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10. 스카우트
“…이런 상황이었어요.”
설명이 끝나자 모두가 멍하니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 시선이 모이는 일이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니건만, 왜 이리 민망한지 모르겠다.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허 참.”
“정말 그랬다고?”
“네.”
조금 전까지 전달한 말은 한 치의 거짓도 들어 있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말없이 시선을 교환하는 이들이 보였다. 나는 그들이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지금 공무원을 스카우트하려 했다는 거, 맞지?”
“어째서 헌터부를 칭찬했는지 조금은 알 듯하네요. 찔리는 게 있어서 선수 친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우리 막내가 얼마나 우수한데! 막내가 가려고 해도 내가 붙잡을 거라니까요!”
그래, 이들 역시 그 부분에 열을 낼 만했다. 물론, 박 주무관이 덧붙인 말은 민망하기 짝이 없었지만 말이다.
“귀빈이 제안한 터라 저희 쪽에서 말을 자르는 건 어려울 듯합니다.”
“아아. 막내가 거절해도 거절해야겠지.”
“그냥 오늘 일이 있어서 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마치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간 듯한 말이다. 김 주무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중이었다. 다른 이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흠, 흠! 어젠 김세현이 협회에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분위기가 썩 좋지 않자, 부팀장이 헛기침하며 대화 주제를 바꾼다. 나는 그에 동조했다.
“그게, 일이 있었는지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마주쳤습니다. 로비서요.”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모양이었다.
“막내야.”
“네.”
“잉여는 언제 온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나 싶다. 팀장의 물음에 그와의 대화 내용을 상기하며 입을 열었다.
“…에드워드 왕자가 가면 올 거 같았습니다.”
“하긴, 그런 눈치가 없으면 여기 발길 하지도 말아야지.”
“맞습니다. 적어도 감쌀 줄은 아네요.”
“…….”
무슨 눈치기에 날 보며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며 답을 대신하다가 출입문이 열리자 그쪽을 바라보았다.
“배달 왔습니다아!”
배달 왔다는 말을 뱉던 이의 목소리 끝이 뒤집힌다. 그에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 그쪽에 둬요.”
자리서 일어난 팀장이 곧바로 원탁 쪽으로 이동한다. 손에 들린 붉은 카드를 보다가 반 박자 늦게 반응하는 배달원을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신경 쓸 생각은 없었는데, 목소리도 뒤집히고, 또 저리 느린 반응을 보이니 괜히 시선이 간다. 원탁 위로 음식을 꺼내는 그를 뚫어져라 볼 때였다.
“…….”
무슨 일이 있기에 저리 실시간으로 뻣뻣해질 수 있는 거지?
내가 알아볼 정도라는 것은 이미 팀원들 모두가 저 배달원의 이상행동을 눈치채고 있음을 의미했다. 슬쩍 주변을 보니 모두가 그 배달원을 지켜보고 있다. 나는 다시 배달원을 바라보았다.
“오, 오만천 원입니다.”
원탁에 음식을 다 꺼낸 그가 이번엔 말을 더듬는다. 그뿐이랴, 이젠 안절부절못하며 몸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한다.
“여기.”
이 이상함은 팀장 역시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팀장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카드를 내밀 뿐이었다. 결제를 마친 배달원이 카드와 영수증을 건네더니 재빠르게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에 그저 눈을 끔벅였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
“무슨 상황이죠?”
“뭐 죄지은 거라도 있답니까?”
“큭!”
“음?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다들 배달원의 정체를 궁금해하는데, 팀장 혼자만 웃을 뿐이다. 나는 뚫어져라 팀장을 바라보았다.
“쟤, 걔야.”
“걔요?”
“그때 그 꽃바구니 가지고 왔던 걔 말이야.”
“설마, 팀장님을 연하늘로 착각한 그 배달원이요?”
“아아.”
“…….”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게끔 유리 부분이 어두웠는데, 그걸 알아챈 팀장이 대단하다. 게다가, 한 번도 온 적 없다는 듯 행동한 그 배달원도 대단했고 말이다. 어색함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긴 했지만.
“막내야, 얼른 와서 먹자.”
“네!”
“한식 먹을 사람들도 와서 한 젓가락씩들 해. 양 많으니까.”
“오, 좋죠!”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저도 한 수저 하겠습니다.”
한식을 먹기로 한 부팀장과 김 주무관, 그리고 한 주무관이 반색하며 원탁으로 이동한다. 나는 의자를 끌고 가 팀장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자, 다들 식사하고. 이번 주 밀린 일 되도록 이번 주 안으로 처리하고 퇴근하자.”
“옙!!”
“막내는 많이 먹고.”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젓가락을 쥐었다.
“그나저나 부팀장.”
“예, 팀장님.”
“슬슬 검진받으러 갈 때 되지 않았어?”
검진이란 말에 놀라 자장면을 먹으려다 말고 부팀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지 않아도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예약했어?”
“다음 주 수요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럼 화요일도 쉬어. 검진 힘들잖아.”
“화요일 말고 목요일에 쉬겠습니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고.”
“…….”
검진이 힘들긴 하지만, 다음 날 휴식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이것도 사람 차가 있기에 힘들 수도 있었다. 부팀장이 다음 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쉬기로 결정이 나자 재차 자장면을 먹으려 면을 집었다.
“그럼 우리 막내 출퇴근은 어떻게 할까요?”
이번에도 한 입 먹기는 그른 듯했다. 시선이 모이자 바로 뜻을 피력했다.
“저 집 가까운 곳에 버스 정류장 있어서요. 버스로 출퇴근하면 됩니다.”
“…정말 가까운 거 맞아?”
당연히 나에게 물을 줄 알았는데, 팀장의 시선은 내가 아닌 부팀장에게로 향한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예.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더군요. 사무실 근처 정류장까지 한 번에 올 수 있는 버스도 있습니다.”
“…….”
그걸 부팀장이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다. 놀란 눈을 감추지 못하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와, 우리 막내. 지금 부팀장님 의심하고 있네?”
“의심은요. 그냥, 어떻게 아시나 궁금해서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에 미리 알아 두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아.”
혹여 아는 사람이 내가 사는 구역에 살았었나 했는데, 그건 아닌 듯했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한 번 더 면을 집었다. 그리고 이번엔 꼭 먹고 말겠단 의지로 한 입 크게 면을 물었다.
“자, 다들 식사하자고.”
“예!”
“부팀장은 괜히 무리하지 말라고. 막내는 보면서 내가 데리고 다녀도 되니까.”
“알겠습니다.”
부팀장이 걱정되었는지 한 번 더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확실히 부팀장의 몸을 생각해 보면 무리하는 건 그에게 좋지 않았다. 모두가 식사를 시작하자 좀 더 열심히, 그리고 양껏 면을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