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28)

#

긴 꿈에서 정신을 차렸을 땐, 시리다고 생각했던 등이 따스했다. 고개를 틀어서 은은한 수면 조명 아래 눈을 감고 있는 남자를 봤다. 텁텁한 육개장을 조금 전에 먹은 것처럼 목이 메말랐다. 내 몸을 세게 끌어안은 묵야의 팔을 떼어냈다. 자고 있으면 누가 건드려도 모르는 묵야가 웬일로 잠에서 깨어났다. 

“어디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 그의 이마에 입술을 댔다. 이제 내가 안아줄 상대는 바로 여기 있었다. 묵야. 후회 없도록 사랑해야 할 사람도 바로 이 남자였다.

“좋아합니다.”

묵야가 찬물을 맞은 사람처럼 눈을 번쩍 떴다. 자다 놀란 아이처럼 반응이 순수했다.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

묵야의 뺨을 꼬집었다. 살점이 얼마 없어서 늘어나진 않았다.

“아프죠?”

“하하, 아파.”

아프다면서 웃는 남자가 천진난만했다. 

“자요, 물 마시러 일어난 것뿐이니까.”

묵야가 몸을 번쩍 일으켰다. 그러고는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전라의 상태로 뚜벅뚜벅 움직였다. 커다란 게 덜렁거리니 시선이 자꾸 밑으로 쏠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얼음과 시원한 물을 가져온 묵야가 내 입에 머그컵을 대주었다. 꽉 막혔던 목이 뚫리며 시원한 물이 장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묵야씨도 마실래요?”

“아니.”

묵야가 침대에 누워 자신의 옆자리를 탁탁 쳤다. 그 안으로 파고 들어가 침상 위에 올려둔 전자시계를 확인했다. am 6:58 곧 묵야가 일어날 시간이었다. 묵야도 잘 생각은 버렸는지 내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 거렸다. 질척한 손놀림으로 유두를 꼬집는 묵야의 손을 떼어냈다. 엉덩이를 주무르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주말에 여행. 못 갈지도 모르겠어요.”

“왜? 멀미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알바자리 찾고 있거든요. 아니 사실은… 어제 면접보고 왔는데 연락 오면 출근해야 돼요.”

“사장이 왜 알바를 해.”

묵야가 싱겁다는 듯 말했다.

“그건 시골 카페구요. 서울에선 백수예요.”

“경찰일 돕는다며.”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정 덕에 그만두게 됐죠. 물론 묵야를 원망하진 않았다. 

“그만 뒀어요.”

“왜지?”

“이래저래 안 맞는 것도 있고, 편하게 좀 살려구요.”

“잘 생각했다.”

이주율과 같은 답을 하는 묵야를 신기해서 쳐다봤다.

“알바도 할 필요 없어. 필요한 게 있으면 어떤 것이든 말 해…… 라고 말하면 화내려나?”

묵야가 말끝을 흐리며 자신의 턱을 쓸었다. 언뜻 자라난 수염을 확인하듯 턱 위로 손이 움직였다. 깎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내린 손이 내 하반신으로 다가왔다.

“왜 화를 내요. 필요한 거요. 많죠. 매달 백만 원씩이면 먹고 싶은 것 먹고, 사고 싶은 것 다 사요.”

“싸게 먹히는 군.”

내 엉덩이를 주물 거리던 묵야가 일어났다. 옷걸이에 주름하나 없이 걸어두었던 바지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카드 한 장을 가져왔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인지 알겠다.

“저 주는 거예요?”

묵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드릴까요?”

“한도가 있으니 그럴 일은 없지.”

“한도가 얼만데요?”

“글쎄… 네가 써보면 알겠지.”

분명 한도가 백 단위는 아닐 것만 같았다. 연봉이 3천 만원인 사람도 카드 한도가 300만원이 안 된다던 기억은 있는데.   

“한 달에 5천씩 쓰게 해주면 가지구요.”

물론 카드의 마그네틱이 닳을 때까지 긁을 생각은 없었다. 

“네 마음대로.”

묵야는 내 농담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는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한 달에 5천도 더 버시나봐요.”

“모아둔 게 있으니까.”

저금하는 조폭. 진정 새 나라의 조폭이었다. 

“필요 없어요.”

카드를 들고 있던 묵야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 난감하게 서있었다. 그것을 빼앗아서 두 걸음 정도 떨어져있는 침실 테이블 위로 휙 던졌다. 정 가운데 떡하니 오른 카드가 제자리에서 회전했다. 내 농구 실력이 카드 던지기에서도 빛을 발휘했다. 

“시골로 내려갈 건 아니지?”

