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달덩이같이 동그란 엉덩이 살이 둥 떠올랐다. 수현과 마찬가지로 탈의한 명휘는 방바닥에 쭈그려 앉아 수현의 엉덩이에 시선을 맞췄다. 공포가 스며든 살갗에 미세하게 소름이 돋아 있었다.
두려움과 수치심에 사로잡혀 덜덜 떨고만 있는 수현의 엉덩이를 그가 한 손으로 잡아 벌렸다. 골짜기가 벌어지자 그 안에 잘 숨겨 두었던 밀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얀 살결과 달리 붉게 물들어 있는 좁은 구멍은, 마치 겹꽃잎인 양 촘촘하게 주름이 잘 잡혀 있었다. 한껏 벌어진 골 사이로 구멍을 탐하며 바라보던 명휘는 아예 얼굴을 묻어 버렸다. 움푹 파인 허리를 따라 둥근 곡선을 그리고 있는 엉덩이 사이로 명휘의 높다란 코가 처박혔다.
혀를 길게 내빼고 크게 쓸어 올리며 구멍을 맛보았다. 볼을 치대는 토실한 엉덩이 살이 기분 좋았다. 쭙쭙, 여린 살을 입 맞추듯 빨아들이다가 혀끝을 세워 구멍에 넣고 씹질을 하듯 드나들기도 하였다.
수현의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처박은 명휘의 몸을 장식하고 있는 근육이 그의 움직임을 따라 물결쳤다. 그가 구멍 안쪽 더욱 깊숙하게 혀를 넣기 위해 격동적으로 움직일 때면, 승모근과 팔 뒤쪽에 있는 기다란 삼두박근이 함께 꿈틀거렸다.
명휘는 얼굴까지 틀어가며 수현의 안쪽 살을 다양하게 음미하기 시작했다. 구멍에 가득 고이다 못해 넘쳐흐른 침이 회음부를 타고 수현의 음낭까지 질질 흘러내렸다. 처박아 둔 혀를 빼고 음낭에서부터 회음부까지 길게 쓸어 올렸다. 혓바닥에 뭉글하게 닿아 오는 고환의 느낌이 소름 끼치게 좋았다.
‘이상해…… 기분이. 너무…….’
수현은 생소한 감각을 어찌 견뎌야 할지 몰라 하고 있었다. 분명, 황제에게 처음 능욕 당할 때만 해도 수치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건만, 뒤를 내주고 빨리는 동안 그의 몸은 마치 다른 사람의 것처럼 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황제가 제 뒷구멍을 보고 있을 생각을 하면 수치스러워 못 견디겠다가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혀가 아래를 빨아 댈 때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따뜻하게 아래쪽을 적셔 주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몸이 점점 녹아들기 시작했다.
“하아으!”
그런 수현의 상태를 알아서였을까? 명휘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졌다.
근육이 덕지덕지 붙어 울퉁불퉁한 팔을 내뻗어 수현의 두 다리를 끌어안았다. 그대로 그가 앞으로 손을 뻗어 수현의 좆을 잡아 문지르기 시작했다. 뒤로는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어 고환을 물고 빨았다. 커다란 좆에 달려 있던 두 개의 알 중 한 개를 입 안에 넣고 굴렸다.
앞에서 만져 주고, 뒤에서 빨아주는 느낌에 수현은 견디기 힘든 지경이 되어 가고 있었다. 도무지 참아 낼 방도가 없었다. 이미 방 안 곳곳에 가득 차 있던 사향은 더욱 노골적으로 달큼해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수현은 하릴없이 소리쳤다.
명휘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었다. 제가 빨고 있던 고환을 뱉고 고개를 떼어 냈다. 마치 할 말 있으면 해 보라는 듯한 얼굴로 수현을 응시했다.
“…….”
하지만 수현은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턱 끝까지 차오른 달뜬 숨을 삼키며 그저 몸을 들썩일 뿐이었다.
그 모습에 명휘는 피식, 웃음을 내보였다. 내리깐 눈으로 제가 적셔 놓은 작품을 감상하던 그가 다시금 구멍에 혀를 묻었다. 사냥을 끝낸 포식자가 초식 짐승을 물어뜯듯, 그는 수현의 구멍을 게걸스럽게 맛보았다.
고개를 파묻은 명휘의 어깨가 들썩이고, 그에게 허벅지가 잡힌 수현의 몸도 덩달아 들썩였다. 자꾸만 치대는 명휘에게 밀려 수현이 앞에 벽을 짚었다. 자꾸만 몸에 힘이 빠져나가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이대로 다리가 풀려 버릴 것만 같았다.
“그, 그만! 그만!”
어느 순간, 도무지 버틸 수 없게 되어 버린 수현이 소리쳤다.
그는 밀려오는 분출 욕구에 못 이겨 제 좆을 쥐고 있는 명휘의 손을 잡았다. 그가 멈춰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그리한 것이지만, 명휘가 그럴 리 없었다.
그는 오히려 보란 듯 더 커다란 좆을 쥐고 더 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수현은 울먹이기 시작했다. 마치 놓아 버리면 안 되는 것을 꽉 붙들고 있듯, 사정을 참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고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급기야 수현은 소변이 마려운 강아지처럼 좆을 쥔 명휘의 손을 잡고 아등바등했다. 격한 명휘의 혀 놀림에 자꾸만 상체가 앞으로, 앞으로 더 쏠렸다. 흔들리는 몸에 맞춰 가슴이 둥, 둥 흔들렸다. 어깨와 귓불이 빨갛게 물들고, 열이 오른 얼굴은 한껏 젖혀서 벌어진 입술 새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더, 더는 못 견뎌! 못, 해! 읏!”
명휘가 쥐고 있던 좆 머리에서 하얀 액체가 후드득,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현은 교성을 섞은 신음을 쏟아 내며 허릴 뒤흔들었다. 불끈거리는 좆이 명휘의 손에서 끊임없이 요동쳤다. 명휘는 수현이 더 느낄 수 있도록 세게 쥐고 씨물을 짜내듯 문질러 댔다. 쾌감에 절은 수현이 내뿜은 색향으로 방 안에 온통 꽃향기가 가득했다.
“으흥, 흥, 하아으, 아아!”
수현의 사정이 끝나자 명휘가 얼굴을 떼어 냈다. 수현의 엉덩이 골 사이로부터 길게 늘어지는 침을 닦아 내고 그가 하반신을 바짝 붙이고 섰다.
수현의 뒤에 자리한 명휘의 좆은 이미 단단하게 부풀어 있었다. 팔뚝만 해서 한 손으로 다 잡히지 않는 좆을 들고 명휘가 자리를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주먹만 한 좆의 머리를 구멍에 껴맞추는 동안 수현의 시선이 천천히 뒤를 향했다.
흉물스러운 살덩이를 쳐다보는 수현의 얼굴에는 경악이 떠올랐다. 두려움에 질려 버린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사정의 달콤함이 주는 쾌락 따위, 제 몸을 파고들 준비를 하는 거대한 살덩이게 금방 사그라졌다.
그런 수현의 마음을 아는지 마는지, 명휘는 끝내 좆 머리를 수현의 구멍 속으로 쑤셔 박았다.
“흐아악!”
수현이 기겁하며 소릴 내질렀다.
“사, 살려 주세…… 하아윽!”
좆 머리를 처박은 것도 모자라 명휘는 좆의 뿌리 끝까지 단번에 수현의 구멍 속으로 처넣어 버렸다. 그러곤 한 손을 뻗어 수현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수현은 몸이 뒤로 꺾인 채로 입을 크게 벌리고 비명을 내질렀다. 감긴 두 눈이 처절하게 일그러졌다. 벌어진 입술을 타고 침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괜찮더냐?”
무심한 듯 말을 내뱉은 명휘는 고개를 비스듬히 해 수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차마 뭐라 답해야 할지도 몰라 그저 힘겨워하는 수현의 얼굴이 그의 망막에 깊게 파고들었다. 눈물을 매달은 눈초리도, 뜨거운 숨결을 뱉어 내며 붉게 물든 입술도, 모든 게 하나같이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명휘는 대답 없는 수현의 앞으로 손을 뻗었다. 한 손으로는 길게 내빼어진 목을 감싸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수현의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수현의 정수리에, 뒤통수에 그가 입을 맞추었다. 앞으로 내민 손으로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수현의 목을 부드럽게 쓸어 만졌다.
“흐으, 흐. 하아.”
부드럽게 몸을 매만져 주는 손길에 수현의 입에선 조금 나른해진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명휘는 조금 더 몸을 밀착시켰다. 목을 매만지던 손을 아래로 내려 수현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잡았다. 고개가 꺾인 수현의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싸고 눈가에 볼에 정성껏 입 맞춰 주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수현은 명휘에게 완전히 몸을 맡긴 채로 그의 어깨에 기대어 신음했다. 버거운 물건을 아래로 집어삼키고 어찌할 줄을 몰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수현의 고개가 점점 더 각도를 크게 해 뒤로 눕히자, 명휘는 제 어깨를 내주고 목의 옆을 물기 시작했다. 뒤에서 두 팔로 감싸 안으며 더욱 정성스럽게 수현의 목선을 따라 입술을 놀렸다. 명휘의 뜨거운 숨결이 수현의 목을 뒤덮었다. 명휘만큼이나 높아진 체온에 수현은 뜨거운 숨을 연신 뱉어 냈다.
