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수국이 만발하였다. 자주색, 파란색, 붉은색, 백색의 작은 꽃송이, 꽃송이가 모여 너른 영화궁 앞뜰을 소박하게 장식하였다.
화창한 햇살을 맞으며 궁인들의 무리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네들의 가장 선두를 지키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황후였다.
영화궁에 도착한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황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화원의 수국을 바라보다 입가에 쓴웃음을 흘린다.
‘폐하께서 가장 아끼는 화원을 혼자 독차지하고 있으렷다?’
그러다 그녀는 휑하니 고갤 돌려 버렸다. 이제 그 꼴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일만 제대로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그녀가 마저 발걸음을 옮긴다.
“화, 황후마마.”
영화궁의 침전을 지키고 있던 장 상궁은 뜻밖에 인물의 행차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당황했다. 시퍼렇게 질린 얼굴을 감추듯 고개를 잔뜩 조아리는데, 황후의 편에 선 상궁이 엄한 목소리를 낸다.
“어허, 뭐 하시는가. 귀비께 황후마마의 방문을 알리시게.”
장 상궁은 여전히 몸을 조아린 채로 방 안을 향해 말했다.
“마마, 황후마마께서 찾아오셨나이다.”
이윽고 방 안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으로 모셔 주세요.”
창호지를 바른 문이 열리고. 황후와 그를 모시는 상궁이 방 안으로 든다. 장 상궁은 그녀들의 뒤를 이어 들어섰다.
“……황후마마를 뵈옵니다.”
아침에 갓 깨어난 견우화(牽牛花)처럼 청초한 얼굴로 수현이 그녀를 맞이했다.
앞에 음인을 두고 황후는 가는눈을 힐끔거리며 행색을 살피었다. 저와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황후가 화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노라면, 수현은 상대적으로 단아하고 우아한 느낌이 강했다. 분명, 제의(祭儀)의 연희에 참여한 양인 모두를 홀릴 만큼 대단한 향을 지닌 이라 들었건만, 의외로 생김새가 음탕키는커녕 단정해 보였다.
‘어찌 저리 얌전해 보이는 얼굴로 폐하를 꾀었을까.’
감히 당대 최고의 미녀라 불리는 자신과 그 미색을 겨루진 못할 듯싶었으나 수현만이 풍기는 분위기는 분명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톡, 하고 건드리며 툭, 하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어딘지 모르게 아픔을 안고 사는 것 같은 처연함은 이상하게 마음을 잡아끌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황후는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다정함이란 가면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가 윗사람다운 면모로 말을 꺼냈다.
“귀비, 이리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소. 그간 많이 아팠다 들었는데. 몸은 괜찮은 겐가?”
수현은 딱히 반가운 기색도, 그렇다고 경계하는 모습도 보이질 않았다. 그는 그저 황실의 예법을 거스르지 않고 황후의 물음에 답했을 뿐이었다.
“황후마마께서 이리 몸소 행차해 주시니, 소인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미천한 몸이 먼저 찾아뵙지 못해 그저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아니다. 그간 침상에만 누워 있었다 들었으니, 내 먼저 찾았다 한들 이상할 것이 없지.”
말을 끝낸 황후가 손을 까닥였다. 그러자 그녀의 뒤에서 잠자코 있던 상궁이 앞서 나왔다. 그녀는 상자 한 개를 탁자 위로 올렸다.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상자였다.
“서방에서 가져온 귀한 물건이네.”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작은 향로였다. 금으로 도금한 향로는 여의주를 문 봉황이 네 다리를 받치고 있고, 천계를 지키고 있는 사자가 뚜껑 손잡이를 장식하고 있었다.
“귀비의 몸이 심히 허약하다 들어 심신에 안정되고 기를 되살리는 향을 가져왔네.”
황후의 말이 끝나자 상궁이 조심스럽게 향로의 뚜껑을 열었다. 갑에서 기다란 향초를 하나 꺼내 향로의 가운데에 꽂았다. 선단에 불을 붙이니 뿌연 연기가 그새 피어올랐다. 상궁은 홰홰 손을 저어 방 안에 향기를 퍼뜨렸다. 방 안에 묘한 향기가 가득 피어올랐다.
“어떠한가? 향이 마음에 드는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수현은 잠시 당혹스러웠으나, 그걸 티 내진 않고 그저 조용히 감사의 의미를 전했다.
“마음에 듭니다. 감사하옵니다, 황후마마.”
“무엇을. 이 정도야.”
그녀가 쌩긋 웃어 보였다. 그녀의 약지, 새끼손가락을 장식하고 있는 호갑투가 유난히 번뜩거렸다.
“참. 자네 혹시 들었는가?”
“무엇을 말씀이시옵니까.”
“며칠 후에 수방재(漱芳齋)에서 연희가 있다네.”
수현은 이미 장 상궁을 통해 들은 바가 있었다. 매년 황실 가족의 안위를 기리기 위해 유월이 되면 궁에서 큰 연희가 열린단 사실을.
“매년 각지의 이름난 배우를 초빙해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한다네. 올해도 승평서(昇平署)에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하니, 꽤 볼만할 것이야.”
황실의 큰 행사를 두고 황후가 기뻐하며 말을 건네었건만, 수현의 얼굴은 무덤덤하기만 했다. 보통 후궁들은 이런 행사 얘기를 꺼내면 좋아 어찌할 줄을 몰라 하는데, 너무도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어찌 저리도 무심한 얼굴이란 말인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구나.’
황후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인 수현의 태도에 꽤 기분이 상했다. 하나,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잊지 않았다. 벗은 가까이에, 적은 더 가까이에. 그것이야말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결임을.
“귀비.”
한껏 다정한 얼굴로 무장한 채, 황후가 수현의 손을 그러잡았다. 수현은 그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귀비가 마음고생이 많다고 들었네. 내가 귀비였더라도 이 모진 곳에 남겨지고 싶지 않았을 테지.”
가식의 끝. 독사의 속삭임이 달콤하게 흘러내린다.
“자네의 사연이 너무도 안타까워 태화 황실 안주인으로서 자네를 내 사람으로 품고자 하네. 그러니 자네는 어려워 말고 나를 따르시게나. 알았는가.”
수현은 그저 예, 마마, 형식적으로 대답했을 뿐이었다.
“그럼. 이만 쉬시게. 내 자네의 시간을 오래 뺏지 않을 터이니.”
잡은 두 손을 놓고 황후가 돌아섰다. 문가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보며 수현은 그저 고갤 조아려 인사했을 뿐이었다.
“살펴 가시옵소서, 마마.”
영화궁의 침전을 나선 황후의 뒤로 긴 무리가 따른다. 북적대던 침전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마마. 경하드리옵니다. 아무래도 황후마마께서 마마를 아끼시는 듯합니다.”
침상 옆 협탁으로 향로를 옮기며 장 상궁이 말했다. 그에 수현은 조금도 기뻐하는 기색이 없다. 콧속을 파고드는 묘한 향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그였다.
* * *
며칠 뒤, 수방재로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태화 황실 사람들과 대소 신하들 또한 함께하였다.
광장을 무대 삼아 그의 정면 높은 자리에 황제와 황후, 후궁들이 차례대로 앉았고, 광장의 옆으로 마련된 공간에 신료가 줄지어 섰다. 수현의 자리는 황제와 황후가 앉은 상석의 바로 옆자리였다.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두 번째 위치에 그가 앉게 된 것이다.
성대한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둥둥, 울리고 곧 용과 꽃을 수놓은 네 가지 군기(軍旗)를 등에 꽂고 고(靠)를 입은 장군이 무대에 등장했다. 호금(胡琴)과 나고(鑼鼓)가 만들어 내는 경쾌한 음을 타고 무생(武生)이 격렬하고 화려한 무술 동작을 선보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간만의 연희에 황가는 물론이요, 신하와 백성마저 흥겨움에 흠뻑 취했다.
타(打)가 끝나고 황제를 흉내 낸 노생(老生)이 등장하여 염(念)을 한다. 허공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광장에 모든 이가 웃음을 멈추고 집중한다.
오직 한 사람, 명휘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배우는 죄다 모아 대규모의 극을 하고 있거늘. 그런 것 따위 관심조차 없다는 듯 황제의 시선은 다른 곳에 꽂혀 있었다.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은 채 턱을 괸 그는 얼굴을 삐딱하게 꺾고 황후의 옆자리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다름 아닌 수현의 자리였다.
저가 쳐다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수현은 미동도 없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긴 속눈썹은 드리워져 커다란 눈을 가리고, 고요한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둥글게 선을 그리며 끝이 솟은 코와 입술 또한 부동인 것이 과연 살아 있는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극에 빠져든 것 같진 않았고, 그저 의무적으로 그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세상 무엇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 그걸 가만히 보고 있자니 명휘는 슬슬 심술이 나기 시작했다.
아래 구멍으로 여지를 넣겠다 겁박할 때는 그리 울고불고했던 이가 초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꼴을 보자니 심사가 뒤틀리는 것이었다.
‘오냐. 언제까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을 수 있나 보자.’
명휘가 수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상석을 중심으로 묘한 향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음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감지할 수 있는 향기였다. 지독한 사향, 황제의 체향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숨 막히는 향기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당연하게도 수현이었다.
갑자기 콧속을 파고드는 사향에 수현은 울컥했다. 미간이 곱게 접어들며 동공 또한 흔들렸다. 예고 없이 찾아든 불청객에 수현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진정하려 노력했다.
‘또 저를 위한 농간인가.’
새빨간 입술이 이빨 아래 짓이겨졌다. 옷소매에 가려진 하얀 손으로 빈주먹을 움켜쥐고, 소리 나지 않게 가슴을 탁, 탁 쳐 댔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겨 낼 수 있는 황제의 체향이 아니었다. 그는 세상에 몇 있지도 않은 극양인이 아니던가?
‘이 무슨 짓이란 말인가. 일국의 황제란 사람이 국가 행사 중에 어찌 이런 경거망동한 짓을.’
수현은 도무지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저를 괴롭히는 데 이골이 난 자이니 저의 침전이라면 마땅히 이런 짓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나라의 큰 행사에서, 그것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짓을 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정말 미친 자이거나, 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자가 확실했다. 아니면, 그 둘 다이거나.
“하아. 하…….”
수현은 최대한 자제하려 했으나 양인의 향에 반응을 시작한 몸뚱어리는 그렇지 못했다. 잔뜩 말아 문 입술에도 뜨거워진 숨은 그 새를 비집고 자꾸만 터져 나왔다.
짐짓 말을 듣지 않는 몸을 탓하며 그가 힘겹게 고갤 돌렸다. 제 몸을 이리 만든 원흉을 보느라 눈이 곱지 못한데, 정작 황제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재미나게 극을 관람하고 있었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흐으.”
양인의 향기는 더욱 짙어져 이제는 수현뿐만이 아닌, 자리에 함께한 다른 이들도 눈치챌 정도가 되었다. 후궁 중에는 수현과 같은 음인이 있었으나 그들은 수현만치 괴롭진 않았다. 그들은 황제와 가까이 있지 않을뿐더러, 양인의 체향에 더욱 심하게 반응하는 극음인은 오로지 수현 하나뿐이었기에.
대놓고 저를 저격하는 향기에 수현은 멀쩡할 수 없었다. 체온은 점점 더 올라갔고, 뜨거운 숨이 온통 얼굴을 뒤덮었다. 배아래서 찌릿찌릿한 감각이 계속되며 고간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엉덩이 사이가 젖어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흐으. 흐.”
누가 들을세라, 억지로 새어 나오는 신음을 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흘러나오는 소리는 은근히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 뜨거워진 볼도, 들썩이는 가슴도, 살짝, 살짝 뒤트는 몸짓도. 그리고…… 흘러나오는 자정향을 닮은 향기도 광장을 가득 메운 양인들의 관심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가슴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구멍이 간지러워 몸을 뒤틀 때마다 질척거리는 아래의 느낌이 끔찍했다. 속곳은 물론, 이러다 바짓가랑이까지 몽땅 젖을 것만 같았다.
‘이러다 희락기라도 오겠어.’
