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62)화 (62/246)

59화

12. 다가오는

“뭐?”

“그거 믿을만한 곳에서 나온 정보 맞아?”

“제 소식통은 언제나 같거든요?”

그래, 박 주무관의 소식통은 언제나 같긴 했다.

음모론을 좋아했기에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는 말을 자주 접할 수 있을 것이긴 했다. 물론, 공신력은 없었지만 말이다.

“부팀장, 아직 나온 거 없어?”

“예. 두 번째 능력에 대한 기록은 없습니다.”

“…흠.”

“우리에겐 소식통이 하나 더 있잖아요. 그것도 엄청난 공신력을 지닌 소식통이요!”

“오!”

“그렇지!”

박 주무관의 말에 뭔갈 생각하나 싶던 이들이 하나같이 무언갈 깨달았단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나는 떠오른 이를 입에 담았다.

“세현 씨 말하는 거죠?”

“그렇지!”

“잉여라면 간혹 만날 테니 뭐라도 들은 바가 있겠지.”

“막내야, 언제 오는지 연락 한번 해 봐.”

“네, 알겠습니다!”

한 주무관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세현 씨, 바빠요?]

[ξ(。◕ˇ◊ˇ◕。)ξ 내가 보고 싶어요?]

“…와.”

“막내야, 이런 문자 받고 살았어?”

이런 문자라는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린다. 한 주무관을 보자 못 볼 것을 보기라도 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다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

이렇게 이모티콘도 쓰고 귀엽기만 한데, 왜 저리 질색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답장을 보냈다.

[언제 오는지 궁금해서요.]

[=͟͟͞͞╰;.:╯ =͟͟͞͞(  `ᾥ’)っ!!!]

[=͟͟͞͞ʕ•̀=͟͟͞͞ʕ•̀▿•́=͟͟͞͞ʕ•̀▿•́ʔ=͟͟͞͞ʕ•̀▿• 빨리 갈게요!!!! =͟͟͞͞ʕ•̀=͟͟͞͞ʕ•̀▿•́=͟͟͞͞ʕ•̀▿•́ʔ=͟͟͞͞ʕ•̀▿•!!!!!!!!!!!!!!]

“…그,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물어봐.”

“네.”

김 주무관의 말에 곧바로 예정 도착 시간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더 빠르고 격렬해 보이기까지 한 메시지가 도착하자 침묵했다.

[=͟͟͞͞( ¯−︎¯ ) =͟͟͞͞(๑º ロ º๑) =͟͟͞͞ =͟͟͞͞ ヘ( ´Д`)ノ]

[사실, 일정 조금 남아서 30분 뒤에나 도착할 거 같아요. ˃̣̣̥᷄ ⌓ ˂̣̣̥᷅]

[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Σ(º ロ º๑)!!! 25분! 아니 20분이요!]

갑자기 이렇게 시간을 줄여도 되나 싶지만, 도착 예정 시간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최태하의 정보를 빨리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조심히 오세요.]

[(*´o`*)ʖˋʖˋʖˋ~♡]

“와. 막내 너, 진짜 대단하구나.”

뭐가 대단하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칭찬임은 분명했다. 나는 김 주무관을 보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보셨어요? 김세현이 30분 뒤에 온다는 걸 우리 막내가 20분으로 줄였습니다!”

“봤지.”

“진짜 조련하는 기술이 장난 아닌데요?”

“…….”

조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 김 주무관의 말을 바로잡으려다가 모두가 흐뭇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곤 입을 다물었다.

“좋아, 그럼 우리 막내가 줄인 10분 생각하면서 20분간 일 좀 하자고!”

손뼉을 친 팀장이 자리로 돌아가며 일을 지시한다. 나는 팀원들과 함께 답한 뒤 모니터를 보았다.

“막내야.”

“네, 팀장님.”

“경찰서에서 연락 오면 바로 스피커폰으로 돌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단 직접 듣는 편이 시간 절약되니까.”

“네!”

