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66)화 (66/246)

63화

12. 다가오는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부팀장님.”

“예,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역시나 사무실엔 먼저 온 팀원이 있었다. 김 주무관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가, 챙겨 온 짐을 정리했다.

“오늘 아침 뉴스 봤어?”

“어떤 뉴스요?”

“덤프트럭 기사 관련된 뉴스 말이야.”

오늘 아침은 TV를 보지 않은 터라 딱히 본 건 없었다. 오는 길에는 어제 서강민과의 메시지 내용을 부팀장에게 전하느라 라디오도 듣지 못했고 말이다.

“아뇨, 딱히 본 건 없어요.”

“네가 사고 날 뻔했을 때 구해 준 게 서강민이었잖아? 그게 밝혀졌더라고.”

“아.”

“언제 밝혀진 겁니까?”

“바로 찾아보겠습니다.”

부팀장의 물음에 김 주무관이 빠르게 검색한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어젯밤 10시 무렵에 첫 기사가 나왔네요.”

“그때라면 하늘 씨에게 서강민이 메시지를 보냈을 즈음 아닙니까?”

“네.”

서강민 본인도 뉴스를 보고 내게 연락한 건가?

“서강민이 막내한테 연락했다고요?”

“예. 오밤중에 연락해선 헌터부에서 자기 말이 나왔는지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그건 또 무슨 뜻이지?”

“그러게요.”

나도 그게 궁금하던 참이었다. 김 주무관의 말에 그 어느 때보다 격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하나 확실한 건 있습니다.”

“오, 뭐 짚이는 부분이라도 있으세요?”

“서강민이 하늘 씨와 친분을 다지고 싶어 하는 거 같습니다. 그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메시지를 나누는 동안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아니지, 그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 이유가 설마….

“…부팀장님, 저 순간 뭔가 스쳐 지나간 가설이 있는데 들어 보시겠어요?”

그때였다, 갑자기 김 주무관이 벌떡 자리서 일어난 건.

나는 김 주무관의 심각한 얼굴을 보며 덩달아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주무관이 뭔가 떠올랐다고 하니 제법 귀가 솔깃했다. 그간의 업적을 보건대 지금 떠오른 무언가가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과거 S급 던전이 생성된 것도 그렇고, 그 위치가 호주의 인적이 거의 없는 장소였음을 상기하곤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다들 출근하면 그때 말하도록 하죠.”

“그럴까요?”

지금 듣고 싶었지만, 부팀장의 말마따나 모두 모였을 때 한 번에 말하는 편이 나을 성싶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오늘은 김세현이 일정이 있어 오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잉여가 무슨 일로 이렇게 바쁘죠?”

“글쎄요.”

말을 흐린 부팀장이 이쪽을 보자 어깨를 으쓱였다.

“정말로 일정이 있어 자리를 비우는 건지, 아니면 무슨 꿍꿍이속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는 건지.”

김 주무관이 저런 말을 하니 괜히 불안해졌다. 다급히 그의 중얼거림을 정정했다.

“일정이 있다고 했어요.”

“…복잡하게 잉여 이야기하지 말자. 지금은 서강민 생각만 하자고.”

“네.”

“후우, 얼른 다들 왔으면 좋겠네요.”

입이 간질간질한지 자리서 일어난 김 주무관이 정수기 쪽으로 이동하며 말을 뱉는다.

“이제 곧 올 겁니다. 조금만 참아요.”

“예. 저 커피 마실 건데, 드실래요? 막내 너도 한잔할 거지?”

믹스커피 봉지를 흔들며 묻는다.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 부탁합니다.”

“저도 부탁드려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주문을 들은 김 주무관이 빠르게 커피를 타기 시작한다. 나는 켜진 모니터를 보다 인터넷 창을 열어 기사를 살폈다.

“…….”

사고 당시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인지라 길에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그랬기에 서강민의 정체에 관한 말이 언젠간 나올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일찍 밝혀질 줄이야.

그래, 마치 누가 현장 상황을 영상으로 남겼다가 사이트에라도 올린 것처럼 말이다.

…영상?

“헉!”

만에 하나 영상 때문에 서강민의 정체가 탄로가 난 것이라면, 내 모습도 찍혔을 가능성이 컸다.

“무슨 일 있어?”

언제 다가왔는지 김 주무관이 책상에 커피를 놓으며 묻는다. 떠오른 걸 바로 말할까 싶었지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좀 더 확실해지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그저 억측에 불과했다. 곧바로 영상을 다루는 사이트를 열어 덤프트럭 사건과 관련된 동영상들을 하나씩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니, 둘러보려 했다.

“…이게 뭐야?”

그건 내가 할 말이었다. 검색하자마자 뜬 많은 동영상이 보였지만, 그중 맨 위에 자리한 썸네일은 쉬이 넘길 수 없는 것이었다.

“…….”

“무슨 일 있습니까?”

“부팀장님, 와 보셔야겠습니다.”

김 주무관이 황급히 부팀장을 부른다. 나는 그가 올 때까지 가만히 그 썸네일을 눈에 담았다.

“…이게 뭐죠?”

부팀장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이걸 본다면 모두가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긴 했지만, 날 아는 사람이 본다면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당시 상황이 박제되어 있었으니까.

“모두가 들었다시피 서강민이 그날의 히어로임이 세상에 알려졌어. 동영상 사이트엔 우리 막내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올라왔고.”