수현이 조금 풀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명휘는 처음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뒤로 내빼었다가 엉덩이를 부드럽게 당겨 수현의 안을 파고들었다.
명휘가 유연한 움직임으로 수현의 아래 구멍을 한 번씩 파고들 때마다 척추를 받치고 있는 긴 등 근육이 잔뜩 수축했다. 단단한 근육이 움직여 대는 모양새와 달리 그의 허리는 곡선을 만들며 부드럽게 움직였다. 느릿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허리 짓에 수현은 아픔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쾌감마저 느껴야 했다.
“으응, 응. 으으응…….”
몸이 완전히 말캉하게 풀린 수현의 신음이 더 끈적하게 변했다.
명휘는 꽉 끌어안고 있던 몸을 떼어 내 수현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그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허리를 뒤로 당겼다. 기특하게 제 좆을 먹어 대는 구멍을 바라보며 허리를 앞으로 숙, 내밀었다.
“하읏!”
길고 둥근 막대기가 수현의 안으로 빨려 갈수록 수현이 뱉어 내는 숨소리는 더 요염하게 변해 갔다. 힘들어서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현이었건만, 그의 아래는 그렇지 못했는지 들어찬 좆을 물고 빨기에 여념이 없었다.
수현의 안은 그 어떤 음인보다 좁고 끈적거렸다. 그 폭신한 살들이 명휘에 좆에 잔뜩 달라붙어 마치 손으로 잡고 쥐어짜는 것처럼 압박해 왔다. 그토록 많은 음인의 뒤를 먹어 보았지만, 이토록 쫀득하고 맛있는 구멍은 처음이었다.
“후…… 흐으.”
수현만큼이나 달아오른 신음이 명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미간이 구겨지며 인상을 찌푸린 얼굴에 쾌감이 가득 차올랐다.
분명 체격이 다른 음인보다 컸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의 안쪽은 너무도 좁았다. 빠듯하게 벌어진 구멍은 주름이 죄 펴져 곧 찢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리를 들썩거릴 때마다 딸려 나오는 수현의 속살은 명휘의 좆을 다시 물고 싶어 환장한 양 보였다.
명휘는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느끼는 음인을 추호도 본 적이 없었다. 수현은 그야말로 타고난 음인의 몸뚱어리를 갖고 있던 것이다.
“씹. 하아. 하…….”
어느덧 흘러넘치는 애액이 구멍을 비집고 나와 맞닿은 두 사람의 성기를 끈적하게 적시었다. 구멍을 넘나드는 좆의 기둥이 애액에 젖어 번질거렸다.
붉다 못해 검기까지 한 살덩이가 흰색의 엉덩이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가 드러내길 계속 반복하였다. 곧게 서 살덩이가 엉덩이를 치댈 때마다 수현의 몸이 덩달아 흔들렸다. 단단한 명휘의 골반에 부닥쳐 엉덩이 살이 빨갛게 변하고, 맞닿아 비벼지는 생식기에 애액은 점차 허연 거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깊은 쾌락과 황홀감에 못 이겨 수현의 어깨를 짚고 있던 명휘의 손이 다시 목으로 이동했다.
“흐악!”
수현의 목을 세게 쥐며 그가 허릴 내빼었다. 크게 한 바퀴를 돌려 단번에 콱, 치고 들어오는 탓에 수현은 그대로 내장이 다 밀려 버리는 것만 같았다.
“흐으, 흐. 하아으, 하.”
그대로 명휘는 엉덩이를 흔들며 더 깊은 곳까지 제 좆을 처박아 댔다. 살덩이가 안으로 밀려들어 올수록 안에 있는 장기가 짓눌리며 거북한 느낌이 계속되었다.
“으아아!”
단단하게 짓누르는 느낌에 수현은 단발의 비명을 내질렀다. 배 속 깊은 곳까지 자리한 좆을 따라 수현의 배가 불룩하게 차올랐다.
“안 돼. 깊어, 너무. 흐…… 못 견뎌. 못 견뎌…….”
“네놈의, 구멍은, 더 쑤셔 달라고 이리 보채는데.”
“그. 그만. 하읏!”
명휘의 허리 짓에 속도가 붙었다. 길게 내빼었다 다시 한번 콱, 처박는 느낌에 수현은 골이 다 울리는 것만 같았다.
명휘는 아예 한 손으로는 수현의 목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골반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근육으로 뒤덮인 허리의 힘과 거칠게 끌어당기는 팔 힘이 만나 방 안에 퍽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현의 몸이 명휘의 힘에 밀려 자꾸만 앞으로 쏠렸다. 견디기 힘든 느낌에 수현은 두 팔을 뒤로 뻗어 명휘의 머리를 그러잡았다. 목이 잡혀 있는 탓에 수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명휘의 어깨에 마구 볼을 비비며 아양과 비명을 오가는 소리를 내뱉었다.
거센 움직임을 따라 수현의 젖이 자꾸만 흔들렸다. 마른 몸이나마 볼록하게 솟은 젖꼭지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가느다란 두 다리 사이에서는 사정 후에 또다시 발기한 좆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풍악패가 상모를 돌리듯, 커다란 기둥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머릴 흔들고 있었다.
“읏! 으읏! 아! 아!”
너무 빠른 움직임을 감당키가 어려워 수현은 계속해서 명휘를 찾았다. 좋은 것인지, 아픈 것인지 구분조차 안 가는 감각을 이겨 내기 위해 그는 울부짖으며 계속해서 명휘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제발. 잠시만…… 잠시만…… 아아으!”
이윽고 명휘는 허리 짓의 폭을 줄이고 빠른 속도로 좆을 비비기 시작했다. 울퉁불퉁 핏줄이 잔뜩 선 좆이 터질 듯 팽창했다. 안에 가해지는 압력이 심해지자 수현은 실성할 듯 울부짖었다.
제 안에서 요동쳐 대는 좆을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좆이 안을 모조리 망가뜨릴 것만 같았다.
“씹!”
이윽고 나직한 욕지거리와 함께 명휘가 사정하기 시작했다.
“흐아아, 아아! 아아악! 아!”
더할 나위 없이 바짝 수현에게 몸을 붙인 명휘가 엉덩이를 떨어 대기 시작했다. 안에 들어찬 좆이 사정없이 배 속을 때려 대며 뜨거운 액체를 뿜었다.
“사, 살려. 하으, 흣!”
수현이 비명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명휘의 단단한 허벅지에 힘이 꽉, 들어갔다. 쾌감에 사로잡혀 명휘가 수현의 귓불을 물고 뜯었다. 사정이 주는 황홀함에 절은 얼굴이 야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흐으. 흑. 흐으으, 흑.”
명휘가 사정하는 동안, 수현은 깨달을 새도 없이 한 번 더 사정하게 되었다. 처음 양인을 받아 본 데서 오는 아픔과 지나친 쾌감 사이에서 수현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계속 울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정신을 놓아 버릴 것만 같은데도 명치까지 치고 올라온 명휘의 좆은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자신의 내장을 쑤셔 대고 있었다.
“흐으. 흐. 하으으. 흐으.”
계속 훌쩍이는 통에 잔뜩 젖어 버린 수현의 얼굴을 명휘가 혀끝으로 핥았다. 힘겨워하는 그를 위해 몇 번 더 입 맞춘 명휘가 천천히 몸을 떼어 냈다.
힘이 다 빠져나가 젖은 종잇장 같은 수현의 몸뚱이가 침상 위에 나동그라졌다.
명휘는 엎드린 수현의 옆에 앉아 정액으로 범벅된 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얀 거품이 새어 나오는 엉덩이 사이를 시선을 꽂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을 가져갔다.
“흣!”
갑자기 쳐들어오는 손가락에 놀라 수현이 상체를 추어올렸다.
“아, 안 돼. 그만, 그만.”
사정 후에 잔뜩 예민해진 구멍을 명휘는 긁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굽혀 안에서 움직이니, 구멍을 채우고 있던 허연 액체가 꿀떡, 꿀떡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엉덩이 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희멀건 액체가 멎을 때까지 명휘는 쉬지 않고 내벽을 긁어 댔다. 그때마다 수현은 자지러질 듯 소릴 내지르며 가녀린 몸을 파들파들 떨어 댔다. 사정한 탓에 전보다 훨씬 견디기 힘든 감각이 계속되었다.
참다 참다 못 견딘 수현이 명휘의 손짓을 제지했다. 그러자 명휘가 느른한 눈빛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 초승달처럼 섬뜩한 눈초리였다.
“설마.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을 했던 건 아닐 테지.”
건조하게 한마디를 내뱉은 명휘는 그대로 수현의 손을 걷어치웠다. 그러곤 그는 제 좆을 다시 그러잡았다. 이제는 텅 비어 버린 수현의 구멍으로 그가 좆 머리를 다시금 가져다 대었다.
