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31)화 (31/246)

08. 첩첩산중

「던전 피해에 침묵하는 헌터부, 비판 여론 의식했나」

“…….”

엊그제 온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이런 기사를 쓸 줄은 몰랐다. 떡하니 최은재란 이름을 달고 나온 기사를 읽다가 기사 끝자락에 현황이 맞는지 확인을 위해 헌터부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고 끝맺음 된 글에 미간을 구겼다.

정식으로 헌터부로 연락을 했다면 이렇게 이맛살을 구길 일은 없었을 거다. 사적인 연락을 취해 놓곤 이런 기사를 쓴 최은재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말없이 재차 기사를 살피다 보니 밑에 달린 댓글이 상당했다. 나는 곧바로 그것을 확인했다.

└ 통계는 시청 홈피 가 보면 나와 있는데, 굳이? 각 지역 헌터부 소속 인원 보면 진짜 단출하더라. 그 인원으로 여태 돌아가고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인데 일감 떠안기지 말자.

└ 야 처음부터 그 인원이었겠어?

└ 오열

└ 다른 공무원은 패도 헌터부는 건드리는 거 아니다.

“…….”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기사인지라 안 좋은 댓글들이 달려 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다. 대부분이 헌터부 편인 댓글들을 살피던 와중에 오른쪽에 떠 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가긴 했나 보네.”

“뭐라고 했어?”

중얼거림이 옆자리까지 들리도록 컸나 보다. 김 주무관의 물음에 방금 뜬 김세현의 기사가 있음을 전하곤 의자를 끌며 거리를 좁혀 온 그와 함께 기사를 읽었다.

“영국 갔나 보네.”

“네.”

영국 총리와 협회 회장과의 석찬 자리에 김세현이 참석했음을 전하는 내용에 잘 참석했구나 싶어 안도하다가 이어진 말에 눈을 끔벅였다.

“협회 회장까지 자리한 거 보면 그거 같은데.”

“그거라뇨?”

“총리에 회장까지 나왔다는 건 김세현에게 뭔갈 제안키 위한 자리라고 봐야겠지. 우리나라도 그렇듯 다른 나라도 협회장과 나라 수장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야.”

“아.”

그거라면 이미 어제 나도 생각해 본 사안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자 그가 미간을 긁적인다. 곧바로 이어진 말에 눈을 끔벅였다.

“이전 같았다면 돈벌레가 넘어가진 않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이젠 그럴 걱정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렇게 든든한 백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외국도 소식이 빠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봅니다. 줄 대는 곳도 모르고.”

김 주무관이 꺼낸 줄 이야기에 다들 나를 바라본다. 마치 나에게 줄을 대야만 한다는 듯한 눈빛에 손사래 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의미심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결국 소심하게 그 주장에 반박했다.

“제가 뭐라고 해도 세현 씨는 꿈쩍도 안 할….”

순간 엊그제 김세현과의 통화 내용이 스쳐 지나간다.

마치 내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처럼 태도를 뒤집은 그를 떠올리곤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김세현이 정말 나에게 잘 보이려 한 것이라 한들 줄을 나에게 댄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김세현이 정말 돈에 흔들리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고 말이다.

“…어째 좀 짠해지려고 하는데요.”

“됐어, 지금이 딱 좋아.”

“수다 그만 떨고 이제 일들 해! 막내는 내일 자리 비울 테니 그만큼 열심히 하고!”

“네!”

시끄러웠는지 팀장이 한 소리 한다. 그에 바로 자리로 돌아간 김 주무관이 부산스레 움직이는 모습을 보다가 인터넷 창을 끄고 협조금 관련 서류 작성을 이어 갔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손이 멈춘 채 방금 전 대화 내용을 떠올리곤 고개를 저었다.

그래, 비록 김세현이 나와 대화를 나누며 부침개를 뒤집듯 태도를 바꾸긴 했지만, 그 결정에 내가 보고 싶단 이유가 전부일 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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