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부 공무원의 비애 (25)화 (25/246)

24화

07. S급 헌터의 유무

조용하다.

그뿐이랴, 이렇게 헌터부가 고요했나 싶을 만큼 어제오늘 헌터부의 분위기는 차분함 그 자체였다.

“…….”

그리고 이 차분함은 바로 옆의 빈자리, 김세현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말없이 의자를 보고 있으려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아.”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헌터부의 붙박이장이라도 된 것처럼 자리를 지켰던 김세현이었다. 옆에서 쉴 새 없이 사진을 찍고 말을 걸어올 때만 해도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막상 자리가 나니 허전하기 짝이 없다.

그저 자리를 비운 것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허전하진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래, 매일같이 주고받던 메시지가 있었기에 이보단 나았을 거다.

메시지가 들어오면 바로 볼 수 있도록 모니터 바로 아래 둔 핸드폰을 보다가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었다.

“…….”

혹시나 했지만, 새롭게 도착한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김세현과 주고받던 메시지 창을 열었다.

[세현 씨, 뭐 하고 계]

“…….”

어쩌면 호주에 생성된 S급 던전을 소멸시키러 갈 때처럼 일이 바빠 연락이 되지 않는 걸지도 몰랐다. 나는 적던 메시지를 곧바로 지웠다.

“잉여 연락 없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모습을 본 듯 김 주무관이 묻는다. 나는 옆을 보며 답했다.

“네. 많이 바쁜 모양이에요.”

“…이상한데 그거.”

“절대적으로 이상합니다.”

“검색 사이트에도 특별한 건 안 보입니다.”

“그러니 이상하단 거지.”

“…….”

많이 바쁜 것 같다는 말에 이구동성으로 이상하단 말을 내뱉는다. 검색까지 했는지 아무것도 뜨지 않는단 말에 나는 그 누구도 김세현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호주 던전 때처럼 바쁜 게 아닐까요?”

“뭐?”

“…한량처럼 시간 보내긴 했지만, 가끔은 바쁠 수도 있으니까요.”

얼마 전 호주에서 발생한 S급 던전을 혈혈단신으로 클리어한 만큼 협회 측에서 김세현을 가만히 둘 리 만무했다. 그래, 던전 소식이 없다는 건 협회 관련된 건으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단 말일 수도 있었다.

제법 그럴싸한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던 것도 잠시였다. 나는 고요해진 사무실 분위기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

침묵하던 팀원들이 나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다. 뭔가 통하기라도 한 듯,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데 지금 상황서 통할 만한 의견이 있나 싶다.

“또 무슨 짓 벌이고 있는 거 아닐까요?”

“김세현이 차출될 만큼 큰 던전이 생성되었다는 기사는 없습니다.”

“어쩌면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멀쩡한 모습으로 협회 내부 일정을 소화 중일지도 모릅니다. 외부 활동할 때는 항상 매체에 모습 보이지 않습니까.”

내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 같기는 한데, 듣고 있자니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받아들여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을 저버리기 힘들다. 이 기분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계속해서 대화를 경청했다.

“부팀장님 말이 맞는 듯합니다. 아니면 현재 엠바고(일정 시간 되기 전까지 보도 금지하는 것) 때문에 기사가 뜨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그런 거라면 다행이지만….”

팀원들의 말을 듣던 팀장이 슬쩍 이쪽을 바라본다. 망설이는 듯하던 팀장이 뒷말을 잇자 자연스레 며칠 전 보았던 김세현의 묵직한 미소가 떠올랐다.

“잉여가 남긴 말이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이 말이지.”

“아, 그 노력한다는 그 이상한 문장이요?”

“맞습니다. 노력은 무슨!”

“사실, 전 김세현이 자리만 비우면 걱정이 됩니다.”

“한 주무관님도요? 저도 그런데!”

“…차라리 눈에 보이면 파악이라도 되는데 말이죠.”

“지금 당장은 협회로 갈 명분이 없고…. 일단 TV도 켜서 최대한 잉여 관련된 정보 모아 보자.”