다시금 두 사람의 생식기가 맞붙었다. 개구리가 짝짓기하듯, 바닥에 완전히 엎어진 수현의 위로 명휘가 포개듯 엎어졌다. 하얀빛 매끈한 몸과 대조되는 갈색빛의 근육질 몸이 수현을 덮었다. 땀에 전 수현의 몸이 호롱불 아래 유난히 흰빛을 띠었다. 반들거리는 엉덩이는 짓누르는 고간에 눌려 더욱더 둥그렇게 보였다.
유려하게 뻗은 다리가 근육으로 뒤덮인 단단한 장딴지에 짓눌렸다. 촛대처럼 얇은 허리와 계속해서 떨리는 어깻죽지가 지나치게 가냘파 보였다. 어깨와 팔꿈치, 귓등이 붉게 달아올랐다. 뜨거운 숨결에 물든 침구가 자꾸만 눅진하게 얼굴에 달라붙었다.
명휘는 두 팔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띄운 채로 엉덩이 근육만 써서 수현 안으로 파고들었다. 근육으로 잘 다져 만든 허리가 유려하게 움직일 때면 움푹 파이며 음영을 만들어 냈다.
수현의 마른 몸뚱어리는 명휘가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춰 흔들렸다. 날개를 다친 작은 새처럼 그의 몸짓에는 처연함이 묻어 있었다.
확연하게 다른 두 몸이 한 치의 틈도 만들지 않고 짝 붙어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포식자와 작은 산짐승을 보는 것 같았다. 가녀리고 여린 짐승을 물어뜯고 살갗을 찢어발기는 야수처럼 명휘의 움직임은 포악했다.
“읏, 흐읏! 아…… 아읏!”
흥건히 젖은 아래에 살을 치댈 때마다 철벅, 철벅 물소리가 들렸다. 헉헉거리는 명휘의 거친 숨, 수현의 끈적한 신음이 찰방대는 물소리와 뒤섞여 요란했다.
“흐으윽, 윽! 흐으, 흐…….”
가늘고 긴 손가락이 파르르 떨리며 침구를 잡았다. 견디기가 힘들었는지 수현은 잡은 천을 쥐어뜯으며 참아 내려 애썼다. 붉게 물든 귓등이 뜨거웠고, 눅눅해진 천에 계속 얼굴이 쓸려 따가웠다.
단단한 장딴지 아래 깔린 종아리가 자꾸 들썩이고 발끝이 곱아들었다. 수현은 본능적으로 명휘에게 짓눌려 있는 한쪽 다리를 빼내었다. 고통과 쾌감을 빠르게 오가는 감각을 더는 버틸 수 없어 뒤꿈치로 명휘의 정강이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아윽!”
하지만 그런 수현의 노력은 단박에 깊게 푹, 찍고 들어오는 명휘에 의해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수현이 크게 고개를 꺾으며 소릴 내질렀다.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불빛 아래 드러났다. 괴로움에 몸서리치며 신음하던 수현이 다시 떨구듯 얼굴을 파묻었다. 여린 팔로 얼굴을 가리며 살을 깨물었다.
“아직, 기운이, 남아도는 게지? 이리, 읏, 귀여운 짓도, 할 줄 알고.”
숨이 차오르는 목소리로 명휘가 끊어 얘기했다.
그가 바닥을 짚고 있던 상체를 일으켰다. 수현의 가는 허리를 잡고 끌어당겼다. 끌려가는 자신이 못내 싫어 두 팔로 침구를 잡으며 뻗대었다. 강제적으로 허리를 들어 올린 수현이 두 팔을 곧게 뻗었다.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수현이 앞을 바라보았다. 이를 악물고 다시 앞으로 기어나가려 했으나 이내 몸통을 잡고 더 세게 씹질을 해 대는 이에 의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아아으! 아! 흐으, 흐. 아!”
무릎으로 바닥을 짚은 채 상체를 세운 명휘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더욱 거세게 수현의 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제 철벅거리던 소리는 퍽퍽 소리에 가깝게 변해 버렸다. 고간에 갖다 박을 때면 수현의 엉덩이 살이 물결치며 흔들려 댔다.
“너, 너무 깊어. 너무, 깊, 읏!”
쳐들어오는 살덩이의 무자비함에 수현이 울부짖었다. 그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계속 고갯짓을 하며 침구에 얼굴을 비볐다가 팔을 깨물고, 다시 한번 고개를 쳐들었다 처박기를 반복하였다.
내장 안에서 꿈틀거리는 명휘의 좆이 너무도 생생했다. 가득 차 짓누르고 압박하는 느낌에 수현은 그대로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
“그, 그만! 제발, 제발…… 아아으!”
버티지 못한 수현이 좆물을 터뜨려 버렸다. 후드득, 후드득 요를 적시며 쏟아지는 뜨거운 액체에 수현은 짐승 같은 소릴 내며 울부짖었다.
“큭.”
수현의 사정으로 인해 안이 좁아지자 명휘의 미간이 단박에 구겨졌다. 물고 빨아 대는 점막의 쾌감을 느끼며 명휘가 고개를 뒤로 꺾었다. 황홀한 표정으로 수현의 속살 맛을 음미하던 그는 수현의 사정이 끝나는 대로 다시 박아 대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의 좆은 한층 더 커진 상태였다.
“아, 안 돼! 지금 그렇게 하면…… 모, 못 견뎌! 히익!”
수현의 안에 깊게 넣은 채로 명휘가 허리를 한 바퀴 돌렸다. 그러자 안을 긁으며 명후의 좆이 크게 움직였다.
구석구석을 긁어 대는 귀두의 느낌에 수현은 자지러지며 기묘한 소릴 내뱉었다. 도무지 사람이 내는 소리 같지 않은, 마치 짐승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수현은 그런 걸 알아차릴 정신조차 없었다. 당장 배 속을 헤집는 이 미친 감각으로부터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그는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읏, 읏! 아, 아! 응, 아!”
속도가 점점 붙어 가는 명휘의 몸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수현의 고개도 명휘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힉!”
명휘가 한쪽 다릴 꺾어 세웠다. 여전히 한쪽 다리로는 바닥을 짚은 채, 다른 다리만 들어 올려 수현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살짝 어긋난 각도에 수현의 구멍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깊은 곳에 감추어 있던 낯선 곳을 찔러 대는 느낌이 너무도 생생했다.
명휘는 한 손은 제 허벅지 위에 올리고 한 손을 수현의 엉덩이를 그러잡았다. 비스듬하게 수현을 파고들며 엉덩이를 쥐 잡고 주물러 댔다. 벌게질 정도로 손의 힘이 셌으나, 안쪽이 너무 아파서 그런 건 느낄 수조차 없었다. 그대로 다 뚫려 버릴 것만 같았다.
“으응, 아! 응! 아!”
흥분에 겨운 명휘가 상체를 낮게 했다. 두 팔로 아예 침구를 짚고 엉덩이를 추어올렸다. 까치발로 땅을 디디면서까지 하체를 최대한 높인 다음, 한 번에 콱, 깊게 처박아 버렸다.
“아악!”
수현의 비명이 채 가시기도 전, 명휘는 빠른 속도로 치대기 시작했다.
“윽! 아윽!, 으읏, 흣! 아!”
수현의 신음이 터져 나오는 간격이 점점 짧아졌다.
명휘가 세웠던 다리를 옮겨 수현의 등짝을 밟았다. 그나마 파닥대던 것도 못 하게 된 수현이 고통에 몸부림치자 명휘는 기다렸다는 듯 엉덩이를 세게 내쳤다.
몸부림쳐 대는 수현의 몸뚱이를 바라보는 명휘의 얼굴엔 광기에 찬 미소가 서려 있었다.
“읏! 읏! 흐읏!”
차오르는 사정의 기운에 명휘는 급하게 자세를 바꿨다. 수현의 허리를 짓누르던 발을 다시 거두어 땅을 짚었다. 수현의 허리를 붙들고 상체를 세웠다. 다시금 끌려가는 골반에 수현의 상체가 들썩거렸다. 곧 온몸이 세로로 길게 썰리는 끔찍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아아악! 으윽, 흐읏, 으악!”
급격하게 움직이는 명휘의 움직임이 마치 세찬 물살과도 같았다. 빠른 속도로 명휘의 허리와 어깨가 높낮이를 교차한다. 수현의 안쪽을 다 뚫어 버리겠다는 듯 깊게 찧어 대던 허리가 마침내 한 번에 푹, 처박혔다.
“흣!”
명휘의 어깨가 높은 데로 솟으며 반대로 엉덩이가 있는 힘껏 앞을 향했다.
좆물이 한 번씩 터져 나올 때마다 명휘는 엉덩이를 길게 내뺐다 처박기를 반복했다. 씨물을 짜내듯 몇 번이나 깊숙이 찔러 대는 좆에 수현은 앓는 소릴 내며 함께 사정했다.
“으응, 응. 으으응.”
“하아. 후, 하아…….”
“응, 으응…… 으응.”
사정이 주는 황홀감에 젖어 두 사람은 오랫동안 신음을 쏟아 냈다.
