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42)화 (42/246)

40화

09. 방문

에드워드 왕자가, 부상을 입었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쯤 인터넷이 난리가 났을 것이었다. 재차 인터넷을 뒤져 봤지만 에드워드 왕자의 부상과 관련된 그 어떤 기사도 올라오지 않았다. 어쩌면 엠바고 상황인 걸지도 모르겠다.

“헌터부는 소임을 다 했을 뿐입니다. 에드워드 왕자가 다쳤다는 말은 처음 듣는군요.”

“헌터부가 맡은 일 중에는 던전 안의 사람들이 모두 대피했는지 파악하는 것도 있다 들었습니다만!”

“던전 클리어 후 에드워드 왕자 일행을 따랐으나 A-8 구역으로 대피한 터라 그 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당시엔 부상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한 상황입니다.”

“…….”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침착하게 하나하나 답변해 주는 팀장을 보니 괜히 마음이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실릴 때였다. 느리게 움직이던 차가 속도를 올리며 빠르게 자리를 뜬다. 부팀장을 바라보았다.

“이쪽을 알아본 이가 있는 듯하군요. 우선 한 바퀴 더 돌고 와서 사무실로 가는 것으로 합시다.”

“…네.”

차가 언제 섰는지도 모를 만큼 외부 상황에 집중했던 모양이다. 누군가 알아본 것 같단 말에 몸을 바로 하고는 사이드미러로 사무실 건물을 바라보았다.

“팀장님 혼자 계셔서 괜찮을까요?”

“이런 쪽으론 이골이 난 사람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네.”

부팀장이 이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그만큼 팀장이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는 걸 의미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직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걸 보면 엠바고인 거, 맞죠?”

“그렇다고 봐야겠죠. 왕자가 다친 거라 아마 영국 쪽에서도 사람이 오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황이 너무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예.”

부팀장 또한 내 말에 동의한다. 이미 본 바깥 풍경을 다시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심란하다. 조금 전보다 더 멀리 향하는 차 안에서 밖을 보다가 자꾸만 나오려는 한숨을 참아 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금 사무실 건물이 시야에 잡힌다. 그 너머에 있는 협회 건물을 보곤 다시 사무실 건물 1층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이럴 땐 뒷문도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러게요.”

뒷문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빙빙 돌 이유도 없었다.

기자들뿐만이 아니라 이 근방 회사에 출근하던 이들 역시 모여든 상황을 보고 있자니 이보다 난감할 수가 없다.

건물 가까이 도착한 차가 이윽고 외부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최대한 안쪽에 주차한 차에서 내린 뒤 부팀장과 함께 건물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찰칵! 찰칵!

여기저기서 번쩍이는 플래시와 함께 요란한 셔터음이 가득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출입문 바로 앞에서 기자단들을 대하던 팀장은 건물 끄트머리, 그러니까 협회 쪽 건물과 가까운 쪽으로 이동해 계속해서 인터뷰 중이었다.

“어서 갑시다.”

좀 더 보고 싶었지만, 이 이상 시간을 끌면 좋지 않았다. 부팀장과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나니 이제야 긴장이 좀 풀리는 듯했다.

“후우.”

아침부터 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하늘 씨.”

“네, 부팀장님.”

“출근길에 말했던 걸 좀 정정해야 할 듯하군요.”

어떤 말을 정정한다는 걸까.

이어진 부팀장의 말에 나는 헛웃음이 절로 났다.

“아무래도 감봉 선에서 그치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하. 하.”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면 무조건 헌터부 탓을 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상황이 급변할 줄은 부팀장도 짐작하지 못했을 거다.

그뿐이랴….

아침부터 이렇게 큰 사건이 발생했다는 말은 즉, 오늘 하루가 평탄치 않을 것임을 의미했다.

“후우.”

절로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어느새 8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다른 날과는 달리 지옥문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뱉은 뒤 부팀장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팀장님, 커피라도 좀 타다 드릴까요?”

박 주무관의 물음에 천장만 바라보던 팀장이 검지와 엄지를 동그랗게 말며 OK 모양을 만든다. 그에 바로 박 주무관이 커피를 타러 가는 모습을 보다가 다시 팀장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

간단한 인터뷰만 하고 들어올 줄 알았건만, 팀장은 점심 무렵이 다 돼서야 사무실에 온 상황이었다.

다른 날 같았다면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으며 기분이라도 좀 풀었겠지만, 오늘은 무리였다. 그나마 김세현에게 끓여 주려 사 둔 라면이 있었기 망정이지, 없었다면 쫄쫄 굶었을 거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간 이후 계속해서 천장만 바라볼 뿐인 팀장을 보니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박 주무관이 팀장에게 커피를 건네는 모습을 보다가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에드워드 왕자의 부상 소식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엠바고 시간이 지난 듯 한 번에, 그것도 아침에 팀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까지 담은 기사가 검색 사이트를 점령한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났다.

“하아.”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까짓것 감봉 선에서 그치겠지!”

“…네.”

“헌터부가 없으면 곤란한 건 다름 아닌 윗선들이라고.”

“그렇지! 박 주무관 말마따나 없으면 저들만 아쉬울 뿐이야.”

왜 자꾸 헌터부가 없어질 것처럼 없다는 말에 강세를 두는지 모르겠다. 더 긴장되게 말이다.

박 주무관과 김 주무관의 말을 들으니 왜 이리 초조해지는지 모르겠다. 괜히 책상 위를 정리해 보기도 하고 의미 없는 마우스 클릭을 해 봤지만, 좀처럼 마음을 다독이긴 힘들었다.

