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58)화 (58/246)

55화

11. 시작되는

“이쪽 헌터 분은 상황을 어떻게 보시게 되셨습니까?”

역시, 헌터부란 단어에 바로 날 헌터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쪽 헌터라며 서강민 헌터를 가리키진 않았을 거다.

“사고가 발생하기 조금 전부터 불안한 주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나면 큰일이 날 듯하여 뒤를 밟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이 남자가 그 자리에 나타날 수 있었는지 이제야 알 듯했다. 계속해서 형사와 서강민 헌터의 대화를 경청했다.

“어디서부터 쫓으셨죠?”

“사고 현장과 약 3km가량 떨어진 곳에서부터 쫓았습니다.”

3km라면 굉음이 들리기 전부터 그 트럭을 뒤쫓았음을 의미했다. 사는 구역이 워낙 조용한 곳이기에 큰 소리를 내며 운전했다면 작게라도 그 소리가 들렸을 것이었다.

“불안한 주행을 했다고 하셨는데, 사고 직전과 같은 움직임이었습니까?”

“아닙니다. 현장과 가까워지자 갑자기 운전 스타일이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헌터분이 쫓아주셔서 큰 사고를 막았네요. 다행입니다.”

“그리 생각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형사의 말에 서강민 헌터가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뭘요. 하하! 헌터님이 안 계셨어도 여기 계시는 헌터님이 막긴 했을 테지만요.”

언제 말하나 싶었는데, 드디어 거론되었다.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서강민 헌터를 바라보았다.

“…헌, 터요?”

그가 왜 저런 표정과 눈빛을 보내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놀란 시선을 거두지 않는 서강민 헌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사무직입니다. 헌터는 아니고요.”

“…헌터부에 사무직도 갈 수 있습니까?”

형사가 이렇게 묻는 건 당연했다. 나 역시도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헌터부는 헌터만이 갈 수 있는 부서로 알았으니 말이다.

“드물지만요.”

“아.”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일반인도 헌터부에 갈 수 있다는 걸 안 형사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한다.

눈을 굴려 옆을 보니 서강민 헌터가 나를 보고 있었다. 몸을 내 쪽으로 틀자 따라 몸을 돌려 그와 마주했다.

“헌터부셨습니까?”

“…네. 말을 바로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면 조금 전 형사님과 같은 반응이 돌아올 것 같아서요.”

“흠, 흠!”

형사처럼 실망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헛기침하던 형사가 멋쩍은 웃음을 흘린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웃음을 흘리곤 서강민 헌터를 바라보았다.

“좀 놀라긴 했지만, 여기서 헌터부 사람을 만나니 반갑네요.”

“저도요.”

“저 번호 드려도 됩니까?”

“물론이죠.”

은인에 같은 시청 소속인데 번호를 주지 않을 이윤 없었다. 바로 번호를 교환하곤 진술서를 확인하던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바로 하자 그를 보았다.

“진술서도 됐고, 혹시 연락드릴 일 생기면 여기 적힌 번호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큰 문제가 없어서인지 바로 귀가해도 좋단 말을 한다. 인사 후 서강민 헌터와 함께 경찰서 건물을 빠져나왔다.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아니에요. 택시 잡아서 가면 됩니다.”

큰 도움을 받았는데, 또 도움을 받긴 미안했다. 한사코 그의 제안을 거절하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서강민 헌터가 주차장으로 향하는 걸 보곤 그대로 경찰서를 나섰다.

“후우.”

막상 큰 사고를 당할 뻔한 거치고 왜 이리 멀쩡한지 모르겠다. 너무도 덤덤하다 못해 현실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듯한 상황 때문일까,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나는 버스 정류장을 찾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아.”

그러고 보니 김세현의 메시지를 확인하다 말았다. 어느새 산더미처럼 쌓인 이모티콘의 향연을 보던 중이었다.

[형, 근데 어디에요?]

다른 메시지완 달리 이모티콘이라곤 하나 없는 메시지다. 그에 경찰서에 왔단 사실을 알려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다. 곧이어 도착한 메시지에 눈을 끔벅였다.

[형 퇴근하면 항상 집에 가지 않았어요?]

“음?”

마치 집에 내가 없다는 걸 아는 듯한 말투다. 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혹시 집에 오셨어요?]

그래, 집에 오지 않았다면 내가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걸 김세현이 알 리가 없었다.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보다 빠를 수 있나 싶을 만큼 빠르게 날아오던 메시지가 뚝 끊겼다. 뭔가 싶었지만, 지금은 메시지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이 동네는 버스 체계가 바뀌기 전에 왔던 터라 다시 돌아가려면 버스 시간과 번호를 확인해야 했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선택해 버스 번호를 확인하곤 앱을 닫기 무섭게 도착한 메시지다. 나는 다시 메시지 함을 열었다.

[( ・-д・- )!!]

[저 지금 완전 협횐데?ʕ ᵒ̌ ‸ ᵒ̌ ʔ???]