어찌할 줄 몰라 몸을 부들부들 떨던 수현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앉은 자리에서 버티는 게 맞았으나, 이러다간 사향에 취한 몸이 희락기를 불러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큰일이었다. 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추태를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릴 벗어나자니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었고, 버티자니 다음이 걱정이었다. 잔뜩 부풀어 오른 가랑이 사이를 보자면 이미 문제가 돼도 한참 전에 된 것 같기도 했지만.
“하으윽.”
결국, 참지 못하고 수현의 입에서 큰 소리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묻혀 크게 울리지는 않았으나, 그것으로 주변의 시선이 더 뜨거워졌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감히 쳐다보기 어려운 이를 두고 양인들은 저마다 눈을 힐끔거리기 바빴다. 색향을 내뿜으며 앉은 자리에서 괴로움을 견뎌 내는 음인의 모습이 그들의 아랫도리를 동하게 했다. 귀비는 내색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으나 그게 오히려 그들의 음심을 더 부추겼다.
은근히 의자에 아래를 비벼대는 모습이 그리 색정적일 수가 없었다.
‘안 돼. 못 견디겠어.’
수현의 눈가에 한 방울 눈물이 맺혔다. 붉어진 얼굴을 하고 수현이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 한번 휘청이자 놀란 듯 장 상궁이 달려와 부축하였다. 식은땀에 잔뜩 절은 얼굴을 보며 그녀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마, 마마.”
수현은 무어라 말조차 하지 못했으나, 그의 상태를 읽지 못할 장 상궁이 아니었다. 그는 양인의 체향을 맡을 순 없었지만, 황제가 마마를 두고 어떤 농을 부렸는지는 알 것도 같았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 쉬시지요. 소인이 마마를 모시겠나이다.”
혹여나 다른 이의 눈총을 받을세라, 장 상궁이 작게 속삭였다. 그러곤 혼절 직전에 놓인 수현을 부축해 발걸음을 옮겼다.
귀비가 떠나 버린 빈자리. 잠자코 옆에 앉아 있던 황후는 눈을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축축하게 젖어 있는 의자. 귀비가 흘린 애액을 보며 그녀의 눈이 잔뜩 찌푸려진다.
“하으윽!”
영화궁까지 갈 겨를이 없어, 장 상궁은 가까운 건물의 변소로 귀비마마를 모셨다.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마마.”
“으으응. 하아.”
수현은 거의 혼절할 듯 신음하며 몸을 뒤틀었다. 양인의 향에 그 누구보다 취약한 극음인이었기에. 대량의 체향을 들이마신 이상 제정신일 수가 없었다.
“아으응. 으응, 아!”
“마마. 마마.”
괴로워하는 수현을 옆에 두고 장 상궁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미 다른 나인을 불러 태의를 모셔 오라 일렀지만, ‘태의’의 ‘태’자는 보이지조차 않았다.
“마마. 조금만 견뎌 주시옵소서. 곧 태의가 들을 것입니다. 마마, 마마.”
분명, 희락기는 일전에 겪으셨다. 이리도 빨리 찾아올 리가 없었다. 이는 분명 황제 폐하가 짓궂은 장난을 치신 탓이리라. 속절없이 타들어 가는 속에 장 상궁은 명휘를 마음으로 욕했다.
“뭐 하느냐. 태의는 아직이더냐. 어찌 된 것이냐!”
수현의 신음에 이어 장 상궁의 날카로운 소리가 폐쇄된 공간을 울렸다. 어떤 한 명의 나인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가운데, 굳건하게 닫혀 있던 문밖에서 기척이 났다.
“누구냐? 태의를 모셔 온 게냐?”
장 상궁이 쏘아붙였지만, 뜻밖에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보고 이내 다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태화에서 발 닿는 어디든, 하물며 귀비가 사용 중인 변소일지라도 내키는 대로 향할 수 있는 유일한 자가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폐, 폐하.”
놀란 장 상궁이 수현에게서 떨어지며 몸을 조아렸다. 다른 나인들이 죄다 몸을 조아리며 물러서는데, 거만한 눈을 하고 황제가 성큼성큼 수현에게 다가선다.
“폐하…….”
명휘는 답 대신 장 상궁을 향해 눈짓해 보였다.
장 상궁이 눈치껏 무리를 이끌고 변소를 나섰다. 문이 닫히고 넓은 변소 안에 황제와 귀비만이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
명휘는 자리에 선 채로 수현의 모습을 훑었다. 수현은 힘겨워하며 경대가 놓인 탁자를 잡고 서 있었다. 얇은 천은 살갗에 달라붙을 만큼 젖어 있었고, 특히 뒤쪽 아래는 잔뜩 젖어 붉은 천이 검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명휘는 만족스러운 듯 씨익, 웃어 보였다.
“그대는 귀비로서 어찌 체통을 지키지 못하고 이리 숨어 있는단 말인가.”
명휘가 수현에게 다가서며 그리 말했다. 얄밉도록 웃으며 말을 건네는 그 모습을 경대 너머로 지켜보던 수현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누구 때문에 지금 이 꼴을 하고 있는데! 차마 나오지 않는 말을 목 안으로 삼켰다. 타는 듯한 가슴이 숨 막히게 몸을 조여 왔다.
수현이 그러거나 말거나, 명휘는 그 뒤로 더 바짝 붙어 왔다. 그러곤 커다란 손을 턱, 내밀어 단번에 수현의 궁둥이를 붙잡았다.
“흣!”
잔뜩 땀에 젖어 달라붙은 옷 위로 명휘가 수현의 볼기짝을 쥐고 주물러 대기 시작했다. 명휘의 손이 닿자 수현의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더 심한 욕구가 몸 안에서 치솟기 시작했다.
“어찌 이리 젖었단 말이냐.”
수현의 엉덩이를 희롱하던 손이 그의 허리춤으로 이동했다. 허리를 졸라맨 끈이 풀리자, 다리를 감싸고 있던 바지가 하릴없이 흘러내렸다. 가느다란 두 다리가 기다란 상의 아래 보일 듯 안 보일 듯 드러났다.
“혹 그대를 보는 양인들의 눈빛을 보았는가.”
붉은 천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두툼한 두 살덩이 안에 감춰진 밀문으로 향한다. 가느다란 끈으로 겨우 가린 은밀한 곳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애액에 젖어 질척였다.
“이리도 젖어 몸을 비벼 대니. 그들이 어찌 그대를 욕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끈적한 액체로 물든 입구를 손끝으로 비벼 대며 입으로는 음인의 귀를 희롱한다. 귓가에 숨소리를 섞어 속삭이는 그 더러운 얘기에 수현은 당장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대가 귀비임을 잊은 것이냐. 일국의 왕자였던 주제에 그 천박한 습성은 대체 어디서 배운 것이더냐.”
개소리! 수현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었다. 아래를 매만지는 더러운 손도, 귓가에 속삭이는 얘기도 모두 한없이 더러웠다. 치욕스럽기 짝이 없어 이대로 딱 죽고만 싶었다. 당장에라도 저 헛소리를 지껄여 대는 황제를 한 대 치고 저도 같이 죽었으면 좋겠는데! 빌어먹을 몸뚱이가 말을 듣질 않는다. 망할 몸뚱어리가 제어되질 않는다.
“아니면.”
질척거리는 아래를 매만지던 손이 딱 멈춘다. 수현과 경대를 통해 눈을 마주한 황제가 빙긋 웃어 보인다.
“그들에게 가랑이라도 벌리고 싶던 것이냐?”
더는 일그러질 수 없는 표정으로 수현이 무어라 소리치려는 순간.
“이 대체 무슨 짓…… 읍!”
황제가 수현의 턱을 낚아챈다. 그대로 뜨거운 혀가 수현의 입안을 파고든다.
커다란 입술은 수현의 작은 입을 모조리 뒤덮고, 두툼한 살덩이는 마음대로 쳐들어와 입안을 헤집고 비벼 댄다.
“웁, 우웁! 우우웁!”
턱이 잡힌 채로 수현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읍읍대며 손으로 허공을 휘젓기만 했다. 그 사이 명휘는 수현의 골반을 단단히 쥔 채 잔뜩 조이며 제 고간을 문질러 대었다. 허리에 찔러 대는 묵직한 살덩이를 느끼며 수현의 몸은 점점 늘어진다. 입안을 타고 들어오는 양인의 기운 때문이리라.
“하아, 하. 하아. 하아.”
수현의 입술을 덮치고 있던 입술이 떨어져 나가자 두 사람 사이로 길게 침이 늘어진다. 제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늘어진 수현을 경대 너머로 바라보는 명휘의 눈빛이 섬뜩하다. 길게 내뻗은 목선을 바라보는 눈은 흡사 먹잇감을 앞둔 승냥이의 것과 닮았다.
“그들에게 그리도 보여 주고 싶었더냐.”
땀으로 젖은 목을 그러잡으며 눈으로는 여전히 경대를 통해 수현의 얼굴을 바라본다.
“신음하며 허릴 흔들고. 아래로 남근을 먹어 치우는 그 모습을 그리도 보여 주고 싶었던 게냐.”
목을 조여 오는 손아귀에 수현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진다.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압박도,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껄이며 농락하는 황제의 말도, 모두가 견디기 어렵다.
저가 이리 만들었으면서! 일부러 수많은 양인이 자리한 곳에서 체향을 풀어 저를 괴롭혔으면서! 그랬으면서 황제는 끝내 수현이 천박하다 타박이었다.
‘미친 것 같아. 미치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
가만히 있어도 좋을 수 없는 자인데, 이리 말도 안 되는 것까지 트집 잡아 괴롭혀 대니 절대 좋을 수가 없었다.
“어찌 그리 억울한 표정이더냐. 짐이 하는 말이 틀렸더냐?”
괴로움과 억울함을 못 이겨 눈물 한 방울이 수현의 볼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징그러운 혀가 내밀어지고, 수현의 볼을 따라 눈물을 핥는다. 짐승과도 같은 그 행위에 수현은 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그와 별개로 아래는 계속 하염없이 젖어 들고.
“어찌할까. 그대의 천박한 아래가 이리도 양인의 물건을 찾아 대니.”
눈물을 핥던 두툼한 살덩이가 떨어져 나간다.
“가여이 여겨 짐이 달래 주어야 할까?”
커다란 손이 수현의 골반을 다시 한번 꽉 부여잡는다.
“그래야 할까?”
그대로 강인한 허리가 바짝 땅겨진다.
밀문을 뚫고 거대한 것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낯선 감각에 수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것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분명, 그간 황제에게 받아 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흐읍! 흡!”
살갗이 아니었다. 수현의 아래를 파고 들어오는 것은 분명 살갗의 느낌이 아니었다. 살갗보다 더 뻑뻑한. 무언가 살덩이를 감싸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
“뭐, 뭐 하는……!”
어렵사리 뒤로 손을 내뻗고 나서야 수현은 깨달을 수 있었다. 제 뒤를 파고드는 황제가 아직 의복을 벗지 않고 있음을.
“왜? 무슨 문제라도 있더냐.”
“이, 이건. 이건…….”
그랬다. 황제는 의복을 입은 채, 수현의 뒤를 범하고 있었다.
아무리 애액으로 범벅이 돼 한껏 벌어진 문이라지만, 옷을 입을 채로 넣는 양물을 쑤셔 넣는 건 불가능했다. 아니, 적어도 수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 정말 미친 짓이라고.
실제로도 천을 뒤집어쓴 남근은 수현의 안으로 정상적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윤활제 역할을 하는 애액은 자꾸만 천에 스며들었고, 모양도 성기의 모양이 아닌 산 같은 불룩한 모양이었기에 좁은 구멍에 쉽게 파고들 수가 없던 것이다.
옷에 잔뜩 달라붙은 귀두는 어서 안으로 밀고 들어가고 싶어 발버둥을 쳐 댔으나, 수현의 문을 굳건하게 잠겨 있었다. 열 수 없는 것을 계속 열려고 하니, 괴로운 건 수현이었다. 뒤가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여린 살에 천이 쓸리며 열이 올랐다.
“흐아악!”
사지가 찢겨 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수현이 악을 썼다. 가뜩이나 두껍기도 두꺼워 그냥 받아 내기도 힘든데, 이런 식은 정말 못 견딜 것 같았다.
수현만큼이나 저도 느끼는 고통이 심했는지, 명휘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수현의 얼굴을 바라보노라면 더 욕심이 생겼다. 이대로 저 안을 죄다 망가뜨리고 싶었다.
