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엘씨오와 나는 친형제 이상이었다. 어렸을 때 우리는, 혹 쌍둥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가 아프면 나도 아팠고,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서로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에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의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까지 두 손을 꼭 맞잡고 서로 이마를 맞댄 채 잠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엘씨오의 몽유병을 알아차린 것은 그의 부모도 아닌, 바로 나였다. 신나게 뛰어놀다 종종 한 침대에서 잠들곤 했는데, 그가 그렇게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엉엉 울어버리곤 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도 뭔가를 알았는지, 그가 그렇게 증상을 앓는 것을 어른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의 아픈 곳을 누구에게도 알리기 싫었다. 오롯 내가 감당하고 싶었다.
열두 살. 그 감당이란 걸 처음으로 직접 경험했다. 문득 자다 깨어보면 옆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조그맣게 발기한 것을 주무르고 있는 것은 많이 경험했지만, 한 번도 내게 손을 뻗은 적은 없었다. 처음엔 그저 조용히 몸을 맡겼다. 그러면 그가 좀 더 빨리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속옷이 내려갔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도 나는 두 손으로 입을 꾹 막았다. 안 돼, 소리를 지르면. 사람들이 그가 아픈 것을 알게 된다.
다음 날은 고열에 시달렸다. 그리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둘 다 몸이 성장하지 않아서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그의 부모님이 그의 증상을 알았다. 그 후부터는 함께 잠자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새벽, 문득 잠에서 깨어나 그의 방으로 들어가 얌전히 속옷을 내리는, 또 다른 몽유에 걸린 내가 있었다.
그를 기숙학교로 보내면서 그의 부모는 그가 치료를 끝냈으므로 완전히 완치된 줄 알았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도움 된다는 상담사의 말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방방 뛰었다. 그가 증상을 앓기 직전에 내가 먼저 그의 방으로 들어갔었던 사실은 물론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안 돼! 그럼 나 혼자 남잖아!”
“하긴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다가 떨어지면 섭섭하겠지? 어때, 안드레아도 같은 학교에 가겠니? 혹 또 증상이 발병하진 않나 좀 지켜보기도 하고.”
“…좋아, 그러고 싶어.”
그리고 함께 들어간 기숙사에서 며칠을 잘 지내던 그가 어느 날 밤 갑자기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신음했다. 나는, 어느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 그의 침대로 가 누웠다. 그리고 얼마 후, 불이 켜졌다. 나는 고스란히 피해자가 되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죽을 거야.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나머지 하나는, 아니 둘 모두 죽을 거다. 엘씨오, 포기해. 네가 지긋지긋해 하고 혐오하는 걸, 나는 그 감정을 겪지 않은 줄 알아? 하지만 안 돼. 둘 다 죽거나, 평생 이렇게 사는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날 좀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