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기존 팸팸들에게도 적용이 된다면 좋을 텐데. 아쉬웠지만 별수 없었다.
포인트라고는 하지만 숫자별로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 강도는 얼마인지 알 길은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수치화가 되니 알기 쉬웠다. 높을수록 좋은 걸 테지.
[☆★☆★특☆★별☆★체☆★험☆★☆★
적용 시간-00:00
시간 종료!
☆★☆★체험은 즐거웠나요?☆★☆★
☆★☆★우리 다음에 또 만나지 말아요!☆★☆★]
10초가 지나자 바로 알림 창이 퐁 하고 사라졌다.
말이나 못 하면. 다음에 또 만나지 않게 잘 좀 하든가. 심은찬은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일반적인 문구도 아니고 왜 스팸 문자 같은 효과를 굳이 사용한 건지, 참 취향을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이걸로 캣닙 효과 적용이 됐다는 건 확인했다. 이제 남은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아직 조명이 들어오지 않은 무대 위에 대열에 맞춰 서자 연습하느라 고막이 닳게 들었던, 익숙한 전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올렸던 Get Ambitious의 응원법 영상에서처럼 팸팸들의 응원이 시작되었다.
이런 큰 함성으로 응원을 들은 적은 난생처음이었다. 감성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이런 큰 응원 앞에서 힘이 안 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심장이 기분 좋게 두근거렸다. 피가 뜨거워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3분 20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지금 이 순간 몸이 어떻게 아프든 상관없었다. 이후에 어떤 식의 후폭풍이 오든 감수할 수 있었다.
그때 무대에서 더 열심히 할걸 따위의 후회를 한 점도 남기기 싫었다.
생방송 무대는 단 한 번뿐이다. 재녹화는 없고 이 순간만이 유일하다.
실은 아팠어요. 사실은 이랬어요 저랬어요.
무슨 소용인가. 무대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아픈 만큼 더 웃고 아픈 만큼 더 뛰고 아픈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했다.
좀 더.
더.
좀 더 잘할 수 있다.
심은찬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듯 자신을 다그쳤다.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할 수 있다. 여러 번 되뇌었다. 이상하게도 떨리지 않았다. 멘털의 랭크 다운으로 인한 건지 불안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욱 큰 믿음이 마음을 지탱해 주고 있었다.
노래가 중반에 가까워졌지만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필드 알파의 팬들은 아직도 미동이 없었다. 다른 멤버들도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하려 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완전히 없는 것처럼 여길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심은찬은 현우영 쪽을 빠르게 확인했다. 아무래도 첫 무대이니만큼 뭔가 나쁜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멘털 랭크가 높기 때문인지 다행히 괜찮은 것 같았다. 빠르게 차례대로 멤버들을 확인하던 심은찬의 눈길이 멎은 곳은 류서오였다. 잠깐이지만 류서오의 시선이 허공을 방황하는 게 보였다.
“…….”
그들의 무반응이 무대에까지 지장을 주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건 아직 안무 동작에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거다. 그만큼 열심히 연습을 했으니 몸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긴 했다. 하지만 그런 요행도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일이다. 혹시라도 안무 박자라도 틀리거나 스텝이라도 꼬인다면. 나쁜 일은 도미노처럼 일어나기 마련이다.
컴백 무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 심은찬은 웃음을 유지한 채로 어금니를 꽉 물었다.
응원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했다.
응원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했다.
심은찬은 필드 알파 팬들 쪽에 시선을 고정했다. 무대를 비추는 조명이 강하긴 했지만 객석이 전혀 안 보이는 건 아니었다. 방청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았다.
그들을 움직일 수 있다. 응원하게 만들 수 있다.
아니. 응원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만들어 줄게.
확신과도 닮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그의 내부에서 버티고 있었다. 이제 심은찬의 파트였다. 그는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앞으로 나섰다.
-지나 왔던 시간 후회 없이
되돌아가지 않고 우리는 여기서
말해 네게
심은찬은 가능한 한 많은 수의 관객들과 시선을 맞추었다. 그는 보컬 부분에서 약간의 애드리브를 섞어 객석 쪽으로 가능한 한 가깝게 다가가 할 수 있는 최대로 밝게 웃으며 춤 동작을 이어 갔다.
그리고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그때까지 미동도 없던 필드 알파의 팬석에서 서서히 응원 봉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투명한 물에 물감이 탁 떨어져 주변으로 퍼져 나가듯, 그 흔들리는 응원 봉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 갔다.
상황의 변화를 감지한 B the 1의 팬들은 물론 다른 팀의 팬들까지 놀란 얼굴을 하고 필드 알파 팬석을 쳐다보았다. 필드 알파의 팬들이 그간 해 왔던 것이 있으니 그런 반응이 나올 만했다.
심은찬 다음으로 문세별이 한 소절을 부르고 류서오로 파트 체인지에 들어갈 때 즈음엔 방청석의 모든 사람이 B the 1을 응원하고 있었다.
