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65)화 (65/246)

62화

12. 다가오는

지상파 뉴스를 탄 덤프트럭 운전사 살인 사건은 단 하루 만에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사망 사건과 관련된 많은 추측이 인터넷상에 돌았지만, 그만큼이나 거론이 많이 된 건 인명 피해가 날 뻔했던 상황을 막아 낸 헌터의 정체였다.

덕분에, 현재 인터넷상엔 헌터부 팀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내 이름도 말이다.

“…….”

인터넷 뉴스 댓글을 읽으며 팀원들의 이름이 거론된 횟수를 헤아리는 것도 이젠 벅찼다. 기사 하나에 족히 30회는 넘게 오르내리는 이름을 보다 포기하곤 그대로 몸을 뒤로 넘겼다.

등 뒤로 느껴지는 푹신한 감각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그대로 팔을 양쪽으로 뻗어 대자로 누워 천장을 보던 중이었다.

지잉-

“누구지?”

10시가 넘은 시각에 연락을 취할 사람이 있나 싶다. 아니, 한 사람 있긴 했다. 김세현 말이다.

협탁에 손을 뻗어 충전 중인 핸드폰을 쥐고 곧바로 메시지 함을 열었다.

“아.”

당연히 김세현일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일 줄은 몰랐다. 서강민 헌터라 저장된 이름 옆에 뜬 1이란 숫자를 보다가 미리보기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살폈다.

[안녕하세요, 서강민입니다. 다름이 아니….]

“하.”

기왕이면 미리보기로 문자를 보낸 저의를 파악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건 무리일 듯했다. 인사조차 제대로 끝나지 않은 내용을 보다 결국 메시지를 눌러 내용 전체를 확인했다.

[다름이 아니라 덤프트럭 운전사 사건 때문에 인터넷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봐서요. 괜찮으신지 물어보려 연락드렸습니다. 전화로 물어보고 싶은데, 늦은 시각이라 메시지로 보냅니다.]

이런 말을 주고받을 만큼 친하진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는 좋은 뜻으로 내게 문자를 보낸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선입견 때문일까, 어쩐지 그의 말이 모두 의심스러웠다.

답장을 보낼까, 말까.

막 도착한 메시지인 걸 보면 상대도 잠을 자고 있진 않을 터였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며 망설이던 참이었다.

[아! 확인하셨네요. 혹 통화할 수 있으실까요?]

[통화는 곤란할 듯합니다.]

그래, 서강민을 조심하라 했는데 혹여 통화를 나누다 말실수를 할 수도 있었다. 거절 의사를 밝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새로 뜬다.

[그러시군요. 그럼 잠시 메시지로 대화 나눠도 될까요?]

[네, 짧다면요.]

통화하는 게 아니니 괜찮겠지. 하지만 한다면 최대한 짧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잠이 들 때까지 남는 게 시간이지만, 굳이 서강민과 대화하는 데 투자할 필요도 없으니까.

[저 때문에 갑자기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어 불편하진 않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시청에 접속하면 누구든 헌터부 소속 명단을 볼 수 있으니까요. 며칠 후면 잠잠해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강민을 경계하는 건 마땅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굳이 그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원치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해야 어울릴 듯했다.

[그건 아닙니다. 며칠 후면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옮겨질 거로 여겼을 뿐이에요.]

[하하. 제가 너무 앞서갔네요.]

그건 좀 맞는 말인 듯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 이렇게 된 김에 솔직하게 여쭤봐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연하늘 씨도 알다시피 제가 계약직이라서요. 혹 헌터부 내에서 제 이름이 나오는지 궁금해서 연락드렸습니다.]

“…….”

당연히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걸 묻는 의도를 모르겠다. 고민 끝에 답장을 보냈다.

[절 구해 주신 분으로 알려지긴 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혹시 제 능력이 괜찮아 보인다거나 하는 말은 없었나요?]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물어보는 말에 답하고 있는데, 도통 뭐가 궁금해서 이런 걸 묻는지 모르겠다. 서강민은 말을 교묘하게 바꿨지만 계속 헌터부 내부에서 본인과 관련된 말이 나오는지만을 물었다.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기에 이와 관련하여 간단하게 답은 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말만 자꾸 하게 되는 질문은 역시 좀 그랬다. 나는 결국 칼을 빼 들었다.

[죄송하지만, 계속 같은 걸 여쭤보셔서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를 구해 준 분으로 서강민 헌터란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법 답이 빠르더니, 이번엔 생각이 많아진 듯 답장이 오지 않는다. 그렇게 몇 분을 기다렸음에도 다음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흐으!”

슬슬 잠도 자야 하니 주변을 정돈해야겠다. 계속 이렇게 늘어져 있다 잠들고 싶었지만, 그걸 택한다면 나중이 고달파질 수도 있었다.

자리서 일어나 조금 전까지 보던 노트북을 종료해 책상 위에 둔 뒤 곧바로 방을 나섰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자리끼를 준비해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지잉-

“…….”

답이 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하필 이 타이밍에 올 줄은 몰랐다. 협탁에 컵과 물통을 내려놓곤 곧바로 침대에 올라 던져 둔 핸드폰을 집었다.

[인터넷에 계속 이름이 오르내리던데]

[다른 말은 없어요?]

[잠들었나?]

기분이 상했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예의를 갖춰 묻더니 지금은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친근한 태도를 보이는 이에게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구해 주신 건 감사하지만, 친한 사이도 아닌데 좀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혹 헌터부 내의 반응이 궁금하시다면 한 번 헌터부로 오세요. 다들 반길 겁니다.]