명휘의 포악한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바짓가랑이가 젖어 들도록, 수현이 내뿜는 애액을 빨아들이며 억지로 움직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젖은 천은 점점 성기의 외형을 따라 모양이 잡혀 갔고, 수현의 뒷문도 점점 넓어져 가기 시작했다. 살갗에 달라붙은 천이 완벽하게 좆의 모양이 되었을 때, 절대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뒷문이 드디어 열리었다.
명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한 번에 허릴 쑥, 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천을 뒤집어쓴 커다란 좆이 수현의 안으로 밀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후…….”
제 좆의 반절 이상을 껴 놓고 명휘가 신음했다. 괴로워하는 수현의 모습 때문인지, 아니면 비정상적인 체위로 인한 배덕감 덕분인지 쾌감이 극심했다.
아직 뿌리까진 넣지도 못했는데 이미 온몸이 끓어오르는 느낌이었다. 손으로 꽉 쥐어짜는 듯 조여 오는 안쪽의 느낌은 물론이요, 젖은 채로 살갗에 달라붙은 천의 느낌도 한몫했다.
수현의 안쪽 살 느낌은 단연 최고였다. 그보다 맛있는 음인의 아래를 먹어 본 적 없을 정도로.
더욱이 그 속살을 천을 두고 느끼니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더 질척거리며, 더 짜릿하게 붙어먹는 느낌이었다.
“아으응!”
명휘가 허리를 뒤로 내빼자 천에 달라붙어 있던 살이 떨어지며 쑥 밀려 나왔다. 명휘의 좆 모양을 그대로 본뜬 천만 덩그러니 구멍 안에 남겨 둔 채로 내빼진 살덩이는 밖으로 완전히 밖으로 나갔나 싶더니 그대로 콱, 치고 들어와 더 깊숙이 처박혔다.
“아읏!”
밀어붙이는 힘에 수현의 몸을 기댄 탁자가 흔들렸다. 자개로 장식한 경대가 덜컹거렸다. 두 눈을 감은 채 일그러지는 수현의 얼굴이 경대를 통해 적나라하게 전해졌다.
한껏 달아오른 새빨간 귀가 탐스럽다. 땀으로 범벅이 된 머리칼조차도 보기가 좋았다. 수현이 가진 모든 것은 무엇 하나 빼먹을 것 없이 명휘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이리 음란한 얼굴이라니.”
명휘가 한 손으로 수현의 턱을 잡았다. 경대 속 얼굴을 향해 수현의 얼굴을 틀었다.
“아래는 음탕하게 적시고, 음란한 얼굴을 감춰 여태 잘도 앉아 있었구나.”
이제는 좀 적응되었을 만도 한데…… 여전히 뻑뻑한 안을 두고 명휘는 거칠게 허릴 놀렸다. 들어가고 나가는 좆을 따라 질척하게 천이 달라붙으며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시선은 경대를 통해 여전히 수현의 얼굴에 꽂혀 있었다.
“보아라. 그대의, 얼굴이, 후. 얼마나 음란한지.”
“시, 싫어. 하지…… 마…… 하읏!”
수현의 턱을 잡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꽉 감았던 두 눈이 우악스럽게 잡아 누르는 손아귀의 힘에 절로 떠졌다. 결국엔 경대 속 저와 마주하고야 만다. 잔뜩 흉측하게 일그러진 채로 열어 들뜬 제 모습과.
“흐윽, 흑, 흐으윽.”
엉망진창으로 달아오른 제 얼굴에 절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차마 봐주기 힘든 몰골이었다. 얼굴을 붉힌 채, 눈물을 매달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제 모습은 도무지 봐줄 수가 없었다.
찡그린 이마가 보기 싫었고, 열에 들뜬 표정이 싫었다. 황제에게 범해지며 이런 얼굴을 한 저가 싫었다.
“어떠하냐.”
절망에 찬 모습을 보며 악귀가 미소를 짓는다. 아래로는 제 것을 박아 넣으며. 쾌락에 절은 표정으로 제물을 잡아먹는다.
“이보다 더, 후. 천박한 얼굴이, 있을 수 있더냐?”
순간, 커다란 살덩이가 수현의 안에 잘 숨겨진 급소를 정통으로 찌른다.
“흣!”
하릴없이 수현의 아랫도리에서 정액이 터져 나온다. 아직 속곳 안에 감추어진 살덩이가 요동하고, 그에 따라 속곳이 잔뜩 젖어 든다. 깽깽이 발을 한 채 쳐들린 다리가 사정없이 떨린다.
“하.”
수현이 싸지르는 모습을 보며 명휘는 기막히다는 듯 비웃는다.
“싫다고 하더니 앞으로 잘도 싸지르는구나.”
수치심을 이긴 쾌락이 수현의 감각을 지배했다. 한껏 풀린 눈을 하고 수현이 몸을 늘어뜨린다.
쾌감에 젖은 꼴이 마음에 들었는지, 명휘는 수현의 볼 위로 짧게 입 맞추었다.
‘그렇게 싸지르기 싫어서 안간힘을 쓰고 참더니. 결국, 이렇게 늘어질 것을.’
명휘는 느릿하게 허리를 뒤로 내빼었다. 천천히 앞으로 들이밀며 제 고간을 둥근 궁둥짝에 가져다 붙였다.
“흐으. 흐.”
이성을 지워 버린 채, 수현이 내는 앓는 목소리를 들으며 명휘는 천천히 허리 짓을 이어 나갔다. 옷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커다란 근육이 명휘의 움직임을 따라 두드러지며 솟아올랐다. 유연하게 허리를 돌려 댈 때면, 척추뼈를 따라 길게 세로로 뻗은 근육이 꿈틀거렸다.
하얀 두 개의 볼기 사이로 옷을 문 좆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사정 후에도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애액은 바짓가랑이를 적시고, 젖은 천이 안쪽 살에 쩍, 쩍 달라붙으며 야한 소리를 자아냈다.
명휘는 제 어깨에 머릴 기댄 채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 수현의 얼굴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아래쪽의 살덩이가 재차 덩치를 키우고, 괴로운 듯 음인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다물어지지 않은 입안에서 기어 나온 살덩이를 타고 침이 뚝, 뚝 떨어진다. 완전히 음욕에 사로잡힌 얼굴이다.
“후…….”
한계에 다다랐는지 명휘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더 오래 두고 즐기고 싶었지만 이젠 못 견딜 것 같았다.
씹질에 속도가 붙었다. 명휘는 빠른 속도로 허릴 치대며 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고간에 살덩이가 부딪치며 퍽퍽, 소리가 터져 나오고. 마찰이 극심해지며 파고드는 살덩이는 흡사 불기둥처럼 뜨겁다.
“으응, 응. 아아으.”
오롯이 쾌감만이 지배한 감각은 수현의 입이 야한 교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어찌할 줄 모르고 허공에 떠 있던 손은 본능을 좇아 파고드는 이의 허리춤을 그러잡고. 명휘는 또한 그의 골반을 그러잡는다.
“후우, 씹.”
허리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진다. 경대는 삐걱거리며 하염없이 울어 대고, 살을 치대는 소리가 초 단위로 터진다. 사향과 어우러져 꽃향기가 진동하고, 허공의 공기마저 뜨겁다. 양인의 몸을 받는 음인이 짐승인 양 우짖고, 음인의 안을 먹어 치우는 양인은 헐떡댄다.
완벽하게 좆을 물어 대는 그 빠듯함에 결국 뜨거운 살덩이는 하릴없이 물을 쏟아 낸다.
“하으으, 으읏! 아아아, 아! 아!”
“씹, 후. 하아. 하.”
“아아으, 아응! 아아!”
여린 몸뚱어리가 경련하며 또 한 번 사정한다. 동시에 물을 쏟아 낸 두 남자는 사정이 끝나도록 서로의 혀를 찾고 핥으며 빨아들였다. 골반을 잡고 있던 커다란 손은 어느덧 가슴으로 옮겨져 꼿꼿하게 선 수현의 젖꼭지를 잡아 살살 문지른다.
아래로는 들어찬 커다란 살덩이를 씹어 대고, 입으로는 달콤한 명휘의 혀를 빨아 문다. 그의 손에 여린 돌기가 희롱당할 때마다 사정을 끝낸 수현의 좆이 벌떡벌떡 튀어 올랐다. 성적인 쾌감은 느낄 수 있는 세 부위가 모두 점령당하고 나니 수현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환희에 사로잡힌 몸이 마치 구름 위에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한참 동안 수현의 입속을 유린하던 혀가 빠져나왔다. 고개를 들어 수현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는 명휘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리었다. 침으로 범벅이 된 수현의 입술을 몇 번 더 핥아 주다 그가 속삭였다.
“이런 모습으로 어찌 나갈 수 있을까.”
여전히 사정이 주는 쾌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현은 대꾸조차 하질 못했다. 그는 여전히 풀린 눈을 하고 멍하니 명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대의 아래 입은 아직도 모자란다고 씹어 대기 바쁘니. 이 꼴을 하고 나갈 순 없겠지.”
빙그레 웃어 보이는 입. 멍한 수현의 망막 안에 웃음 짓는 입술만이 가득 새겨진다.
“연회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그때까진 이곳에 더 있어야지 않겠느냐?”
수현의 눈가에 한 번 더 입 맞춘 그가 수현의 안에 들어찬 남근을 꺼낸다. 수현이 싸지른 애액과 명휘가 뱉어 낸 정액이 만나 끈적해진 천이 좆의 외형을 한 채 그대로 살에 들러붙어 있었다.
명휘는 끈적하게 젖은 천을 거두지 않고 그 위로 손을 놀려 좆을 어루만졌다. 미끈한 천 너머로 귀두를 자극하니 참을 수 없이 짜릿한 감각이 전해졌다.
“후.”
명휘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로 제 좆을 만지며 숨을 내쉬는 그 모습이 꽤 색정적으로 보였다. 수현은 잠시 그가 누구인지조차 잊고 경대를 통해 빤히 바라보아야만 했다. 비단 수현뿐이 아닌 그 누구라도 넋을 놓고 볼 만큼 야한 모습임이 틀림없었다.
엉망이 된 수현의 뒤태를 보며 수음을 즐기던 명휘는 곧 부푼 살덩이를 바지 속에서 꺼내었다. 멍하니 있는 귀비를 끌어당겨 제 앞에 무릎 꿇게 했다.
사향에 취해. 온몸을 점령한 음욕에 취해. 멍한 눈길로 바라보는 귀비의 턱을 들어 올려 붉은 입술 위로 좆 머리를 문대었다.
말랑한 입술에 몇 번 비벼지던 삿갓 모양의 살덩이는 그대로 입을 열고 안으로 침범하기 시작했다. 명휘는 그대로 귀비의 머리채를 잡고 천천히 끌어당기었다. 멍한 눈을 한 채 저의 검붉은 좆을 먹어 치우는 수현의 얼굴을 즐기면서.
‘그래. 이렇게 고분고분 받아먹어야 예쁘지.’
다시금 꽉 막힌 공간에 달뜬 숨소리가 차오른다.
어느덧 광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희는 마지막 장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황제와 귀비를 기다리는 이는 이제 더 이상 없었다. 오로지 양옆의 빈자리를 두고 앉아 있는 황후의 미간만이 펴지질 않았을 뿐이었다.
* * *
푸른 달빛이 내려앉은 새벽. 고이 감겨 있던 수현의 눈이 떠졌다. 그는 어둠 속에서 제 옆을 차지한 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은은한 등불 아래, 두 눈을 꼭 감은 수려한 얼굴. 남자다운 짙은 눈썹과 산등성이처럼 높게 솟은 코. 그리고 잠시 빛을 숨긴 날카로운 눈.
그가 가진 모든 것은 천하제일의 미남자라는 명성에 걸맞은 것이었으나, 수현의 눈엔 그럴 수 없었다. 하나같이 역겹고 더러워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었다.
‘더러워. 진짜 싫어.’
미친 자가 끄떡하면 제 몸을 희롱하며 농락이었다. 옷을 입은 채로 그 무식하게 큰 살덩이를 넣어 버리다니, 정말 제정신일까 싶었다.
견줄 데 없이 포악한 행위는 끝을 보겠다는 듯 계속 이어졌다. 연희가 끝나도록, 수방재에 모인 수많은 사람이 모두 떠나가도록.