“예!”

“알겠습니다.”

김세현의 존재, 정확히 말하자면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이 이토록 팀원 전체에 영향을 줄진 몰랐다. 마치 던전이 생성되었을 때처럼 움직이는 모습에 침묵했다.

“막내야, TV 체크 좀 맡아.”

“네.”

나는 TV를 켜란 김 주무관의 말에 리모컨을 들었다.

“그래, 막내가 TV 체크하고. 틈틈이 잉여 검색도 해 봐. 새로운 내용 뜨면 바로 알리고.”

“알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오늘 할 일을 마친 터라 시간이 남던 참이다. 채널을 하나하나 돌리며 김세현과 관련된 뉴스거리를 찾았다.

“막내야 시간 되면 이것 좀 확인해 주겠어?”

“네. 맡겨 주세요.”

김세현 관련 건이 아니라면 할 일이 없긴 했다. 한 주무관에게 서류를 받아 자리로 돌아와 틈틈이 TV와 사이트를 확인하며 서류 검토를 진행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 주무관에게 건네기 전 마지막 검토를 앞두고, 눈을 휴식할 겸 검색 사이트를 살폈다.

“어?”

저게, 뭐지?

“음? 뭐 새로운 거라도 떴어?”

“…그런 듯합니다.”

김세현을 검색해 보려 사이트를 열었건만,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메인 화면에 떡하니 자리한 실시간 검색어에 김세현의 이름이 떠 있음을 확인하고 바로 그것을 클릭했다.

조금 전 확인할 때만 해도 김세현과 관련된 기사 대부분은 호주 던전과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새로운 기사가 가득 올라와 있음에 가장 최신 기사가 올라온 시간을 체크했다. 5분도 채 되지 않은 따끈한 기사임에 상황을 보고했다.

“오늘 일정이 있었나 봅니다. 새로운 기사가 올라와 있습니다.”

“무슨 일정인데?”

팀장의 물음에 상단에 있는 기사를 클릭했다가 눈에 들어온 커다란 모자이크에 눈을 끔벅였다.

“어….”

“뭔데 그래?”

재차 물어보는 팀장이었지만,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어 입만 벙긋거리기만 하다 옆자리서 들려온 거친 소리에 흠칫했다.

“…김세현 이 미친놈이.”

그새 검색했는지 김 주무관이 이마를 짚는다. 미친놈이라며 중얼거리는 말을 듣다가 여기저기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뭐가 올라왔기에 그런 반응… 미친놈이?”

“다들 왜 자꾸 미친놈, 미친놈하십…. 허어?”

“…미친놈이 맞군요.”

“와, 이놈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다른 때였다면 김세현을 향해 미친놈이라 말하는 팀원들의 말을 정정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을 거다. 모두의 반응에 아주 조금은 동조하며 모니터에 떠 있는 김세현의 꼴을 재차 살폈다. 모니터 속 김세현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통령 옆에 서 있었다.

“…….”

외부 활동을 할 때면 항상 착용하는 검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그뿐이랴, 마스크와 같은 색의 슈트를 입고 서 있는 김세현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완벽했다. 아니, 완벽해야 했다.

모델도 한 수 접고 갈 만큼 옷 태가 나던 김세현의 후줄근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마 말이 나오질 않는다.

나는 이 모든 원흉이라고 볼 수 있는 커다란 흰색의 직사각형, 그러니까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흰색의 직사각형에 청테이프를 덕지덕지 두른 정체 모를 것을 눈에 담았다.

“하.”

차라리 앞쪽의 흰 직사각형만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양쪽 어깨에 걸쳐진 밧줄로 이어진 듯 보이는 앞판과 같은 것으로 추정되는 청테이프 두른 흰 무언가의 존재는 시선을 뺏기지 않으려 해도 절로 눈이 갈 만큼 최악이었다.

“…설마.”

설마, 그간 검은 계열의 옷을 골라 입었던 건 전부 그가 패션 테러범이기에 그런 걸까.