현재는 백수라는 말에 내가 다시 시골로 내려갈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농후했다.

“아니에요.”

지금이야 쉽게 대답했지만, 태형 형과 그렇게 되고 나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서울에서 마땅히 할 것도 없고, 두고 온 카페도 걱정이 돼서 다시 내려갈까라는 마음을 3할 정도는 품었었다. 그렇지만 묵야를 만나려면 장장 4시간을 걸려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묵야가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왕복으로 8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코스를 그에게 선사하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이주율도 간간히 찾아올게 뻔했다. 검은 세단이 주를 이뤄 한적한 시골을 찾아오는 게 달갑지만은 않았다.

“뭐, 알바 못 구하면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겠지만요.”

“아르바이트는 무슨 종류지?”

“일단 면접 봤던 데는 집근처의 커피숍이에요. 프랜차이즈 점은 아니고, 제가 운영했던 시골 카페같이 개인이 운영하는데 랄까.”

“주인이 알바가 되면 불편하지 않을까?”

내 이름에 잠시 움찔했다. 묵야는 이주인의 주인이 아니라 카페의 주인을 지칭한 거였다. 

“실력이 좋아서 카페를 차린 건 아니었어요. 거기가 땅값도 싸고 한적해서 간 거였죠.”

“그러고 보니 그 카페에 있던 종, 특이했던 게 떠오르는 군.”

“종이요?”

“입구에 달려있던 방울 말이다.”

제멋대로 울렸다 안 울렸다 하는 카페의 문에 매달린 종을 말했다. 묵야는 그것 때문에 내 가게가 신기루 같다고도 했었지. 

“낡아서 그래요. 원래 그 가게가 별장이었는데 주인이 싸게 내놓은 걸 제가 구입한 거예요. 종도 원래 있던 걸 사용했던 거구요.”

사실 종소리가 울리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딸랑딸랑하고 소리를 울려주는 내부의 추에 문자들이 달라붙었기 때문이었다. 유독 맑은 종소리를 좋아하는 문자들이 있었다. 저들끼리 추에 달라붙어 추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종소리를 들으려 몰려드는 문자들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었다. 문자가 실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드물었으나 가끔씩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내 몸을 만지는 묵야의 손길이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다. 엉덩이 안쪽을 벌려서 어제의 정사로 아직 열을 품고 있는 구멍에 손을 댔다.

“아직 부어있다.”

“아프진 않아요.”

“그럼….”

한 번 더 할까? 라는 속내가 느껴졌다. 몸이 무겁진 않으니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안에다 하진 말죠. 힘들어지니까.”

“알았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묵야가 내 위로 휙 올라탔다. 기다렸다는 듯 정색하고 덤벼드는 바람에 묵야가 평소에 얼마나 참고 있는지 이해가 갔다. 묵야의 길고 두꺼운 손가락이 쑥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단단하게 닫히지 못했던 구멍이 무리 없이 그의 손을 삼켰다. 

“평소보다 뜨겁고 질척하다.”

그의 말대로 메마른 감각은 없었다. 젤이 없어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느낌이었다. 묵야가 손가락 하나를 더 늘려 안을 쑤셨다. 나는 묵야가 움직이기 쉽도록 허리를 슬쩍 들었다. 묵야가 유두를 만지던 행동을 멈추고 손을 뻗어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뭐지? 하고 침상 상단으로 고개를 올렸다. 묵야는 내가 먹고 남겨두었던 머그컵 속에 손을 담그고 있었다. 머그컵의 물이 불청객의 난입으로 인해 밖으로 넘쳐흘렀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끌어올린 묵야가 구멍으로 손을 가져왔다. 허리가 번쩍 튀어오를 정도로 차가운 손이 엉덩이의 열을 식혀주었다.

“차가워요.”

“너무 뜨거우니까 식혀주려고.”

희미하게나마 서려 있는 짓궂음이 드러났다. 하, 이런 표정이니 화도 못 내겠고. 두 엉덩이 사이의 골을 타고 얼음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묵야가 그것을 끌어올려 얼음과 함께 엄지손을 구멍 안으로 푹 쑤셨다. 지나친 차가움에 풀어졌던 구멍이 다시 빠끔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 속을 묵야의 손가락 세 개가 쑤시고 들어왔다. 녹지 않은 얼음을 내부에서 가지고 노는 듯 딱딱하고 차가운 것을 내벽에 문질렀다. 아랫배가 싸해졌다. 녹아버린 얼음이 엉덩이를 타고 허리께까지 흘러내렸다. 

“그래도 뜨겁군.”

