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한여름의 태양이 대지를 무덥게 내리쬐고 있었다. 칠월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날은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무더웠다.
한낮 영화궁의 침전은 특히나 더 뜨거웠다. 여름 특유의 눅눅함이 맴도는 방 안은 달뜬 숨소리가 가득했고 방 안에 자리한 두 사람의 체온만큼이나 온도가 높았다. 바닥에는 먹다 만 과자와 과일이 놔 뒹굴고 있었고, 그 위로 빙고(凌陰)에서 갓 꺼내 온 얼음이 녹아 물이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수현은 본디 있어야 할 음식들을 대신해 식탁 위에 몸을 늘어뜨린 채 누워 있었다. 그가 입은 상의는 앞섶이 죄다 풀어져 하얀 몸뚱이를 잔뜩 드러내고 있었고, 하의는 속곳조차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수현의 나신을 보며 황제는 제 물건을 쥐고 수음하고 있었다. 대낮부터 차를 마시겠다고 찾아왔던 그는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수현을 식탁 위로 올렸었다.
반항조차 없는 그의 옷을 벗기고 맨살을 빨며 식탁에 눕혔다. 우당탕탕. 식기와 다과가 쏟아져 내리고 식탁 위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무더운 날씨에 몸은 더욱 달아올랐고, 흐트러진 귀비의 모습은 너무도 색정적이었다.
입에 머금고 있는 살갗은 땀에 절어 야한 맛이 났다. 황제는 그대로 수현의 몸뚱이를 빨며 제 바지를 급하게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읏.”
한참 동안 수현의 몸을 보며 손을 움직이던 황제가 사정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팔뚝만큼 덩치를 부풀린 검붉은색 살덩이가 하얀 물을 쏟아 냈다. 발광하는 살덩이를 잡아 들고 황제는 귀비의 몸 위로 정액을 뿌렸다.
땀으로 잔뜩 젖은 몸 위로 뿌연 액체가 점점이 수 놓인다. 불룩 튀어나온 골반에도, 살점이 거의 없어 판판한 아랫배에도 황제가 뿌린 씨물이 음란하게 자리했다. 좆물로 범벅이 된 살이 더운 날씨에 더없이 끈적하고 또 끈적해 보였다.
명휘는 제 좆을 싸지른 좆물에 비벼 대기 시작했다. 끈적한 액체를 사이에 두고 수현의 살갗에 문대자 금방 사정한 좆이 다시금 꿈틀대기 시작했다.
끔찍하게 좋은 후희에 쾌감을 담은 탄성이 자꾸만 터져 나온다. 황제의 얼굴이 온통 황홀함에 물든다.
“후…….”
후희를 즐기며 황제가 수현의 다리 한쪽을 들어 올렸다. 땀으로 미끄덩거리는 종아리에 입 맞추며 혀끝으로 핥았다. 혀로는 종아리의 살맛을 느끼고, 눈으로는 흐트러진 수현의 모습을 희롱한다.
극양인의 체향에 취해 늘어진 모습이 다시금 명휘로 하여금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꽤 무더운 날씨가 아니더냐.”
가는 종아리에 묻은 입술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다리 선을 따라 천천히 입을 맞춰 내려오던 그가 식탁 위로 다리를 내려 두었다. 한 발짝 물러선 그가 더운 듯 땀으로 젖은 옷을 펄럭였다. 너무 급하게 하느라 바지만 겨우 내린 게 화근이었다.
명휘의 몸을 감싸고 있던 답답한 옷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완전히 나신이 된 명휘가 몸을 식탁 위로 기울였다. 갈증이 나는 듯, 맨손으로 얼음을 한 움큼 쥐어 든다. 적당히 녹은 얼음에서 샌 물이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흐른다. 커다란 가슴만큼이나 단단한 근육이 자리한 팔뚝을 타고 얼음물이 한 줄기 물줄기를 만들어 낸다.
그가 얼음을 그대로 입 안에 처넣었다. 우적우적, 얼음을 씹는 소리가 방 안을 채우자 조금 갈증이 가시는 듯했다. 몇 개 되지 않는 얼음이 동나 버리자, 명휘가 다시금 얼음이 담긴 통으로 손을 내밀었다.
더운 날씨에 녹아 물이 조금 고인 통에 손을 담그고 손으로 휘저었다. 그대로 물 안에 잠긴 얼음을 몇 개 건져 내 들어 올리는데.
“…….”
그 와중에 땀에 흠뻑 젖은 수현의 나체가 시야 가득 담겼다. 저가 물고 빨아 만든 자국과 더불어 더운 날씨에 하얀 살결이 제법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마침 얼음도 있겠다, 그런 수현의 몸을 보자니 차갑게 식혀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식. 명휘이 한쪽 입꼬리가 틀어 올라갔다. 손에 든 얼음을 잇새에 넣고 그가 수현에게로 몸을 숙였다.
“흣!”
가슴팍에 차가운 것이 닿자 수현이 움찔하며 반응했다. 사향에 젖어 나른했던 정신을 화들짝 차리고 제 몸을 덮친 황제를 바라보았다. 각진 얼음을 입에 물고 제 가슴에 문지르는 그 모습에 미간이 절로 찡그려졌다. 열이 올라 벌게진 입술로 그가 겨우 말을 꺼냈다.
“……지금, 뭐 하는…… 읏!”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젖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돌기로 차가운 얼음이 닿자 수현은 다시금 움찔하며 짧게 신음을 뱉어 냈다. 온통 몸이 뜨거운데 국소 부위에 찬 것이 닿아 오니 온 신경이 퍼뜩 서는 것처럼 짜릿했다.
뜨거운 몸을 얼음으로 문지르는 것도 못 견딜 일인데, 하물며 젖꼭지였다. 예민한 부위인 만큼 그 느낌이 너무도 강했다. 단지 손으로 잡고 문지르거나, 입술로 물고 빠는 느낌과는 또 달랐다. 성감대를 정곡으로 찔려 버린 것처럼 금방 아래가 젖어 들었다.
“으으응. 응.”
수현의 목소리는 금방 나른해졌다. 가뜩이나 황제의 사향을 듬뿍 들이마신 후였기에, 성감대를 자극하는 그 차가운 느낌은 그를 빠르게 녹아내리게 했다.
얼음을 가지고 수현의 젖꼭지를 희롱하던 황제는 그대로 입술을 놀려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너무도 말라 갈비뼈가 그대로 드러나는 몸통을 지나 얼음이 수현의 아랫배에 도착했다.
수현의 살갗 위로 물줄기를 만들며 녹아내리던 얼음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더 높은 뱃살 위에서 빠르게 녹아내렸다. 얼음을 물고 있는 황제의 입을 타고 흘러내린 침과 얼음 녹은 물 그리고 살갗을 덮고 있는 땀과 황제가 쏟아 낸 정액이 한데 뒤엉켜 묘한 성질의 액체가 수현의 뱃살 위로 고여 들었다.
얼음이 거의 녹았을 때쯤, 양쪽 골반을 두고 움푹 파인 아랫배에 명휘가 입을 파묻었다. 워낙 살이 없는 터라 얌전히 고여 있는 액체를 그가 흡입하듯 빨아 입안에 머금었다. 그러곤 그대로 몸을 일으켜 수현의 얼굴로 다가갔다.
양인의 향에 취해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는 수현의 얼굴을 부여잡고 그가 입아귀를 눌러 입술을 벌렸다. 장미 잎처럼 야릇하게 벌어진 입술 새로 그가 머금은 것을 뱉어 내기 시작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명휘의 입에서부터 수현의 입으로 길게 늘어지며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마치 은실처럼 얇고 길게 늘어진 액체는 수현의 입술을 적시며 입안으로 흘러들었다.
황제의 침과 정액, 얼음 녹은 물과 땀이 뒤섞인 액체를 받아마시며 수현은 저가 마시는 것이 무엇인지 자각조차 없었다. 그저, 무더운 열기는 식혀 주는 차가운 액체를 그저 받아 목구멍을 적셨을 뿐.