어디 그뿐이랴? 해가 기울고 밤이 찾아오니 영화궁으로 장소를 옮겨 계속하지 않았던가?
학대당하다시피 한 아래는 염증이라도 생긴 것인지 따갑고 간지러웠다. 그와 관계를 하면서 피를 보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역겨운 얼굴을 보며, 수현은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원수에 대한 증오이자, 저를 짐승처럼 학대하는 이에 대한 분노이며, 이 모든 부조리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저에 대한 원망이었다.
‘죽여 버리고 싶다.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싫다.’
가슴속에 숨겨 둔 불처럼 분노가 수현의 마음을 뒤흔든다. 분노는 활활 타올라 수현의 이성마저 태워 버린다. 치솟는 불길 사이로 죽음보다 달콤한 환영이 떠오른다. 이 짐승만도 못한 자의 숨을 끊어 버리는 그런 환영.
“…….”
무엇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수현의 두 손이 황제에게로 향한다. 쥐 죽은 듯 고요히 잠든 황제의 두툼한 목으로.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고요한 방에서 두근두근 급박하게 뛰어 대는 저의 심장 소리가 귓가를 때려 댄다. 점점 더 황제의 목에 가까워지는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가슴 끝까지 차오른 숨에 가슴이 들썩인다.
뜨거운 머릿속엔 오로지 짐승 같은 자의 목을 조르는 모습만이 둥둥 떠다닌다. 두 눈을 꼭 감은 얼굴 위로 제 아래를 쑤시며 징그럽게 웃어 대던 얼굴이 겹치며 생각을 더욱 부추긴다.
어둠 속에서 새빨갛게 충혈된 눈이 빛난다. 악이 오른 얼굴은 흉측하게 열이 오르고, 이마엔 핏줄이 곤두선다. 그렇게 황제의 목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두 손을 뻗어 가는데.
‘하지만.’
일순 황제의 몸으로 향하던 손이 멈추어진다.
‘하지만. 잃어버린 나의 백성은…….’
수현을 멈추게 한 것은 황제에 대한 두려움도, 보복에 대한 공포도 아니었다. 성해의 백성, 잃어버린 제 나라 백성의 안위가 그의 행위를 멈추게 한 것이다.
‘나는 황제와 약조하였다. 백성의 안위를 보장받는 대신 그의 후궁으로 살기로.’
뒤늦게 깨어난 이성이 그에게 외치고 있었다. 성해의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더럽게 모진 생일지라도, 그들을 위해 계속 견뎌 내야 하지 않겠냐고.
결국, 수현은 손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닌 성해의 백성을 위해서. 어미가 그리도 지키고자 했던 성해의 가여운 백성들을 위해서.
“흡!”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잘만 감겨 있던 명휘의 눈이 단박에 번쩍, 뜨였다.
놀란 수현이 무엇도 못 하고 굳어 버린 사이, 황제는 상황 파악이라도 하려는 듯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숨을 조여 오는 날카로운 눈빛. 명휘가 차마 다 거두어들이지 못한 수현의 두 손을 절대 놓칠 리 없었다. 그리고 그 손짓이 의미하는 것조차도.
“…….”
무슨 생각인지 그는 말조차 하지 않고 빤히 수현을 응시하기만 했다. 속을 알 수 없는 눈빛. 수현의 여린 몸을 타고 소름이 좍 일어났다.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왜. 짐의 목이라도 조르려 했더냐?”
피식, 웃어 보이며 하는 말에 수현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다. 애초에 깨어 있던 거다. 수현이 깨어나 있던 시간 동안 그도 깨어 있던 거다.
그랬으면서, 모른 척, 아닌 척 여태 수현을 기만하고 능멸하고 있던 거였다.
“흣!”
경멸에 찬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는 수현의 두 손을 명휘가 단번에 낚아챘다.
“싫어. 놔! 뭐 하는……!”
그러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황제가, 그 미치광이 황제가 스스로 수현의 두 손을 제 목에 가져다 대는 것이었다.
“……뭐 하자는.”
“죽이려 했던 것이 아니냐.”
“뭐, 뭐?”
“어서 해 보아라. 그리도 짐을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난 거라면 짐이 말릴 이유가 없지.”
빙그레 웃어 보이며 하는 말.
그 얄미운 눈길에 수현은 치기가 치솟았다.
“커억.”
단번에 수현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그 두꺼운 목을 부여잡고 있는 힘껏 조르기 시작했다. 비록 음인이라 하나 수년간 기예를 익혀 왔던 몸이었다. 죽을힘을 다해 졸라 대니, 황제의 얼굴도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핏줄이 시퍼렇게 선 얼굴이 수현의 시야를 사로잡았다.
“크윽.”
죽여도 모자랄 황제의 목을 조르며 수현은 점점 열에 받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수현의 마음과 달리 목을 조르는 손아귀엔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무식하게 덩치만 큰 극양인의 숨이 도무지 끊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탓이다.
“그, 것밖에. 하질, 못하겠더냐.”
숨통을 끊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거기다 황제는 한술 더 떠 수현을 놀려 대기까지 했다. 시뻘게진 얼굴로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수현을 조롱하는 웃음이었다.
수현은 더욱 악을 쓰며 황제의 목을 졸랐다. 진짜 마지막 남은 힘까지 다해서.
하지만 그럴수록 수현의 의지와는 별개로 황제의 목을 누르는 압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아직 황제는 뻔뻔하게 웃고 있는데!
“왜. 더는, 못하겠, 더냐.”
황제가 수현의 손을 그러잡았다. 그러곤 상체를 일으켜 단번에 힘 빠진 수현을 자빠뜨려 그 위로 올라탔다.
“무얼 하느냐. 그대가 그리고 죽이고 싶어 하는 이가 여기 있다.”
바득, 수현의 이가 갈렸다.
“어서 더 해 보래도.”
그대로 다시 수현이 몸을 일으켰다. 악에 찬 얼굴이 일그러지고 죽일 듯 황제를 노려본다. 거구의 몸을 악으로 넘어뜨리고 있는 힘, 없는 힘 다 쥐어짜 황제의 목을 졸라 댄다. 황제를 올라탄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벌게진 목을 그러쥔 두 손끝에 경련이 인다.
또다시 황제가 몸을 뒤집는다.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에 수현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악에 차 바락바락 대드는 손짓이 안쓰럽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니, 그저 저의 무능함이 한탄스럽다.
“그리해서 사람의 목숨이 끊기겠더냐.”
가을철 나뭇가지처럼 힘이 빠진 두 손을 황제가 거둔다. 그러곤 그 커다란 손으로 수현의 모가지를 부여잡는다. 톡 하면 툭 하고 부러질 듯, 가는 모가지가 그의 손아귀에 사로잡힌다.
“큭, 크윽.”
수현의 동공이 크게 확장한다. 하얬던 목은 그새 빨갛게 물들고, 산소가 차단된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른다.
“커억, 컥.”
“어떠냐.”
“컥.”
“이 정도는 돼야. 사람의 목숨이 끊기지 않겠더냐.”
수현의 목을 조르는 명휘의 얼굴엔 온통 조롱이 가득했다. 독 안에 쥐를 넣고 요리조리 흔들듯, 숨이 끊어질 듯 괴로워하는 수현을 보며 즐긴다.
“어서 말해 보아라. 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더냐. 그러하더냐.”
숨이 콱 막혀 오는 괴로움에 수현이 발버둥 쳤다. 온몸을 비틀며 두 손으로 제 목을 부여잡은 단단한 팔을 옭아맸다. 꺽꺽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땀으로 젖은 몸이 이불에 질척하게 달라붙었다.
“말해 보래도.”
“큭, 크윽.”
“입이 뚫려 있거늘. 왜 말하지 못하는가.”
괴로워하는 수현을 두고 명휘는 계속 농락이었다.
“…….”
그리고.
“흡!”
농락의 정점을 찍듯, 거칠게 그가 수현의 입술을 덮쳤다.
채 반항하기도 전, 가는 목을 부러뜨릴 듯 감싸고 있던 두 손이 수현의 손을 그러잡는다. 그렇게 꼼짝없이 황제에게 붙들려 두 개의 입술이 맞닿고.
“…….”
방 안에 온통 사향이 퍼져 간다. 급기야 사향이 감각을 지배할 즈음 수현의 눈이 감긴다. 입술을 파고든 뜨거운 살덩이는 입안 곳곳을 헤집으며 핥아 대고 빨아 댄다. 뭉뚝한 혀와 상대적으로 가는 혀가 서로 애무하듯 얽혀들고…… 서로 침을 넘겨 주며 받아먹는다.
“으응…….”
나른해지는 숨소리.
“으응. 으으응.”
촛대처럼 가는 허리 아래로 손을 넣은 명휘가 수현의 상체를 손바닥으로 받친 채 일으킨다. 자리에 앉은 채로 계속해서 품에 안고 계속 입술을 탐하니 정신이 끊어진 양 축 늘어진 수현의 몸이 명휘를 휘감아 온다.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 얼굴.
극양인의 체향에 취한 수현의 모습을 바라보며 명휘의 심장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아래로 잔뜩 쏠리는 피를 느끼며 슬며시 입술을 떼어 낸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책 색색 숨을 몰아쉬는 이를 바라본다. 흐뭇한 웃음이 입가에 피어난다.
땀으로 젖은 이마에 입술을 맞대고 쪽, 소리가 나도록 입 맞춘다. 기나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근사한 목소리로 귀비의 귀를 두드린다.
“다음번엔 또 무엇으로 짐을 노릴 테냐.”
가식인지 진심일지 모를 다정함.
“짐의 수라상에 독이라도 탈 테냐? 응?”
사향에 취한 수현은 대답이 없었다. 어쩌면 그는 명휘가 하는 말조차 인식조차 못 할지도.
“무엇을 하든. 어디 마음대로 다 해 보거라.”
늘어진 몸이 다시금 침상 위로 놓인다. 가느다란 수현 위로 명휘가 뱀처럼 올라탄다.
“어차피 그대는 이미 짐의 것이 되었으므로.”
…… 그대의 목숨을 쥔 쪽은 나니까.
어둠 속에서 사늘한 웃음이 번진다. 그대로 음인의 몸 안으로 양인의 살덩이가 비집고 들어섰다.
* * *
“마마!”
아침. 영화궁의 침전을 울리며 장 상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현이 막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아, 아니. 마마. 목이. 목이…… 어찌.”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장 상궁을 보며 수현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목이라면, 지난밤 황제가 쥐고 졸라 대었던 자국이 남았을 터였다.
“이게 무슨 일이옵니까, 마마. 혹, 폐하께서 그리하신 것인지요.”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별일이 아니라니요. 목이 시퍼렇게 멍들었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 상궁이 경대를 가져왔다. 수현의 앞으로 가져다 대니 작은 경대를 통해 목에 선명하게 난 손자국이 보였다.
“마마…….”
경대를 보며 수현이 목의 자국을 손으로 훑었다. 분명 악랄하게 남은 자국이나마 수현은 어떠한 감흥조차 없었다. 이쯤 되면 황제의 농락에도 적응이 되어 가나 보다, 그런 생각조차 들 정도였다. 모질게 당한 게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태의를 들라 이르겠습니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하오나.”
“태의는 괜찮고. 조반상이나 준비해 주세요.”
“예. ……예, 에?”
의외의 말에 장 상궁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매번 몇 술 뜨지도 않고 밥상을 물렸던 수현이었거늘, 오늘은 무슨 일인지 밥을 먼저 찾는 것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아니요. 그것이 아니오라.”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한데, 수현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다.
“알겠사옵니다. 조반상을 어서 들라 이르겠습니다.”
당혹스러웠지만, 윗사람이 시키는 걸 이유를 따져 물을 순 없었다.
“여봐라. 귀비마마의 조반상을 준비하여라.”
이어 장 상궁은 밤새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밤사이에 눅진해진 이불을 걷어 낸다. 피와 정액이 말라붙은 이불은 보는 것만으로도 딱하다. 밤새 또 얼마나 당하셨길래.
“마마. 환기하였으니 향을 피우겠습니다.”
방 정리를 끝낸 장 상궁이 방 한쪽에 놓인 향로로 향했다. 수현은 향을 피운다는 말에 궁금해하다가 장 상궁이 잡아든 향로를 보고서야 며칠 전 황후가 선물해 준 것임을 떠올릴 수 있었다.
