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7)

이를 부득 부득 갈며 건낸 편지를 받으며 신영은 또 한 번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어째 한기가 들어서였다. 저 음험한 녀석이 약이 바짝 올랐으니.... 

부스럭거리며 편지를 열어본 신영은 한참을 들여다 본 후에야 비로소 그 글을 알아볼 수 있었다. 

「찾지 마!!」 

라니....... 누가 찾기나 한다냐? 

“으음, 심각한 악필이군........ 돌아오면 글 선생을 붙여 이 필체 좀 고치게 해 보거라, 문경아.” 

“지금 그게 문젭니까, 형님!!!” 

“문제는 문제지. 아무리 남자라 해도 일국의 태자비 아니더냐? 화려하고 유려한 문체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제대로 알아볼 수는 있어야지.” 

뭐, 그의 황비님 역시 만만치 않은 악필이기는 하지만 그 쪽은 알아서 처리해주는 사람이라도 있지..... 

“시녀장, 우리 마누라님이 남기신 편지는?” 

“편지요?” 

“어서 보여주게. 우리 마누라는 뭐라고 남겼는지 봐야 감이 잡힐 것 아닌가?” 

“무슨 소리십니까? 황비님께서는 편지 한 장 없이 옷과 검만 챙겨 떠나셨습니다. 그 분이 어디 그리 다정하신 성품이던가요?” 

딱딱한 표정으로 그녀가 모시는 엽기적인 황비의 성품까지 설명을 해주는 그 모습에 황제는 어깨에서 힘이 쭈욱 빠져버렸다. 

그럼 그렇지....... 그의 황비가 그렇게 인간적이고 다정다감한 인간일 리가 없지...... 

“그건 그렇지.......” 

그래도 자기는 황비와 함께 하기 위해 그리 열심히 일을 했건만....... 이 놈의 황비는 황제의 고충도 모른 채 친구들과 닐리리하며 가출이나 하시다니...... 

어쩐지 약이 오르고 심통이 터질 것 같았다. 

가려면 차라리 자기도 데리고 갈 것이지.... 

“하여간!! 당장에 추적대를 보내십시요!!!” 

“온 사방에 전단을 뿌리고 잡아들여야 합니다!!” 

문경태자와 세현태자의 속 모르는 소리에 신영은 쓰게 웃어버렸다. 

그의 신부들의 정체를 모르는 그들은 태연히 그런 말을 하지만..... 그게 말이 되는 소리던가? 

전국의 군대와 추적대를 동원했는데도 5년 간 잡지 못한 신도(神盜)들을 사흘 안에 대체 어찌 잡겠다는 소리인가? 월담 실력도 실력이지만 각자 신검(神劍), 신궁(神弓), 신의(神醫)로 불리우는 그들의 마누라들을 대체 어찌 잡겠다구? 

“일단 기다려 보지. 때 되면 돌아오시겠지. 비(妃)마마들이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혼약을 물리려는 게 아니라면 돌아오실 꺼 아닌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요!!! 그 녀석들은 안 돌오고도 남습니다!! 대체 이 궁의 경비가 어찌 되었길래 세 사람이나 빠져나가는 데도 몰랐단 말입니까!!?” 

물론, 안 돌아오고도 남기는 하지만..... 

일단 황비님께서는 돌아오실 것이다. 약속한 바는 반드시 지키는 분이니 돌아오실 것이고, 그럼 나머지 태자비들은 부록으로 딸려 돌아와야만 한다. 

그의 황비의 발차기 실력과 성질이 어지간 하던가? 

“자아, 문경아, 세현아....... 조금만 기다려 보자꾸나.” 

“대체!! 형님은 형수님을 사랑하시기나 하신 겁니까?! 형수가 없어졌는데 웃으면서 참자니요!!!?” 

그 말이 양심을 쿠욱 찔러 신영은 그저 웃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심장이 찔려보기는 처음이다. 