그렇게 사정이 끝낸 명휘는 수현의 입술을 찾았다. 분명 죽을 것처럼 괴로워하던 수현이었건만. 그 순간만큼은 수현도 쾌락에 젖어 명휘의 혀를 기꺼이 맞이했다.
혀를 섞고 명휘가 넘겨 주는 침을 받아 마시며 수현은 나른한 기분이 계속되었다. 그 언젠가, 희락기에 느꼈던 복숭아 향이 넘치도록 느껴져서 황홀했다. 수현이 두 눈을 살포시 감았다.
그런 수현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 명휘가 옆으로 돌아누웠다. 여전히 수현의 안에 틀어박힌 좆을 천천히 움직이며 허리를 돌렸다. 수현은 이끌어 주는 대로 옆으로 누워 계속해서 명휘의 입술을 탐했다. 빨면 빨수록 단맛이 나와 입안에 복숭아를 물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도 안 된다고 아양을 떨어 대더니. 이젠 또 완전히 녹아 버렸구나.”
명휘의 능욕적인 언사에도 수현은 어떠한 대꾸조차 하질 못했다. 그는 그저 온몸을 지배해 버린 달콤한 사정의 쾌감에 녹아 있을 뿐.
“어찌해야 할까. 이대로 밤새 그대의 배 속을 터뜨려 주어야 할까. 응?”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수현의 얼굴을 명휘는 귀여운 듯 바라보았다. 피식, 짧은 웃음과 함께 빨간 입술에 짧게 입 맞추었다.
“아무래도 그리해야겠구나.”
천천히 좆을 물고 있는 구멍으로부터 허리를 내뺀다. 부드럽게 허리를 돌리며 다시 파고든다.
“그대가 이리도 원하고 있으니.”
그렇게 두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다시 한번 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복사꽃을 닮은 향기가 온 방 안에 만발했다.
* * *
이른 아침. 곤녕궁을 뒤흔들며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라? 아직도 영화궁에 계신다 하였느냐?”
황후의 외침에 늙은 상궁이 그저 계속 고개만 조아렸다.
“황송하옵니다, 마마.”
“아니. 그 여우 같은 놈이 대체 어찌하였길래 폐하께서 사흘 동안 내리 영화궁에 머무신단 말이냐.”
씩씩, 차고 넘치는 분을 이기지 못해 황후의 가슴이 들썩였다.
“어서 말해 보아라! 영화궁에서 들은 걸 빠짐없이 다 말해 보란 말이다!”
“마마…….”
늙은 상궁은 그녀의 물음에 어찌 답해야 하나 한참을 망설이다 끝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영화궁의 나인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밤낮으로 영화궁의 침전에서 신음과 열락이 끊이지 않는 데다 폐하께서 편전에 들지 않고 정사도 뒤로한 채 그곳에서 기거하신다 하옵니다.”
“……뭐라, 편전에도 들지 않으시고?”
“예, 황송하옵니다. 마마.”
바드득, 황후의 이가 갈렸다.
저가 아는 황제란 차갑디차가운 성정의 인물이었다. 평소 색을 즐기는 인물이긴 하였으나, 한 후궁과 이리도 긴 시간을 보낸 적은 없었다. 분명, 한 명의 후궁에게 이리도 정을 줄 사람이 아니건만, 이번엔 도대체 왜.
“마마…… 본디 타오르는 불꽃은 금방 사그라지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지금 폐하께선 그 요망한 것에 홀려 그리하고 계시지만. 금방 질려 다신 영화궁을 찾지 않으실 겁니다.”
황후의 눈초리가 매섭게 치켜 올라갔다. 상궁을 노려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새빨간 입술이 짓이겨지며 하얗게 변해 가는 동안 그저 상궁을 몸을 조아리며 알량한 입을 다물었을 뿐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 무슨 방도를 세우든가 해야지. 그것이 애라도 배면 어찌한단 말이냐.”
이에 무엇인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는지 늙은 여인네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황후에게 다가섰다.
“마마, 소인에게 좋은 생각이 있사옵니다.”
의심의 눈초리가 상궁을 향했다. 이윽고 못미더워하는 눈빛을 숨기지 않은 채 그녀가 끄덕, 고갯짓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속닥속닥. 손으로 황후의 귓가를 가린 채 상궁이 속삭인다. 악마의 달콤한 유혹과도 같은 이야기에 황후의 얼굴이 밝아진다. 새빨간 입술에 어느덧 생기가 돈다.
“그 말이 틀림없으렷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나이까.”
황후의 얼굴에 화사한 웃음이 피어난다.
“오냐. 당장 준비시키거라.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진행해야 할 것이야.”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그렇게 늙은 여인네가 허릴 굽히며 자리에서 물러난다.
노상궁이 떠난 방, 긴 생각에 잠긴 황후의 입가엔 사악한 미소가 드리워진다. 황금색의 호갑투(護甲套)가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요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영화궁 침전의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나인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였다. 얇은 문을 두고 한시도 못 참고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신음에 애꿎은 이들의 얼굴이 점점 어둑해진다.
‘정말 폐하께선 독하기도 하시지…… 금수도 아니실진대 어찌 사흘 내리 마마를 잡아먹는단 말인가.’
그녀들은 이러다 마마가 병이라도 얻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분명 마마가 아프면 그 죄는 고스란히 나인들의 몫이 될 터, 두렵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으읏!”
다시금 고막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비명. 나인들의 몸이 움찔했다. 그녀들의 얼굴이 더욱 새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나인들이 온통 애를 태우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그때. 영화궁의 침전 안에서는 두 사내가 알몸인 채로 몸을 섞고 있었다.
오전에 들인 조찬은 아직 손조차 대지 않은 채 식탁에 널려져 있었고. 바닥에는 혼례 때 입은 붉은빛의 의복이 아직도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방 안은 사향과 자정향이 뒤섞여 온통 단내가 진동했고, 땀과 뜨거운 숨결이 뒤섞여 눅눅한 기운이 맴돌았다.
침구는 침상을 타고 흘러 바닥에 닿은 지 오래고, 몇 날 며칠 두 남자가 쏟아 낸 액체에 범벅이 돼 얼룩져 있었다.
“흐으, 흐. 아아아. 아.”
“더 울어 보아라.”
“흐으. 흐…….”
“더, 처절하게, 짖어 보란 말이다. 그대의 자궁이, 찢겨 나가는, 고통을, 후…… 짐이 느낄 수 있게. 그렇게 더, 우짖어 보아라.”
수현은 두 팔이 뒤로 꺾이고 무릎을 꿇린 채로 명휘의 몸을 받고 있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자꾸만 미끄러지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눈까풀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 시야가 흐릿하고 며칠 동안 먹은 것이 없어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배 속을 채운 뜨거운 액체에 속이 메슥거리고, 온몸이 제 몸 같지 않은 가운데 계속해서 쑤셔지고 찔려지는 아래의 감각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명휘는 수현의 양손을 교차해 고삐 삼아 한 손으로 잡고 말을 타듯 허릴 움직여 댔다. 그가 유연하게 허릴 돌려 한꺼번에 퍽, 치고 들어올 때면 수현은 자지러질 듯 소릴 지르며 고갤 추어올렸다.
수현의 구멍 입구는 정액과 애액이 뒤섞인 액체가 허연 기포가 되어 거품처럼 피어나고 그 사이로 이따금 피가 섞여 들었다. 아가리가 찢어진 채로 남근을 받아먹어야 하는 뒷구멍은 더는 씹어먹을 힘조차 없는지 잔뜩 벌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검붉은색 뜨거운 살덩이가 빠르게 드나들었다.
“씹.”
땀으로 얼룩져 하얀 등짝에 가닥가닥 붙은 머리카락을 명휘가 거칠게 낚아챘다. 그는 한 손으로는 수현의 손목을, 다른 손으로는 흑색의 머리카락을 잡은 채 허리 짓을 이어 나갔다. 퍽퍽퍽퍽. 끈적한 살갗을 치대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허덕이는 숨결이 음인의 살갗을 뒤덮고, 짐승같이 게걸스럽게 아래를 먹어 치우는 사내의 소리가 귓가를 찔러 댔다.
실로 금수와도 같은 행위였다. 작은 짐승을 먹어 치우는 포식자와도 같은.
지금 명휘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그저 신음하고 괴로워하는 수현의 모습만이 그의 시야를 오롯이 잡아먹었을 뿐.
‘더 찢어 버리고 싶다. 가랑이 사이가 피로 물들어 두 다리로 설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망가뜨리고 싶다.’
엇나간 욕망이 자꾸만 그를 부채질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욕망을 끌어내는 건 슬프게도 수현이었다. 눈을 까뒤집고 벌어진 입으로 침을 흘리며 울부짖는 그 모습이 황제의 음심을 그토록 자극하고 있었다.
“큭.”
욕망이 결실을 보기라도 했는지 다시금 정액이 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내장을 툭, 툭 건드리며 흘러 들어오는 그 뜨거운 액체에 수현의 몸이 부르르 떨리었다.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수현의 좆에서도 물이 찔끔찔끔 흘러나오고 있었다. 며칠 동안 너무도 많이 쏟아 내 더는 쏟아 낼 물조차 없던 그였다.