팀장의 말처럼 한 다리 건너는 것보단 바로 듣는 편이 상황을 파악하기 좋을 듯했다. 크게 답한 뒤 핸드폰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니터 앞에 두곤 서류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김세현이 말한 20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형!”

오늘도 역시나 출입문이 활짝 열리며 김세현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에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그쪽을 봤다가 평소와 같지만 묘하게 다른, 김세현의 모습에 입이 쩍 벌어졌다.

“뭐야, 그 옷차림은.”

“너무 과한 거 아닙니까?”

그래, 다른 이들의 반응처럼 이보다 더 과할 수가 있나 싶다. 화려함의 극치를 드러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김세현이 익숙하게 의자를 펴 옆자리에 앉는다. 이어 책상에 팔을 올리는가 싶더니 한 손에 턱을 괴고, 또 다른 손으로 책상을 짚으며 씩 웃는다.

나는 참다못해 그에게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으셨어요?”

얼굴과 몸이 되기 때문인지 잘 어울리기는 했지만, 이런 새빨간 정장은 해도 너무했다. 그뿐이랴….

평소보다 김세현의 외모가 더욱 돋보이는 게 화장한 것 같아 보기도 했다. 묘하게 붉어 보이는 눈매와 더불어 안 그래도 붉은 편에 속했던 입술에 광채가 도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잘 어울려요?”

김세현이 웃으며 묻는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망울이 잔뜩 기대를 품고 있었다. 나는 망설이다 솔직하게 답했다.

“네,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좀 과한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 헌터부야 김세현을 좋게 보는 사람들이 나 외엔 없다고 봐도 무방했기에 타격을 입을 사람은 없었지만, 밖에서 이 모습을 하고 다닌다면 보는 사람들마다 심장에 큰 무리가 올 게 뻔했다.

“과해요?”

과하다는 말에 묘한 미소를 짓던 김세현이 턱을 괴던 자세를 푼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듯, 잔뜩 미간이 찌푸려진 모습을 보며 검지와 엄지를 붙이곤 미세하게 손가락 사이를 벌렸다.

“음, 아주 조금요?”

“…….”

“그래도 잘 어울리네요.”

“과하다면서요!”

“과한데, 잘 어울려요.”

“하.”

어이없단 시선을 보내던 김세현이 헛웃음을 흘린다. 뭔갈 중얼거리나 싶던 그가 다시 조금 전처럼 턱을 괴며 그윽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붉은 눈매가 감싼 푸른 눈동자도 눈동자지만, 눈동자가 습해 보이는 것이 이보다 더 야해 보일 수가 없다. 쿵쿵 뛰는 심장을 애써 다독이며 침을 삼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형, 나 예뻐요?”

“헉.”

“…본인 입으로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지?”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닌데, 충격입니다.”

“형?”

말을 하려면 입에 고인 침부터 삼켜야 했다. 입가에 자리한 미소를 보며 침을 꿀꺽 삼키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예뻐요.”

남자에게 예쁘다 말하는 게 좀 그런가 싶었지만, 김세현의 미모를 찬양하는 데엔 그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부족했다. 예쁘다는 말 또한 그 중 하나일 뿐이었다.

“형이 예쁘다고 하니 됐어요.”

“근데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이런 차림으론 갈 만한 곳이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파티복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냥 평소의 옷차림인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 저번에 갔던 곳에 잠깐 다녀왔어요.”

“저번에요?”

“네. 이번에 S급 헌터들 모임이 있었거든요. 오늘 아침에 기념사진 하나 찍고 왔죠.”

“…아.”

그러지 않아도 그와 관련된 걸 물어보려 했던 참이었다. 슬쩍 김 주무관을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바로 김세현에게 최태하에 관해 물어보려 했다.

“하여간 이 나라나 저 나라나 기념사진 남기려는 대통령이 많아 문제예요.”

한 박자 빠르게 김세현이 말을 뱉는다. 나는 멍청하게 되물었다.

“…네?”

“저 오늘 청와대 다녀왔거든요.”

“…이 꼴로요?”

이렇게 눈에 확 띄는 옷을 입고 청와대에 다녀왔다고?