묵야가 손을 빼자 뚝뚝 거리며 물이 흘러내렸다. 얼음 하나뿐인데도 묵야의 손이 흥건하게 젖었다. 묵야가 다시 손을 올려 머그컵에 담갔다.

“하, 하지 마요!”

“하나만.”

눈을 가느다랗게 접는 묵야를 보고 생각했다. 점점 내가 이 남자한테 약해지고 있다고. 전 같으면 하지 말라는 말에 입술을 다물고 참았을 묵야지만 요새는 조금씩 내 융통성을 이용하려는 듯 해보였다. 얼음 하나가 다시 안으로 쑤셔 박혔다. 좀 전보다 크기가 커다랬다. 형태가 일정하지 않게 녹는 터라 뾰족하고 뭉툭한 부분이 여지없이 생겨났다. 특히 뾰족하게 녹은 부분이 전립선을 훅 찔렀다. 대비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저릿한 감각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묵야의 품에서 뒤로 물러났다. 묵야가 내 허벅지를 잡아 다시 밑으로 내리 끌었다. 손가락 네 개가 들어오자 아래가 지나치게 당겼다. 

“아읏…….”

녹아버린 얼음 때문에 안을 쑤시는 손이 연신 쿨쩍거렸다. 수치스러운 소리임에도 쾌감이 뒤따랐다. 묵야와의 섹스는 처음보단 두 번째가 좋았고, 두 번째보다 횟수를 셀 수 없는 지금이 더 좋았다.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모르는 사람과 했던 첫 섹스는 허탈함이 전부였었다. 결국 섹스에도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생각해.”

묵야의 손가락 끝까지 단번에 틀어박았다. 그의 기둥이 들어온 것만큼이나 벅찼다. 

“아, 아무… 아무 생각도… 안 해요!”

아래가 가득 찬 느낌에 저절로 벌려진 입에서 더듬거리는 숨이 샜다. 목구멍이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것이 반복됐다. 아래를 쑤셨던 묵야의 손가락이 제대로 침을 삼키지 못하는 입안으로 들어왔다. 미지근한 물이 침과 얽혀 끈적거림을 만들어냈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덕에 묵야의 손가락을 혀로 빙빙 돌려 핥았다. 

묵야가 내 몸을 타고 올라오더니 그의 배꼽까지 쳐 올라온 기둥을 내 입으로 쭉 내렸다. 귀두를 입 안에 물었다 놓자 탄력 있는 기둥이 내 코를 퉁치며 위로 올라갔다. 그 기둥을 내리눌러 입안에 담았다. 젤을 쓰지 않을 때는 침이 기둥에 진득하게 묻는 편이 더 편했다. 귀두의 파인 홈까지 구석구석 혀로 핥고 일부러 침을 삼키지 않아 그의 기둥에 그득 타액을 묻혔다. 기둥의 곳곳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구슬의 감촉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오히려 그걸 혀로 눌러 줄 때마다 묵야가 더 좋아하는 듯 보였다. 내 가슴팍에 올라탄 묵야가 허리를 들었다. 기둥을 천천히 목구멍 안으로 쑤셔 넣었다. 켁켁거리는 소리가 커다란 기둥에 박혀 나오지도 못했다. 식도까지 타고 들어오는 기둥이 콱 박히고 뒤로 물러났다. 다시 들어오는 기둥은 좀 전보다 거칠고 빨랐다. 이로 물지 않기 위해 입을 최대한 벌렸다. 그럼에도 구슬로 인해 튀어나온 살이 이빨에 긁혔다. 사정할 때까지 입안을 쑤실 것처럼 헤집던 묵야가 기둥을 쑥 빼냈다. 들어가는 것과 같이 나오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기둥에 번들거리는 침이 마르기도 전에 묵야가 밑으로 내려갔다. 공중에 띄어 올려진 내 허벅다리가 묵야의 어깨에 걸쳐졌다. 묵야는 약간 벌어진 구멍에 귀두의 앞섶을 맞췄다. 귀두를 담을 수 있는 크기로 벌어지는 아래가 지끈지끈했다. 

“아… 아아….”

반사적으로 아랫배를 감싸자 묵야는 내 두 손을 잡아 양쪽으로 벌려 쥐었다. 감았던 눈을 뜨고 묵야를 올려봤다. 옆으로 틀어진 얼굴에 잘빠진 턱 선이 도드라졌다. 묵야의 미간에 주름이 갔다 싶었을 때 안으로 성기가 한 번에 처박혔다.

“아아아!!!”

겹쳐진 묵야의 손가락을 꽉 쥐었다. 

“찌, 찢어진 것… 같아요.”