아니, 그는 오히려 제 목을 넘어가는 액체가 달게만 느껴졌다. 체향에 취한 음인에게 양인의 정액만큼 단맛을 느끼게 하는 것도 없었기에.
“예쁘게 잘도 받아먹는구나. 짐의 씨물이 그리도 맛있더냐.”
몽롱한 눈빛의 수현을 희롱하며 명휘가 그리 물었다. 흘러내린 액체로 번질거리는 입술을 하고 귀비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달뜬 체온에 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팍이 조금씩 부풀었다.
“그대가 이리도 좋아하는데. 그대의 입안에 싸 줄 걸 그랬구나.”
대답조차 못 하는 귀비가 귀여웠는지, 명휘는 수현의 이마에 짧게 입 맞췄다. 그러곤 곧장 바로 얼음을 하나 더 입에 물었다. 아직 수현의 체온이 높은 것 같았기에.
명휘가 다시금 얼음을 문 채로 얼굴을 숙인다. 이번엔 수현의 다리 사이, 깊은 곳을 향해서. 아무래도 얼음물에 섞은 애액의 맛은 과연 어떠할지, 한번 맛보고 싶었으니까.
* * *
뜨거운 태양 볕 아래 말을 탄 한 무리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날씨도 무더운데 그들이 달리는 곳은 황량한 황무지였다. 바람은 하나 없고 태양은 뜨거운데, 습한 기운마저 맴도니 참으로 갑갑하기 그지없는 환경이었다.
“워워.”
결국, 선두를 달리던 말이 먼저 멈추어 섰다. 그가 말의 고삐를 잡아당기는 것을 보며 잇따르던 무리의 인원이 달리던 것을 멈추었다.
“잠시 쉬었다 가시지요.”
커다랗고 끝이 처진 눈을 둥글게 접으며 태주가 말했다. 짧은 머리에 서방식 의복은 차려입은 그의 하얀 셔츠는 땀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
“그러하시겠습니까, 공자님.”
일행의 권유에 독군어사 장뢰가 주변을 살피었다.
“마침 저기 그늘이 있으니 저쪽에서 쉬다 가시지요.”
장뢰의 말에 끄덕이곤 태주가 말의 배를 발로 찼다. 으랴,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리가 그늘로 이동했다. 다시금 흙먼지가 세차게 일었다.
“공자님. 목 좀 축이시지요.”
장뢰가 가죽으로 만든 물주머니를 태주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들고 태주는 적당히 인사한 후 목을 축이었다. 비록 미지근한 물이나마 목구멍 너머로 넘어가니 무더운 날씨에 조금 갈증이 가시는 듯했다.
“혹, 여행길이 고단하지는 않으십니까.”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부군을 따라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기에. 이 정도는 견딜 만합니다.”
태주의 대답에 장뢰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긴 건 참 곱상한데…… 의외로 태주에겐 강인한 면이 있었다. 펄럭이는 셔츠를 따라 은근히 드러나는 몸의 선도 굵직하니 건강해 보였고, 말의 배를 걷어찰 때의 박력을 보자면 괜히 극양인이 아닌가 싶었던 거다.
아직 함께 지낸 지 며칠이 되지 않았으나, 그간 지내 온 바로는 태주는 사람 됨됨이도 좋았고, 예의 바르며 성품 또한 인자했다. 부드러운 가운데 강인한 면이 있었고, 강인한 가운데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같은 사내가 보아도 참으로 훌륭한 외모를 가졌으니 그를 칭송하는 자들의 마음이 무릇 이해가 되었다. 천하에서 제일 뛰어나다는 황제 폐하의 용모에 간혹 견주어지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원. 날씨가 이리 더워.”
그렇게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먼 데서 저들끼리 떠드는 하급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들으려 한 건 아니었지만, 그들이 하도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통에 태주는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 더운 것 같네.”
“왜 아니라고. 아직 팔월도 되지 않았는데 이래서야.”
“가뜩이나 더운데 아주 황궁은 후끈후끈하다지?”
난데없이 등장한 황실의 얘기에 그들이 다소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들은 태주를 의식해 쉬쉬하며 얘기했으나, 그것이 태주의 귀에 전혀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말해 뭐해. 귀비마마의 침전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리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니. 아주 폐하께서 영화궁에 사시다시피 한다는구먼.”
“귀비마마의 속살이 그렇게 맛있다고 궐에 소문이 자자하던데.”
“어허,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리를!”
와하하. 그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곤 그들은 더욱 소릴 낮춰 저들끼리 은밀한 말을 주고받았다. 황실의 뒷담화야말로 고된 군대 생활을 이겨 내게끔 하는 그들의 유일한 유흥거리였던 것이다.
“공자님.”
필시 말이 없다는 건, 그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것일 터. 장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태주를 불렀다.
“저들이 하는 말을 심려치 마시옵소서. 저렇게라도 해야 고된 군 생활에 조금 위안이 되니 부러 제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태주가 웃으며 답했다. 그러곤 남은 물을 마시기 위해 물주머니를 들어 올리는데,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여름이 막 시작될 때쯤, 몽환화에 중독되어 의식이 없던 귀비가 깨어나 저에게 왜 살렸느냐 따져 물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폐하가 그리 아끼는데. 대체 그때 귀비마마는 그런 말을 한 것인가.’
이미 황제가 귀비를 후궁 중에 가장 아낀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아니, 어디 후궁뿐이겠는가. 몽환화 사건 이후로 거의 황후를 폐위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그녀는 이제 궐 안에서 유령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황후와 귀비 간의 알력 다툼에서 이례 없이 귀비의 편을 들어 준 것이니 온 나라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그토록 폐하가 아끼는 귀비마마라면 행복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어째서 귀비마마는 그리도 모진 말을 내게 했단 말이냐. 거기에다가 그때 목에 있던 멍 자국은 또 무엇이고…….’
태주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장뢰가 다시금 말을 붙여 왔다.
“저희가 가는 남방은 귀비마마의 고향이지요.”
긴 생각에서 빠져나와 태주가 장뢰를 응시했다.
“미천한 소인이 감히 폐하의 큰 뜻을 헤아리긴 어렵사오나. 감히 추측해 보건대, 이번에 내리신 분부가 귀비마마와 연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뢰의 말을 듣고 태주는 대답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태주도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귀비마마는 남방에 자리했던 옛 성해의 왕자였으니.
“아마 귀비마마를 끔찍이 아끼는 폐하이시니, 귀비마마를 위로하고자 하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태주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았으나, 우선은 장뢰의 말에 동감해 주었다. 아직 무엇 때문에 마마께서 살아난 걸 후회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니.
“그럼, 공자님. 이만 일어나실까요?”
“네. 그러시지요.”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나머지 널브러져 있던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이 다시금 말에 올라탔다. 이랴, 곧 그들이 말의 배를 걷어차며 고삐를 잡아당겼다. 기나긴 모래바람이 말발굽을 타고 일어났다.
* * *
쪼르르. 망을 통과한 진한 갈색의 액체가 잔에 고여 들었다. 음인에게 좋다는 약재들로 오랫동안 달인 약을 들고 나인 한 명이 수현에게 다가갔다.
“마마. 탕약을 드실 시간이옵니다.”
수현의 곁을 지키고 있던 장 상궁이 아뢰었다. 수현은 제게 내민 그릇을 보고 가만히 눈을 내리깔았다. 내키지 않았다. 죽었다 살아난 이후로 황제가 제게 하루에 세 번 꼬박꼬박 먹으라고 명령한 탕약 따위, 그는 손도 대고 싶지 않았다.
“마마, 어이하여 또 이러하시옵니까. 전에도 탕약을 먹지 않아 어떤 사달이 났는지 잊으셨습니까.”
