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문경의 고함 소리에 신영은 혀를 끌끌 찼다.
마누라 없다고 하루 만에 인간이 저 꼴이 되다니..... 없을 때는 어찌 산 게냐?
“너무 심려치 말아라. 우리 마마님들이 어디 가서 한 대라도 맞으실 분들이더냐?”
그러니까, 그게 문제였다. 어디 가서 맞지는 않아도 사고는 거하게 치실 성품들이신지라.......
“형님,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식이 이틀 후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대체 형수님들이고 유진이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겁니까?”
“어딘가에 계시겠지.......”
“형님!!!”
“자아, 한 잔들 더 하시게나, 동생들~~~”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동생들의 잔을 채워주며 신영 역시 곰곰이 생각에 잠겨들었다.
황비의 얼굴을 못본지가 어언 한 달이다. 그 한 달 전도 백련궁의 지하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게 다였다.
그러니까, 한 달 전 그 날........
***
“왜 저기는 비어있지?”
검이 없는 진열대를 보며 그의 황비가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물었다.
역시나....... 역사나 정치, 상식과는 담 쌓고 사는 인간의 말다워 신영은 미소를 흘리며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청룡검의 자리거든.”
“청룡검?”
“...... 100여년 전 윤족의 침입 때 약탈당한 국보야. 원래는 백룡검과 쌍을 이루는 검으로 백룡검보다 먼저 만들어졌지만 워낙에 무게가 엄청나 역대 황제들 중 아무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이가 없어 보검으로 물리고, 원래는 황비의 검으로 후에 만들어진 백룡검이 황제의 검이 된 거지. 그리고 그 청룡검을 전쟁 때 잃은 거야. 약소국의 비애지.”
쓴 웃음을 달고 나온 그 말에 그의 황비가 보기 좋은 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두드리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원래가 보물, 보석이라면 환장을 하는 인간이니 국보가 아까워서일 것이다.
“흐음..... 하지만, 이거... 많이 익숙한 광경인데.......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야.......”
“너야, 워낙에 많은 여기 저기 많이 털어봤으니 그럴 테지. 보통 귀족 집안도 보검들을 이런 식으로 보관을 하거든.”
“그게 아니라........ 여기 풍경 자체가 굉장히 낯이 익어....... 흐음, 그래........”
“청룡검이 진짜 아까운 모양이지?”
보물들 중 특히 보검을 좋아하는 황비이기에 그리 말하며 웃자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물론, 청룡검도 아깝지만..... 흐음........”
“너무 신경 쓰지 말게나, 마누라. 언젠가 내가 찾아올 것이니........”
“흐음..... 그 전에 내가 먼저 찾아낼지도 모르지, 기둥서방.”
“그래주면 감사하지요, 부인.”
빙긋 웃는 황비의 얼굴을 밝고 아름다웠다. 진짜 그 이상한 성격과 호기심과 오기만 아니라면 아무도 그가 황비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못했을 터인데.....
하지만 그 안하무인의 성격이 매력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웃어넘겼던 것이 한 달 전 마지막 만남이었다.
***
“아, 설마........”
한 달 전의 기억을 더듬던 신영은 그제야 뭔가 감이 잡힐 것 같았다.
설마....... 황비마마께서........
“뭡니까, 형님? 급한 일이라도 계십니까?”
잔뜩 취해 그렇게 말하는 문경을 보며 신영은 놀란 마음을 다잡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설마..... 아무리 황비라도 윤족의 나라까지 청룡검을 찾아갔을 리가 없다. 일단 윤족의 나라는 말을 타고라도 가장 빠른 길로 돌아 왕복 약 한 달 - 약 60일 - 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이틀 후의 제식에 참가할 수 없을 것이니, 그건 아닐 것이다.
계산이 정확한 것과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 그의 얼마 안되는 이성의 전부인데....... 설마..... 다.
하지만....... 설마라면.....
“하하하, 마시자꾸나.......”
얼굴은 억지로 웃고 있지만, 황비의 보검에 대한 집착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는 바..... 신영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황비와 태자비들 가출 이틀 째 자시가 가까워지며.......
“어딜 찾아도 없습니다!!! 당장 내일이 제식인데!! 이를 어쩌란 말입니까?”
1년에 한 번 씩 있는 선대 황제들에 대한 일대 제사 의식에는 황제와 황비를 비롯한 태자와 태자비들이 전부 참석해야 하는 최대 의식날이다.
그런 날, 황비와 태자비들이 가출을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밝히느냔 말이다!!
“흐음.... 내일 오전까지는 돌아오겠지.......”
라고 말은 하지만, 어째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드는 신영이었다.
아무래도 백련궁에 가보는 것이 낫겠지만....... 황비가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백련궁에 발을 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체 형수님은 어찌 된 분이십니까? 순진한 우리 명현과 제수씨를 꼬드겨 가출을 하시다니요!!!”
뭐, 꼬드겼다기 보다는....... 명령이었겠지만..... 하여간, 황비가 도모한 일은 확실할 테니 신영 역시 할 말이 없었다.
하여간 문제아는 문제아였다, 그의 황비는.
“자자, 술이나 한 잔 더 하거라........”
“술로 때울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어찌 할 바도 없는 문제다.
감히 누가 그 신검의 경지에 이르신 포악한 황비님과 화살 하나로 10명을 없앨 수 있다는 명현태자비님, 그리고 걸어 다니는 독약창고라 불리우는 유진태자비님께 대들겠는가?
“뭐....... 황비님을 믿어보자꾸나.”
“형수님을 제일 못믿어요!!!”
“그 사람을 어딜 보고 믿습니까?”
신영은 두 동생의 거센 반응에 황비의 체통과 신의 문제를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백 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형수한테 너무한 반응이 아닐까 한다.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황비이고 그들의 형수인데........
“형수도 알고 보면 착한 사람이란다.”
“착한 사람이 다 얼어 죽었습니까? 어린 소현이를 발로 뻥뻥 까지를 않나, 화류누님을 마침내 궁에서 쫓아내질 않나, 조신함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그 사람의 어디가요?”
“전 백성을 상대로 사기를 친 그 경악스러운 뻔뻔함을 가진 사람의 어디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