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61)화 (61/246)

58화

12. 다가오는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김세현을 부를 걸 그랬나 싶다. 기한 없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만 같았던 책상과 의자가 치워진 사실이 이보다 더 반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책상 옆에 접힌 의자가 기대어 있는 걸 보곤 슬쩍 입가를 끌어 올렸다.

김세현의 전화 한 통에 에드워드 왕자가 대번에 돌아갈 줄은 미처 몰랐다. 그것도 알렉스라는 연인이 직접 왕자를 찾으러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

김세현이 연락을 취했을 때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는데, 연인과 귓속말을 나누며 웃던 그의 모습은 질투가 일 정도였다.

누군 연애 한 번 못 해 봤는데, 누군 저 멀리 영국에서 연인이 데리러 오고 말이다.

“하아.”

“갑자기 웬 한숨이야?”

“아, 그냥 한숨이 나오네요.”

한숨을 뱉은 이유를 말할 순 없었다. 한 주무관의 물음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답한 뒤 협조금 관련 문서 작성을 마무리를 지었다. 곧바로 그것을 출력했다.

“오늘 잉여가 늦네?”

“오전에 어디 좀 다녀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뭐 다른 짓 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닐 거예요.”

점심 전에 온다고 했으니 일을 저지를 시간이 부족했다. 나는 이 사실을 팀원들에게 전달했다.

“점심 전에는 온다고 했어요.”

“그래? 그럼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거 같기도 하고.”

“생각해 보니 왕자가 온 뒤로 한동안 잉여가 오질 않았네요?”

개인적인 일정이 있던 참에 에드워드 왕자가 헌터부를 찾았던 상황이었다. 물론, 에드워드 왕자가 김세현을 스카우트할 거로 생각했기에 되도록 접점이 없게끔 한동안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었고 말이다.

불과 지난주 일이건만, 에드워드 왕자가 나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했던 일이 오래된 일만 같다. 천천히 기억을 되짚던 중이었다. 팀원들이 나누는 대화에 정신을 차렸다.

“오고 싶어도 안 왔겠지.”

“하긴, 보는 눈들이 많은데, 우리 막내한테 피해 줄 행동은 안 하려고 했겠죠.”

“그리고 듣자 하니 그 기간에 일정도 있었더라고. S급 헌터들 정기적으로 한 번씩 모이잖아.”

“아, 그거요?”

S급 헌터들의 모임이라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1년에 최소 두 번씩은 모인다 들었으니 말이다. 일정이 있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에드워드 왕자의 방문 시기와 맞물렸을 줄이야.

“이번엔 다들 모였을까요?”

박 주무관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질문을 던진다. 나 또한 답을 기다렸다.

“이번엔 다 참여했다고 하더라고.”

“어디서 모였대요?”

“A-8 구역.”

“그럼 에드워드 왕자가 다른 헌터에게도 접근했을 수 있겠네요?”

“아마도 그렇겠지.”

“어쩌면 김세현이 페이크고 다른 S급 헌터에게 다리를 놓았을 수도 있겠군요.”

“…….”

그간 에드워드 왕자의 행보를 보면 접근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 와중에 나에게까지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그것도 김세현을 영국에 데리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말이다.

“…….”

그러고 보니 그때 김세현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내가 왕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말에 영국이 싫다 했고, 그다음엔….

“후우.”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인데 왜 이리 심장이 떨리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도 아닌 김세현이 날 따라 영국으로 가겠다고 했다니 더욱 믿기가 힘들다. 아니, 힘들다는 표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이 느낌이 뭘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진동을 느끼곤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 시간에 올 연락이라곤 김세현밖에….

“음?”

익숙한 번호가 아닌, 낯선 번호로 도착한 메시지다. 내 이름이 적힌 것을 보며 고민하다 반쯤은 스팸 메시지일 거라 생각하며 내용을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연하늘 주무관님. 지난주에 한 번 뵈었죠? 기억하실진 모르겠지만 저는 서강민이라고 합니다.]

“어?”

아, 그러고 보니 번호를 교환했었구나.

재차 도착한 메시지를 읽던 중 다음 메시지가 도착한다. 이어 내용을 확인했다.

[다름이 아니라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연하늘 주무관님도 연락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서 연락드렸어요.]

이건 무조건 답해야만 할 듯했다. 나는 빠르게 메시지를 입력 후 발송했다.

[안녕하세요, 서강민 씨. 아직 연락받지 못했습니다.]

목숨을 구해 준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었지만, 들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지 조심스럽다. 최대한 간결하게 메시지를 보낸 뒤 곧바로 도착한 메시지를 눈여겨보았다.

[그러시군요. 제가 받은 연락 내용을 알려 드려도 될까요?]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잉여야?”