“향이 매우 좋습니다. 귀한 것이라 하더니, 정녕 황후마마께서 마마를 특히 아끼시나 봅니다.”
방 안에 묘한 향기가 퍼져 나갔다. 수현은 처음엔 그 향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오늘 또 맡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기력을 회복하는 향이라 하니 더 마음에 들기도 했고. 어젯밤 황제에게 당한 이후로 열심히 힘을 길러야겠다 다짐한 수현이었다.
“마마. 조반상을 대령했나이다.”
이윽고 수현이 기다리던 아침상이 마련되었다. 자르르 윤기가 흐르는 밥, 잘 차려진 반찬들. 수현은 지체할 것 없이 탁자로 향했다. 치렁치렁, 늘어지는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자리에 앉았다. 마치 밥이 원수라도 되는 듯, 퍽퍽 퍼먹기 시작했다.
“……마마?”
장 상궁이 다시 한번 놀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현은 여전히 전투적으로 숟가락을 놀릴 뿐이었다. 수현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장 상궁의 머릿속엔 의문만 더해진다.
조례가 끝난 시각. 건청궁을 나서는 대신들은 저마다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궁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저들끼리 말을 주고받았다. 황제 폐하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 거냐고. 요즘 들어 조례에서 자주 딴생각을 하시니, 마치 다른 사람인 것만 같다고.
그러다 그들은 한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마도 새로 들인 후궁에 홀려 그리 변모하시게 된 것 같다고. 수방재에서 있었던 일도 그렇고, 아무래도 그것밖에 이유가 없는 것 같노라고.
대신들도 그러할진대 황제의 최측근인 태감이 느끼는 건 더했다.
확실히 황제는 전과 달랐다. 간혹 깊게 생각에 잠길 때가 있는가 하면, 또 실실 웃기도 하였다. 마치 속으로 정인이라도 떠올리는 것처럼.
그 차가운 얼굴에 미소 떠오르는 걸 보고 있노라면, 태감의 입가에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평생 남에게 정 한번 안 주고 살아갈 것 같은 황제 폐하였거늘. 그에게도 이리 봄이 찾아오는가 싶었던 거다.
“폐하.”
여전히 편전에 남아 의자에 몸을 깊게 묻고 있던 명휘는 태감이 부르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회의가 끝났사온데. 양심전으로 드시겠나이까.”
명휘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무심한 듯 말한다.
“아니다. 이화원(頤和園)으로 갈 것이다.”
이화원은 황궁에 딸린 원림(園林)이었다. 뒤로는 만수산(萬壽山)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곤명호(昆明湖)가 있으니 그 경치가 뛰어남은 말할 것도 없었다. 또한, 더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 시원하니, 황실에서 여름 별궁으로도 자주 사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날이 이리도 좋으니 자연을 벗 삼아 여흥을 즐기고 싶구나.”
태감이 몸을 조아렸다.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알겠나이다. 그리 준비하라 이르겠나이다. 그리고 폐하.”
“……?”
“영화궁에도 채비를 하라 전하나이까?”
오랫동안 황제를 최측근에서 모셨던 자의 눈치란 참으로 영악한 것이었다.
이에 명휘는 놀라는 듯했으나, 곧 피식 웃어 보였다. 그가 딱히 말하지 않아도 태감은 알고 있었다. 갑자기 황제가 이화원을 찾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그럼 폐하, 채비하라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태감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문밖으로 향하는 그를 보며 수려한 얼굴이 부드럽게 풀린다. 봄날을 닮은 미소가 그의 입가에 번진다.
한 쌍의 청동사자가 지키고 있는 동궁문(東宮門)을 지나 이화원이 안으로 수현이 들어섰다. 무표정한 수현과 달리 그를 따르는 무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화원이라 함은 황실의 전유물과도 같은 곳이었다. 여태껏 후궁 중에 이곳에 발을 들인 이가 없었으니, 후궁을 모시는 나인들 또한 이곳을 구경한 이가 전무했다. 그러니 이게 웬 횡재인가 싶은 거였다.
소문으로 들었던 것 이상으로 이화원의 풍경은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다. 봄의 색으로 갈아입은 만수산은 온갖 꽃들이 흐드러져 울긋불긋하였으며, 이화원을 끼고 흐르는 곤명호는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이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했다.
“마마, 석가루(夕佳樓)에 도착했나이다.”
한껏 들뜬 궁인들과 달리 장 상궁이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은 여기서 마마를 기다리고 있거라. 나는 마마와 함께 올라갈 것이다.”
장 상궁만 석가루의 위층으로 간다는 말에 궁인들이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화원에서도 제일 경치에 지어진 누각이니 그곳에서 보는 경치는 지금까지의 것과는 비교조차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마. 오르시지요.”
장 상궁이 인도하는 대로 수현이 석가루의 계단에 올랐다. 하나하나 밟고 올라서니 아직은 찬 바람이 비릿한 물 내음을 담고 풍겨 왔다.
이층에 완전히 도착하고 나서야, 누각의 진가가 드러났다. 마치 병풍처럼 커다란 호수가 누각을 둘러싸고 있던 탓이었다. 누각은 완전히 호숫가에 붙어 자리하고 있었다. 때문에 곤명호의 빼어난 경치를 완상할 수 있었다. 마치 물 위에 붕, 떠 있는 것처럼 사방이 호수였다. 그야말로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명소였다.
“폐하를 뵈옵니다.”
하지만 그런 좋은 경치도 수현의 마음을 들뜨게 할 순 없었다. 좋은 경치를 앞에 두고, 절대 좋을 수 없는 이를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라.
“폐하…… 를 뵈옵니다.”
얼굴을 굳힌 수현이 애써 예를 갖췄다.
“어서 오시게, 귀비.”
명휘는 자리에 앉은 채로 수현을 맞이했다. 그의 앞에는 주안상이 마련되어 있었고, 한쪽으로는 먹과 붓, 종이가 마련되어 있었다. 풍류에 빠지지 않는 것들이었다.
“뭐 하는가. 어서 이리 오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는 수현을 명휘는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주시하고 있는 것은 수현의 목이었다. 밤새 저가 만든, 손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시퍼렇게 멍이 든 목.
멍 자국을 보고 피식, 웃어넘긴 명휘는 느긋하게 연죽을 입에 물었다. 수현이 명휘의 맞은편에 자리하는 동안, 궁인 한 명이 명휘의 담배통에 연초 잎을 채워 넣었다. 곧 담배통에 불이 붙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초 잎 타는 냄새가 메케하게 풍겨 왔다.
“그래. 이곳은 처음 와 봤을 테지.”
명휘가 물부리를 한 모금 빨아 연길 내뿜으며 말했다.
수현은 이제껏 연죽을 문 이를 많이 봐 왔지만, 황제처럼 피워 대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입술 새를 비집고 나와 허공에 훑어지는 연기 사이로 뵈는 눈빛이 느른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것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한 색기가 묻어 있는 모습이었다. 명휘 특유의 나른하게 떠진 눈 때문일 수도 있었고, 그가 내뿜은 체향 때문일 수도 있지만. 비단 그것뿐이 아니더라도 명휘에게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조차도 수현에겐 일말의 감흥조차 없었지만.
“어떠하냐. 이화원의 경치가 그대의 마음에 들더냐.”
수현은 말이 없었다. 그저 자리에 앉은 채로 침묵을 고수할 뿐이었다.
“그대는 늘 말이 없었지.”
그리 말하곤 명휘는 물부리를 문 채로 한쪽 입초리를 끌어올렸다.
“되었다. 한 잔 올려 보거라.”
원래 죽자고 덤벼들 때 아니고서야 입조차 열지 않는 귀비였다. 그 무거운 입술이 열리는 꼴을 보길 일찍이 포기한 명휘는 대신 잔을 잡아 들었다.
마주 앉은 이가 내민 잔을 물끄러미 보던 수현이 말없이 술병을 잡아 들었다. 졸졸졸 맑은 액체가 술잔을 채워 나갔다.
명휘는 술잔은 받아 두기만 하고 마시진 않았다. 그는 그저 느긋하게 연초 연기만 빨아들였다 내뱉길 반복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불현듯 명휘가 들고 있던 연죽을 내려 두었다. 그러곤 한쪽으로 치워 둔 먹과 붓을 가져왔다.
“날이 좋으니,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귀한 손이 손수 먹을 간다. 흰 수염을 한 붓끝으로 검은색 물이 든다.
“시구를 하나 읊어 보아라.”
난데없는 황제의 주문에 수현의 표정 위로 의문이 덧그려진다.
“풍류를 즐기기에 이보다 더한 날씨가 있겠더냐. 허니 그대가 직접 시구를 지어 읊어 보란 말이다.”
고요한 눈빛을 가리며 긴 속눈썹이 드리워진다. 황제의 주문은 갑작스러운 것이었으나, 영 이상한 것만은 아니었다.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기는 것이 이상할 건 없었으니까.
하여, 수현은 별 저항 없이 그의 주문을 따랐다. 마음을 가다듬고, 시상을 떠올렸다. 봄날의 푸르름과 고즈넉하게 고여 있는 호숫물. 태양 빛이 깃들어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아름다운 풍경.
수현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떠올리는 수현의 마음은 그러할 수 없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조차 슬퍼해야 하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으니.
“봄날의 바람은.”
수현이 운을 떼자 명휘가 붓을 자리에 내려 둔다. 짐승처럼 낮게 마루를 기어 수현에게로 향한다. 윗옷이 늘어지며 안에 고이 감춰 두었던 속살이 드러난다. 시야 가득 살아 있는 듯 꿈틀대는 가슴이 보였다. 명휘가 몸짓을 달리할 때마다 그에 따라 씰룩이는 그 큰 가슴통이 유독 거슬린다.
명휘가 수현에게 다가와 그를 호수 쪽으로 돌려 앉힌다. 그의 입에서 맹수의 것처럼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계속해.”
수현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하지만 여기서 멈춘들 무엇 하나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금 시구를 읊는다.
“봄날의 바람은.”
사라락. 수현의 상의를 동여맨 옷고름이 풀려 나간다.
수현이 놀라 차마 뭐라고 하기도 전, 둥근 어깨가 드러나며 그의 상의가 흘러내린다. 등을 감싸고 있던 흑발은 어깨 너머로 거두어져 가슴 위로 쏟아져 내리고, 새하얀 등이 도화지처럼 펼쳐진다.
“무얼 하느냐.”
“…….”
“계속하라 이르지 않았느냐.”
사방이 확 트인 곳에서 등짝을 훤히 드러낸 수현이 입이 떨어지지 않아 멈추어 버리자, 다시금 황제가 채근해 오기 시작했다.
차마 바라볼 수 없어 나인들이 고개를 조아린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공간 속에서 숨소리마저 고요하다. 잔뜩 확장된 동공이 크나큰 충격에 휩싸인 듯 한없이 떨린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파동이 일기 시작한다.
“계속 입 다물고 있을 테냐?”
본래 자리로 돌아간 명휘가 먹을 한껏 머금은 붓을 그러잡는다. 다시금 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 수현에게로 다가온다. 등짝에 닿아 오는 차가운 느낌에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꽃잎을 닮은 입술이 열린다.
“봄날의 바람은 꽃잎을 떨구고.”
하얀 등쌀 위로 붓끝이 훑고 지나친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벌거벗은 등을 쓸며 솜털이 일어난다.
“떨어진 꽃잎은 물줄기에 마저 치이네.”
차가운 먹물이 몸을 적실 때마다 살을 타고 소름이 돋아난다. 혀가 긴 짐승이 등짝을 마구 핥아 대는 것만 같다.
“봄날의 볕은 밝은 빛을 드날리지만.”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목구멍으로 침이 꿀떡, 꿀떡 넘어간다. 벌건 대낮에 상의를 탈의한 귀비와 그의 몸에 문장을 휘갈기는 황제. 헐벗은 수현의 등짝도, 그 위를 유영하듯 지나치는 붓끝도 하나같이 색정적이다. 바닥을 짚은 채 붓을 놀리는 황제의 움직임은 말할 것도 없었고.
“어린나무에 꽃이 피지 않는구나.”
결국, 하얀 등 위로 쓰인 문장이 완성되었다.
