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엘씨오는 아힘의 손을 놓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엘씨오는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다가 두 손으로 내 양 어깨를 꽉 쥐었다.
<미나. 우린 통하는 게 있나 봐요. 내가 딱 그 생각을 했거든요!>
흥분한 듯 내 어깨를 마구 흔드는 탓에 나는 목을 잘잘 흔들려야 했다. 그 모양을 보며 아힘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피곤과 짜증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아힘 슈미츠. 어때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나는 당신한테 신세도 졌는데 그걸 갚지도 못했어요. 그게 계속 찜찜하게 남아있었다구요. 자, 가요! 내가 근사한 저녁을 살게요.>
<아니, 난 딱히 당신이 ‘신세’라고 표현할 일을 하진 않았어요. 프라하에서의 일은 그저 같은 방을 쓰는 동안 나도 편하게 지내고 싶어 그랬던 것뿐이었어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천만의 말씀! 겸손도 너무 과하면 잘난 체하는 걸로 보여요. 침대를 바꿔주고 엠피플레이어를 빌려주고 염려해주고, 결정적으로 우릴 내쫓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그냥-. 아니, 그렇다 치고, 난 잠시 후에 피렌체로 갈 겁니다. 아쉽게도 당신의 호의는 다음… 만약 다음이 있다면 그 다음번 우연에 받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는 아힘의 얼굴은 전혀 아쉽지 않은 표정을 띠고 있었다. 옷에 붙은 송충이 두 마리를 떼어낸 듯 후련하기까지 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표정도 나와 시선이 마주치면서 곧 무너졌다. 그의 말을 듣고 난 후 나는 눈을 반짝거렸다.
<지금, 피렌체라고 했나요?>
<그렇…습니다만.>
<엘씨오. 우리 다음 행선지가 피렌체죠?>
<그랬나요? 아… 맞아요, 그랬군요. 아니, 확실해요. 우린 피렌체로 갑니다. 그러니까 내 호의는 다음으로 미룰 것 없이 피렌체에서 대접하면 되겠네요!>
나는 아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엘씨오는 은혜 갚는 까치가 환생하기라도 한 것처럼 좋다고 꺅꺅거렸다. 아힘은 내가 찢어진 눈으로 계속 시선을 떼지 않자 노려본다고 생각했는지 무서운 표정으로 마주 노려보았다. 한참을 둘이서 눈싸움을 하고 있는데 가게의 점원이 다가와 너무 시끄럽게는 굴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아힘과 나는 무안해져 얼른 가게를 빠져나왔는데 엘씨오는 괜히 이것저것을 만지작거리며 태연한 척 했다.
피렌체 행 기차표를 미리 예약해 둔 아힘의 티켓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워낙 비효율적이고 무계획적인 시스템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철도청은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에 따르라는 배짱으로 시시때때로 파업연맹을 맺거나 사전통보도 없이 열차의 시간을 바꾸는, 참으로 친절하지 못한 서비스로 유명하다. 그리고 아힘이 예약한 열차도 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철도청의 사정상 시간이 바뀌었다는 매표원의 설명이 있었지만, 그게 어떤 사정인 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럼, 미나와 아힘이 1등석으로 가고 나만 혼자 2등석으로 가는 건가요?>
<피렌체까지는 멀지 않잖아요. 두세 시간만 참아요. 이 과자 가지고 갈래요?>
<잠깐. 유스패스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1등석과의 차액을 따로 지불하면 자리를 옮길 수 있지 않을까요? 한번 물어볼까요?>
<엘씨오, 피렌체에서 근사한 저녁을 대접해야 하잖아요? 돈을 좀 아끼는 게 좋을 텐데요.>
엘씨오는 손으로 턱을 받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네요, 하는 말에 나는 아힘의 눈치를 살폈다. 아힘은 그런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쏘아보았다. 그런 눈빛을 보자 가슴이 조금 뜨끔했다. 아니, 조금 서글펐다.
<아주 뻔뻔하시군.>
배낭을 자신의 옆자리에 던져놓고는 아힘은 피곤함을 숨기지 않고 몸을 던지는 것처럼 털썩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내게는 시선을 주지도 않고 붉게 물들고 있는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말할 거예요. 다만 적절한 타이밍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당신도 봤듯이 저 남자는, 엘씨오는 너무 착하고 순수하고……. 그래서 가장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후에 말할 거예요. 그러니까 날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요.>
<그렇게 착하고 순수한 남자를 놔두고 나한테 이렇게 구는 걸 바로 뻔뻔하다고 하는 겁니다.>
무조건 경계하며 날을 세우고 비꼬는 그에게 나도 스멀스멀 화가 치밀었다. 나를 마치 창부 취급하고 있는 태도에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이래봬도 20년 외사랑 순정파인데. 물론 가끔 그 순정을 배신한 적은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렇게 벼랑 끝까지 와버린 내가 더 이상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상대의 눈치를 보는 건 이제 지긋지긋하다.