“씹.”
좆물을 털어 내듯, 황제가 허릴 세차게 뒤흔들었다. 잘 잡힌 엉덩이의 근육이 바짝 서며 음영이 지고, 단단한 허벅지에 힘이 팍, 들어갔다.
몸을 감싼 훌륭한 근육들이 도드라지며 몇 번을 요동하고서야 명휘는 처박아 둔 좆을 빼냈다. 좆의 선단을 따라 끈적한 액체가 길게 죽, 늘어졌다. 채 다물리지 않는 구멍이 벌건 속살을 그대로 내보이며 움찔거려 댔다. 허연 액체를 뱉어 내는 뻘건 구멍은 지나치게 음란해 보였다.
명휘가 붙잡고 있던 음인의 몸을 놓아주었다. 털썩, 새하얀 몸뚱이가 하릴없이 침상 위로 엎어졌다. 명휘는 그대로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물잔이 놓인 상으로 향했다. 잔에 물을 가득 채우고 그대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차가운 물이 목구멍에 흘러 들어가자 갈증은 가시는 듯했으나, 끓어오르는 성욕은 결코 잠재워지지 않았다.
이상했다. 몇 날 동안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계속해서 수현의 뒤를 먹어치웠거늘 성욕은 해갈되지 않았다. 해도 해도 계속 차오르는 이 음욕은 그 끝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도가 지나쳤다.
탁, 상위로 물잔을 내려 두고 시선을 침상 위로 가져갔다. 수현은 제게 잡히느라 붉게 물든 손목을 침상 옆으로 늘어뜨린 채 쥐 죽은 듯 엎드려 있었다. 하얀 몸을 검은색 긴 머리카락이 뒤덮은 모양새도, 둥글게 솟은 궁둥이 사이로 질질 흘러내리는 하얀 물도 그토록 색정적이었다.
꿀꺽. 침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명휘의 좆으로 다시금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본능에 충실한 살덩이를 손으로 슥, 슥 문지르며 명휘가 몸을 늘어뜨렸다. 식탁에 몸을 기댄 채로 그가 눈으로는 수현의 벗은 몸을 훑으면서 제 좆을 잡고 흔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는지, 그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팔뚝만치 두껍고 커다란 살덩이를 흔들면서 그가 발걸음을 옮겼다. 한 손에는 물병을 잡은 채였다.
침상에 다가간 그가 수현의 몸을 뒤집어 돌렸다. 수현은 여전히 몸을 늘어뜨린 채로 어떤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힘겨운 듯 두 눈을 꼭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수현을 보며 명휘는 자리에 선 채로 물을 들이마셨다. 입안 한가득 물을 머금은 채로 그가 몸을 숙였다.
채 다물어지지 않아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에 제 입술을 묻고, 혀를 길게 내밀어 상대의 혀를 눌렀다. 그다음 순간, 명휘는 입안에 머금고 있던 물을 상대의 입안으로 흘려 보냈다. 명휘는 아예 더 길게 혀를 내밀어 목구멍까지 들이댔다.
목구멍 안으로 남은 물을 다 넘기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
수현이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쥐 죽은 듯 꼭 감은 눈은 여전했고, 벌어진 입술을 타고 채 넘어가지 못한 물만 흘러내릴 뿐이었다.
명휘는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급히 수현의 얼굴을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명휘의 손길에 하릴없이 흔들릴 뿐, 곱게 감은 눈은 떠질 줄을 몰랐다.
명휘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좀처럼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임에도 이번만큼은 꽤 매우 급해 보였다.
“여봐라!”
다급한 목소리에 놀란 궁인들이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은 차마 발가벗은 황제의 몸을 볼 수 없어 고개를 잔뜩 조아렸다.
“폐, 폐하. 무슨 일이옵니까.”
“당장 태의를 들라 해라! 지금 당장!”
쩌렁쩌렁. 황제의 목소리가 영화궁을 잔뜩 울렸다. 궁인들은 허둥거리며 영화궁의 침전을 나섰다. 우왕좌왕, 그들의 발걸음이 성급함에 뒤섞였다.
“…….”
그 사이 명휘의 눈동자는 여전히 수현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그 하얗고 작은 얼굴에서 이상하리만큼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방 안을 가득 채운 자정향이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었다.
* * *
달도 구름에 가려 어두컴컴한 밤. 늦은 시간까지 양심전의 불은 꺼질 줄을 몰랐다.
용이 음각진 커다란 의자에 앉아 명휘는 팔걸이에 팔꿈치를 댄 채로 몸을 깊게 파묻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고요했고 수많은 생각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정으로 바윌 깎아 만든 듯, 빈틈없이 수려한 얼굴은 감정을 내비치지 않은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옆으로 비스듬히 꺾은 턱에는 긴 손가락이 드리워져 있었다.
“폐하.”
이윽고 방 안의 정적을 가로지르며 태감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상념에 잠겨 있던 그윽한 눈이 조심스럽게 깨어났다.
“영화궁에서 태의가 당도하였나이다.”
낮은 목소리가 얇은 문을 타고 밖으로 전해졌다.
“들라 일러라.”
문이 열리고 태의가 황제의 침전에 들었다. 그는 감히 마주할 수조차 없는 황제의 앞에 서서 잔뜩 몸을 조아렸다. 그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폐하를 뵈옵니다.”
“그래. 귀비의 상태는?”
대답을 내놓기 전, 태의는 한참을 망설였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그가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아직…… 차도가 없으십니다.”
고요한 눈동자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황제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유가 무엇이더냐.”
“예, 예?”
“당최 이틀 동안 차도가 없는 이유를 물었다.”
“저, 저, 그것이…….”
꿀꺽, 태의의 마른 목구멍을 타고 침이 넘어갔다. 땀이 그득한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간다.
“귀비마마께선 워낙 몸이 허약하신 데다 초야에 너무 무리하시어, 기가 약해지셔서…….”
태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말인즉, 황제에게 잘못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수현이 그리된 데에는 명휘의 잘못이 컸다. 음인, 그것도 첫 경험을 치르는 음인을 그리 거칠게 다루며 몇 날 며칠을 굴려 먹었으니 어찌 몸이 성할 수가 있을까?
“기가 약해졌다라…….”
생각에 잠긴 듯 커다란 입이 꾹 다물어졌다. 기다란 손가락이 두툼한 제 입술을 어루만지며 한참을 까닥였다.
“기를 보충하는 데 간만큼 좋은 게 없다지?”
여전히 손을 까닥이며 무심한 듯 그리 말했다.
“그럼. 그대의 간을 갈아 먹이면 되지 않겠느냐.”
일순 손짓을 멈춘 채 날카로운 눈매가 태의를 향했다.
“폐, 폐하. 그, 그것은…….”
“아니 그러한가? 그리하면 귀비의 상태가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
“……폐하.”
태의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흐어엉, 우는소릴 하며 그가 크게 읍소하였다.
“폐하. 소신을 죽여 주시옵소서! 소신이 잘못했나이다. 폐하!”
끄윽, 끅. 숨넘어갈 듯 통곡하는 그를 보며 명휘는 그저 무표정하게 눈을 내리깔았을 뿐이었다.
“자시(子時)까지다.”
태의의 통곡이 뚝, 그쳤다.
“자시까지 귀비의 상태를 돌려놓지 못하면. 그땐 그대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폐하! 소, 소신이 죽을힘을 다하겠나이다!”
납작 엎드려 고한 뒤 태의가 몸을 일으켰다. 잔뜩 고개를 조아린 상태로 그가 몸을 물렸다.
“그럼, 소신 이만 영화궁으로 향하겠나이다.”
그대로 태의가 양심전의 침전을 나섰다. 명휘는 떠나는 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의 눈빛이 다시 고요함에 잠기었다.
한 시진. 두 시진. 세 시진.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명휘는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먹구름조차 맑게 갠 하늘엔 달이 수줍게 떠올랐다. 궁은 온통 귀비의 호전 소식을 기다리며 고요하기만 했다. 원래도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는 곳이지만, 궁인들은 특히나 더욱 신경 쓰며 혹여나 눈에 들세라 입놀림을 조심하였다.
그렇게 약속한 자시가 다가왔다. 명휘는 그때까지도 발 한 짝 옮기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먹을 것은 물론이요, 물조차 일절 입에 대지 않은 그의 얼굴은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 어두운 방 안을 밝힌 등불 아래 음영이 진 얼굴은 오직 그 눈빛만이 절세 미남의 면모를 유지케 해 주었다.
“폐하.”
혹여나 귀비마마에 이어 폐하까지 병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근심 어린 목소리로 태감이 얘기했다.
“밤이 깊었사옵니다. 이만 침상에 드심이 어떠하나이까.”
하지만 명휘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목석처럼 앉은 자리를 묵묵히 지킬 뿐이었다.
“……폐하.”
태감이 다시 불러 보았으나 답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태감 또한 입을 꾹 다물었다. 어차피 저가 아무리 고해 본다 한들, 들어먹을 리 없는 황제였다.
