 계속 CCTV로 빅뱃 이동 방향 체크해 줘!

“알겠습니다!”

한 주무관의 말에 답하며 모니터 속의 화면을 확대했다 축소하며 빅뱃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다.

“잠깐.”

몇 번을 그렇게 화면을 확대했다 축소할 때였다. 갑자기 마우스를 쥔 손 위로 손을 겹친 부팀장이 움직임을 멈추라 말한다. 나는 마우스에서 손을 떼어 내며 부팀장을 올려보았다.

“…….”

잠시 나를 보는가 싶던 부팀장이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팀장님.”

- 또 뭐 나타났어?

무언가를 강타하는 소리와 함께 상황을 묻는 팀장이다. 나는 화면을 보았다 다시 부팀장을 바라보았다.

“빅뱃 우두머리 개체가 외곽에 있는 것 같습니다.”

- 뭐?

“되도록 A급 헌터를 외곽 쪽으로 보내 주십시오.”

우두머리 개체가 외곽에 있을 줄이야.

대개 빅뱃들이 떼로 다니긴 했지만, 우두머리 개체가 던전에 모습을 보이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 개체 하나만 있어도 A급 난이도로 던전이 정정되건만….

“지난 던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난이도일 듯하군요.”

힐끔 나를 본 부팀장이 말을 잇는다. 나는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혹시 모르니 세현 씨에게 연락 넣어 볼까요?”

일정이 있기에 그가 응할지는 미지수였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연락을 취해 보는 건 나쁘지 않을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던 부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일정을 소화 중인 걸까, 좀처럼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몇 번이고 다시 전화를 걸었음에도 연결되지 않는다. 결국 통화를 포기하곤 메시지를 보냈다.

[세현 씨, 많이 바쁘세요? 지금 던전이 생성되었는데, 세현 씨 힘이 필요해요.]

도와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젠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알기에 쉬이 입에 담을 순 없었다. 힘이 필요하단 메시지를 날리곤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주었다.

- 일단 나 포함 A급 헌터 둘 제외하고 A급 헌터 모두 외곽지로 보냈어! 도착하면 한 주무관이 통솔하도록 하고!

- 알겠습니다!

상황이 급박한데, 여기서 가만히 앉아 있다는 게 이보다 더 안타까울 수가 없다. 겁이 많았지만,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었다면 빅뱃 일반 개체라도 한두 마리 잡으며 도왔으련만.

“여기서도 충분히 큰 도움 되고 있으니 그런 표정 말아요.”

“…네.”

- 뭐야, 막내. 현장 돕고 싶어서 그래?

“마음은요.”

능력이 없다면 긴박한 상황서 짐 덩어리만 될 뿐이었다.

- 푸핫! 마음만으로도 충분하지!

- 좋아, 우리가 열심히 막내 몫까지 힘내 보자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긴장된 목소리가 가득했건만, 지금은 아니었다. 네트워크 너머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듣자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며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댄 채 한숨을 뱉었다.

“하늘 씨, 다른 쪽도 둘러보도록 해요. 무리가 하나 더 발견되었다는 건 다른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단 뜻이니까요.”

“네.”

그래, 한 무리를 더 찾았다고 끝은 아니었다. 부팀장의 말마따나 다른 무리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CCTV를 살피는 데 박차를 가했다.

- 도착했습니다!

- 서강민 외 다른 헌터들은?

- 모두 도착했습니다. 바로 전투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

최근 들어 이렇게 긴박했던 상황이 있나 싶다. 재차 차오른 긴장감에 연신 침을 삼키며 계속해서 던전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팀장님, 다행히도 이상한 건 보이지 않습니다.”

“좋아요.”

- 좋아! 우선은 두 무리부터 처리하도록 하지!

“협회 측 추가 헌터들은 6분 후 도착한다고 하니 그때까지만 버티십시오.”

- 그래야지!

“힘내십시오, 팀장님. 그리고 모두요!”

여기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응원밖에 없었다. 부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응원을 보내자 거친 숨소리를 뱉는 와중에도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전투가 진행되는 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살피고 또 살피던 때였다. 외곽 쪽의 세 사람이 쏟아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지금, 저게 무슨 상황이야?

- 하.

- 말도 안 돼.

“무슨 일입니까.”

- 방금 빅뱃 우두머리 개체가 소멸되었습니다!

- 뭐라고?

S급 헌터가 있었다면 또 모를까, 이렇게 빠르게 우두머리 개체가 소멸될 수가 있나 싶다. 입을 벌린 채 계속해서 대화 내용을 들었다.

“어떻게 소멸되었다는 거죠?”

- 서강민 말입니다! 서강민!

- 서강민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빅뱃과 상극인 모양입니다!

- …설마, 서강민 그거 가지고 있어?

- 예!

- 맙소사.

팀장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서강민이 정말 엄청난 걸 가지고 있음을 뜻했다. 나는 모니터를 보던 걸 멈추고 부팀장을 보았다.

“…….”

부팀장 역시 생각지도 못했는지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부팀장님, 서강민 헌터가 뭘 가지고 있다는 건가요?”

“…우두머리 몬스터를 처치하면 아주 희박한 확률로 아이템이 떨어진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설마, 히든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요?”

히든 아이템은 조금 전 부팀장이 설명한 대로 던전에 나타난 우두머리 몬스터를 해치웠을 경우 극히 희박한 확률로 드롭되는 것이었다.

구하기 힘든 물건이니만큼 히든 아이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런 물건을 서강민이 가지고 있다니.

“…….”

혹시 돈을 열심히 모은 이유가 그 아이템을 구하기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잠깐이었지만 말이다.

벌이를 생각해 본다고 한들 평범한 A급 헌터의 벌이론 히든 아이템을 구매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심지어 S급 헌터도 히든 아이템을 구매하기 힘들었고 말이다.

“혹시 서강민 헌터가 예전에 던전에서 구한 걸까요?”

그래, 그게 아니라면 그 아이템을 소지하고 있을 순 없었다.

- 아이템은 둘째치고! 그쪽 얼른 정리 끝내고 이쪽으로 와!

서강민이 지닌 아이템에 관한 생각이 계속될 때였다. 갑자기 들려온 팀장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다시 CCTV 화면을 바라보았다.

- 알겠습니다! 서강민 헌터! 바로 이동하지!

팀장의 말을 들은 한 주무관이 서강민을 대동해 이동한다. 나는 침묵하며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네트워크 너머로 다시 큰 전투가 진행되는 소리가 전달된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 던전 클리어!

- 고생하셨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소리는 컸지만, 전투는 무척이나 짧았다. 던전 클리어 소리와 함께 인사를 건네곤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

도대체 무슨 아이템이기에 이렇게 바로 상황이 정리될 수 있었던 걸까.

물론, S급 헌터인 김세현의 능력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지만, A급 헌터들이 고전하던 던전을 이렇게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었던 건 전부 서강민이 가진 그 아이템 덕분일 것이었다.

빠른 던전 클리어, 그리고 그 가운데 있을 서강민 헌터와 아이템이라니.

이보다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건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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