정말 아래가 부욱 하는 느낌이 났다. 묵야가 손을 놓고 탱탱하게 올라붙은 내 불알을 슬쩍 올려 구멍을 확인했다. 

“걱정 하지 말고 집중해.”

새벽의 습한 안개처럼 묵야의 목소리가 성욕을 달궜다. 묵야는 섹스를 할 때 평소보다 목소리의 톤이 더 낮아지곤 했다. 오히려 그게 더 성적으로 다가왔다. 묵야의 음모가 엉덩이에 닿고 기둥을 더 깊이 들이댔다. 배꼽에 충분히 닿았을 기둥이 안의 내장들을 전부 쳐내고 있었다. 이러다간 장기가 제 자리를 잃고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프진 않았지만 공포가 앞섰다. 

“그, 그만. 그만 들어와요.”

“그러고 싶지만… 아직 절반이라서.”

흡사 안을 전부 범하기라도 할 기세였다. 묵야의 어깨에 오른 내 다리에 가려져 간간히 보이는 문신이 가까이 다가왔다. 묵야의 목을 끌어안았다. 묵야가 허리를 움직였다. 귀두까지 빼내는 움직임이 아닌 깊어진 부근에서 더 안을 쑤시려는 의도 같았다. 묵야가 허리에 힘을 주어 내 엉덩이로 잔뜩 내리 눌렀다. 기둥이 내부에서 비벼지며 몸 안의 모든 살을 묵야가 가르는 듯한 느낌이 났다. 한참을 그러고 가만히 있자 거세게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숨이 가빴다. 주먹으로 묵야의 등을 퍽 쳤다. 가볍게 치진 않았으니 꽤나 타격감이 있었을 것이다. 묵야가 기둥을 뒤로 쑥 빼냈다. 구슬이 드륵드륵하며 구멍을 긁고 지나갔다. 구멍의 끝에 도톰한 귀두가 간신히 걸쳐졌다. 내벽 안쪽이 비워지는 느낌에 한숨을 내쉬자 삽시간에 안이 메워졌다. 묵야가 격렬하게 움직이며 마구잡이로 안을 쑤셨다.

“아아아! 아아아!”

다른 말은 하지도 못하고 신음만 내뱉었다. 묵야가 내 성기를 꽉 쥐었다. 잡은 성기를 거세게 흔들면서 그것보다 더 거칠게 구멍 안을 때렸다. 엉덩이에 묵야의 불알이 철퍽철퍽 부딪혔다. 뜨겁고 두꺼운 방망이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덤벼들었다. 전립선을 부벼대는 바람에 사정감이 금세 몰려왔다. 내가 결코 조루는 아니었다. 묵야의 구슬이 계속 전립선을 찌르기 때문에 오랜 시간 사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묵야의 기둥에서 살을 뚫고 솟아나온 돌기가 전립선을 헐도록 쑤셨다. 이렇게 심하게 하다간 내벽이 짓무를 것 같았다. 묵야의 엄지손이 내 요도를 마찰했다. 참지 못한 정액이 튀어나갔다. 방출된 정액이 묵야에 턱밑을 맞고 내 가슴팍으로 떨어져 내렸다. 묵야는 내가 사정할 때면 더 거칠게 허리를 놀렸다. 그는 힘이 들어가 안이 빡빡해지는 내벽을 즐기고 있었다. 묵야가 내 가슴에 떨어진 정액을 혀로 훑어 입술에 가져댔다. 비릿한 맛에 삼키기조차 힘들었지만 사정감이 가시지 않은 터라 거부할 수가 없었다. 묵야와 내 입안에 싸지른 정액이 엉망으로 엉겨들었다. 정액과 뒤범벅된 침을 삼키자 묵야가 갑자기 기둥을 쑥 빼냈다. 귀두까지 빠져나가자 아래가 텅 빈 것처럼 씰룩댔다.

“안에다 하고 싶으니 콘돔 낄게.”

귓가에 속삭인 묵야가 콘돔을 서랍장에서 꺼냈다. 나 역시 고무를 씌운 콘돔성기보다 생기둥이 더 좋기는 했지만 하루에 두 번이나 장내 사정을 받기는 힘들었다. 아랫배가 화끈거려 장내 사정이 힘든 날은 콘돔을 사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더니 그 다음날 곧장 묵야가 콘돔을 사왔다. 실질적으로 사용한 날은 딱 한 번뿐이었다. 오늘이 바로 두 번째 콘돔 이용일이었다. 콘돔에서 달콤한 향기가 풍겼다. 커다란 성기에서 튀어나온 돌기들이 얇은 콘돔 고무를 뚫을 듯 도드라졌다. 질린다는 표정을 짓기도 전에 묵야가 구멍을 쑤셨다. 고무의 느낌은 어딘지 모르게 생소했다. 콘돔에 막힌 돌기들은 생으로 하는 것보다 부딪히는 감각이 더 둔했다. 그래도 벅차긴 매한가지였다. 