붓을 든 손이 멈춘다. 누각 위로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는다. 온통 고요한데 호숫가에 이는 바람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온다.
그리고.
“춘풍여화락(春風餘花落) 수류낙화동(水流落花動).”
낮은 음색이 수현의 등을 채운 글자들을 읽어 나간다.
“춘일양명휘(春日揚明輝) 신목각무화(新木却无花).”
이제껏 마른침만 삼켜 대던 이들의 낯빛이 시퍼렇게 변한다. 그들이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어 댄다. 차마 말조차 꺼낼 수 없는 가운데 한 줄기 식은땀이 등줄기를 훑고 흐른다.
그럴만했다. 수현의 시는 명휘의 포악함을 꼬집는 것이었으니까.
꽃은 망국의 왕자인 저를, 봄은 태화의 황제를 뜻했다. 태화에 의해 고향을 잃고 이리저리 치여 이곳에 와서 살고 있지만, 황제가 제아무리 무슨 짓을 하여도 마음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명휘의 이름을 가지고 시구를 지어 그의 행위를 비꼬는 거였다.
“…….”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남에 누각 위는 침묵만이 만연했다. 혹여나 또 피를 보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운데, 황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시금 곤명호의 물 내음을 담은 바람이 누각을 훑고 지나치고.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침묵이 깨어졌다. 명휘였다.
“가히 그대의 솜씨는 무릇 문장가와 비견할 만하구나.”
느른한 눈빛이 마른 등을 훑고 지나친다. 제가 쓴 글귀를 바라보며 커다란 두 손이 마른 양어깨를 그러쥔다.
“흣.”
팔뚝을 위아래로 쓸어내리는 부드러운 손길에 여린 몸이 움찔거린다. 정으로 깎아 만든 것 같은 수려한 얼굴이 어깨 위로 놓인다.
“그런데 말이야.”
가늘게 떨리는 얼굴 옆선을 바라보며 절세 미남이 흐뭇한 미소를 띤다.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어찌 그대는 이리도 좋은 봄날에 그런 시를 짓는단 말인가.”
고요했던 눈동자에 파문이 인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어느덧 윗니에 짓눌려 새하얗게 질려 간다.
“혹, 그대에겐 이 아름다운 봄날이 지옥 같더냐.”
유려한 손길이 떨리는 볼을 쓰다듬는다. 손끝을 타고 미끄러지는 살결에 소름이 돋아난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듯 지독한 사향이 손끝에서부터 퍼져 나온다. 허공을 응시한 눈동자가 흔들린다. 심연에 파묻힌 이처럼 사지가 마비되어 간다.
“짐이 그대에게 선사한 이 모든 것이.”
볼을 매만지던 손길이 떨어진다. 떨리는 팔뚝을 슬며시 붙잡는다.
“그리도 지옥 같단 말이더냐.”
그대로 귀비의 몸을 일으킨다.
“폐, 폐하!”
누각을 울리는 장 상궁의 비명.
성큼성큼. 귀비의 팔뚝을 잡고 황제는 누각의 끝으로 향한다. 한없이 위태로워 보이는 난간으로 귀비의 몸을 밀친다.
“흡!”
난간에 겨우 허리만 기댄 채, 수현의 몸이 꺾인다. 청아하게 빛나는 곤명호를 배경으로 귀비의 몸이 한낱 꽃잎처럼 흔들린다. 다분히 위험해 보이는 그 모습에 장 상궁이 기겁하며 혼절할 듯 우짖는다. 폐하, 고정하시옵소서, 폐하. 그녀의 목소리가 누각에 메아리친다.
“어디 더 지껄여 보아라.”
싸늘한 목소리. 궁인들의 목소리가 뚝, 그친다.
“어디 그 알량한 입으로 지껄여 보란 말이다.”
우악스러운 손길이 수현의 턱을 그러쥔다. 억지로 쥐고 벌려 대는 통에 수현의 입술이 벌어진다. 기댈 곳 없는 상체는 자꾸만 밖으로 밀려나고, 난간에 기댄 허리가 더욱 꺾인다.
정녕 수현을 난간 밖으로 밀어뜨릴 심산인지, 명휘는 손아귀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벌어진 입에선 낮은 신음이 흘러나오고, 헐벗은 몸뚱이는 계속해서 떨린다. 바람에 붉은 옷자락과 흑색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한 떨기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만 같다.
“왜. 더는 할 말이 없더냐? 그리 지껄여 놓고.”
광기에 찬 눈빛이 일그러진다. 낮은 목소리가 섬뜩하다.
“아니면.”
손아귀에 힘이 풀려 나간다. 대신 촛대같이 얇은 허리를 그러잡는다.
“짐에게 애원해 보거라.”
한 팔에 쏙 들어오는 허릴 휘감고 그가 상체를 앞으로 숙인다. 수현의 허리가 더욱 꺾인다. 검고 긴 머리가 허공에서 늘어진다.
“그대가 그리 지옥 같았다면 구원해 줄 터이니.”
한 손을 잡고 그대로 명휘가 수현의 몸을 놓아 버린다. 아래를 향해 떨구어지는 가녀린 몸이 명휘의 한 손에 의지해 겨우 매달려 있다.
그야말로 당장에라도 떨어져 버릴 듯 위태위태하기만 한데, 그 모습을 보는 잔악한 이의 눈빛엔 광기가 맴돈다. 바람에 나부끼는 붉은색 옷자락이 그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이 손을 놓으면. 그대는 이대로 곤명호에 빠져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달콤한 목소리. 죽음을 입에 담아 올리며 미소 짓는 사악한 악귀.
“어떠냐. 그대가 원하던 달콤한 안식이 아니더냐.”
하얀 손을 붙잡은 손아귀에 힘이 슬슬 빠져나간다. 수현의 몸이 더욱 아래로 기운다. 당장에라도 파란 물결에 잡아 먹힐 것만 같다.
“애원해 보아라.”
“…….”
“짐에게 죽음을 애원해 보아라.”
“…….”
“짐의 손으로 그대를 죽여 달라, 그리 애원해 보거라.”
일순, 흔들리던 수현의 눈동자가 멎는다.
“달콤한 안식을 내려 달라. 그리…… 애원해 보거라.”
끝을 알 수 없이 깊은 감은빛 눈동자가 명휘를 향한다. 두려움을 지운 눈빛은 지독한 사향 속에서도 초연하다. 은은한 자정향을 내뿜으며 새하얬던 얼굴이 꽃같이 화사하게 물든다. 불그스름한 볼에 온기가 돈다.
“……그리. 해 주시겠습니까.”
꽃 같은 입술이 드디어 열렸다.
“정녕, 그리해 주시렵니까.”
곤명호의 물은 한없이 맑기만 하고. 쏟아지는 볕이 더없이 따스하다. 바람결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며 흔들리고, 미소를 띤 얼굴에 웃음이 번져 나간다. 하늘에 안긴 듯, 허공에 떠 있는 몸이 포근하다.
“폐하께서. 정녕, 그리해 주시렵니까.”
미소가 번지는 얼굴을 보며, 황제는 말을 아낀다. 한없이 평온해 보이는 눈빛을 오래도록 주시한다.
죽음 앞에서 너무도 초연한 얼굴. 죽여 달라는 말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래. 너는 그랬지. 그 언젠가 너를 죽여 달라며 그리 나에게 소리쳤지.
그때 나는 너에게 말했다. 죽음보다 더한 지옥을 보여 주겠노라고.
“어찌.”
아직은 놓아주기 싫다.
아직 너에게 못다 해 준 것이 많으니까. 너에게 선사할 지옥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이 손으로 꽃 같은 그대를 해할 수 있을까.”
네가 울고불고 죽여 달라고 내 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날, 그때가 되면.
“짐이 그대를 이리도 아끼니.”
너를 놓아줄 터인데.
“……!”
수현을 잡은 손이 추어올라 간다. 그대로 수현의 몸은 황제의 품 안에 안착한다. 두근두근. 맞닿은 가슴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거센 심장 박동이 퍼졌다. 사향과 한데 어우러진 자정향이 누각 안에 만발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짙은 향기다.
“그대는 오래도록 짐의 품에 안겨야 하지 않겠느냐.”
수현의 동공이 다시금 흔들린다. 잠시나마 꾸었던 달콤한 꿈에 허망함이 몰려온다.
날고 싶었다. 나비처럼 허공을 날고 싶었다.
황제의 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나비가 되어 나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그리하여. 너무도 행복했는데. 그러했는데.
결국, 다시 또 황제의 품 안이었다.
주르륵. 흐느낌 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저가 우는 것도 깨닫지 못한 멍한 눈길이 허공을 응시한다.
헐벗은 등허리를 황제의 손이 훑는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온기에도 몸은 여전히 싸늘하다. 온몸이 물속에 처박힌 것처럼 차갑다. 차라리 곤명호의 호수 바닥에 가라앉는 게 이보다 따뜻할 것만 같다.
“이만 귀비를 모시거라.”
수현을 품에서 놓아주며 황제가 소리친다. 여린 몸뚱어리가 일순 중심을 잃고 휘청인다.
“마마!”
있는 대로 눈물, 콧물을 쏟아 낸 장 상궁이 달려와 수현을 부축했다. 붉은 옷깃을 끌어 올려 헐벗은 수현의 몸뚱이를 가려 주었다.
“마마. 괜찮으시어요? 마마. 마마.”
생기 없는 수현의 눈은 여전히 허공을 주시하고 있다. 제 볼이 온통 젖어 가는 줄도 모르고 끝도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 없는 눈물을 보는 이의 가슴이 더욱 미어지는 순간이다. 차라리 소리라도 쳤으면. 울고불고 소리치며 화라도 냈으면!
“마마. 고뿔 걸리시겠사옵니다. 어서 가시지요, 마마.”
망가진 인형 같은 모습이던 귀비가 상궁의 손에 이끌려 누각을 빠져나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명휘가 누각에 기대어 선다. 귀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그는 움직임이 없다.
그렇게 하늘 위로 땅거미가 내려앉는다. 푸른빛의 곤명호가 주홍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화원의 대지가 다홍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간다.
* * *
달빛도 가리어진 어두운 밤. 궁인들의 무리를 이끌고 황제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가 당도한 곳은 다름 아닌 영화궁이었다. 황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원을 갖고 있다는 수현의 처소.
“폐하를 뵈옵니다.”
침전 앞을 지키고 있던 궁인들이 높으신 분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그녀들을 거들떠보지 않는 황제를 대신해 태감이 말했다.
“무얼 하는가. 어서 귀비마마께 고하시게.”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지금 귀비마마는 침전에 없습니다.”
궁인의 말에 명휘의 한쪽 눈썹이 꿈틀하였다. 날이 이리도 어둑하거늘, 귀비가 침전에 없다니 이 무슨 말이란 말인가.
“하면.”
“귀비마마는 지금 욕탕에 들었습니다.”
태감이 몸을 돌려 상전에게 고했다.
“폐하, 어찌하옵니까. 먼저 들어가 기다리시겠나이까.”
명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곤 버릇대로 느른하게 눈을 늘어뜨리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다.”
“하오면.”
“욕탕으로 갈 것이다.”
순간, 태감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후궁의 욕탕에 드는 황제라니…… 이제껏 있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상전이 누구였던가. 오만하기가 이를 데 없는 태화의 황제가 아니었던가.
“예. 알겠사옵니다. 그리로 모시겠나이다.”
태감이 눈짓하자 침전을 지키고 있던 한 아이가 손수 앞장섰다.
“가시지요, 폐하.”
궁인이 길을 안내하고 명휘와 무리가 그 뒤를 따랐다. 초승달에 걸려 있던 구름이 막 비껴지던 찰나였다.
모락모락. 습기를 머금은 뜨끈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욕조를 삥 둘러싸고 궁인들의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갖은 향유와 꽃잎으로 장식한 목욕물에서 향긋한 향기가 풍겨 온다.
“마마.”
욕조 한가운데 앉은 수현은 두 눈을 감고 있었다. 하얀 살결이 따뜻한 물에 데워져 어깨가 불그스름했다. 등짝에 쓰인 글씨는 깨끗이 지워졌고, 낮 동안 벌거벗은 채 바들바들 떨어댔던 몸은 볕 아래 눈처럼 사르르 녹아 있었다.