[지금 엄청 바빠요!ฅ⁽͑ ˚̀ ˙̭ ˚́ ⁾̉ฅ!! 짬 내서 메시지 보내는 거예요, 형이 처음 메시지 줘서!꒰◍•̤ु௰•̤ु꒱* ∗◌+*♡]

[무슨 일 있나 싶어서 바로 메시지 보낸 건데!(´•̥̥̥ ᎔ •̥̥̥`)]

[이런 오해를 받을 줄이야 ( ⁍᷄ ⌢̻ ⁍᷅ )]

그저 집에 왔냐는 메시지를 보냈을 뿐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메시지의 향연에 짧게 답장했다.

[음, 아니면 말고요. 지금 집으로 가는 길이에요.]

[역시 집 아니구나! ʕ•̀ o •́ʔ!!]

[곧 도착해요. 그런데 세현 씨는 감도 좋네요.]

감이 좋지 않다면 내가 집에 가지 않았다는 걸 대번에 짚어내지 못했을 거다. 내가 귀가하지 않았다는 걸 확신이라도 하는 듯한 말투를 떠올리다 도착한 메시지를 보곤 고개를 저었다.

[난 세계 최고 헌터니까! ( •̀ .̫ •́ )✧]

“하하.”

그저 넘겨짚길 잘했을 뿐인데, 이걸 이어붙일 줄은 몰랐다. 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부팀장님.”

이틀 만에 보건만, 왜 이리 오랜만에 만나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도 말이다. 창문을 내려 인사를 건네는 이에게 인사한 뒤 곧바로 차에 올랐다.

“오래간만에 보는 거 같군요.”

“네. 부팀장님 없는 동안 많이 허전했어요.”

“하하, 그래요?”

“당연하죠!”

나 말고도 다른 팀원들 또한 부팀장의 부재를 무척 아쉬워했을 것이었다. 내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음을 터뜨린 부팀장이다. 나는 따라 웃으며 곧바로 벨트를 맸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예, 어제 푹 쉬었더니 살 만합니다. 이제 곧 주말이 오기도 하고요.”

“다행이네요.”

그간 알게 모르게 부팀장도 피로가 많이 쌓였었을 것이었다. 부팀장의 말마따나 그 어느 때보다 표정이 환해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다. 몸을 바로 하자 차가 천천히 출발한다. 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대었다.

“그간 별일 없었습니까?”

여상한 질문이었지만, 쉬이 답하기 어려운 건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 거다. 부팀장이 자리를 비웠던 단 이틀간 말이다. 나는 잠시 말을 고른 후 입을 열었다.

“그, 어제 일이 있긴 있었습니다.”

그것도 사무실에서 하나, 돌아오는 길에 하나 말이다.

에드워드 왕자의 폭탄 발언과 더불어 큰 사고를 당할 뻔했음을 전했다. 그 말에 놀란 얼굴로 부팀장이 이쪽을 바라본다. 나는 황급히 앞을 가리켰다.

“부팀장님, 앞 보셔야죠!”

내 지적에 황급히 다시 앞을 바라본다. 잠시 차가 휘청였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 차선을 찾는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몸은 어때요?”

“그냥 넘어질 때 손바닥에 살짝 생채기 난 거 말고는 괜찮습니다. 아, 너무 놀랐었는지 약간 근육통도 있긴 하고요. 그런데 차에 부딪히거나 한 건 아니라 문제는 없습니다. 서강민 헌터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큰일이 났겠지만요.”

“…서강민 헌터, 라.”

부팀장이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긴다. 한참 만에 그가 입을 열자 귀를 기울였다.

“당시 상황이 어떻다고 서강민 헌터가 진술했죠?”

“덤프트럭의 움직임이 이상해 뒤쫓던 중 갑자기 격하게 운전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 뒤를 계속 밟다가 절 구해 줬고요.”

“그렇군요.”

설명을 들은 부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따라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의 표정이 썩 좋지 않은 걸 알아차렸다.

“부팀장님, 혹시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그래 보입니까?”

저 얼굴을 보고 그렇지 않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하늘 씨가 알아볼 정도라면 많이 티가 나나 보군요.”

“…저 눈치 빠른데요?”

그래, 다른 건 몰라도 눈치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특히 상대의 감정을 간파하는 건 최고까진 아니어도 자부할 수 있었다.

“…….”

뭔가 말을 할 듯한데, 좀처럼 답이 없는 부팀장이다. 혹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건가 싶던 참이었다.

“하하.”

좀처럼 웃음을 참기 힘든 듯, 계속해서 웃기 바쁘다. 다른 때라면 부팀장이 웃는다고 좋아했겠지만, 상황이 좀 그랬다.

“일단 사무실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한참 만에 웃음을 추스른 부팀장이 말을 꺼냈다. 나는 느리게 답했다.

“…네.”

“그리고 앞으론 제가 자리를 비울 땐 다른 팀원에게 출퇴근 부탁해요. 이번처럼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

이번 일은 그 운전사가 이상했을 뿐이었다. 공무원이 되기 전만 해도 아무 일도 없었던 걸 떠올리곤 괜찮다고 말하려다 멈칫했다.

“…….”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팀장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언제 웃었냐는 듯 어두운 표정을 짓는데, 저 모습을 보며 혼자 다녀도 된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았다.

“네, 그럴게요.”

혼자 다닐 수 있지만, 조심하란 말을 허투루 듣고 넘길 생각은 없었다. 그래, 이제 곧 사무실에 도착하면 부팀장의 급변화한 이유를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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