그 언젠가 수현은 탕약을 마시지 않겠다며 물린 적이 있었다. 그걸 전해 들은 황제는 단박에 쫓아와 수현이 마실 때까지 궐의 나인을 한 명씩 죽이겠다 협박했었고.
황제의 잔혹한 성정이야 이미 모르지 않았던바, 그가 정말 나인들을 죽이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것 또한 수현은 잘 알고 있었다. 하여 결국 수현은 죽도록 싫은 황제의 명을 받들 수밖에 없었다. 궐 안에 또다시 피바람이 부는 것은 원치 않았으니까.
“이리 주세요.”
수현이 손을 내밀었다. 나인에게 건네받은 그릇 속 탕약을 그가 한꺼번에 들이켰다. 쌉싸래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예쁜 미간에 옅게 주름이 졌다. 빈 그릇을 받아 든 나인이 그에게서 물러났다.
“마마. 잘하셨습니다. 마마의 기력을 회복하고자 내리신 귀한 탕약이오니. 마마의 몸을 위해서라도 챙겨 먹는 것이 좋지 않겠사옵니까.”
말을 마친 장 상궁이 옆에 있던 나인들에게 눈짓하였다. 그러자 방을 지키고 있던 나인 두 명이 수현에게 다가와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꽤 무더운 날씨에 혹여나 마마가 더위라도 들까 염려한 탓이었다.
“괜찮아요. 이런 것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수현은 부채질하는 나인들을 물렸다. 그는 항상 그랬다. 제가 있는 자리가 제 것이 아니라 생각했기에, 최대한 그가 궁에서 누릴 수 있는 사치들을 멀리하려 애썼던 것이다.
“마마, 날씨가 무덥습니다.”
“괜찮습니다. 나는 더위를 잘 타지 않습니다.”
“하오나…….”
“정말 괜찮아요.”
결국, 상전의 고집에 장 상궁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수현의 고집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별안간 장 상궁의 시선이 수현에게로 향했다. 아무런 말 없이 먼데 허공을 바라보는 수현을 그녀가 가만히 응시하였다.
‘참으로 모진 분이 아니시던가. 어찌 죽다 살아나서도 이리 초연할 수 있단 말인가.’
수현이 의식을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궁 안에 또다시 피바람이 불었다. 황후의 외척이 모두 척살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온갖 이유를 들어 사형대에 올랐다. 횡령을 비롯한 온갖 사사로운 것들이 그들의 죄목으로 붙었다. 명목이야 어찌 되었든, 황후의 외척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며 대신들은 하나같이 뒤에서 수군거렸다. 귀비에 홀린 황제가 드디어 미쳐 버린 게 아니냐고.
하지만 장 상궁의 입장은 달랐다. 그렇게 황제가 나서서 황후에게 보복해 주니 그녀로서는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질 수밖에.
그녀는 저의 상전 또한 저와 같은 기분일 거라 생각했다. 저를 죽이려 한 자가 당하게 된 것이니. 하지만 예상외로 그녀의 상전은 어떠한 내색도 보이질 않았다. 황후가 저를 죽이려 했다는 걸 알았을 때도, 황제가 황후의 외척을 척살했다는 얘길 들었을 때도.
‘마마께서는 황후마마의 외척이 몰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조차 없으셨지. 하긴, 마마를 사지로 내몬 것이 황후마마였다는 사실에도 그리 태연하셨으니 무리도 아니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찌 모든 일에 이렇게 무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수현의 폐하에 대한 태도였다. 이쯤하면 마음을 열 때도 된 것 같은데…… 어찌하여 천하에 제일 귀한 분의 마음을 얻고도 그렇게 모질게만 구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었다.
비록 폐하가 마마를 거칠게 다룰 때가 있었으나, 그것은 대부분 마마가 화를 자초할 때였다. 이렇게 폐하께서 직접 하사하신 탕약을 안 먹겠다고 물리거나, 황제 폐하를 욕보이는 시를 지어 보란 듯 읊거나 했을 때처럼.
그래서 어찌 보면 마마의 처지가 짠하다가도 너무하다 싶을 때도 있었다. 폐하가 가장 아끼는 사람으로 누릴 수 있는 값진 것들을 누리며 행복하게 지내면 참으로 좋으련만.
“마마.”
평소보다 더 진중한 목소리에 수현이 고갤 올려 장 상궁을 쳐다보았다.
“폐하께선 누구보다 마마를 아끼십니다.”
그녀를 올려다보는 수현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황제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미 궐은 물론. 온 나라의 백성이 폐하께서 귀비마마를 끔찍이 아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찌 마마께선 모른 척하시옵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 수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누가 누구를 아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할 말을 목구멍 속으로 집어삼켰다.
“마마께서 의식이 없는 동안. 폐하께서는 잠은커녕, 식음을 전폐하였다 들었습니다. 영화궁을 홀로 찾으시어 한참 동안 마마의 얼굴을 보고 가곤 하시었지요. 그리 마음을 써 주시는데, 마마께서 계속하여 차갑게 내치시니…….”
“그만하시지요.”
장 상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현이 말을 잘랐다. 황제의 얘기만 들어도 기분이 안 좋을진대, 하물며 그가 저를 아낀다는 말은 더욱 끔찍했다.
그리 아낀다는 이가 저를 그렇게 다룬단 말인가? 아니, 혹여나 그가 저를 아끼는 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수현의 입장에서는 고마울 게 하나 없었다. 어차피 황제와는 원수일 뿐, 그의 정이라면 조금도 반갑지 않았던 터였다.
“그 얘기라면 그만하시지요.”
“마마…….”
“그럴 일도 없겠지만. 혹여나 그분이 제게 어떤 감정을 품던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마마, 어찌 그런…….”
“나는 그분께 바라는 것도, 해 드릴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마마.”
“그러니 더는 내게 그런 말 말아 주세요.”
확고한 수현의 태도에 장 상궁의 입은 꾹 다물어졌다. 괜히 무거워진 분위기에 옆에서 자릴 지키고 있던 나인들만 눈치를 보았다. 굳어 버린 수현의 얼굴만큼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마마.”
그때, 무거운 분위기를 가르며 문밖에서 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심전에서 환관이 찾아왔나이다.”
양심전이라면, 황제의 전언일 터.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상전을 대신해 장 상궁이 대답하였다.
“들라 이르시게.”
문이 열리고 환관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잔뜩 고개를 조아린 그가 수현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
“귀비마마를 뵈옵니다.”
수현은 간단히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응답했다. 어떤 말도 꺼내지 않는 그를 대신해 옆에서 장 상궁이 환관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혹 폐하께서 전언을 보내셨는지요.”
“예. 폐하께서 수일 내로 남순(南巡)을 떠나고자 하시니. 귀비마마께서 채비를 하라 이르셨나이다.”
순간, 장 상궁의 얼굴이 활짝 웃음이 피어올랐다. 남순이라면 황제가 여름을 보내기 위해 아랫지방으로 휴가를 떠나는 것을 말했다.
태화의 남방은 미인이 많은 지역으로 유명했다. 선황제는 여름이 되면 남순을 떠나 그곳에서 미색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연례 행사는 황실의 풍습처럼 굳어져 버렸다. 하여 명휘도 황위에 오른 뒤 매년 여름은 남방에서 휴양을 보냈던 것이다.
“폐하께서 정녕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예. 이번 남순에는 귀비마마와 동행하시겠다면서요.”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니옵니까. 아니 그렇사옵니까, 마마?”
장 상궁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수현에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은 황제 혼자서 떠나는 남순에 귀비를 데려가겠다는 것이었으니까. 이제껏 후궁은 물론, 황후조차도 황제의 남순에 동행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
이 기쁜 소식에도 수현은 그 어떤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눈을 내리깐 채 침묵을 유지했을 뿐.