그렇게 결론을 내리려고 해도 평소 헌터부를 드나들 때의 복장을 생각해 보면 지금 이 꼴은 말이 되지 않았다. 말을 잇기 힘든 패션을 보고 있자니 이보다 더 참담할 수가 없다. 나는 자꾸만 시선을 사로잡는 흰 직사각형에 시선을 고정했다.

“모자이크….”

흰색의 무언가도 문제였지만, 더욱 문제 되는 건 바로 저 모자이크였다. 도대체 저곳에 뭐가 있어 가장자리의 청테이프만 남기고 통으로 모자이크 처리가 된 걸까.

청와대에, 그것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 상황서 어깨에 짊어질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박 주무관이 낸 소리에 그쪽을 바라봤다.

“저거, 지금 피켓 맞죠?”

“내가 잘못 본 건 아닌가 보네.”

그래, 듣고 보니 피켓 같다. 1인 시위를 할 때 앞뒤로 글을 적는 그 피켓의 모습이란 사실에 놀라 다시 모니터 속의 사진을 눈에 담았다.

“…저놈은 청와대에 갔으면 멀쩡하게 사진 찍든가! 왜 피켓을 짊어지고 찍어?”

“대통령이, 아니지. 청와대에 저런 거 반입됩니까?”

“김세현도 반입되는데, 저런 게 안 될 리가 있겠어?”

“그렇긴 하네요.”

“…도대체 뭐라 적었길래 모자이크가 저렇게 강하게 된 걸까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피켓을 이고 대통령을 만나러 간 건지 모르겠다. 침묵한 채 모자이크된 피켓을 보고 있으려니, 점차 알 수 없는 기시감에 휩싸였다.

“…….”

떠오를 듯하면서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것이 감질난다. 한참을 그렇게 알 수 없는 친숙함의 정체를 찾아 고민하다가, 순간 뇌리를 스친 지난 기억에 소스라쳤다.

“왜 그래, 막내야?”

“하늘 씨,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닙니다. 그냥, 그냥 좀 그래서요.”

아닐 거다.

그래, 그냥 기억이고 억측일 뿐이었다. 그래야 했다.

김세현이 지난날 천사 운운하던 게 떠올랐다곤 차마 입에 담기는 힘들었기에 침착한 척 애쓰며 손에 쥔 서류를 넘겼다 다시 돌리기를 반복했다.

“뭐 생각난 거라도 있어요, 하늘 씨?”

아무렇지 않은 척했건만, 영 연기가 서툴렀나 보다. 다가온 부팀장이 걱정 가득한 눈빛을 보내오자 입속에서 굴리던 말을 꺼냈다.

“…그냥, 좀. 그때 기억이 나서요.”

“그때라면 언제?”

“그, 꽃바구니가 왔을 때요. 꽃들 사이에 넣어 보낸 카드가 생각나서….”

“와, 대박!”

“김세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설마, 저기다 천사라는 둥 라면 어쩌고 운운한 건 아니겠죠?”

“…에이.”

“그건 너무 갔잖아.”

“하지만, 설득력이 없진 않죠.”

내 의견을 들은 팀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팀원들의 표정만큼이나 내 표정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듯했다. 손을 들어 얼굴을 확인한 뒤 얼굴 근육이 미세하지만 떨리고 있음을 인지했다.

“일단 청와대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지시한 듯하니 지켜보자고.”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는 해야겠지?”

“예!”

팀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빠르게 팀원들이 움직인다. 자리로 돌아간 이들이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는 모습을 보다가 몸을 바로 했다.

“후우.”

재차 눈에 들어온 사진을 보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눈가를 접은 채 사진을 찍은 김세현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호주에서도 라면 이야기를 꺼내며 날 거론했던 김세현이었다. 아직도 김세현이 말한 형의 존재를 좇는 이들이 많음을 떠올리며, 검색 사이트를 종료했다.

“…….”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없었다. 피켓 내용이 외부에 누설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부디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밖에는 말이다.

그래, 부디 김세현의 저 행동으로 아무 일 없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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