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부인. 또 어딜 다녀오셨소?”
라며 기뻐하는 인간이 하나,
“유진은 어디 갔어요, 형수님!!!?”
여전히 자기 비만 찾는 멍청한 태자가 하나,
“내 마누라는 어디 있어, 형수!!!?”
역시나 자기 마누라만 찾는 태자가 또 하나.
“아, 뒤에..... 오는데....... 어라라? 쟤들은 왜 검을 들고 설친대? 이 신새벽에?”
“이 신새벽에 벽 뒤에서 나타나는 형수님은 뭡니까?”
“아? 나야, 외출 좀 하고 오느라, 그런 거지....... 어이 유진, 명현!! 서방님들이 마중 나오셨다.”
벽 뒤를 향해 소리치는 황비의 뒤로 비명 소리가 울리며 다가오던 걸음 소리가 뚝-- 하니 멈췄다.
“셋 샐 때까지 안나오면 내가 다시 들어간다, 명현, 유진.”
히죽거리며 말하는 형수의 반응에 태자비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북쪽나라의 혈통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듯, 어둠 안에서 더욱 무섭게 빛나는 창백한 피부에 옅은 색의 빫은 머리카락, 그리고 건장한 체구를 지닌 남자가 하나, 그리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그들 중 가장 건장하고 키가 큰 호남이 또 하나.......
“씹새.........”
다만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욕설들이 문제였으리라........
“이런~~ 겨우 이틀을 못참고 마중까지....... 어라?”
마악 안으로 들어선 유진은 앞에선 남자들의 구도를 보고 역시나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그 뒤로 걸어들어온 명현 역시 앞의 광경에 머리를 갸웃한다.
“뭔 일이래? 왠 내관들이 검을 들고 설치냐?”
머리를 긁적거리는 명현의 말에 유진이 진지하게 대꾸한다.
“아무래도..... 왕자님들께서 잡히신 모양인데........”
“기둥서방들이 어련하시려고. 하여간 잠깐만 짬을 주면 사고를 친다니까.”
팔짱을 끼고 한숨을 푸욱 내쉬는 황비의 말에 나머지 태자비들은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었고 세 명의 황자와 태자들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 그 중요한 의식을 두고 가출한 인간이 누군데?! -
“하여간....... 내관인지 뭔지 비켜라. 피곤하다.”
손을 절래 절래 내젓는 황비님의 말에도 세 명의 목에 칼을 겨눈 내관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백룡검을 넘겨주시면 물러나지요, 황비님.”
“백룡검? 그건 왜?”
“제게 필요해서요. 뭐든 짝을 맞춰야 팔리니까요.”
“짝?”
“거기까지는 알 것 없고 백룡검을 건내주시죠, 황비님. 아니면 두 분 태자와 황제 폐하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 쟤들이 지금 저것 들고 우리랑 해보자는 모양인데?”
키득거리는 명현의 말에 유진이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목을 푼다. 그리고 황비님은 팔짱을 낀 채 내관 하나를 노려본 채였다.
“어쩔래? 내가 중간 놈 찜!!”
“난 왼쪽, 나머지 둘은 알아서 해라, 월아.”
“흐음..... 뭐........ 간만에 몸 푸는 것도 좋겠지.”
양손을 가볍게 털며 왼쪽 허리에 찬 장검으로 손을 뻗는 황비님의 행동에 황제폐하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저 황비가 저래뵈도 신검이라 불리우는 검의 천재였다. 물론 조금 성질이 급하고, 아주 조오~~ 금 괴팍하고, 아주 조오오~~~~금 싸움을 귀찮아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하여간 진짜 천재는 천재였다.
“황제와 태자들이 잡혀있습니다. 움직이면 가차 없이 이 목을 잘라낼 겁니다.”
“잘라. 자기 몸도 못지키는 태자와 황제가 무슨 나라를 지키겠어? 그런 것들은 일찍 죽어주는 게 국가 발전을 도모하는 일이야. 베든, 썰든 맘대로 해.”
왼쪽 허리춤의 검을 들어올리며 생긋 생긋 웃는 황비의 답변에 두 태자들은 기함을 토해냈다.
“형수님!! 이러 실 수 있는 겁니까?”
“우리 목숨은 목숨도 아닙니까? 지금 바로 뒤에서 검을 대고 있는데 무슨 반항을 하겠습니까?”
거의 발악을 하 듯 형수에게 대드는 시동생을 본 황비는 생긋 웃으며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아직도 우리의 신조를 모르나 본데..... 유진, 명현, 읊어줘라.”
“원수는 100배로 갚고 은혜는 잊는다.”
“목에 칼을 들이대게 방심한 자는 이미 죽은 자다.”
스응---
날카로운 검의 소리가 울렸다. 공기를 가르는 소름끼칠 정도로 차갑고 날카로운 그 소리에 다들 쭈볏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검집에서 살짝 모습을 들어낸 것만으로도 백룡검은 이 어둠 안에서 요기와 같은 빛을 뿌리고 있었다.
선대 황제 때도 단 한 번도 검집을 나온 적이 없다던 저 자존심 강한 명검마저 저 괴팍한 황비의 성품에 두 손을 들어버린 것이리라.
“모, 목을 벨 겁니다!”
“베라니까. 니가 빨리 베야 나도 한 바탕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