“폐하께서 이르신 대로 채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폐하께 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여전히 말이 없는 상전을 대신해 장 상궁이 환관과 말을 주고받았다. 전언을 끝낸 환관이 방을 나섰다. 환관이 떠나고도 장 상궁과 나인들은 한껏 기쁨에 차올라 저들끼리 수다를 떨었다. 여전히 굳은 얼굴을 한 수현과 달리, 그들은 남순에 동행한다는 사실에 잔뜩 들떠 있었다.
* * *
붉은 칠을 한 옥개(屋蓋)는 황금으로 장식되어 화려한 가운데 기품을 뽐내고 있었다. 역시 붉은색으로 칠한 네 모서리에는 용이 그려져 있어 안에 앉은 이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황제가 탄 난연(鸞輦)을 따라 긴 행렬을 줄을 이었다. 그 행렬 중에는 또 다른 가마도 존재했다. 태화의 황제가 가장 아낀다는 후궁이 탄 가마였다.
“잠시 멈추어라.”
귀하신 분의 말 한마디에 남순으로 향하는 행렬의 움직임이 단번에 멈추었다. 각 모퉁이의 나무 손잡이를 잡은 장정이 몸은 낮춰 가마를 내려 두었다. 이윽고 발이 거두어지고 황제가 그곳에서 나왔다. 그간 궐에서 입던 용포가 아닌 약식으로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그는 행렬에서 조금 벗어나 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쾌청하여 방창하고 숲은 병풍처럼 펼쳐져 한없이 푸르렀다. 참으로 여름에 어울리는 정경을 바라보며 명휘는 숨을 크게 들이셨다. 따가운 뙤약볕이 곧게 내리쬐어 수려한 미간이 곱게 접혀 들었다.
“이곳에서 하루 머물 것이다.”
“예, 폐하. 준비하라 이르겠나이다.”
남순까지는 십수 일 거리. 그렇다 보니 황제는 이따금씩 이렇게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면 야영하였다.
황제가 머물 야영지를 꾸미는 데는 몇 시진이 족히 걸렸다. 세상이 오직 한 분밖에 없는 천자가 머물 곳이니 절대로 대충 만들 순 없었다. 성대한 침전과 욕탕을 만들기 위해 나인들이 바삐 움직였다.
“잠시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오랫동안 황제를 옆에서 모셔 온 태감은 눈치가 좋았다. 그가 가까이 있는 나인에게 귀비마마를 모셔 오라 일렀다.
잠시 후, 전언을 건네받은 귀비가 황제에게 왔다. 그 역시 궁에서보다 약식으로 차려입은 채였다. 여름용 얇은 비단으로 만든 붉은색 옷이 바람에 휘날려 하늘거렸다.
“여행길이 고되지 않은가.”
형식적으로 던진 질문에 듣는 이가 형식적으로 답한다.
“신첩은 괜찮사옵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명휘가 먼저 몸을 돌렸다. 앞서 걸어가는 그를 따라 수현과 수많은 나인이 뒤를 이었다. 그들은 십여 분을 걸어 숲속 깊은 곳에 도착하였다. 인적이 없는, 그야말로 외진 곳이었다.
“이제 귀비와 함께 걸을 터이니, 너희들은 이곳을 지키고 있거라.”
태감이 흠칫하였다. 굳이 산책길에 나인들을 물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리 명하신 데는 이유가 있을 터, 그는 딱히 토를 달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했고.
“알겠사옵니다. 소인들은 이곳에서 폐하와 귀비마마를 기다리겠나이다.”
멈춰 선 나인들을 두고 명휘가 발걸음을 옮겼다. 내리막길에 들어서 명휘가 수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탈길이 험하니 잡고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황제의 다정한 척이라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기에 수현은 군말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사실 길고 너풀거리는 옷자락 때문에 수풀을 헤치면 산길을 내려가는 것이 힘들기도 했고.
명휘와 수현은 궁인들의 무리와 떨어지고도 한참을 걸어 냇가에 도착하였다. 몸을 돌려보니 나인들의 무리가 손가락처럼 작게 보였다. 그마저도 무성한 수풀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작은 연못이었다. 숲 깊은 곳에 자리한 연못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마치 비밀의 장소처럼 보였다. 물은 깊지 않고 투명하여 밑바닥이 다 보일 정도였다. 못의 주변으로는 길고 긴 나무들이 자연이 엮은 천정처럼 가지를 얽고 늘어서 있고, 이름 모를 붉은 꽃들이 송이송이 피어 있었다. 바람이 흩날린 붉은 꽃잎이 수면 위로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이리 나오니 숨통이 확 트이지 않더냐.”
자연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천하제일의 미남자가 뒤를 돌았다. 정으로 깎아 만든 것 같은 콧날, 태양 빛을 받아 빛이 나는 볼, 거기다 구릿빛의 짙은 피부색은 더운 날씨에 살짝 붉은 기가 돌았다. 단단한 근육으로 빼곡히 채운 몸뚱어리는 비단을 걸치고도 그 몸매를 감출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넋을 놓을 수밖에 없을 수려한 용모의 양인을 앞에 두고도 수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는 황제가 무어라 말하든 상관치 않고 그저 시선을 옆으로 비껴 둔 채로 입을 다문 상태였다.
“…….”
도도하게 옆으로 돌린 시선은 황제의 한쪽 입꼬리를 추어올라 가게 했다. 수현이 이리 차갑게 굴 때면 황제는 심술기가 동했다. 쌀쌀맞게 내려앉은 눈매는 보는 것만으로도 괴롭히고 싶게 만들었다.
“뭐 하는……!”
가만히 서 있는 수현의 손목을 명휘가 덥석 잡아 올렸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 지르는 수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명휘는 그를 잡고 연못으로 달려들었다.
풍덩.
수현은 그대로 연못 바닥 위로 자빠졌다. 다행히 깊지 않은 연못이라 하의만 적신 채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붉은 옷은 물론 수현의 속살까지 차가운 물이 흠뻑 적시며 들어찼다.
‘이런 미친!’
욕이 목구멍 끝까지 차고 올라왔으나 차마 그걸 내뱉지 못하고 수현이 입안으로 삼켰다. 황제의 정신 나간 짓거리야 수없이 많이 봐 왔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쳤다. 체통머리 없이 옷을 입은 채로 연못 행이라니. 여름날 연못에서 물놀이하는 황제라니,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이제 입이 좀 떨어지더냐?”
못마땅한 수현의 표정을 보며 황제가 이죽거렸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로 수현이 제 앞에 선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무얼 하시는 겝니까.”
“뭐를 말이더냐.”
“황제께서 이러셔도 되는 것입니까.”
어린애도 아니고…… 마지막 말은 거의 들릴 듯 말 듯 내뱉었다. 그렇다 한들, 그것이 명휘의 귀에 닿지 않을 리 없었다.
“뭐라.”
명휘의 입꼬리가 씰룩쌜룩했다. 그가 냅다 수현의 몸을 짓누르며 바닥에 눕혔다. 가녀린 몸을 덮치며 그가 수면으로 엎드렸다. 차가운 물이 옷 속을 파고들며 수현의 가슴을 차갑게 적시었다.
“다시 말해 보아라.”
“……?”
“어린애 같다 하였느냐.”
“하면 아니 그렇습니까.”
“어째서.”
“체통을 지키셔야지요. 천하의 황제 폐하시지 않으십니까.”
와하하, 명휘가 웃음을 터뜨렸다. 수현의 말이 썩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는지 그는 한참을 그렇게 웃었다.
“그래. 짐은 무더운 여름날 더위도 식히질 못한단 말이더냐?”
“적어도 이런 연못가에서 옷을 입은 채 이러시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대의 말하고자 함은 옷을 벗으면 괜찮단 말이렷다?”
“……예?”
“그대가 그리 말하지 않았느냐. 옷을 입은 채 이러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어이가 없어 대꾸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일절 마음에 들지 않는 몸뚱이나 좀 비켜 주었으면 하는데, 그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제는 더욱 사이를 좁히며 저의 몸 위로 바짝 달라붙었다.