역시나 오늘 조회 안건으론 이 이야기였다. 팀원들을 둘러보던 팀장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다. 복잡한 시선을 마주하니 이보다 더 마음이 심란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불안한 기색을 내보이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나는 불안함을 티 내지 않으려 열심히 표정 관리에 힘썼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기도 했고, 서강민에게 포커스가 맞춰졌으니 그나마 막내에게 큰 관심이 쏠리진 않겠군요.”

“그렇지.”

“경찰 측과 서강민의 입이 무거워야 할 텐데요.”

그건 나도 정말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포커스가 헌터부에 비능력자가 있다는 쪽으로 맞춰지는 게 좋을까요?”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뻔하게 후보군이 추려지잖아. 지금 상황에선 사람들이 서강민에게 집중하길 바라는 수밖에.”

확실히 사람들의 시선이 서강민에게 집중되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아니, 많이 양보해 내가 도움을 받은 사람임이 알려진다고 해도 그 선까지는 어떻게든 참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청 홈페이지가 나로 인해 터졌다거나 혹은 김세현이 헌터부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는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거나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인데, 왜 이리 긴장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그보단 서강민이 막내에게 연락한 이유가 궁금한데.”

“친분을 노리기엔 그간 서강민이 해온 게 있어서 말이죠.”

“흠, 흠!”

모두가 이번엔 서강민의 접근에 관해 말할 때였다. 나는 크게 헛기침하는 소리에 김 주무관을 바라보았다.

“…제가 좀 엄청난 걸 떠올렸는데 말입니다. 다들 듣고 놀라지 마십쇼.”

“뭔데 그렇게 분위기를 내? 적당히 하고 말지.”

“이건 정말 엄청난 것일지도 몰라서 말입니다.”

“…엄청난 거요? 그게 뭔데 그렇게 뜸 들이십니까, 궁금하게!”

김 주무관의 분위기 조성에 홀랑 넘어간 박 주무관이 안달 낸다. 나 또한 그 이유가 듣고 싶었기에 계속해서 김 주무관을 응시했다.

“김세현, 에드워드 왕자. 그리고 서강민.”

김세현, 에드워드 왕자, 서강민?

“셋이 무슨 공통점이라도 있어?”

“이 세 사람 이름을 들으면 딱 떠오르는 거 없습니까?”

“스무고개 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말하지 그래?”

답답했는지 한 주무관도 말을 얹는다. 그에 멈칫하던 김 주무관이 팀원들을 보곤 마지막으로 날 바라본다.

의미심장한 눈빛과 얼마나 눈을 마주했을까, 드디어 열린 입에 마른침을 삼켰다.

“세 사람 모두 한쪽으로 좀 치우친 사람들이잖아요. 그게 뭐냐, 바로 성격입니다. 성격!”

“아.”

“…삼단논법이야?”

“그걸 이렇게 엮는다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기 바쁘다. 나는 결국 손을 들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 이해가 잘 안 가서요.”

“그러니까, 김세현이 널 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지?”

“네.”

“에드워드 왕자도 보니까 제법 널 가깝게 생각하는 거 같았고.”

“…….”

왕자는 좀.

아니지, 옆자리라 그런지 몰라도 다른 팀원들에 비해 가깝게 생각하는 거 같긴 했다. 나는 이번에도 고개를 주억였다.

“서강민도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그 생각 반대다.”

“저도 반대합니다.”

“나도.”

“저도요.”

김 주무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반대한단 소리나 들려왔다.

“왜요? 아니 박 주무관은 동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음모론을 좋아하기에 좀 끌리긴 했지만, 그러면 우리 막내가 너무 안쓰럽잖아요.”

“그래. 우리 병아리가 얼마나 순한데 그런 미친놈들과 엮어, 엮기를!”

“…….”

대화 내용을 듣고 있자니 김 주무관의 말뜻을 알 듯했다. 그러니까 세 사람이 날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한 주무관이 꺼낸 미친놈들에서 김세현을 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저 조용히 관망해야 할 듯했다.

“딱히 믿고 싶진 않지만, 그 또한 염두에 둬야겠지. 아니, 차라리 그편이 막내에겐 더 좋을지도 모를 일이고.”

“팀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호의가 있다면 적어도 해를 끼치진 않을 테니까요.”

팀장의 말에 부팀장 또한 긍정하니 김 주무관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의 의견이 그쪽으로 쏠린다.

“…아니, 다들 그러면 제가 뭐가 됩니까.”

“그냥 그런 놈이 되는 거지.”

“막내 너는 어떻…. 아니다, 그냥 우리 서강민이 널 좋게 봤다고 생각하자.”

의자를 움직여 가까이 다가온 김 주무관이 어깨를 다독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거 조회에서 영양가 있는 이야긴 없었던 거 같네요.”

“상황 파악은 했으니까.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건 천양지차야.”

“하늘 씨는 혹여 나중에 서강민과 만날 일이 있다면 그가 정말 하늘 씨에게 호감이 있는 건지 유심히 살펴보도록 해요.”

“네, 부팀장님.”

“자, 일단 오늘 조회는 여기까지 하고. 점심시간에 한 번 더 이야기 나눠 보자고.”

“예!”

“네!”

평소와 달리 제법 조회 시간이 길었다. 조회가 끝나자 의자를 돌려 앉곤 그대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

눈에 들어온 동영상 썸네일을 보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하지만 피해자였던 이상 큰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곧바로 인터넷 창을 끈 뒤 오늘 처리할 일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썸네일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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