평소엔 체위를 바꾸는 묵야지만 오늘은 정상위가 마음에 드는지 내 허벅지를 어깨에서 내려놓을 줄을 몰랐다. 나도 옆이나 뒤보단 묵야를 보고 하는 행위가 더 좋았다. 전립선을 부벼주는 바람에 성기가 다시 섰다. 이미 한 번의 사정을 마친 터라 내 불알은 쳐져있었다. 묵야가 안을 거세게 때려 박자 불알이 덜렁거리며 흔들렸다. 

“아!…아아!!!”

불알 안에 담긴 알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짙은 쾌감을 만들어냈다. 아래는 시큰거리고 위는 찌릿찌릿 거렸다. 구멍이 닳아 헤질 때까지 흔들던 묵야가 행동을 멈췄다. 부풀어 오르는 기둥이 전립선을 꾹 누르며 사정을 시작했다. 나도 거의 동시에 사정했다. 첫 번보다는 양이 현저히 적었다. 콘돔을 꼈는데도 묵야가 안을 쏘아 올리는 정액의 느낌이 사실적이었다. 이상했다. 배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 정액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기시감인가……. 멍하게 묵야를 올려봤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툭 떨어졌다. 손을 들어 묵야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묵야가 얼굴을 틀어 내 손목에 키스를 했다. 사정을 마치고 묵야가 천천히 기둥을 빼냈다. 아래를 지켜보는 묵야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당황한 사람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묵야의 것이 빠져 나갔는데도 느낌 탓인지 뭔가가 들어있는 기분이었다.

“이런....콘돔 터졌다.”

묵야가 구멍에 걸쳐있던 콘돔을 잡아 뺐다. 그와 동시에 정액들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배변이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어 아랫배를 움켜쥐었다.

“다음에는...........질기다고 소문난 걸로 제가 사와야겠어요.”

숨을 고르면서 다짐했다. 묵야가 난처한 얼굴로 내 뺨을 쓰다듬었다. 고개를 위로 올려 시계를 확인하니 8시 30분이었다. 한 시간이나 사정을 하지 않으면서 버텼단 말이야? 한번만 하자는 말에 좋아했던 나였지만 묵야도 독했다. 연달아 두 번 하자는 걸 허락을 하면 두 시간을 버틸 것 같아서 이 역시 말하지는 못했다.

“늦었잖아요.”

“괜찮다. 지각은 안해.”

“다행이네요.”

나도 이주율이 오기 전에 집에 갈 생각으로 침대를 질질 기어 내려왔다. 허리에 힘이 풀려 휘청하자 안에 들어있던 남은 정액들도 같이 쏟아졌다. 묵야가 내 허리를 감싸 쥐고 다른 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정액을 끌어 올렸다. 허벅지가 미끌거리며 정액으로 범벅이 됐다. 묵야가 나를 번쩍 안아들어 욕실까지 이동했다.

“이주인. 생각보다 무거워.”

“대한민국. 평균 남성 몸무게에요.”

“그런가?”

나를 변기위에 앉혀 놓은 묵야가 내 키를 가늠하듯 전신을 훑었다.

“몸무게랑 키랑 무슨 상관이에요.”

“어떻게 알았지?”

“딱 봐도 키 재는 눈이었어요.”

“신기하군. 너도 작은 편은 아니다.”

“우유를 많이 먹었으니까요.”

“난 먹지 않았는데?”

“묵야씨는 유전인가 보죠.”

키는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게 20프로고 나머지는 성장환경에 좌우된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그 둘이 바뀌었다. 성장환경이 20프로고 유전이 80프로인 것 같다. 보통 부모가 크면 자녀들도 큰 경우가 대부분이고, 부모가 작으면 대게 자식들도 작았다. 내 얼굴은 아버진 보단 어머니를 더 닮았지만 키는 닮지 않아 다행이었다. 키는 고등학교 3학년 이후로 재본 적이 없어서 그동안 얼마나 더 자랐는지는 모르겠다. 스무 살이 넘으면 성장이 멈춘다고 하니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았다. 

“혹시 아르바이트 하지 않게 되면 여행가자.”

“네. 완연한 봄이 되기 전에 겨울바다 보러가는 것도 좋겠네요.”

“그래.”

따뜻한 샤워기의 물이 몸 위로 뿌려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