“어이하여 그리 모질게 구셨습니까.”
수현의 뒤에 서서 장 상궁이 한숨을 내쉬었다.
“황제 폐하와 황후마마가 아니고선 들어설 수 없는 이화원이라 하였습니다. 그러한 곳에 마마를 들이신 폐하이십니다. 폐하께서 그리 마마를 아끼고자 하시온데 어찌, 마마는 내치기만 하시나이까.”
참으로 한탄하며 내뱉는 말.
하지만 어찌한 일인지 수현은 듣는 척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무심하게 내리깐 눈이 제 몸을 담가둔 물만 쳐다보고 있다. 아니면 떠다니는 꽃잎을 보는 것일지도.
“마마…….”
응하지 않는 이가 원망스러워 장 상궁이 말끝을 흐리다 끝내 체념하며 입을 다물어 버린다.
“황제 폐하 납시오.”
예상치 못한 소리가 밖에서 들려온다. 장 상궁이 놀라 고개를 치켜든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흑룡포를 휘날리며 명휘가 안으로 들어선다. 따뜻한 안의 공기가 찬바람을 맞으며 잠시 식었다 데워진다.
“폐, 폐하.”
전에 본 적 없는 상황에 장 상궁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분명, 마마의 기분을 달래어 주러 오신 것일 테지.’
고개를 조아린 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었다.
“폐하를 뵈옵니다.”
장 상궁이 예를 갖추자, 이제껏 수현의 목욕 수발을 하던 궁인들이 자리에서 물러선다. 그녀들은 장 상궁의 뒤로 가 똑같이 고개를 조아렸다.
“폐하를 뵈옵니다.”
명휘가 손짓하자 궁인들이 물러났다.
장 상궁은 마마를 두고 물러나기가 겁이 나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포기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마마를 달래 주러 온 것일 터이니, 별일 없으리. 그녀가 스스로를 달래었다.
“향기가 좋구나.”
느린 걸음으로 명휘가 욕조에 다가왔다. 궁인들이 앉아 있던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그가 욕조에 팔꿈치를 기대었다. 고개를 꺾어 턱을 괴고 빤히 수현을 쳐다본다. 미남자의 시선이 수현의 얼굴을 빤히 향한다.
“오늘 하루도 고되었을 테지.”
석가루에서 수현을 죽이고자 난간에 매달 때는 언제고, 남 일 얘기하듯 그리 얘기한다. 이러한 황제의 화법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익숙해진바, 수현은 아랑곳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제 몸을 담고 있는 욕조 안에 있을 뿐이었다.
“…….”
그런 수현의 모습을 한참 쳐다보던 명휘의 입꼬리가 살짝 휘어 올라간다. 한 손으로 옷소매를 부여잡고, 그가 손을 내밀어 욕조 안에 담근다. 살짝, 살짝 움직이는 손끝에 물의 표면에 잔주름이 인다.
“그러고 보니. 그대는 늘 젖어 있었지. 짐의 품 안에 안겨 신음할 때 말이야.”
희롱하는 말과 함께 사향이 흘러나온다. 지독하지만은 않은 향기.
이제껏 미동조차 없던 수현의 얼굴 위로 동요하는 기색이 스친다. 양인의 체향에 민감한 몸뚱이가 위험함을 감지한다.
“그대의 아래는 지금도 젖어 있을까? 응?”
열기가 올라 붉어진 볼을 하고 수현이 고갤 옆으로 쳐 돌린다. 얄밉도록 실실 웃고 있는 황제와 눈을 마주하며 잔뜩 일그러뜨린다.
저를 노려보는 수현을 보며 명휘는 그저 가볍게 받아넘겼다. 그가 욕조에서 손을 빼냈다. 치렁치렁한 양 소매를 걷고 두 손을 다시금 물 안에 담근다. 욕조 안에 둥둥 떠다니는 꽃잎이 예고치 않은 침입자에 허덕이며 바삐 움직인다.
“지금. 뭐 하는…….”
수현은 무어라 묻고자 했으나, 이내 황제가 하는 꼴을 보고 입이 멈추어 버렸다. 손으로 물을 길어 올리고 제 몸에 뿌리는 걸 봐선 그가 직접 씻겨 주려는 듯 보였다. 태화의 황제가 손수 제 몸을 씻기고자 하는 것이었다.
수현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황제의 손이 제 몸에 닿는 것은 소름 끼치도록 싫건만, 미끈한 물을 매개로 문질러 대고 비벼 댈 꼴을 생각하니 구역질이 나는 것만 같았다.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려니, 아는지 모르는지 황제는 일말의 동요도 없다. 여전히 얄미운 웃음을 입가에 띤 채로 수현의 몸에 물을 끼얹는 것이다.
“그대의 살결은 마치 백옥과도 같아.”
황제의 손끝을 타고 향기를 머금은 미온수가 흘러내린다. 물결을 따라 빨간 꽃잎이 흘러 수현의 하얀 살결에 와 붙는다.
“붉은빛이 참으로 어울리는구나.”
욕탕 안을 가득 메운 수증기에 미간이 아린다. 향기를 담은 기름은 미각을 홀리고, 따뜻한 물은 심신을 달래어 준다.
고요한 가운데 오직 황제의 손에 흐트러지는 물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왔다. 황제가 보기 싫어 차라리 고갤 돌린 수현과 달리, 명휘는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다.
물 표면을 점점이 채운 꽃잎 사이사이로 수현의 속살이 보인다. 빨간 꽃잎들 새로 자리한 하얀 살결이 뜨거운 수증기와 만나 묘한 느낌을 빚는다. 그냥 보아도 예쁜 몸이지만, 이리 보일 듯 말 듯 가리어져 있으니 바라보는 이의 애간장이 녹아든다.
은은하던 사향이 점차 진해지기 시작했다. 짙어진 향에 수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몸으로 파고들어 오는 사향과 더불어 맨몸에 닿는 황제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향유를 머금은 목욕물은 황제의 손끝을 떠나 끈적하게 수현의 벗은 몸 위로 흘러내렸다. 물 위로 드러난 동그란 어깨를 황제가 부드럽게 문지른다. 둥글게, 둥글게 도자기를 빚듯 덧그려 문지르는 통에 이상한 기분이 솟구친다.
차르르. 다시금 따뜻한 물이 몸에 끼얹어진다. 이번에 황제는 손을 뻗어 수현의 등을 쓰다듬는다.
뼈마디가 앙상해 척추가 그대로 드러난 등선을 따라 황제가 손가락을 움직인다. 향유가 손아래 미끄러지고, 살갗을 타고 끈적한 느낌이 전해진다. 손가락 하나로 등을 훑었을 뿐인데 감추어져 있던 음욕이 조금씩 깨어난다. 식지 않는 욕조 안의 물처럼, 수현의 체온도 높아져만 간다.
차르르. 목욕물이 다시금 수현의 몸을 뒤덮는다. 황제의 손이 수현의 어깨를 다시금 매만진다. 피를 순환시키듯, 계속 둥글게 그리며 매만지던 이가 가는 팔뚝을 타고 천천히 손 쪽으로 이동한다.
물속에 잠겨 있는 수현의 손을 잡고 그가 슬며시 들어 올린다. 물의 표면을 지나 허공에 들어 올린 손을 타고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흐르는 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제가 손목에 입술을 묻는다. 미끈한 물의 질감과 달콤한 맛이 동시에 입술을 타고 느껴진다.
손목에서부터 팔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명휘가 입을 놀렸다. 겨드랑이에 가까워질수록 수현은 점차 달리 변화하는 몸의 움직임을 느낀다. 숨이 가빠지고 열기가 오른다. 목욕물에 오래 담가 둔 탓이 아니었다. 사향과 제 몸을 훑는 명휘의 입술 덕분이었다.
명휘는 그대로 멈추지 않고 수현의 겨드랑이까지 다가갔다. 아래와 같이 잔털조차 없이 매끈한 겨드랑이에 입을 묻고, 그가 혀끝을 내밀었다. 끈적하고 뜨거운 살덩이가 수현이 겨드랑이를 핥아 나갔다. 그 미끈하고 간지러운 느낌에 수현의 몸이 움찔했다.
“읏!”
수현의 몸이 움츠러들자, 겨드랑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명휘가 피식 웃었다. 그는 더욱 적극적으로 수현의 겨드랑이를 핥았다. 혓바닥을 내밀어 길게 쓸어 올린 그가 아예 입술을 파묻고 빨아들이기까지 했다. 물에 씻겨 나가 향기가 덜했지만, 수현의 겨드랑이에선 은은하게 색향이 묻어났다. 음인의 향기에 점차 명휘의 가운데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향유의 향기가 진하다 한들 그대의 향기만 할까.”
두툼한 입술이 겨드랑이에서 떨어졌다. 그러곤 손을 내밀어 다시금 물을 끼얹기 시작했다. 이제는 조금 식어 버린 물이나마, 닿을 때마다 수현의 몸이 조금씩 움찔거렸다. 마치 정전기라도 흐르는 듯, 짜릿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찌하여 그대의 향이 이리도 짙어졌단 말이냐.”
뻔히 저가 뿌린 체향 때문임을 알면서도 명휘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가 대놓고 수현의 가슴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그가 물 안에 잠긴 가슴을 둥글게, 둥글게 문질러 댔다. 유륜만 빗겨 나가며 그 주변을 돌아다니는 탓에, 수현의 몸이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허리가 뻣뻣하게 서고, 야한 숨소리를 뱉어 낸다. 음인의 몸 상태를 놓칠 리 없는 명휘는 젖꼭지로 손끝을 옮겨 갔다. 미끈한 물 안에서 볼록 솟은 돌기를 손끝으로 눌려 돌리기 시작했다.
콩알만 한 돌기가 손길에 놀아나며 수현의 아래가 치솟기 시작했다. 덩치를 키운 살덩이가 다리 사이에서 솟아오르고, 물과 다른 성질의 액체가 엉덩이 골 사이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미끈한 것이 물과 섞여 들어가며 흘러나오는 동안, 수현의 눈은 자꾸만 감기었다.
어느새 그의 몸이 느른하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으응.”
수현이 몸을 욕조에 깊게 묻었다. 열기가 오른 얼굴로 두 눈을 곱게 감고 색색 달뜬 숨을 내뱉는다.
수현의 젖꼭지를 희롱하던 명휘의 손길은 물속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등 위쪽을 욕조에 기댄 채 무릎을 세워 눕듯이 앉은 수현의 가랑이 사이로 커다란 손이 들어갔다. 꽃잎에 가려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 명휘는 감각만으로 밀부를 찾았다.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미끈한 액체가 그의 손길을 인도하고 있었으므로.
명휘는 애액으로 잔뜩 미끄덩거리는 아래 구멍의 입구를 손끝으로 살며시 긁었다. 빼곡히 채워져 있는 주름이 건드려지자 수현이 몸을 움찔거리며 작은 신음을 터뜨렸다.
수현의 반응을 눈으로 즐기며 손가락으로는 그의 아래를 탐한다. 명휘의 몸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체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건드리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물속에 잠긴 채로 넣어서인지 그는 평소보다 더욱 흥분하고 있었다.
문을 두드려 대던 손가락이 조금씩 안으로 치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뜨끈하고 미끄러운 곳의 안으로 넣으니 속살이 착, 감겨 오며 물고 빨아 댔다. 폭신하면서도 잔뜩 조여 대는 내벽의 느낌을 느끼며 명휘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굽혀 보았다.
계란 노른자를 손끝으로 만지는 것처럼, 점막에 둘러싸인 여린 살이 으깨질 듯 부드러웠다.
명휘는 안에 넣은 두 개의 손가락을 굽힌 채로 내벽을 살살 긁어 댔다. 손끝에 굴려지는 속살이 진동하고 수현의 몸 전체가 떨려 왔다. 반응을 놓치지 않고 살피며 명휘는 구석 이곳저곳을 훑었다.
“흣!”
어느 지점엔가 손길이 닿았을 때, 수현의 허리가 튕겨 올라왔다. 열락에 들떠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명휘가 웃음 지었다. 구겨진 미간 위로 그가 짧게 입 맞췄다.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이 불에라도 덴 듯 뜨거웠다. 미간은 좀처럼 펴질 줄을 몰랐다.