“비켜 주십시오.”
“싫다면?”
“농이 지나치십니다.”
“그대에게 짐이 농을 한다 한들, 어디 이상할 것이 없지.”
예쁜 두 눈이 잔뜩 찡그려졌다. 긴 흑발은 못에 잠겨 검은 먹처럼 풀리고, 붉은 옷자락은 물을 머금고 살갗에 잔뜩 달라붙었다. 젖은 옷 위로 수현의 몸의 생김새가 그대로 드러났다. 잔뜩 젖어 드러나는 여린 선이 은근히 양인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그대는 늘 젖어 있을 때가 예뻤지.”
태양은 뜨거운데 몸을 담그고 있는 물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사방은 조용하여 간혹 새소리만이 들려오고, 투명한 물 위로는 점점이 붉은 꽃잎이 흩뿌려져 있었다.
청색의 물속에 떠 있는 한 송이 붉은 꽃처럼, 귀비의 입술이 한없이 탐스러워 보였다. 그 꽃잎을 따먹고 싶어서 황제는 천천히 고갤 숙였다. 귀비에게 가까워질수록 달콤한 자정향이 진동을 했다. 너무 달아 당장에라도 입 안에 넣고 죄다 녹여 먹고 싶은 입술을 입에 머금고 그가 살며시 혀를 내밀었다.
“음…….”
아주 조금 체향을 흘렸을 뿐인데, 수현의 몸은 금세 반응을 보였다. 초승달처럼 곱상한 눈이 사르륵 감기며 긴 속눈썹을 늘어뜨렸다.
사알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밀고 들어온 혀는 말캉말캉한 입술을 훑으며 부드럽게 움직였다. 수현의 입술이 좀 더 벌어지자 명휘는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 가며 빨았다. 춥, 춥 소리가 나도록 아랫입술을 몇 번 더 빨다가 제 입술과 맞대 포개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수현의 입술을 완전히 덮친 채, 혀를 그 속에다 깊숙이 집어넣었다. 얌전히 놓여 있는 수현의 혀를 감싸며 한 바퀴 크게 돌렸다. 한없이 부드러운 살덩이와 부딪치자 수현의 혀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끌어안은 연인처럼, 두 사람의 혀는 서로 비벼 대며 끌어안고 애무했다. 미끈한 침을 매개로 비벼지는 혓바닥이 너무도 부드러웠다. 맞닿은 혀를 한 번씩 굴릴 때마다 명휘의 침이 수현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명휘가 넘겨 주는 침을 받아 마시는 사이, 수현의 몸은 점점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으응…….”
입을 맞추는 간간이 수현이 달뜬 숨을 내뱉었다. 그의 두 팔이 자연스럽게 양인의 목 뒤로 둘렀다.
명휘는 등과 머리를 각각의 손으로 받치고 수현의 몸을 일으켰다. 좌르르. 긴 머리와 옷깃을 타고 물이 흘러내렸다. 명휘는 그대로 연못 바닥에 앉아 제 몸 위로 수현을 앉혔다. 여전히 혀로는 수현의 혀를 탐하면서 손으로는 젖은 음인의 살을 계속 더듬었다.
차갑게 식었던 살갗에 명휘의 손길이 닿자 마치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워졌다. 젖은 등을 둥글게 그리며 느리게 쓸어 대는 탓에 괜히 수현의 허리가 들썩였다. 촘촘하게 짜인 복근에 단단해진 아래를 슬며시 문지르며 수현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수현의 끈적한 신음과 동시에 명휘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완전히 녹아내린 수현의 모습을 바라보는 명휘의 눈빛이 야했다. 눈꺼풀을 잔뜩 늘어뜨린 색기 어린 눈이 수현의 얼굴부터 목선까지 차례대로 훑어 내렸다. 그대로 수현의 허리를 받쳐 든 명휘가 하얗게 드러난 목선에 입을 가져갔다.
“흐응.”
수현의 고개가 아찔하게 꺾였다. 물에 젖은 목을 물고 빨아들이는 명휘를 느끼는 수현의 표정에는 색기가 가득했다. 붉은 입술을 한껏 벌려 신음하고 기다란 목을 내밀어 명휘를 한껏 받아들였다. 하얀 살결 위로 꽃잎 같은 붉은 자국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츄웁, 춥. 살을 빠는 소리가 고요한 곳에 가득 울려 퍼졌다.
수현의 목을 한껏 희롱하던 명휘의 입술이 더 아래로 향하였다. 붉은 옷깃을 헤치며 그 안에 감추어 있었던 하얀 속살을 입술로 희롱했다. 명휘의 목에 두르고 있던 두 팔이 힘없이 떨어진다.
잔뜩 늘어진 수현의 몸통을 끌어안고 명휘가 그 가슴에 입 맞췄다. 비릿한 물맛이 남아 있는 살갗을 혀끝으로 문지르며 입술로는 빨아들였다. 젖은 옷자락을 코끝으로 밀쳐 내며 더 안에 숨어 있는 곳으로 계속 이동했다.
마침내 명휘가 차가운 물에 젖어 잔뜩 오그라든 작은 꼭지를 입에 물었다.
“흐읏!”
예민한 곳이 물리자 수현이 반응하며 몸을 움찔거렸다. 작은 돌기가 살짝 깨물리자 견디기가 힘들었다. 수현은 저도 모르게 명휘의 얼굴통을 매달리듯 끌어안았다.
자정향이 진동하는 품 안에 갇혀 명휘는 젖에 얼굴을 비비고 입술로는 꼭지를 빨았다. 얼굴을 파묻은 젖의 감촉이 소름 끼치도록 부드러웠다. 두근두근, 급격하게 뛰는 심장 박동이 명휘를 더 들뜨게 했다. 차가운 물 속에 앉아 있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명휘가 수현의 몸을 억지로 떼어 냈다. 달아오른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로 수현이 겨우 몸을 지탱해 물 위에 앉았다. 잔뜩 숨이 차오른 탓일까. 앞섶을 풀어헤친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살짝 드러난 어깨와 가슴이 한없이 색스러워 보였다.
“흐으응.”
물에 잠긴 한쪽 발을 명휘가 들어 올렸다. 신을 벗기고, 발을 감싼 족의(足衣)도 벗겼다. 물에 젖어 잔뜩 살에 달라붙은 바지마저 벗겨 내자 수현의 가는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한 손으로 쥐고 힘주면 톡 하고 부러질 것 같은 가는 발목을 명휘가 그러잡았다. 붉은색의 옷자락 사이를 가를 듯이 명휘가 수현의 다리를 높이 쳐들었다. 상앗빛의 다리를 타고 물줄기가 촤르르 흘러내렸다.
젖은 다리에 맺힌 물방울이 태양 빛에 반사되어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숲의 정령이 살았을 것 같은 비밀스러운 물가에서 흠뻑 젖은 채로 한 다리만 들어 올린 수현의 모습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
명휘의 눈꺼풀이 점점 더 낮게 가라앉았다. 두근두근. 세차게 뛰어 대는 심장 박동을 눈치채기도 전, 그가 홀린 듯 수현의 발을 더 높게 들어 올렸다.
옥으로 빚은 것 같은 하얗고 긴 발을 그가 얼굴 앞으로 가져온다. 발바닥 위로 높다란 코의 끝이 파묻힌다. 두꺼운 입술이 연이어 맞닿고, 사랑스러운 것을 대하듯 살포시 빨아들인다. 짭조름한 물맛이 입안에 스며들 때, 명휘가 조심스레 혀를 내민다.
발바닥에 난 곡선을 따라 혀끝이 이동한다. 부드러우면서도 간질거리는 느낌에 수현의 몸이 뒤로 기운다. 가녀린 어깨가 살며시 떨리고 긴 목선을 한껏 드러낸 고개가 꺾인다. 붉은 입술이 살포시 벌어지고 뜨거운 숨이 새어 나온다.