“아까는 예쁘다면서요!”

“그래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잖아요.”

“대통령이 무슨 대수라고. 내가 더 대단해요.”

“…….”

엄밀히 따지고 보면 나라의 수장보단 S급 헌터를 더 우대해 주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휘황찬란한 옷차림으로 청와대에 가다니.

“이따 뉴스 뜨면 같이 봐요. 형 볼 거 생각하면서 완전 열심히 참았으니까.”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함께 뉴스를 보잔 말에 더는 옷차림에 대한 말을 하려던 의지를 상실한 채 맥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래요.”

“형, 커피 마실래요?”

마치 내 상태를 인지하기라도 한 듯, 커피를 권하는 이다. 나는 한 번 더 고개를 주억였다.

“네.”

“그럼 얼른 타 올게요.”

“부탁할게요.”

지금은 우선 카페인부터 섭취 후에 최태하에 관한 걸 물어봐야 할 듯했다.

“형, 여기요.”

“고마워요.”

“또 마시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오늘 형 커피는 내가 담당할 테니까.”

“네.”

간혹 이렇게 커피를 타 주는 날이 있던데, 그날이 오늘인 듯했다. 김세현이 건넨 커피를 받아 후후 불며 평소보다 빠르게 한 잔을 비워 냈다.

“한 잔 더 타다 줄까요?”

“아뇨, 괜찮아요.”

김세현처럼 카페인을 과다 섭취해도 괜찮았다면 마구 마셨겠지만, 하루에 석 잔이 최고인 만큼 아껴 먹는 것이 좋았다.

“그래요.”

자리서 일어나려 움직이던 김세현이 금세 시무룩해진다. 마치 할 일을 잃은 아이와 같단 생각을 한 것도 잠시, 김세현 역시 타온 커피를 홀짝인다.

“그, 세현 씨.”

“네, 형.”

커피를 마시던 그가 내 부름에 단번에 잔을 비우며 답한다. 초롱초롱 빛나는 푸른 눈동자를 보았다가 잠시 말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혹시, 최태하 헌터와 친분이 있으신가요?”

“…그건 왜 물어요?”

“좀 궁금한 게 있어서요.”

“…….”

궁금한 게 있단 말에 김세현이 모든 행동을 멈춘다. 날 바라보는 시선 속에 수많은 감정이 실려 있단 사실에 멈칫하던 것도 잠시였다.

잔뜩 성이 난 얼굴로 날 본다. 혹 실수했나?

나는 떠듬떠듬 그를 불렀다.

“세현 씨?”

“…….”

이번에도 역시나 부름에 답이 없다. 오히려 더욱 사나워진 모습에 입을 다물곤 거친 콧바람과 함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한 김세현을 보았다.

“하늘 형!”

“네, 세현 씨.”

“왜 나에 대해선 안 물어봐요?”

“…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당황하며 되물으니 조금 전보다 더욱 거세진 어깨의 반동이 보인다.

“나에 대해선 묻지도 않고, 최태하? 최태하아?”

“그….”

“난 안 궁금해요?”

“그야, 궁금하긴 하죠.”

“궁금하긴 해요?”

“네.”

김세현은 언제나 궁금했다. 바로 고개를 끄덕이자, 김세현이 유심히 내 얼굴을 요목조목 뜯어본다. 그리고 잠시 뒤, 야차 같았던 김세현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모습에 안도했다.

“얼마나 궁금한데요?”

“많이요. 그런데, 물어보기가 좀 그래요.”

“왜?”

“사적인 질문이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물어보면 세현 씨가 답변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요.”

이곳에 있는 팀원들이야 언제나 믿을 수 있었지만, 그건 내 기준이었을 뿐이었다. 김세현이 과연 팀원들을 믿고 있을진 그밖에 모르는 상황이었고 말이다.

“…….”

무슨 말을 할 법도 하건만,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그뿐이랴, 어깨의 들썩임조차 멎은 상황이었다. 조용히 그의 답을 기다리던 때였다. 순간, 그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나는 절로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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