가슴 속에서 바르작거리고 있는 성질머리를 겨우 억누른 것은, 긴 다리를 꼰 채 창틀에 팔꿈치를 기대어 얹어놓은, 붉은 기운이 반짝이고 있는 그의 무료한 표정의 얼굴이었다. 지는 해가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바로 그, 아힘 슈미츠였다.
나는 문득 내가 사춘기 시절에도 잘 느끼지 못했던 소녀풍의 감성을 새삼 그로 인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건지, 화가 나는지, 키스를 하고 싶은지, 입술을 물어뜯고 싶은지, 웃고 싶은지, 울고 싶은지 알수 없는 모호한 기분을 나는 그를 만나면서 계속 느껴야 했다. 그게 혼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떨림이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잖아요. 당신을 놓칠 순 없어요. 그렇다고 매정하게 엘씨오를 떨쳐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너무 무책임하잖아요.>
내 목소리는 한껏 기가 죽어 있었다. 엘씨오에 대한 생각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노을빛을 받은 그의 얼굴에 넋이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는데 머리 위로 잔뜩 화가 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대단한 양심이군! 당신 같은 사람을 잘 알아.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이 아까우니까, 상대가 불쌍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 두려우니까 무작정 시간을 끄는 거겠지. 그리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는 자신이 피해자인양, 슬퍼죽겠다는 표정을 하고는 태연스레 모든 걸 파멸시키지! 대체 그런 인간들 속에는 뭐가 들었지? 이봐, 당신이 한번 말해봐.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속물이었나? 당신들 종족은 몇 살 때부터 양심을 돼지우리 속으로 던져버렸지? 구역질 나!>
그리고 아힘은 거친 발음의 독일어로 무어라 내뱉고는 문을 쾅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나는 그 모든 비난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몸이 꽁꽁 얼어붙은 것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끝났구나. 하긴 내 주제에 너무 까불었지. 나는 담담하게 생각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에 얼굴이 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힘이 다시 들어온 것은 한 시간여 즘 지난 후였다. 의외로 그도 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슨 말을 꺼내는 것은 어려웠다. 그가 자리에 앉아 이제는 제법 어둑해진 창밖을 바라보는 틈에 나는 그의 옆얼굴을 훔쳐보았다. 세안을 한 것인지 얼굴 주변의 머리카락과 옷의 소매와 목주변이 젖어있었다.
<그런 식으로 말해서 미안해요.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순간 화를 억누를 수가 없었어요. 미안합니다.>
차창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아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제야 눈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줄이 날카로운 가윗날로 순식간에 잘려져 양쪽으로 당기고 있던 것을 아프게 치며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막혔던 숨이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어린아이처럼 우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울어요? 우는 겁니까? 진정해요. 난 여자가 울 때에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른단 말입니다. 하물며 남자가 울 때는…….>
<괜찮아요. 그저 좀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요. 난 당신이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요.>
눈물은 줄줄 흘리면서도 나는 바보처럼 벙실벙실 웃으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하지만 긴장이 풀린 탓도 있었지만 설움도 있었다. 더 이상은 혼자 남겨지기 싫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 짧은 시간동안 이 남자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벌써 세 번째라는 사실-첫 번째는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을 떠올렸다. 저 남자, 나를 아주 실없는 남자로 보겠구나, 생각하니 또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아아,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된다는데…….
<미리 말해두겠지만, 내가 원래 이렇게 눈물이 많은 남자는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울지 않아서 냉혈한이라는 소리까지 들어본 적 있다구요.>
그러나 아힘은 묘한 표정으로 말없이, 그리고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스스로 가방을 뒤져 티슈를 꺼내 얼굴을 닦았다. 그동안에도 아힘은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옷깃을 다듬고 머리를 다듬고 목소리를 가다듬는데도 그는 눈 한번 떼지 않고 내 얼굴과 그런 모든 행동을 주시했다. 기분이 이상해져서 나는 씻고 온다고 말한 후 복도로 나왔다.
눈 주위만 대충 적신 후 돌아왔을 때 아힘은 여전히 창틀에 팔꿈치를 얹어 얼굴을 기댄 채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밖은 완전히 해가 져서 차창으로 보이는 것은 그에 비춰진 그의 얼굴뿐이었다. 그는 마치 자신의 눈동자 사이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차창 속에서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을 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나는 주춤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알았어요. 당신은 확실히, 그 여자와는 동류가 아니에요. 그녀는 날 위해 운 적은 있지만 자기 자신의 감정 때문에 운 적은 없으니까. 어떤 게 더 악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당신은 자신을 속이지는 않는 것 같으니까, 내가 잘못 봤어요. 다시 한 번 미안합니다.>
<갑자기 무슨… 그 여자라니요?>
<도라 레만.>
<그게 누군데요?>
<내 약혼녀. 아니, 내 약혼녀였던 여자.>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간단명료한 그의 대답에 위축된 것은 오히려 나였다. 그 순간 나의숨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이 남자는 숨을 제대로 쉬고 있기는 한가. 나는 조심조심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무릎 위의 손가락들을 꼼지락거렸다. 그런데 그가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 느껴져 그것도 관둬버렸다.