“아뇨. 서강민 헌터한테서 연락이 와서요.”

“뭐?”

“서강민?”

서강민 헌터란 말에 이쪽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자리서 벌떡 일어난다. 모두가 내 자리로 이동해 핸드폰을 본다. 나는 조금 전까지 나눈 메시지 내용을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아직까진 크게 드러내진 않는군.”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막내야, 이 사람이 널 구해 주긴 했지만, 항상 조심하는 거 잊지 말고.”

“네.”

구해 준 건 구해 준 거고, 조심해야 할 건 조심하는 게 맞았다. 한 주무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메시지를 읽었다.

[덤프트럭 기사가 구치소로 이감이 되었는데, 그곳에서 살해되었다고 합니다.]

“헉!”

“뭐?”

“…이게 무슨 일이죠?”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덤프트럭 기사가 살해당하다니.

차마 말을 잇지 못하다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언제 일이 생겼는지도 들으셨나요?]

[예. 오늘 오전에 발생했다 들었습니다. 아마 연하늘 주무관님께도 곧 연락이 가지 않을까 합니다.]

[연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강민 헌터님.]

[뭘요. 같은 시청 소속인데요. 그럼 다른 말을 듣게 되거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오늘 오전에 일이 생겼다니.”

“이거 바로 알아봐야겠는데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는 하나 인명피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그가 살해당할 이유는 없었다.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나오던 남자의 표정이 너무도 멀쩡해 보였다는 걸 떠올리곤 시선이 마주친 박 주무관에게 말을 걸었다.

“박 주무관님.”

“응?”

“제가, 사고당했을 때 좀 이상하다 느낀 게 있었는데요.”

“뭔데?”

“뭐 이상한 거라도 포착했었어?”

“그냥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기사를 차에서 끌어낼 때 기사 표정이 좀 걸려서요.”

“어땠기에?”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듯 그저 평온했어요. 옆에서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가만히 있었고요. 경찰서에서도 경찰이 물어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땐 그냥 저처럼 너무 놀라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그래, 그것이 그리 마음에 걸리지 않았던 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던 나 또한 너무도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막상 이렇게 그날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보니 이상하게도 그때 본 기사의 표정과 살해당한 일이 연관되어 있을 것만 같다. 혹 놓치고 있는 게 또 있을지도 몰랐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중이었다. 심각한 팀장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부팀장, 서강민 능력이 뭐라고 했지?”

“물리적 타격만 가능할 뿐입니다. 그리고 정신계 헌터는 우리나라에서도 몇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모르니 그들 리스트 한 번 쭉 뽑아 봐. 혹시 모를 상황엔 대비해야지.”

“알겠습니다.”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팀원들에게도 이상하게 느껴진 듯했다. 부팀장이 자리로 돌아가 무언가를 검색한다. 심각한 얼굴로 정보를 찾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긴장된다. 주먹을 쥐었다 풀며 마음을 가라앉히다가 갑자기 들려온 손뼉 소리에 몸을 틀었다.

“아!”

“갑자기 뭔데?”

“이번에 S급 헌터가 서울에 모였다고 하셨잖아요.”

갑자기 그 이야기를 왜 꺼내는지 모르겠다. 이어진 박 주무관의 말에 눈이 커졌다.

“그 있잖아요.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두 가지 능력을 지닌 헌터 말이에요. 각기 등급은 S급에 미치지 못하지만, 두 가지 능력을 지녀서 S급으로 올라선 그 사람 말입니다!”

“아, 최태하 말하는 거야?”

“예!”

“그런데 갑자기 최태하는 왜?”

“최태하 능력 중에 외부에 알려진 건 불을 다루는 기술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제 소식통에서 암암리에 도는 말이 있거든요.”

도대체 무슨 말이 돌기에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박 주무관의 말에 푹 빠진 채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게 말이죠.”

팀원들을 쓱 둘러본 박 주무관이 침을 꿀꺽 삼킨다. 그에 더욱 초조해져 뚫어져라 그를 보았다.

“하, 그게 말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뜸을 들이며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왜 또 뜸 들여!”

“하여간 들을 만한 말을 할 때면 꼭 이러지!”

“저도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죠!”

분위기가 좋지 않자 황급히 박 주무관이 눈치를 살핀다. 다른 때 같았다면 도움을 주거나 뭔가 말이라도 붙여보려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나는 뚫어져라 박 주무관을 바라보았다.

“이미 아는 내용 말하는 건데 왜 준비가 필요해!”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

김 주무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삐죽 내미는가 싶던 박 주무관이 다시 분위기를 잡자 집중했다.

“최태하의 숨겨진 능력이 바로 정신계 능력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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