드르륵-

의자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온다. 옆을 보니 어느새 바로 옆까지 다가온 김 주무관이 보였다.

“우리 팀장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무슨 일이 생기면 팀장님이 커버해 주실 거야. 물론, 부팀장님도 엄청 대단한 분이지!”

“맞아. 뭣하면 나랑 김 주무관님, 그리고 한 주무관님도 있으니 막내는 걱정 그만해도 돼.”

“…그럴게요.”

되도록 티내지 않으려 했건만, 걱정하고 있음이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었다. 모두가 커버해 주겠다는 말을 들으니 긴장이 한결 덜어지는 것만 같다. 나는 슬쩍 입가를 끌어 올렸다. 아니, 올리던 중이었다.

띠리릭- 띠리릭-

“…….”

“저 전화는 또 왜 울린답니까?”

“우리 병아리, 완전히 쪼그라들었네.”

하필 이 타이밍에 저 전화가 울릴 건 뭐람.

어제에 이어 오늘도 존재를 과시하는 팀장 자리의 전화다. 의자를 돌려 팀장 자리를 본 나는 커피만 마실 뿐인 팀장을 발견했다.

“…….”

다른 날관 달리 전화를 무시하는 걸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다. 그래, 장난기가 심한 편이긴 해도 그간 팀장의 행동은 언제나 의도가 있었다.

끝 모르게 울리던 전화가 이내 잦아든다. 드디어 상대가 포기한 걸까.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띠리릭- 띠리릭-

“누군진 모르겠지만, 정말 끈질긴데요?”

“팀장님 자리 번호는 외부에 알려진 적 없잖아. 그러니 무조건 시청이겠지. 아니면 더 윗선이라거나.”

어쩐지, 저 전화가 울릴 땐 외부 전화가 아니라 백이면 백 시청 전화더라니. 뜻하지 않게 하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팀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기란 힘들었다.

“거참,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안 주네.”

한참의 침묵을 깬 팀장이 커피를 단번에 마시곤 투덜거린다. 종이컵을 곁의 쓰레기통에 넣은 그가 곧바로 수화기를 든다.

“예, 서울시 헌터붑니다.”

의자를 뒤로 젖힌 팀장이 심드렁히 전화를 받는다. 이 또한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통화에 집중했다.

“어제도 말했듯 우리는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라니까 그러네! 까려면 까라니…. 뭐요?”

짜증이 가득 묻어나는 얼굴로 어제와 같은 의견을 피력하던 팀장이 말을 하다 말고 반문한다. 어처구니없단 기색이 역력한 그의 모습에 나는 김 주무관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혹 다른 일이 생긴 걸까요?”

“글쎄다. 좀 더 봐야겠어.”

김 주무관 역시 조금 전 팀장의 반응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닌 듯했다. 뚫어져라 팀장을 응시하는 그를 따라 다시금 팀장을 보던 중이었다. 남은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기 시작한 모습에 마른침을 삼켰다.

“아니, 아침만 해도 그쪽 다쳤다면서요! 그런데 뭐가 어째? 견하악?”

견학?

당연히 왕자와 관련하여 말다툼이 있지 않을까 했건만, 난데없는 견학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김 주무관과 시선을 교환한 뒤 다시 팀장을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견학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 사람을 대동하는 건 아니지! 차라리 다른 사람이랑 오라고 하쇼!”

팀장이 말을 꺼낼 때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저리 열을 올리는 걸까.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우리 헌터부도 알 바 아니지! 다른 국회의원이랑 오라고 하쇼! 이영진이 여기 오면 무슨 꼬투리를 잡을지 알고!”

“이, 영진?”

이영진이라 하면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칭찬상을 받기 위해 시청에 갔던 걸 떠올리자, 절로 표정이 구겨졌다.

“설마, 에드워드 왕자가 이영진 끼고 여기 온다는 걸까요?”

“대화 내용을 보니 그런 것 같군요.”

“와서 뭐 하려고?”

그래, 그 말이 바로 내 말이다!

에드워드 왕자가 이곳을 방문하는 의도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건 바로 이영진 의원이 이곳에 온다는 사실이었다.

“뭐?”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팀장의 목소리가 재차 높아지자 그쪽을 바라보았다.

“하!”

어처구니없다는 듯 연신 헛웃음을 흘리던 그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헤집는다.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묻어나는 행동을 보고 있자니 사그라들었던 긴장이 다시 차오른다.

“됐고! 통화할 시간도 없으니 이만 끊소!”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은 팀장이 재차 머리를 헤집는다.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잠시 사그라들었던 긴장이 다시 차오른다. 한참 만에야 몸을 바로 한 팀장이 팀원들을 훑어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후우.”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뱉기를 반복한다. 그뿐이랴, 숨을 들이마셨다 뱉을 때마다 들썩이는 어깨 또한 심상치 않았다.

“팀장님.”

보다 못한 부팀장이 그를 부른다. 그에 팀장이 크게 심호흡 후 입을 떼는데, 그의 부름에 즉각 답했다.

“부팀장, 김 주무관, 박 주무관, 그리고 막내야.”

“네, 팀장님.”

“…비상이다.”

“설마.”

비상이란 말에 박 주무관의 입에서 설마란 말이 흘러나온다. 그와 동시에 머리에 스쳐 지나간 통화 내용에 설마 하며 팀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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