시간은 다시금 흘러갔다. 마침내 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둥둥둥 궁 안을 울리고. 황제의 눈썹이 꿈틀한다.
“폐하!”
일순,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꽤 격양된 나인의 목소리를 들어선 영화궁에서 온 나인이리라.
“폐하! 귀비마마께서 방금 눈을 뜨셨다고 합니다!”
얇은 문을 타고 들어와 침전에 가득 울려 퍼지는 목소리. 이에 문밖을 지키고 있던 궁인들이 하나같이 몸을 조아리며 외친다.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어쩌면 자리조차 떠나지 않고 기다렸던 소식이었건만. 영화궁의 나인에게 소식을 전해 들은 명휘의 얼굴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어찌 감축 받을 일인가. 당연한 일인 것을.’
그는 생각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도 제 손을 마음대로 떠날 순 없다고.
하물며 그것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일지라도, 저가 원하면 반드시 제 옆에 있어야 한다고.
“폐하. 바로 영화궁으로 갈 채비를 하시겠나이까.”
태감이 눈치껏 먼저 물었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딱딱한 목소리뿐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의외의 말에 태감은 살짝 놀란듯했으나, 이내 입가에 살짝 웃음을 드리웠다.
“알겠사옵니다.”
그가 영화궁의 나인에게 눈짓해 보였다. 어린 나인은 문밖에서 황제 폐하께 예를 갖춘 채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
영화궁의 나인이 떠난 뒤, 잠 시중을 들고자 태감과 지밀상궁이 침전에 들었다. 그들은 용안을 정성스레 닦고 흑룡포를 벗겨 내고 황제에게 침의를 입혔다.
그러는 동안 명휘의 시선은 둥근 창으로 향해 있었다. 꽃나무 드리워진 창가는 말간 밤하늘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오늘 밤은 참으로 달이 밝구나.”
황제가 그리 말했다. 도통 들어 본 적 없는 말에 침의를 입히던 나인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내 태감이 그리했듯, 입가에 소리 없는 웃음을 띠었다.
이윽고 할 일을 끝낸 이들이 침전에서 물러났다. 사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방 안의 어둠 위로 달빛이 은은히 내려앉았다.
* * *
이른 아침. 둥근 창을 타고 들어온 따스한 햇볕에 영화궁에 아침이 찾아든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귀를 따갑게 울린다. 그 소리에 수현이 곱게 감았던 눈을 뜬다.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눈동자가 조심스레 주변을 훑는다.
“마마. 기침하셨나이까.”
막 방 안에 들어온 장 상궁이 수현을 보며 아뢰었다. 그녀는 손수 수현을 부축해 침상에 앉히었다. 아직은 많이 회복되지 않아 창백한 얼굴을 보자니 늙은 상궁은 제 이마 위로 주름이 하나 더 얹어진 것만 같다.
“마마가 침상에 누워계시는 동안 폐하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습니다.”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을 닦아 주는 그녀의 손길이 정성스럽다.
“이틀 동안 식음을 전폐하시고 침전에서 마마의 소식만을 기다리셨다지요.”
개소리. 이제껏 멀쩡하던 수현의 이마가 팍, 찌그러졌다. 심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기다리신 폐하를 위해서라도 어서 기운 차리셔야지요. 조반상을 마련하였사오니 한술 뜨시옵소서.”
기다렸다는 듯 잘 차려진 조반이 침전에 들었다. 장 상궁은 수현이 먹기 편하게끔 등 뒤로 베개를 받쳐 주고, 침상 위로 조반상을 올렸다. 조반은 환자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것이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끓인 죽과 갖은 반찬, 그리고 처음 수확한 여지(荔枝)가 그것이었다.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입도 꺼끌꺼끌한데, 아침부터 전해 들은 황제의 소식에 수현은 입맛이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물리려는데.
“아…….”
수현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빨간색 껍질에 쌓여 그 안에 하얗고 탱글한 속살을 감추고 있는 열매, 바로 여지였다.
여지는 남방에서 주로 나는 과일이었다. 수현이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했고.
태화의 도읍은 북방에 가까웠기에 평소 쉽게 구경할 수 있는 과실이 아니었다. 들어오는 족족 황실로 들어가니 평민은 꿈도 못 꾸는 과일이었던 것이다.
황궁에 들어오기 전까지, 흥청에서 모진 세월을 겪었던 수현이 오래도록 여지를 먹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저 과거의 기억 속에서나 존재하는 과일이었는데…… 이리 다시 만나니 어찌 반갑지 아니할까.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가뜩이나 고열로 알았던지라 목도 뻑뻑한데, 여지를 한입 베어 물면 숨통이 트일 것만 같았다.
“마마, 여지가 참으로 잘 익었습니다.”
수현의 시선을 읽은 눈치 빠른 장 상궁이 여지를 손으로 집으며 말했다.
“남방의 품질 좋은 여지는 수확 후 제일 먼저 황실에 조공되지요. 폐하께서도 여지를 좋아하셔서 참으로 많이 찾으신다 하십니다.”
노련한 손길로 그가 적색의 껍질을 깐다. 이윽고 하얀 속살이 물기를 머금고 먹음직스럽게 드러났다.
“자, 마마. 한입 드셔 보시지요.”
손자를 먹이는 할머니의 손길로 그녀가 수현의 앞에 하얀 과실을 내밀어 보인다.
잘근잘근. 애꿎은 입술만 되씹던 수현은 결국 여지를 향해 손을 내민다.
고 말랑하고 탱글한 과실을 입안에 가져가 한입 베어 무니, 톡, 하고 으깨지며 달큼한 액체가 입안에 팍 터진다.
“아아…….”
입안은 물론, 목구멍까지 잔뜩 적시는 과즙에 수현은 감격한 듯 탄성을 내뱉었다. 어렸을 적 먹었던 그 맛이었다. 어렸을 적, 어미의 품에 안겨서 하나씩 까먹었던 그 맛이 맞았다.
울컥, 어느덧 수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행복했던 추억과 잃어버린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무자비한 황제의 손에 짓밟히던 순간들이 차례대로 그의 눈앞을 스쳐 갔다.
“마마…….”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수습하며 수현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입안에 남은 커다란 씨를 내뱉고는 그가 애써 웃음 지어 보였다.
“참으로 맛있습니다. 그 맛이 너무도 달고 시원하여 이리 눈물이 납니다.”
쓰디쓴 감정을 속으로 삭인 채 내뱉는 그 얘기가 늙은 상궁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니, 비단 그녀가 아닌 그 누가 들었더라도 가슴 아팠을 터.
장 상궁은 말없이 또 하나의 여지를 잡아 들고 껍질을 곱게 벗겼다.
“마마.”
늙은 상궁이 다시금 하얀 열매를 내민다.
“앞으로 여지를 많이 들이겠나이다. 아니, 여지가 아니더라도 드시고 싶으신 것, 갖고 싶으신 것, 보고 싶으신 것 뭐든 말씀만 하시옵소서.”
그녀의 얼굴이 언뜻 햇살처럼 따사해 보인다.
“소인이 마마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든 성심껏 구해 오겠나이다.”
그녀의 말에 수현은 힘없이 미소 지어 보인다.
“그대의 말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집니다.”
빨간 입술 사이로 하얀 열매가 천천히 모습을 감춘다.
* * *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수현의 밥상엔 언제나 늘 여지가 올랐다.
여지 덕분인지, 아니면 궁인들의 정성 덕분인지 수현의 몸 상태는 날이 갈수록 호전되었다. 그는 이제 침상에서 벗어나 방 안을 거닐 정도가 되었으며, 간혹 영화궁을 벗어나 앞뜰에 산책을 나가기도 하였다.
황제가 몇 날 동안 찾지 않았고, 주변을 감시하는 시위도 없으니 꽃나무가 만발한 뜰을 걷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나마도 완전히 시름을 놓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긴 하였지만.
“……이것이 무엇입니까.”
평소와 다름없이 산책을 즐기던 수현의 발걸음이 멎은 것은 난데없이 앞뜰에 자리한 커다란 나무를 보고 나서였다.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는 길쭉길쭉한 이파리 사이, 사이로 붉고 둥근 열매가 가득 열려 있었다.
“아, 마마. 여지나무가 아니옵니까.”
“그것을 묻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하시면.”
“이것이 왜 여기에 있느냐 묻는 겝니다.”
실로 기이한 일이었다. 남방에서 자라는 나무가 하루아침에 영화궁 앞뜰에 떡하니 자리하다니. 누가 통째로 뽑아 심겨 놓았다 하더라도 남방에서 여기까지 며칠이 걸려야 당도할 수 있을 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고서는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폐하께서 그리하라 명하셨다 들었습니다.”
기가 막혔다. 수현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무어라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장 상궁만 옆에서 신이 나서 계속 떠들어 댄다.
“마마가 여지를 그리 좋아하시니, 폐하께서 기쁘게 여기시며 당장에 앞마당에 여지나무를 심으라 하셨나이다.”
“아니. 그렇다고 그 먼 곳에서 이걸 어찌.”