물론 처음에 비라고 황비를 끌고 들어온 것도 자신이고, 두 동생들에게 남자 비(妃)를 붙여준 것도 어찌 보면 황제의 탓이었지만....... 

글쎄....... 과연 그가 황비를 사랑하던가? 

동생들은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포기했지만........ 글쎄........ 

“왜 대답을 못하십니까, 형님!?” 

갑자기 날카롭게 찔러오는 세현의 말에 신영은 얼른 표정을 바꾸고 생긋 웃어보였다. 

“네가 너무 당연한 걸 물으니 당황한 게 아니냐? 내가 황비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굴 사랑하겠느냐? 너희 형수만큼 아름다운 자를 본 적이 있느냐, 너희는?” 

정색을 하고 묻는 황제의 말에 문경이 이를 으드득 갈며 답한다. 

“물론 본/적/이/없/습/니/다. 그렇게 무식하고 힘 세고 용맹하고 음치인데다 입이 걸고 끔찍한 악필에 히죽거리면서 사람의 속을 뒤집어엎는 인간이 또 하나 있어서는 안되겠지요.” 

딱딱 끊어지는 말투에 힘을 주는 문경의 말에 신영은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동생의 말은 뭐 하나 틀린 게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포장이 근사하면 뭐한가? 입 한 번 열면 도루아미타불인 걸. 

“그래....... 아, 내가 정무가 좀 바쁜데..... 점심 식사 때 얘기하자꾸나, 다들.” 

“지금 이게 시간을 미룰 일입니까?” 

“아, 하여간 돌아온다니까. 혹시 아느냐? 세분의 비마마들이 어디 좋은 온천으로 여행이라도 가셨을지?” 

좋은 온천으로 여행을 간 게 아니라, 보물이 쌓인 어느 집을 털러갔겠지만....... 

“그렇다면....... 온천을 샅샅이 뒤지라고 해야겠다!!” 

“그래요, 문경형님!! 어서 그 곳들을 찾으러 가죠!!!” 

이럴 때만 죽이 맞는 문경과 세현이 뛰어들었던 기세 그대로 뛰쳐나가자 신영은 이마를 꾸욱 꾸욱 내리눌렀다. 

하필 이런 복잡한 때에 저런 동생들을 끼고 황제 자리를 맡게 되다니..... 끔찍한 일이다. 

이럴 때는 진짜 산 속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서대 황제인 아버지를 멱살이라도 잡아 끌고 오고 싶어진다. 물론, 말만 하면 황비님께서 알아서 해주시기는 하시겠지만..... 그 방식에 조금 문제가....... 

“나도.... 가출이나 해버릴까.......” 

“아니 될 말씀이지요. 황비님과 황제폐하 두 분이 나란히 장난 하시는 겁니까? 황제와 황비라는 자리는 장난으로 맡는 직책이 아닙니다.” 

존재감을 잊었던 시녀장의 따끔한 말에 황제는 빙그래 웃어버렸다. 

진짜 무서운 할머니다. 수명도 길고 징하게 건강하며, 깐깐하기 까지 한 이상한 시녀장. 

“보아하니, 폐하께서는 황비님 일행이 어디 가셨는지 짐작을 하고 계신 듯 하군요.” 

눈치도 더럽게 빠르다. 

“나도 잘은 모르지. 다만 황비의 취향대로 온천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 뿐이지.” 

“하여간, 사흘 후까지는 돌아오셔야 합니다. 저번처럼 흙 투성이가 되든 껌둥이가 되어서든 제식에는 반드시 참가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황비로서 하는 일이 없는데 그런 의식에까지 빠져서는 아니되지요.” 

“으음....... 그렇지........ 나도 그리 생각하네.” 

그리는 생각하지만..... 그러기는 힘들지도........ 

@ 황비 및 태자비들 가출 하루 경과 

“으아~~~ 대체 어딜 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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