하얀 발의 바닥을 핥아 올리던 혀끝이 엄지발가락에 닿는다. 커다란 입이 열리고 수현의 엄지발가락이 들어찬다. 한없이 부드러워 만지면 뭉개질 것 같은 혓바닥이 발가락을 핥으며 빨아들인다.
뾰족한 혀끝과 입은 엄지발가락에서 머물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그 여리고 부드러운 살덩이가 수현의 발가락 사이사이를 꼼꼼히 훑어 나간다. 마치, 맛난 당과를 맨손으로 집어먹고서 손가락을 쪽쪽 빨듯이 수현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빨아들인다.
“으응. 응.”
미끈하고 따뜻한 입안에서 발가락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황홀함이 수현의 신경을 타고 온몸에 퍼진다. 허리를 느릿하게 움직이며 긴 목을 제 손으로 훑는다. 쭙, 쭙. 발가락을 빠는 소리에 맞춰 탄성이 터져 나온다.
수현의 발가락을 한참 동안 빨던 입이 발등을 타고 올라갔다. 제 어깨에 발을 올리고 발등을 애무한다. 일직선으로 짜릿하게 뻗은 발등에서부터 정강이를 타고 그가 꼼꼼하게 입을 맞췄다.
기다란 다리를 따라 계속 나아가던 입술은 기어이 수현의 허벅지에 닿고야 말았다. 살집이 조금 붙어 있는 허벅지 안쪽 살을 물고 명휘가 세게 빨아들였다. 하얀 살이 붉게 물들다 못해 퍼렇게 멍이 들 때까지 그는 계속 세게 물고 빨았다.
“하읏!”
한껏 녹아 있던 수현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졌다. 오랜 시간 계속된 애무에 잔뜩 예민해진 몸뚱이는 갑자기 찾아온 강한 공격에 그대로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덩치를 점점 불려 나가던 수현의 아래가 벌떡 섰다.
“그, 그만. 거기, 그마안……! 읏!”
격한 수현의 반응에 명휘가 얼굴을 들어 올렸다. 잔뜩 달아올라 야한 얼굴을 한 수현을 바라보며 입술에 미소가 번졌다. 연못의 물과 침이 번져 잔뜩 번들거리는 입술을 핥다 그가 다시 수현의 허벅지에 입을 묻었다. 다시금 수현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거기, 너무 예민. 제발…… 아!”
은밀한 곳을 핥으며 부러 양물을 건드리지 않는 명휘 때문에 수현은 잔뜩 애가 탔다. 이미 체향에 취한 몸뚱이는 더 깊은 곳을 건드려 달라며 성화였지만, 명휘는 계속 같은 곳만 애무하며 수현을 괴롭게 했다.
달아오른 몸뚱이가 이리도 야속할 수 없었다. 허벅지는 계속 빨려 나가서 흥분되는데, 정작 가려운 안쪽은 아무런 자극조차 받지 못했다. 수현은 계속 허리를 들썩이며 어찌할 줄 몰라 괴로워했다. 잔뜩 일그러진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제발, 그만! 그마안…… 읍!”
일순, 괴로워하는 수현의 입술을 틀어막으며 명휘의 입술이 맞닿았다. 완벽하게 성욕에 사로잡힌 수현의 몸이 본능적으로 명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수현의 몸통을 끌어안고 명휘가 들어 올렸다. 여전히 수현과 혀를 섞으며 그가 다급하게 저의 아랫도리를 풀기 시작했다. 물 위로 잔뜩 단단해진 좆의 머리가 떠오르자 명휘가 그대로 수현을 위로 앉혔다. 얇은 속곳 끈에 가려져 있던 항문이 단번에 벌어지며 커다란 좆을 집어삼켰다.
“하으윽!”
단번에 깊은 곳을 찔린 수현이 몸뚱이가 단번에 정액을 쏟아 냈다. 투명한 물에 허연 액체가 섞여들었다. 부푼 살덩이를 속에 넣고 여린 몸뚱이가 온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파닥거렸다. 나무가 무성한 비밀의 숲에 수현의 신음이 메아리쳤다.
“하으응, 으응. 으으응, 아…….”
사정과 함께 길게 신음을 흘리던 수현이 힘에 겨운지 명휘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가 명휘의 몸을 끌어안았다. 물에 젖은 몸이 맞닿아 소름 끼치게 좋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 흥분되었더냐. 넣자마자 바로 갈 정도로.”
수치심에 수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반박할 만한 말조차 떠오르지 않을 만큼 온몸이 녹아 있는데, 명휘가 수현의 몸통을 꽉 잡아 올렸다. 그러곤 그대로 제 좆 위로 내리꽂았다.
“아흐응!”
물속임에도 애액이 너무도 많이 흘러나와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그렇다 한들 수현이 느끼는 고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앉은 상태에서 양인의 성기를 받는 것이란 너무도 괴로운 것이었다. 세 뼘도 넘는 좆이 배 속 끝까지 쑤시며 들어찼으므로.
“으응, 으응. 응! 아!”
명휘는 미친 것처럼 수현의 몸통을 붙잡아 위아래로 흔들었다. 빠른 속도로 수현의 몸이 명휘의 좆 위로 콱, 콱 처박혔다. 수면을 계속 넘나드는 몸뚱이에 첨벙, 첨벙 물소리가 울려 퍼지고, 수현의 신음이 짧은 속도로 터졌다.
“그리도 좋더냐.”
“으응, 응. 응.”
“아주 좆을, 끊어먹으려고, 환장했구나.”
퍽.
“아으응!”
배 속 깊은 곳, 구불구불한 내장이 꺾여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좆의 머리가 콱, 처박혔다. 수현의 뱃살이 불룩하게 올라와 명휘의 복근에 마구 비벼졌다. 얇은 살가죽을 사이에 두고 좆이 비벼지는 느낌에 명휘는 더욱 수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오직 수현만 배 속에 터질 듯이 들어찬 황제의 옥근에 흐느끼며 명휘의 목을 꽉 끌어안았을 뿐이다.
“싫어. 깊어. 너무 깊어. 싫어…… 못해. 하으윽.”
뜨거운 눈물이 맞닿은 볼을 적셨다. 흐느끼는 수현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했다. 눈물 젖은 수현의 목소리는 야속하게도 명휘의 육욕을 더욱 부추겼다. 그가 다시금 빠른 속도로 잡은 수현의 몸통을 흔들기 시작했다.
“아으윽, 읏! 으읏, 읏!”
두 사람이 마주 앉은 곳에 물보라가 일며 물방울이 여기저기로 튀어 올랐다. 안이 뚫려 버릴 것 같은 느낌을 감당하지 못해 수현의 손끝이 명휘의 등을 긁어 대기 시작했다. 물속이라 뻑뻑할 만도 한데, 수현의 애액이 너무도 많이 나와 맞닿은 생식기가 미끄덩거렸다. 미끈하고 좁은 통로 안을 파고드는 명휘의 좆이 물뱀처럼 수현의 안을 마구 헤집었다.
항문은 물론, 내장 깊숙이까지 파고든 좆의 머리가 콱콱 찍어 댈 때마다 수현은 가슴이 뚫려 버릴 것만 같았다. 분명, 아프고 너무도 괴로운데 그의 몸은 그런 와중에도 명휘의 좆을 더 빨지 못해 안달이었다.
빠른 속도로 비벼 대는 좆이 빠져나갈 때면 수현의 속살이 함께 딸려 나왔다 들어가길 반복했다. 들어찬 살덩이를 씹어먹듯 수현의 아래 입은 쉴 새 없이 오물거렸다. 빠듯하게 벌어진 와중에도 계속 안에서 덩치를 키워 대는 좆 때문에 수현의 입구에서 조금씩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아읏!”
결국, 격하게 안을 파고드는 좆을 견디지 못하고 수현이 다시금 사정했다. 애액을 뿜어 대는 안이 경련하며 들어찬 좆을 마구 쥐어짰다.
