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54)화 (54/246)

11. 시작되는

어느덧 시간은 흘러 부팀장이 검진을 받기로 한 수요일이 되었다.

오늘은 그와 출퇴근할 수 없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평소보다 빠르게 출근 준비를 했다.

기왕이면 아침도 간단히 먹고 싶었지만, 아침을 먹기엔 시간이 빡빡했다. 아니, 시간은 있었지만 조금 더 늦게 나가게 된다면 정말 최악의 만원 버스를 경험해야만 하는 형국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지옥 버스는 결코 타고 싶지 않았다. 차근차근 준비하다가 들린 메시지 알림음에 머리를 만지다 말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

혹시나 김세현의 문자가 아닐까 했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스팸 문자다. 곧바로 그 메시지를 지우곤 마저 출근 준비를 마친 뒤 바로 집을 나섰다.

“…….”

이렇게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것도 정말 오래간만이다. 눅눅한 공기가 내려앉은 아침 공기를 마시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사무실로 향하는 버스가 정류장에 선다. 나는 곧바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후우.”

빽빽한 만원 버스를 타고 있자니 그간 얼마나 편하게 출퇴근했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다시금 나오는 한숨을 참으며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데 집중했다.

“…….”

한참을 그렇게 사람에 치이며 서 있자니 절로 지난주 일이 떠오른다. 나는 지난주 일을 곱씹었다.

지난주까지 견학을 하겠다던 에드워드 왕자는 급한 일정이 잡혔는지 더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옆엔 그가 사용한 책상과 의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까.

기왕이면 이대로 책상과 의자가 치워졌으면 좋겠다. 스카우트를 제안하던 왕자를 떠올리다 이내 그 생각을 밀어냈다.

지난 주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가 나에게 스카우트를 제안한 건 김세현과 관련된 듯했다. 그래, 나에게 그의 연인이냐 물었던 것만 봐도 그랬다.

생각지도 못했기에 바로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젠 아니었다. 그가 나에게 그런 제안할 이유가 없었다는 생각에 다시금 헛웃음이 나려는 걸 참았다. 그때 때마침 버스가 사무실 건물이 있는 골목에 접어들었다.

바로 벨을 누르자, 점차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섰다. 나는 몇몇 이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린 뒤 크게 한숨을 뱉었다.

“하아.”

오래간만에 버스를 타서일까, 이보다 더 녹초일 수가 없다. 축 처지는 몸을 이끌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검진을 받으러 간 부팀장을 제외한 모두가 출근한 모습에 몸에 힘을 주며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입니다.”

“왜 이렇게 파김치가 되었어?”

되도록 티를 내지 않으려 했는데, 바로 내 상태를 알아차린 듯했다. 한 주무관의 물음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한 미소를 흘렸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더라고요.”

“오래간만에 버스를 타서 더 그럴 거야.”

“네.”

“뭐 다른 일은 없었고?”

“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냥 부팀장 오기 전까지 나랑 출퇴근하지 그래?”

“괜찮습니다, 팀장님.”

부팀장이야 같은 방향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정반대 쪽에 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사코 거절하곤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팀장과 팀원들에게 말했다.

“사무실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고, 또 집 근처에도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가지 않으면 문제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정류장 위치를 말했음에도 영 내키지 않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에 나는 입을 열었다.

“모르는 사람이 말 걸어도 무시하고, 한 눈도 팔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갈게요.”

“그렇다면, 뭐.”

“요즘 우리 막내 보면 확실하게 저 말 지킬 겁니다.”

“일단은 오늘, 내일 한 번 출퇴근하면서 결정하도록 해.”

“네, 팀장님.”

혹 그래도 출퇴근을 같이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이 이상 폐를 끼치면 팀원들 얼굴을 볼 면목도 없었고 말이다. 안도하며 짐 정리를 마친 뒤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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