아힘이 이성애자라는 것, 아니 온전히 이성애자로 살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남자가 여자를 몇 명 사귀고 몇 번 헤어진 것쯤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약혼까지 할 정도로 진지하게 사귀었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조금 부럽기도 한 일이었다. 그러나 약혼을 했다는 사실을 과거형으로 말하는 것에 뒤틀리려던 심사가 다잡아졌다.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단아한 속눈썹을 훔쳐보며 나는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 까를교 위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반질반질하게 닳은 얀후스 성인 동상의 부조를 만지며 그는 나와 같은 소원을 빌었었다.
<잊게 해 달라고……. 그 소원과 관련이 있어요?>
나는 이미 뻔히 예상되는 것을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아힘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피식 웃으며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어요?’하고 중얼거렸다. 그럼요,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이 날 골치 아픈 술주정뱅이 보듯 바라보았던 눈빛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는걸.
<맞아요. 그 여자를 잊기 위해서 이런 청승을 떨고 있는 겁니다. 언젠가 둘이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결국 이렇게 혼자->
<결국 이렇게 혼자 와서 재수 없게도 동성애자인 남자한테 고백이나 받고. 그렇죠?>
정곡을 찔린 건지 아힘은 캄캄한 창밖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차창에서 우리는 다시 눈이 마주쳤다.
<전에도 말했지만, 난 성적소수자들을 단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다만… 난 그런 쪽에 취미가 없다는 거죠. 당신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요. 정말 나한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게 맞는지. 미나모토, 여행은 사람의 마음속에 이상한 흥분을 일으키죠.>
<그렇다면 당신도 여행 중의 이상한 흥분 때문에 날 그런 눈으로 본 건가요?>
기차가 덜커덩거리는 소리 외에는, 둘 다 한 번씩 찬 물로 얼굴을 적신 탓인지 갑자기 냉정해진 우리가 조용조용하게 한 마디씩 나누는 말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의 오해 때문이라고 내가 그에게 반한 책임을 떠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둘 다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그는 특별히 화가 나거나 귀찮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나는 왜 또 이렇게 어려운 상대에게 반해버린 것일까. 그것을 깨닫고, 이제 다시는 혼자 속앓이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무식하게 앞으로 돌진한 것까지는, 그래 어찌어찌 여기까지는 왔다. 그런데 상대는 베를린 성벽보다도 단단한 남자였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왜 사랑은, 미처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일까.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좀 더 쉬운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는 끄떡도 하지 않는 아힘을 바라보며 며칠 후에 내가 이 여행 자체를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싫다,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그 음울한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얼마나 편안함을 느꼈던가. 결과가 어찌되든, 이 여행은 오로지 내 의지에 의한 것이었다. 결과가 어찌되든, 나는 시작했을 때의 느낌만을 안고 돌아가리라.
시작…시작……?
<풉->
<갑자기 왜 웃죠?>
런던의 입국 심사관 앞에서 입국허가를 얻기 위해 내가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미친놈도 아닌 대신에 단지 좀 과한 로맨티스트라는 것을 설명했던 일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때 나는 울다가 웃다가하는 나를 심상치 않게 바라보는 심사관에게 약혼녀와 파혼하고 함께 오기로 했던 신혼여행을 혼자 와서 이런 상태라며 나를 변호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구구절절하게 쏟아냈던, 웬만한 사람은 절대 믿지 않을 거짓말이 바로 아힘의 경우가 아닌가.
<큭- 그게 말이죠… 당신의 지금 여행 동기가 말입니다, 그러니까 약혼녀와 파혼 후 함께 오기로 했던 여행을 혼자 다니는 게->
<당신은, 그런 게 웃깁니까?>
나는 아차 싶어 딸꾹, 웃음을 멈추었다. 강민하, 이 미친 놈. 입술을 깨물어 차창을 바라보았다. 차창에는 그의 뒤통수만이 비칠 뿐이었다. 서서히 옮긴 시선에 그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미안해요, 난 그냥->
<당신은 하루에도, 아니, 단 두세 시간 안에 몇 번이나 내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하는군.>
그리고 아힘은 다시 캄캄한 차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내가 그의 기분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놓았다 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을, 어떤 식으로든, 흔들긴 흔들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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