“큭.”
심하게 조여 대는 수현의 안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그대로 명휘의 좆에서도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쾌감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급하게 수현의 얼굴을 덮쳤다. 그대로 배 속에 좆물을 싸지르며 그가 수현의 입술을 찾았다.
수현 역시 사정이 선사하는 쾌감에 절어 명휘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을 빨고 혀를 빨며 침을 섞어 마셨다. 달콤한 복숭아 향기와 꽃향기가 섞여들고, 입과 성기를 맞댄 채로 두 사람은 서로를 애무했다.
숲이 우거진 비밀스러운 연못. 그 안에 앉아 서로를 끌어안은 두 사람은 오래도록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런 두 사람의 주변으로 바람이 몰고 온 빨간 꽃잎이 내려앉는다. 숲을 가득 채우던 숨소리가 점점 잦아든다. 거칠게 휘몰아치던 물결이 잠잠해지고 다시금 고요함에 잠긴다.
“…….”
후희에 잔뜩 젖어 있던 수현의 몸이 명휘에게서 떨어졌다. 여전히 커다란 살덩이를 배 속에 품은 채로 그가 명휘를 내려다보았다. 물에 젖은 상의는 반쯤 벗겨져 강인한 어깨와 흉근이 고스란히 보였다. 손바닥을 쫙 편들 다 가리지 못할 듯한 커다란 가슴에 시선이 닿자 수현의 볼이 다소 붉어졌다. 물에 젖어 평소보다 더 야한 느낌이 들었던 터였다.
수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명휘의 얼굴에 살짝 웃음기가 돌았다. 그렇게 양인의 양물을 받아먹으며 온갖 교성을 쏟아 내더니, 뒤늦게 부끄러워하는 수현이 귀여워서.
오랫동안 물속에 있어 추위가 느껴졌는지 수현의 몸이 살짝 떨렸다. 살며시 떨리는 수현의 등과 허리를 명휘가 부드럽게 매만졌다. 젖은 옷을 사이에 두고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수현의 떨림이 조금 잦아들었다.
“어찌해 줄까.”
“…….”
“그대의 구멍은 더 쑤셔 달라고 이리 보채는데.”
“그게 무슨……!”
수치심에 명휘의 밀쳐 내려는 수현의 손을 명휘가 그러잡았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붙잡고 그가 손목 위로 짧게 입을 맞췄다.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로 수현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대의 아래 입이 아직도 짐의 옥근을 씹어 대고 있는데. 이건 착각인가? 응?”
“그건…….”
자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건데…… 수현이 억울함을 속으로 삭였다. 그런 수현의 표정과 대조적으로 명휘의 얼굴엔 온통 웃음이 가득하였다.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수현의 모습이 어찌 귀엽지 않으리.
“……?”
명휘가 수현의 가슴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추위로 살짝 닭살이 돋은 살을 따뜻하게 데우며 그의 입술이 붙었다.
“그대의 몸이 이리도 떨리니 또 앓아누울까 겁이 나는구나.”
“…….”
“갈 길이 먼데. 그대가 앓아눕기라도 하면 또다시 귀찮은 일이 많아지지 않겠는가.”
천연덕스러운 그의 말에 수현의 얼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대체 누가 원하고 있다고……!”
일순, 말을 하던 수현의 입이 명휘의 입에 의해 막혔다. 깊고 진한 입맞춤이 아닌, 새가 부리를 비벼 대는 듯한 가벼운 입맞춤을 명휘가 그에게 선사했다.
잔뜩 당황해 얼굴이 붉어진 수현을 안고 명휘가 몸을 일으켰다. 촤르르, 두 남자의 몸을 타고 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파동을 일으키는 수면을 따라 붉은 꽃잎이 출렁였다.
“이만 돌아갈 것이다.”
“…….”
“그대가 그토록 좋아하는 남근은 처소에서 밤새 먹게 해 줄 터이니.”
수현의 얼굴이 더없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런 수현을 안고 명휘가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수현의 구멍 안에 성기를 꽂아 넣은 채로.
물가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수현의 안에 들어찬 좆은 빠져나올 줄을 몰랐다.
* * *
끝없이 길게 이어지던 기나긴 행렬이 멈추었다. 멈춘 장정들의 발을 따라 흙바람이 일고 자리에선 네발짐승들이 콧김을 뿜으며 푸히잉 울음소릴 내었다.
“폐하, 목적지에 당도하였나이다.”
난여(鸞輿)의 가장 가까운 곳을 지키고 있던 태감이 황제께 아뢰었다. 이윽고 붉은 발을 걷으며 황제가 가마 밖으로 나왔다. 폭양에 눈이 부신지 그가 눈가를 찡그렸다.
“마마. 도착하였사옵니다.”
이어 귀비가 탄 가마 옆에서 장 상궁이 아뢰었다. 새하얀 손이 가마의 발을 걷었다. 붉은 옷이 치렁치렁 늘어지고 고운 신을 신은 발 한쪽이 먼저 내밀어졌다.
가마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수현이 두 발로 땅을 딛고 섰다. 그의 눈앞에 처음 보는 웅장한 건물이 펼쳐져 있었다. 감히 장안에 있는 황궁과 비교할 수는 없었으나, 규모 면에서나 꾸며진 모양새로 보나 보기 드물게 화려한 건물이었다.
“여기가…….”
“황실의 피서궁입니다. 선황 폐하 때부터 여름이면 늘 애용하신 곳이지요.”
화려한 건물을 둘러보던 수현은 장 상궁이 인도하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황제가 서 있는 곳이었다.
“어서 오시게, 귀비.”
강인한 극양인의 모습을 한껏 뽐내며 황제가 귀비를 맞이했다. 한여름 햇볕 아래 구릿빛 피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몸을 감싼 단단한 근육들은 얇은 용포를 뚫고 그대로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황제 폐하와 귀비마마를 뵈옵니다.”
감히 맞이하기 어려운 이를 뵙고 줄지어 선 나인들이 고갤 조아리며 같은 목소리로 인사하였다. 일 년에 한 번, 피서궁을 찾는 황제를 위해 준비된 나인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눈을 힐끔거리며 귀비를 쳐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황제라면 이미 몇 번 본바, 그의 훌륭한 용모는 익히 알고 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귀비라면 달랐다. 황제 외에 궁 사람이 이곳을 찾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소문만 무성했던 귀비의 모습을 처음 본 이들은 그새 얼굴을 붉히며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리 냉정하신 폐하가 홀딱 빠졌다 하더니 그럴 만하였구나. 그들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폐하와 마마를 위해 상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피서궁의 상궁이 아뢰었다.
명휘가 수현을 향해 한쪽 손을 내밀었다. 수현은 제게 내밀어진 손을 빤히 쳐다보다 그 위로 한 손을 얹었다. 수많은 나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은 부부다운 모습을 하고 피서궁의 안으로 들어섰다. 이어 수많은 나인이 줄지어 궁 안으로 향하였다.
식사 시간 동안 수현은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식사를 하였다. 태화의 남방은 수현의 고향과 가까웠다. 같은 지방에서 구한 재료와 요리법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그의 입맛에 맞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웠던 고향의 음식들을 두고 수현이 조심스레 젓가락을 놀리는 동안, 오히려 명휘는 음식에 손을 많이 대지 않았다. 어쩐지 식사하는 내내 그의 시선은 수현을 향해 있었다. 수현이 이렇게 많이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터였다.
제 얼굴에 은근히 떠오른 웃음을 명휘는 알지 못했다. 그저 시중드는 나인들만 곁눈질로 흐뭇하게 바라보았을 뿐. 그들의 시선엔 황제와 귀비는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완벽한 양인과 음인 부부였다. 두 사람의 속사정은 세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귀비마마. 여독을 풀어드리고자 안마를 준비했나이다.”