“그대의 구멍은 늘 짐을 반기는구나. 손가락만 넣어 줘도 이리 좋다고 물어 대니.”
희롱하는 말에도 체향에 절은 수현은 대꾸가 없다. 그저 안에 들어찬 손가락에 몸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바들바들 떨기만 할 뿐.
명휘가 본격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첨벙첨벙 물 휘젓는 소리가 계속되고. 손가락은 수현이 격하게 반응하던 지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들어찬 손가락을 재빠르게 휘저으며 내벽을 두드리듯 문질렀다. 빠르게 비벼 대며 손가락을 넣었다 빼어 구멍을 드나들었다. 두 손가락 사이 간격을 벌리자 구멍 안쪽으로 물이 흘러들어 왔다. 미끈한 물을 매개 삼아 수영하듯 손가락을 놀렸다.
참을 수 없는 감각이 계속되었다. 수현은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느낌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집요하게 괴롭히는 손가락도 견디기 힘든데, 물이 찬 아래의 느낌은 더욱이 버티기 힘들었다. 귀에는 온통 참방거리는 물소리가 들리고, 콧속엔 진한 사향이 맴돌았다.
가녀린 양팔이 욕조를 붙잡는다. 허리를 들어 올린 채, 잔뜩 고개를 뒤로 젖혔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혼절할 듯 신음하며 허릴 뒤흔든다. 잔뜩 벌어진 입을 따라 침이 흐르고 볼과 귓바퀴가 빨갛게 물들었다. 야하디야한 얼굴을 바라보며 명휘는 더할 나위 없이 빠른 속도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읏! 하아으, 아!”
꽃잎에 가려진 투명한 물 안에 뿌연 액체가 섞여 들었다. 수현은 완전히 허릴 활처럼 꺾고 빠른 속도로 허릴 흔들었다. 그의 골반이 한 번씩 진동할 때마다 하얀 액체가 계속해서 물속에서 피어올랐다. 수현의 허리 짓에 물살이 마구 흔들려 댔다.
“으응. 으으응. 아아응.”
모든 것을 쏟아 낸 수현이 나른한 숨소리와 함께 욕조에 몸을 묻었다.
잠잠해진 욕조의 물을 보며 명휘가 천천히 손가락을 빼어 냈다. 부러 수현의 속살을 긁으며 빼내니 늘어져 있던 수현이 잠시 움찔하며 반응했다. 피식, 명휘가 짧게 웃음 지었다. 그의 시선은 수현의 얼굴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명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먹은 천처럼 늘어진 수현의 몸을 바라보며 걸친 옷을 하나둘씩 벗어젖혔다. 완전히 나신이 된 그의 가운데는 커다랗게 발기해 있었다. 수현의 아래를 희롱하며 몸집을 키운 거였다.
여전히 희락에 젖어 있는 음인의 몸을 바라보며 그가 제 좆을 잡아 문지르기 시작했다. 힘줄이 흉측하게 솟은 검붉은 살덩이는 그의 손안에서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 더는 커질 수 없을 것처럼 불어났을 때, 명휘는 무거운 살덩이를 들고 수현에게 다가갔다.
욕조에 몸을 기댄 채 뒤로 꺾인 수현의 얼굴을 그가 부여잡았다. 그러곤 곧장 수현의 입을 강제로 벌려 좆을 집어넣었다.
“……!”
일순, 수현의 얼굴을 두 덩이의 알이 뒤덮었다. 고개는 완전히 부러질 듯 꺾여 있는데, 입을 잔뜩 벌려도 다 담지 못할 것 같은 두툼한 살덩이가 끝없이 안으로 쳐들어오고 있었다.
“우, 우우! 우우우!”
코와 목이 모두 막혀 버리니,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가녀린 손은 하릴없이 쳐들려 허공을 휘젓고, 욕조 안에서 두 다리가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을 쳤다. 단지 입안에 좆을 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거꾸로 놓인 머리와 모자란 숨에 현기증이 몰려왔다.
“후…….”
수현은 살려 달라 발악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명휘는 허리를 더 들이밀었다. 양손으로 제 허리를 짚고 엉덩이에 힘을 준 채 앞으로 쑥, 내밀었다.
허리에 딱 붙어 올라간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며 근육의 선이 뚜렷하게 서고, 허리만큼 두꺼운 데다 근육으로 꽉 들어찬 허벅지가 꿈틀댔다. 넓은 어깨와 상대적으로 가는 허리가 만들어 내는 삼각형 지대에 빼곡히 새겨진 근육이 죄다 꿈틀거렸다.
“후우, 하.”
좆을 조여 오는 수현의 입술에 명휘가 달뜬 숨을 내뱉었다. 검붉은 살이 파묻힌 입술은 침이 번져 반질거렸고, 잔뜩 벌어진 턱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따뜻하고 미끄러운 곳을 지나 더 안쪽으로 밀어 넣으니 목구멍과 부닥쳤다.
가뜩이나 뒤로 잔뜩 젖힌 자세라 더욱 비좁아진 목구멍으로 좆을 더 밀어 넣었다. 좆을 아예 터뜨려 버릴 듯 강하게 조여 오는 느낌에 온몸이 짜릿해졌다.
명휘의 좆이 깊게 들어갈수록, 수현의 목에 언덕이 생기며 불룩 튀어나왔다. 명휘의 좆이 워낙 긴 탓에 뿌리까지 다 집어넣지 않았음에도 언덕은 벌써 수현의 목 반절까지 차올랐다. 명휘는 제가 만든 언덕을 보며 입술을 핥았다. 수현의 목에 처박힌 제 좆을 본떠 튀어나오는 살이 퍽 야하게 느껴졌던 탓이었다.
“여기. 짐의 옥근이 느껴지더냐.”
명휘가 수현의 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양인의 고간에 얼굴을 거꾸로 처박은 채 좆을 받아야 하는 수현으로선 명휘가 하는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머릿속은 빙글빙글 돌아가고, 얼굴을 잔뜩 뒤덮은 음모에 숨이 막히고 괴로웠다. 목구멍은 터질 것 같아 부풀어 있고, 턱은 뼈가 나간 것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죽을 것처럼 괴로운데, 황제는 한술 더 떠 제 목을 누르기까지 했다. 도무지 버텨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우우, 우! 우!”
수현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실험이라도 하듯, 명휘는 그 상태에서 허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팔뚝만 한 살덩이가 수현의 목을 구멍 삼아 씹질을 시작한 것이었다. 전에도 강제로 당해 본 적 있었으나, 지금처럼 고갤 뒤로 젖힌 상태는 아니었었다. 목구멍도 더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어지럽기까지 했다. 모든 게 최악이었다.
근육으로 가득 찬 허리가 뒤로 밀려났다가 세차게 앞으로 콱 치고 들어올 때면 수현은 그대로 기도가 막혀 버리는 것만 같았다. 고환은 자꾸만 얼굴을 때려 대고, 음모에 쓸린 얼굴이 따가웠다. 성기에서 풍겨 오는 비릿한 냄새에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대의 입은, 아래 구멍만큼이나, 훌륭한, 명기로구나.”
명휘가 제 좆 모양을 따라 부풀어 오르는 수현의 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드나드는 좆을 따라 수현의 목에 만들어진 언덕은 높이를 달리했다. 좆이 깊게 들어올 때면 높아지고, 좆이 빠져나갈 때면 낮아지는 언덕이 명휘를 기쁘게 했다. 수현의 목 안에 제 좆이 들어 있다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조여 대는 아래의 느낌만큼이나 시각적으로 얻는 쾌감도 컸다.
“어찌, 이리도, 후. 사내의, 양물을, 잘 받아먹을까.”
퍽! 그대로 좆의 머리가 수현의 목의 끝까지 가 처박혔다. 뿌리까지 완전히 삼킨 채로 수현이 입술이 경련하듯 떨리었다.
욱욱대는 통에 잔뜩 조여 오는 수현의 목구멍을 느끼며 명휘가 허리를 유연하게 돌렸다. 수현이 목구멍에 좆 머리를 문대며, 볼살에 고환을 문질렀다. 위아래로 허릴 움직이자 둥근 두 개의 알이 뭉근하게 뭉개지며 수현의 얼굴에 비벼졌다.
끔찍하게 좋은 느낌에 탄성이 절로 터졌다. 허공을 휘젓는 팔도, 괴로워하며 떨리는 수현의 손끝도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수현이 괴로워하면 괴로워할수록, 목구멍을 가득 메운 좆에 힘이 들어갔다. 위장까지 뚫고 들어가고픈 욕망이 솟구쳤다.
“우우! 우!”
명휘가 재빠르게 허리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쾌감에 미친 이는 아주 작정한 듯 제 살덩이가 들어찬 수현의 목을 잡고 조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멍이 빠지지 않은 목이 졸리며 시퍼렇게 변하기 시작했고, 세찬 움직임에 욕조가 흔들려 물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그쯤 허공을 맴돌던 수현의 손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몸은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없는 인형처럼 늘어진 수현의 목에 대고 황제만 거칠게 좆질을 해 댈 뿐이었다. 헉헉거리는 짐승의 숨이 울려 퍼지고, 뜨거운 열기가 공간을 채운다. 퍽퍽퍽퍽, 살을 쳐 대는 소리가 거칠다. 이대로 수현의 목이 좆에 꿰뚫리기라도 할 것 같았다.
“읏! 크읏! 크!”
황제의 엉덩이에 힘이 팍! 들어간다. 더는 들어갈 곳이 없음에도 더 깊게 처박으려 애쓰는 통에, 허벅지의 근육이 잔뜩 수축한다.
황제는 수현의 목을 잡은 채로 크게 한 번, 그리고 짧고 빠르게 두 번 허리를 흔들었다. 마지막 한 방울의 정액까지 다 쏟아 낸 그가 사정이 주는 여운을 느끼며 그가 엉덩이를 후르르 떨었다.
황홀경에 빠진 얼굴을 하고 만족스러운 듯 손에 힘을 푼다. 빠른 심장 박동에 땀으로 뒤덮인 커다란 흉근이 불근불근하다. 갈색빛으로 물든 온몸이 땀에 절어 미끈거렸다.
“후우…… 후.”
마지막으로 긴 신음을 내뱉은 그가 수현의 목구멍에서 좆을 빼냈다. 한 발 떨어져 수현을 바라보니, 혼절한 듯 의식이 없어 보였다. 입에서는 정액과 뒤섞인 침이 마구 흘러내리고, 혀가 길게 내빼져 있었다. 눈은 흰자를 드러낸 채 완전히 까뒤집혀 있었다.
“쯔.”
명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대체 뭐를 얼마나 했다고 이리 혼절한다 말인가.’
하지만 짜증스레 굳어 있던 그의 얼굴은 수현의 얼굴을 한참 동안 보고서야 조금 풀리었다. 그가 좋아하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이성을 놓아 버린 채, 음욕에 몸을 맡긴 음인의 얼굴.
“…….”
그는 다시금 성욕이 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죽지 않은 살덩이가 튀어 올랐다. 아직 수현의 아래를 맛보지 못한 터였다. 어서 그 안으로 치고 들어가고 싶다고, 그렇게 계속 껄떡대고 있었다.
“하.”
명휘가 바닥에 무릎 꿇어앉았다. 완전 의식을 놓아 버린 수현의 얼굴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작게 속삭인다.
“어찌한단 말이더냐. 이리 혼절한 그대를 보고서도 짐의 욕망은 끝나지 않는 것을.”
땀으로 젖은 수현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짧지만 부드러운 입맞춤이다.
“짐의 손으로 죽여 주길 바랐더냐.”
차갑게 식은 물 안으로 그가 들어선다. 첨벙첨벙, 물소리가 욕탕 안에 울린다.
“그 차가운 물 속에 그대를 떨구길 바랐더냐.”
수현의 몸을 그가 안아 든다. 단단한 두 팔 위로 힘없이 수현의 몸이 늘어진다.
“그리했다면 미안하구나.”
수현을 안은 채로 황제가 발걸음을 옮긴다. 수현의 몸을 타고 물방울이 뚝뚝 흘러내린다.
“짐의 품 안에서 시들어 가는 그대의 모습이 이리도 아름다우니.”
……너를 계속 품을 수밖에.
흑룡포가 젖은 수현의 몸 위로 덮어진다. 그대로 황제는 욕탕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