마지막 말은 양념을 친 거지만, 반응이 보고 싶다면 직접 경험하는 게 나을 것이었다.

조금은 거칠게 글을 쳐서인지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맥이 빠진다. 그대로 자리에 누워 꾸물거리며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아니, 파고들던 중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나는 뒤집어 둔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세현 씨?”

- 누구예요.

“네?”

- 누구랑 연락하고 있었냐고요.

“어.”

그걸 어떻게 알았지?

당혹감에 파르르 눈꺼풀이 떨린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생각해 보니 지난번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게 떠올라 곧바로 일어나 방을 살폈다.

- 하늘 형?

“…….”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걸 안 걸까.

“아!”

넘겨짚어도 너무 넘겨짚은 듯했다. 핸드폰을 다시 확인한 뒤 혹시나 했던 게 맞았다는 사실에 다시 수화기에 귀를 붙였다.

“서강민 헌터가 메시지를 보내서요. 답장 중이었어요.”

- 걔가 왜요?

“저도 모르겠어요.”

처음엔 인터넷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괜찮냐 물었지만, 이후 이어진 대화 내용을 보면 도통 속을 알 수 없었다.

- 뭘 물어봤는데요?

조금은 날카로운 목소리다. 나는 조금 전 문자 내용을 전했다.

- 앞으로 그런 거 물어보면 무시해요. 그놈이 하늘 형을 구해 준 건 다행인데, 이 정도 설명해 줬으면 됐어요.

“그럴게요.”

그러지 않아도 이번처럼 같은 말을 바꿔 가며 물으면 답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 얼른 자요.

“네.”

- 기왕이면 내 꿈 꾸고요.

“…….”

낯간지러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민망한 건 저 소리를 듣곤 심장이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 여보세요?

“듣고 있어요.”

- 내 꿈 꿀 거예요?

민망하지도 않은지 한 번 더 묻는다. 나는 떠듬떠듬 답했다.

“…그게 뜻대로 되진 않아요.”

- 일부러 이러는 거죠?

“으음.”

난처함에 작게 소리를 뱉을 때였다. 수화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하하, 형이랑 통화하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거 같기도 하고.

기분이 나아진다는 건 영 좋지 않은 일이 있었음을 의미했다. 당장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걸 물어봐도 될는지 모르겠다.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 그냥 집안 꼰대랑 한바탕했어요.

“아.”

집안 꼰대라는 건 사적으로 일이 있었음을 뜻했다.

그러고 보니 김세현의 가족이 외부에 알려진 적이 있던가?

“…….”

잠시 기억을 곱씹어 봤지만, 기억나는 건 없었다. 제법 친해졌기에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사적인 걸 물어보는 건 아무래도 결례였다.

- 왜 한바탕했냐고 안 물어봐요?

“어, 그게….”

이 타이밍에 저 말을 꺼낼 줄은 몰랐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형, 지금 웃고 있는 거 맞아요?

“그, 네.”

- …영상통화 할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이보다 더 위협적일 순 없었다. 시선을 내리자 어떤 상황인지 바로 파악이 된다. 정말 영상통화를 걸까 싶어 황급히 말을 꺼냈다.

“아뇨, 괜찮아요.”

- 그냥 한 말이에요. 이 시간에 형 누워서 흐트러져 있는 거 보면 참지 못할 거 뻔한데, 전화 안 해요.

“아.”

좀 흐트러졌다고 참지 못할 이윤 없었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막상 내가 거절했는데, 김세현이 영상통화를 걸지 않을 거라 말하니 기분이 묘했다. 아쉬운 것 같다가도 또 다행인 거 같은 감정이 팽팽히 줄다리기하던 와중이었다.

- 형, 나 내일 일이 있어서 못 가니까 떡하니 팀원들 곁에 붙어 있어요.

“일정 있어요?”

잉여란 별명이 어울리는 것 같단 생각이 잠깐 들 만큼 항상 사무실에 똬리를 틀고 있던 이였건만, 또 자리를 비운다니. 다시 또 옆자리가 빌 거란 생각을 하니 이보다 더 아쉬울 수가 없었다.

- …뭐예요, 이 목소린? 나 못 봐서 아쉬워요?

마치 들을 수 없는 말이라도 들은 것 같은 반응이다. 한 톤 높아진 목소리를 들으며 답했다.

“네.”

- 최대한 일정 빨리 마무리하고 갈게요! 아니지, 아쉬우면 언제든 연락해요. 확인하면 바로 답장할 테니까.

“그럴게요.”

- 영상통화 걸면 더 좋고요!

메시지를 먼저 보낸 것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전화도 아니고 영상통화를 거는 건 좀 무리였다. 하지만….

“노력은 해 볼게요.”

뭐든 처음이 어렵지,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하늘 형.

“네, 세현 씨.”

- 얼른 자요. 내일 출근하잖아요.

귓가를 간질거리는 소리에 얼굴에 소름이 얼굴 전체로 번진다. 나는 입을 우물거리다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럴게요. 세현 씨도 주무세요.”

- 네. 꼭 연락해요!

마지막까지 연락하라는 말을 남긴 그다. 통화가 종료되었음에도 한참을 그렇게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 떼어 내며 작게 한숨을 뱉었다.

“후우.”

잠시의 통화였건만, 김세현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보다 더 기분이 좋을 순 없었다. 통화 전 서강민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느낀 부정적인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 느끼며 몸을 바로 누웠다.

그래, 내일은 또 내일 일이 있으니 얼른 자고 컨디션 조절을 해야지.

…뭐, 시간이 나면 김세현에게 문자도 보내 봐야겠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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