“마마. 폐하께선 지엄하신 천자이시옵니다. 어디 천자께서 못하실 일이 있겠사옵니까.”
하, 탄식이 절로 터져 나왔다. 아무리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황제라지만. 그 먼 곳에서 대체 이걸 어찌 가져왔단 말인가. 아무리 밤낮 쉬지 않고 달려온다 한들 꼬박 여드레는 걸릴 텐데. 이걸 어찌 이 짧은 시간 안에.
‘이게 또 무슨 수작이란 말인가. 미친 자가 저의 권세를 알리고 싶어 환장했더냐. 아니면, 이리하면 혹여나 내가 마음을 좋게 쓸까 봐?’
그러다 수현이 으득 이를 갈았다.
‘이런 걸 앞마당에 심어 두면 내가 기뻐할 줄 알고!’
짐승처럼 달려들어 수현을 먹어 치우던 원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더는 못하겠다며 울고 뿌리치는 저를 그가 어찌했던가? 온몸에 기가 다하여 숨이 꺼져 가도록 제 욕정에만 충실하여 더럽게 쑤셔 대고 박아 대던 게 황제 아니었던가?
별안간 지금까지 먹었던 여지가 다 넘어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었다. 뒤에서는 죽일 듯 달려들고, 앞에서는 선물 공세를 해 대는 황제의 이중성에 치가 떨렸다.
‘능욕에 이골이 난 자다. 정말 갖은 방법으로 날 괴롭히는구나!’
수현이 매몰차게 돌아섰다. 이제껏 뜰을 거닐며 풀리었던 표정이 도로 험상궂게 변해 있었다.
“마마. 왜 그러시옵니까. 무엇이 잘못되었사옵니까?”
장 상궁이 놀라 따라가며 물었지만, 수현은 답이 없었다. 대신 화가 단단히 난 목소리로 다른 얘길 꺼냈을 뿐이었다.
“앞으로 식사에 여지를 들이지 마세요.”
눈꺼풀이 가라앉은 장 상궁의 눈이 더없이 크게 떠졌다.
“예에? 마마. 그게 무슨.”
“앞으로 여지를 먹지 않겠단 말입니다.”
“하오나, 마마.”
“듣기 싫습니다. 앞으로 들이지 마세요.”
성큼성큼 앞서 걸어 나가는 수현을 따라 나인들이 종종걸음으로 따랐다. 그녀들보다 훨씬 장신인 수현이다 보니 그는 먼저 숙소에 도착했다.
그렇게 침전으로 들어서는데.
“……!”
뜻밖에 방 안에서 그를 맞이한 이가 있었다.
“폐, 폐하.”
바로 명휘였다.
“폐하를 뵈옵니다.”
장 상궁은 놀라 어찌할 줄을 몰라 하다가, 그새 자세를 고치고 고갤 조아리며 예를 갖추었다. 폐하를 뵈옵니다, 그녀를 따라 수많은 궁인이 고창하였다.
“…….”
보기 싫은 이를 맞닥뜨린 수현의 눈가가 잔뜩 찡그려졌다. 긴 옷소매에 감춰 둔 손으로 빈주먹을 그러쥐며, 애써 입 밖으로 말을 꺼낸다.
“폐하를…… 뵈옵니다.”
폐하 소리가 듣기 좋았는지, 아니면 오늘 기분이라도 좋은 건지. 명휘는 한껏 웃으며 그에 화답했다.
“그간 영화궁을 찾지 못했으니 짐은 참으로 무심한 자가 아니더냐.”
가식이 넘치는 미소. 참으로 역겨운 표정을 마주하자니 수현은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가족과 잃어버린 조국의 원수인 것도 모자라, 며칠 동안 저를 짐승만치도 못한 대우를 한 자였다. 아무리 천한 기생일지라도 저만큼 천대받지는 않을 터였다.
“무엇 하느냐. 이리와 앉거라. 마침 그대와 차를 한 잔 하려던 차였다.”
유려한 몸짓으로 흑룡포를 휘날리며 명휘가 자리에 앉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수현이 뒤를 따랐다.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뜰에 자주 나간다지?”
나인들이 찻상을 준비하는 동안 명휘가 느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그러하옵니다. 수현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대가 궐의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는 듯하니 짐이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한쪽 입꼬리를 비죽, 추어올리며 명휘가 웃었다. 제 처지를 꼬집어 비웃는 것임을 모를 리 없는 수현은 그저 입을 다문 채 상에 놓이는 찻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
잘 마련된 다과상에 마지막으로 커다란 접시가 올랐다.
“그대가 여지를 그리도 좋아한다지?”
탱글한 속살을 드러낸 둥근 과일, 여지를 잔뜩 쌓아 올린 접시였다.
수현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가 뚫어져라 과실이 담긴 접시를 노려보았다.
“짐이 특별히 그대를 위해 준비했노라.”
이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동시에 빈주먹을 바들바들 떨어 댔다.
“무엇 하느냐. 그대를 위해 준비했다는데. 어서 먹어 보지 않고.”
궁지에 쥐새끼를 몰아 놓고 장난을 치듯, 황제는 조용한 말로 수현을 다그치고 있었다. 실로 황제의 얼굴은 재미나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수현의 얼굴이 일그러지면 질수록, 명휘의 얼굴엔 징그러운 웃음이 떠올랐다.
“왜 먹지 않지?”
하지만, 웃음도 잠시. 기껏 권유함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수현을 보며, 명휘의 수려한 얼굴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방 안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 이제 황제는 죽일 듯 수현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제껏 꽤 평온했던 체향이 조금씩 격해지고 있었다. 조금씩 수현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왜. 먹지를. 않느냐고. 물었다.”
이를 아득 갈아 보이며 끊어 묻는 말에 차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 장 상궁이 나섰다.
“폐하. 마마께선 오늘 아침부터 계속 여지를 드셨나이다. 하여 이제 이제 질릴 때가 되었사오니.”
명휘가 한 손을 치켜들었다. 닥치고 가만히 있으란 거였다. 감히, 저따위가 끼어들 때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 장 상궁이 입을 급히 다물었다. 바들바들, 다시금 몰려오는 공포에 나인들이 몸을 떨어 대기 시작한다.
“다시 묻겠다. 왜 여지를 먹지 않느냐고 물었…….”
“먹고 싶지 않습니다.”
기어코 열린 수현의 입.
하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절대 황제가 원하는 답일 리가 없었다.
“뭐라.”
“먹고 싶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그대가 지금 무어라 지껄이는지 알고 그러는가.”
“……왜 먹지 않느냐 물어서 답하였거늘. ……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우당탕, 황제가 자릴 박차고 일어섰다.
흡, 일순 훅하고 몰려오는 짙은 사향에 수현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격분한 황제가 그대로 수현의 목을 낚아챘다. 가는 모가지가 커다란 손아귀에 잡히며 순식간에 벌겋게 물들었다.
“짐이 그대를 위해 앞뜰에 나무까지 심게 하였다.”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른 채로 수현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었다. 두 손을 들어 황제의 손을 밀쳐 내고 싶으나, 그저 머무는 것은 허공일 뿐. 연약한 음인의 손은 그 무엇도 해내질 못했다.
“근데 뭐라? 먹기 싫어?”
생리적인 아픔에 수현의 눈가에 눈물이 한 방울 맺혔다. 또다시 두려움이 엄습해 오고. 사향에 취한 몸이 제멋대로다.
“본디…… 따뜻한 지방의, 나무입니다.”
숨이 콱 막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수현은 힘주어 얘기한다.
“억지로, 이곳에, 심는다 한들.”
황제의 눈이 꿈틀거린다.
“그것이.”
하얀 눈동자에 시뻘건 핏줄이 솟는다.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겠습니까.”
아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리는 듯하다.
격노한 황제가 손아귀에 든 것을 부러뜨릴 듯 힘을 준다. 컥, 숨넘어갈 듯한 소리가 수현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곧 터질 듯한 얼굴은 피가 쏠려 더는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시뻘겋다.
“오냐. 그대가 먹지 못하겠다고 하면. 강제로 먹여야겠지.”
우악스러운 손이 접시에 가지런히 담긴 과실을 아무렇게나 움켜쥔다. 연약한 과실은 살점이 짓이기고 뭉개져 질질 즙이 흘러나오고, 그대로 음인의 붉은 입술로 처박힌다.
“웁, 우웁! 웁!”
벌어진 수현의 입안으로 무작정 과육이 처박혔다. 명휘가 쥐고 있는 탓에 꽉 막힌 목구멍을 뚫지 못하는 과육들이 입안을 채우다 못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온몸이 사향에 중독된 듯 제 기능을 못 하는데, 숨은 콱 막히고, 입안에는 계속 여지가 처박혔다. 이 끔찍한 상황을 맞이하며 수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대책 없이 당하는 것밖에 없었다.
“입이 있거늘. 왜 제대로 처먹질 못하는가.”