식사 후 어느 정도 배가 꺼져 갈 때쯤, 수현의 처소로 피서궁의 나인이 찾아왔다. 늘 말이 없는 수현을 대신해 장 상궁이 그녀의 물음에 답하였다.
“지금 말이더냐?”
“예. 폐하께서 먼저 들어 계시니 지체 말고 오시라는 전언이 있었나이다.”
이렇다 할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표정으로 제 자릴 지키고 있던 수현의 얼굴에 동요하는 기색이 내비쳐졌다. 안마라면, 딱히 저는 참여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곧 채비하고 나설 터이니, 전하께 그리 아뢰어 주시게.”
“예, 상궁마마.”
하지만, 말이 없는 수현을 대신해 장 상궁이 말했다. 괜히 또 귀비마마가 안 가겠다 하면 황제 폐하가 어찌 심술을 부릴지 모를 일이었으니까.
“마마.”
피서궁의 나인이 몸을 물리자 장 상궁이 조심스레 수현을 불렀다.
“설마 가지 않겠다 다시 이르라 하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
“마마께서 황명을 거스르시면 또다시 피바람이 불 것입니다. 매번 폐하께서 그리하시는데, 마마께서는 왜 계속 고집을 부리려 하시옵니까.”
“…….”
“긴 시간 여행길에 오르신 만큼 여독도 많이 쌓이셨을진대, 안마는 기의 순환을 돕고, 뭉친 근육도 풀어 주니 분명 마마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녀의 설득에 아득, 수현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사치스러운 것들을 누리고자 궁에 들어온 것이 아닌데. 나는 어이하여 이리도 풍족한 삶을 즐기고 있단 말인가.’
“마마. 어서.”
하지만 그 또한 그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 상궁의 말대로 거부하였다간 황제가 또 어떤 지랄을 해 댈지 몰랐으니까.
결국, 수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마마!”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장 상궁이 이를 반겼다.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의 상전을 모시고 장 상궁과 나인들이 줄지어 밖으로 향하였다.
그네들은 길게 줄지어서 피서궁에 있는 욕탕에 도착하였다. 휴양을 위해 지어진 건물인 만큼, 욕탕만큼은 황궁에 있는 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였다. 건물을 받치고 있는 둥근 기둥엔 황금으로 장식한 용이 새겨진 데다 욕탕 또한 금으로 만들어져 반짝반짝 윤이 났다.
“마마를 뵈옵니다.”
욕탕의 한편에 줄지어 서 있던 나인들이 수현을 보고 인사하였다. 그네들은 목욕 시중을 들기 위해 모여 있는 이들이었다.
“마마. 이쪽으로 드시지요.”
안내를 받아 더 안쪽으로 이동하니, 침상과 같이 생긴 자리 위에 황제가 엎드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몸에 어떤 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등과 허리, 엉덩이와 다리에는 안마를 돕기 위한 기름이 잔뜩 발라져 있었다. 넓은 광배근과 곤두선 기립근, 허리까지 바짝 붙은 궁둥이와 두꺼운 허벅지의 근육이 기름을 발라 번질거리며 두드러졌다. 특히 허리통만 한 허벅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꿀꺽, 침을 삼키게 할 정도로 눈에 띄었다.
“마마께서도 탈의를 해 주셔야 합니다.”
대기하고 있던 안마사 한 명이 수현에게 다가와 그리 말하였다. 이에, 수현이 미간을 찡그렸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옷을 벗으라고……?’
쉬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수현이 주저하고 있는데, 장 상궁이 옆에서 나섰다.
“마마께선 황제 폐하의 후궁이십니다. 여관(女官)들만 있는 것이 아닌데. 어찌, 마마께 탈의를 말씀드릴 수 있단 말입니까.”
난처한 상황에 안마사가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껏 피서궁을 찾은 황실의 사람이라곤 폐하밖에 없었으니, 그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그럼. 침의를 입은 채로 받는 것은 어떠신지요. 나인들에게 마마의 침의를 챙겨 오라 이르겠나이다.”
합의점을 찾은 안마사의 말에 수현은 하는 수 없이 고갤 끄덕였다. 곧 나인들이 수현의 침의를 찾아왔고, 수현은 발이 처진 은밀한 공간에서 침의로 갈아입었다.
침의를 입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껄끄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얇고 하얀 천에 속살이 훤히 내다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몸에 기름을 뿌리면, 분명 몸뚱이가 그대로 드러날 터였다. 차라리 벗고 있느니만 못할 것 같았다.
“마마. 이쪽에 엎드리시지요.”
수현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황제가 있는 침상과 똑같이 생긴 침상 위로 엎드리니 안마사 그의 곁으로 안마사 두 명이 다가왔다.
그들이 수현의 몸 위로 향유를 쏟았다. 장미 향이 섞인 기름이었다.
향기로운 기름은 하얗고 작은 병을 떠나 길게 늘어지며 침의를 걸친 수현의 몸 위로 흘러내렸다. 기름이 닿는 곳마다 얇은 천이 살갗에 달라붙으며 새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등짝으로 넓게 향유를 펴 바른 안마사들이 조심스레 수현의 등을 훑기 시작했다. 미끈한 액체를 손으로 문지르며 네 개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손목 관절을 세워 단단한 뼈로 수현의 등을 자극했다. 근육이 도드라지는 부분과 혈액이 지나는 선을 따라 그들의 손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분 좋아.’
수현은 처음 받아보는 안마에 몸이 노곤하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간혹 아프게 건드릴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몸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처음 들었던 긴장감과 달리 수현은 편안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어느덧 그의 몸이 조금씩 침상 위로 늘어지고 있었다.
“마마. 둔부를 안마하겠나이다.”
등을 마사지하던 안마사들이 곧게 선 척추를 따라 손을 길게 뻗었다. 촛대처럼 가는 허릴 지나친 두 개의 손이 그대로 둥글게 솟은 볼기짝에 당도하였다.
“……!”
놀란 수현의 허리가 곤두섰다. 얇은 천 위에 기름을 두른 안마사가 그대로 수현의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명휘가 아닌 다른 사내의 손을 타 본 적 없는 그였기에, 낯선 남자가 엉덩이를 주물러 대는 게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었다.
안마사는 기름으로 잔뜩 미끄덩거리는 한쪽 볼기짝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나머지 손으로는 그 사이 골을 문질러 댔다. 엉덩이 골 사이를 지나 회음부 쪽으로 자꾸만 사내의 손이 드나들었다. 조심한다고 하고 있지만 은밀한 부위를 문지르다 보니 안마사는 수현의 성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기름을 뒤집어쓴 미끈한 살을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견디기가 버겁건만, 하물며 자꾸만 그 손이 성기를 건드리자, 수현은 야릇한 기분이 자꾸 밀려들었다.
수현의 귓바퀴가 붉게 물들었다. 자꾸만 새어 나오려는 신음을 참으려 그가 입을 앙다물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어떻게든 진정하려 애썼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색향까지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잠시 멈추어라.”
이제껏 아무 말 없이 두 눈을 감은 채 안마를 받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옅게 퍼져 나오기 시작한 음인의 색향이 극양인의 눈을 뜨게 한 것이리라.
황제의 명에 황제를 안마하던 안마사는 물론, 수현의 안마사까지 손을 멈추었다.
명휘는 자리에 엎드린 채로 고개만 돌려 옆에 있는 제 귀비를 바라보았다. 향유를 뒤집어쓴 그 몸뚱이는 온통 하얀 천이 달라붙어 색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살갗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둥글게 떠오른 엉덩이 선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리고. 다리 사이에 자리하여 뒤로 뻗어진 그것의 모습까지도…….
“모두 물리거라.”
황제의 명에 안마사는 물론, 욕탕 안에 있던 나인들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둘만 남게 된 욕탕 안,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현과 마찬가지로 온통 기름칠한 황제의 몸이 번들거렸다. 말의 것을 닮은 광대한 근육을 뽐내며 그가 수현에게 다가섰다.
<황제의 품에 지다> 3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