그런 수현의 모습을 보는 명휘의 얼굴은 흡사 미치광이와도 같았다. 이미 눈빛이 광기에 물든 데다 입은 묘한 웃음까지 흘리고 있었다. 꺽꺽거리는 수현의 얼굴을 보며 그의 입꼬리는 점점 더 휘어 올라가고 있었다.
“오호라. 이제야 생각나는구나.”
소름끼치는 눈빛이 수현의 망막을 파고든다.
“그대는 위의 입보다 아래의 입으로 먹는 걸 좋아했었지.”
쿠궁, 수현의 심장이 그대로 내려앉는다.
얇은 목을 그러잡고 있던 손이 풀려났다.
입안에 억지로 욱여넣던 과육들이 뚝뚝 떨어지고. 끈적하게 젖은 붉은빛 입가가 번지르르하게 빛났다. 벌겋게 변한 얼굴은 점점 새하얘지고, 모자란 숨을 들이마시며 어깨를 들썩인다. 겁을 뒤집어쓴 작은 짐승 같은 눈망울에 투명한 액체가 길게 꼬릴 그리며 떨구어진다.
“폐, 폐하.”
수현만큼이나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장 상궁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고, 고정하시옵소서, 폐하.”
이에, 명휘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쏘아보는 눈빛에 장 상궁이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감히 더 말할 수가 없어 얘기를 목구멍에 삼킨 채 입을 다물었다.
탁, 얇은 문이 닫히고 장 상궁과 나인들이 물러난 후에 방 안에 둘만이 오롯이 남겨졌다.
그대로 명휘가 수현의 팔을 잡아끌었다. 거세게 잡아 침상 위로 내동댕이친다. 이미 제 능력은 벗어난 몸뚱이가 하릴없이 침상 위로 뒹군다.
“그대의 입으로 서방이라 모신다 하지 않았느냐.”
침상에서 탁자로 이동하며 명휘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직 여지가 남아 있는 접시를 그가 잡아 올린다. 수현이 널브러져 있는 침상으로 가 하얀 과실을 그 위로 쏟는다.
좌르르. 눈덩이처럼 쏟아져 내리는 과실을 보며 수현의 눈동자가 일렁인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두려움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통제되지 않는 몸이 하릴없이 떨린다. 이미 한계를 뛰어넘은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를 쨍쨍하게 울린다.
“서방님이 친히 먹여 주면 감사하다고 먹어야 할 것을.”
허리춤에 차고 있는 붉은색의 끈이 하릴없이 끌려 나간다. 기다란 옷자락이 헤쳐지고, 고이 감추었던 가슴팍이 드러난다. 손으로 그으면 붉은 자국이 그대로 생겨 버릴 것 같은 새하얀 가슴팍이 들숨을 타고 부풀었다 날숨을 따라 내려앉는다. 작은 새처럼 안쓰러운 움직임이다.
“아니면 정녕, 아래의 입으로 먹여 주길 기다려 그런 것이더냐? 응?”
우악스러운 손짓에 순식간에 수현의 바지춤이 풀린다. 두 다리를 감쌌던 천을 끌어내리자, 손바닥보다 작은 속곳만이 덩그러니 모습을 나타낸다.
마지막 하나 남은 천 조각까지 모조리 벗겨진다. 어느덧 수현은 양어깨에 붉은색 상의만을 걸친 채로 나신이 되어 버린다. 몇 번이고 황제에게 내보였던 나체이건만, 수치심은 여전하다.
우악스럽게 옷을 벗겨 내던 명휘가 잠시 행동을 멈췄다. 침상에 늘어져 있는 음인의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끈적하게 젖은 입술. 옥처럼 하얀 나신 위로 걸쳐진 붉은빛의 천. 그리고 그 사이로 길게 내뻗은 가는 두 다리.
한없이 망가뜨리고 싶은 그 모습에 명휘의 욕망은 더욱 불타올랐다. 그가 수현의 가랑이 사이를 벌리었다.
“흣!”
수현은 반항하며 다릴 오므리려 애썼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의 몸은 의지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노력만 할 뿐, 그의 다리는 명휘의 의지대로 한껏 벌어지고야 말았다.
‘싫어. 싫어. 하지 마. 싫어.’
수현은 기를 쓰며 이를 악물고 저항했다. 황제가 제 아래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몸을 지배한 체향에서 벗어나려 죽을힘을 다하지만, 그럴수록 찾아오는 건 자괴감과 절망뿐이다.
수현이 절망하면 절망할수록. 무너져 내리면 무너져 내릴수록. 명휘의 욕망은 끝없이 치솟았다. 광기로 가득한 명휘의 눈빛은 오롯이 저가 망가뜨리고 있는 수현에게 꽂혀 있다.
“그대는 상상이나 해 본 적 있는가.”
하얗고 둥근 열매를 주워든 커다란 손이 천천히 가랑이 사이로 자리한다.
“아래의 입으로 이 달큼한 과실을 받아먹는 그대의 모습을.”
수현은 온몸에 땀이 흐르고 잔털까지 선다. 천천히 아래로 파고드는 황제의 손에 온몸의 신경이 마비된다.
“그 작은 구멍 안을 이 열매로 가득 메워 주면. 그대는 괴로워하며 울부짖을까.”
공포로 잔뜩 오그라든 주름의 입구로 말랑한 과실이 와닿는다.
“아니면.”
물기를 머금은 과실이 입구에 문대진다.
“맛있다고 벌름거리며 받아먹을까?”
축축하고 말랑한 느낌에 온몸이 굳는다.
“아래 입으로 단물을 줄줄 흘려 대면서 말이야.”
이대로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
“…….”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어찌한 일인지 명휘의 손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수현의 밀부에 과육을 문대는 것을 끝으로 손을 들어 올렸을 뿐이었다.
“흐읍!”
제 가랑이 사이를 떠나는 명휘의 손을 느끼며 수현은 그제야 멈추었던 숨을 터뜨릴 수 있었다. 흐윽, 흑. 흐으윽. 그제야 참았던 눈물보가 터진다. 서러운 눈물이 볼을 적시고 한없이 흘러내린다.
“아흐윽. 하아으. 흐으윽.”
한없이 떨리는 여린 어깨. 새파랗게 질려 버린 얼굴색. 눈물에 젖은 눈동자.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명휘는 피식, 웃어 보인다. 들고 있는 열매를 바닥에 떨구곤 수현의 얼굴로 손을 가져간다.
스윽, 눈물을 닦으며 차가운 손끝이 지나친다. 차가운 그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난다. 두려움이 스멀스멀 온몸을 갉아 먹는다.
“그대는 알고 있는가.”
눈물을 걷어 낸 손이 천천히 섬섬옥수를 잡는다. 대조되는 색의 두 개의 손이 포개진다. 이윽고 커다란 손에 이끌려 작은 손이 명휘의 입술에 와닿는다.
“그대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짐을 미치게 하는 것을.”
가늘게 떨리는 손끝에 일일이 입 맞추며 명휘의 입술이 지나친다. 따뜻한 입맞춤이 수현에게는 그리 느껴질 수 없었기에, 그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멈추려야 멈춰지지 않는 눈물이 누수되어 자꾸만 흘러내린다.
“그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전히 수현의 손을 잡은 채로 명휘가 상체를 숙인다.
“짐은 무슨 생각이 드는 줄 아는가?”
지독한 사향을 풍기며 그가 수현의 귓가에 입술을 묻는다.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인다.
“더 울리고 싶다. 더 처절하게 울려서 망가뜨리고 싶다.”
일순, 귓구멍을 파고드는 그 말에 수현의 눈물이 거짓말처럼 멎는다. 둔탁한 것으로 한 대 얻어맞은 듯, 온 정신이 멍하다.
“오늘 그대에게 해 준 얘기는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야.”
거국의 몸집이 다시금 상체를 떨어뜨린다. 들고 있던 손을 놓아주고, 벌어진 옷을 손수 여며 준다.
“짐이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붉은색 천이 하얀 속살을 가리고.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거만한 체향의 주인은 자리에 선 채로 아래를 내려다본다. 저가 만들어 놓은 피조물을 감상하는 조물주처럼, 그의 표정엔 오묘한 뿌듯함이 묻어 있다.
“그럼, 귀비는 이만 쉬도록 하여라. 아직 낯빛이 돌아오지 않은 걸 보아, 휴식이 많이 필요한 듯하니.”
옷깃을 바로잡은 명휘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보고 궁인이 문을 열었다.
이윽고 사향을 몰고 그가 복도로 사라졌다. 군주를 따르는 궁인 무리가 길게 늘어지고 그들이 모두 떠나자 뒤늦게 장 상궁과 영화궁의 나인들이 방 안에 들이닥쳤다.
“마마! 괜찮사옵니까! 마마!”
그들이 눈물을 삼키며 변으로 몰려드는 동안, 수현은 인형 같은 얼굴로 넋을 놓고 있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는 명휘가 남긴 말이 계속해서 반복해서 맴돌고 있었다.
더 울리고 싶다. 더 울려서 망가뜨리고 싶다. 더 처절하게…… 망가뜨리고 싶다.
먼 허공을 바라보던 수현의 두 눈이 곱게 감기었다. 멎었던 눈물이 다시금 눈초리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