필드 알파 팬들은 응원 봉만 흔드는 것이 아니었다.
“B the 1! B the 1! B the 1!”
침묵을 지켰던 것이 전생이라도 된 것마냥 소리를 내서 응원까지 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응원 소리가 증폭이라도 된 것처럼 커졌다.
다음 순서였던 류서오도 지금 상황이 놀라운 듯 눈을 크게 뜨며 심은찬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대열을 갖춰 섰을 때에는 조금 전의 표정을 미소 뒤에 감춘 후였다. 방청석을 계속 의식했던 만큼 그들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흥이 난 건지 연습 때보다 류서오의 몸짓과 표정이 좀 더 경쾌해졌다. 한껏 올라간 분위기는 멤버 전원에게 퍼졌다.
하나 된 목소리로 연호하는 환성 소리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마치 진통제라도 되는 것처럼 심은찬의 몸 상태를 잊게 만들어 주었다. 팸팸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호의 섞인 반응과 환호가 피를 타고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 정신이 몽롱한 상태조차 즐겁게 만들었다. 이렇게 신나게 무대를 해 봤던 게 언제였지.
격렬한 안무 때문인지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그 전부가 이유인지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는 감각이 유난히 잘 느껴졌다.
좀 더 뛸 수 있었다. 좀 더 웃을 수 있다.
무대 위에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음악이 끝나고 이른바 엔딩 요정이 된 심은찬은 다가오는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윙크를 날렸다. 체감상으로는 꽤 긴 시간 동안 심은찬의 얼굴을 잡으며 카메라가 멈춰 있었다. 가능한 한 가쁜 숨을 억누르며 예쁘게 웃고 있어야 했기에 살짝 버겁긴 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무대를 완전히 마친 뒤 스태프들에게 인사하고 내려가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만족감에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무대까지만 어떻게든 버티자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순간은 아쉬움만이 가득했다. 좀 더 노래하고 춤추고 싶었다. 좀 더 웃을걸. 팔을 뻗은 속도가 좀 느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떨쳐 내기가 어려웠다. 이어 마이크를 벗은 현우영에게 심은찬이 다가갔다.
“잘했어요. 첫 무대인데 안 떨고 잘하던데요?”
“형은 괜찮으세요?”
“에이. 저는 그래도 우영이보다 선배인데 안 떨었죠.”
“그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아시잖아요.”
심은찬은 눈까지 접으며 웃었다.
“괜찮아요. 무대는 마쳤잖아요.”
“그게 아니라…….”
현우영의 시선이 이어 마이크를 벗는 심은찬의 손에 고정되었다.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안 좋은 몸 상태 때문인지 모호했다.
이어 마이크를 목에 건 심은찬은 주먹을 쥐었다가 펴며 웃었다. 이런 상태를 감추는 건 오히려 더욱 걱정을 살 뿐이다. 반대로 보여 주며 괜찮은 척을 하는 쪽이 나을 것이다.
“손 떨리는 것 때문에 그래요? 정말 괜찮아요. 진짜. 고마워요.”
어떻게 되든 정말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기어서 방송국에서 퇴근을 한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자마자 대기실에 가기도 전에 시야가 흐릿해졌다. 온몸의 피가 발아래로 빠져나가는 기분 나쁜 감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 10배쯤 강하게 들었다.
기어서 퇴근해도 좋을 것 같다고는 했지만, 정말 그러고 싶었던 건 아닌데.
흐릿해지는 정신으로 심은찬은 입속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은찬 형?!”
“……은찬아!”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멀찍이서 들려왔다.
마지막으로 보인 건 경악으로 홉뜬 현우영의 얼굴이었다.
걱정 마. 이거 벌칙이라 괜찮아질 거니까 그런 얼굴 안 해도 되는데.
그러나 그 말은 결코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와, 근데 쟤는 뭐 이런 상황에서도 잘생겼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감탄을 끝으로 사고가 끊겼다.
결국 심은찬은 기어서 가는 게 아니라 현우영에게 업힌 채로 방송국을 나가게 됐다.
* * *
오늘 무대 찢었다. 미쳤다. 은차나
엔딩요정 도랏다
내가 잘못본거 아니지? 목석알파 웬일이야 타가수 응원하는 걸 실시간으로 보는 날이 오네;
└그 부분에서 전율일었잖아 미쳣음
└└ㄴㄷㄴㄷ먼일임 대체;
그때 현장에 있던 타 팬인데 진심 쩔었다. 다들 놀라서 웅성거렸음. 근데 분위기가 진짜 장난아니긴 했음
└ㄹㅇ나라도 그랬을 것 같음;;;;걔네가 어떤덴데...난 뭐 합성한 줄 알았어
└└진짜 다들 완전 놀랐어
은찬이 오늘 우영이한테 업혀 나갔대.
뭐? 진짜임? 장난치는 거 아니고?
(사진)
(사진)
저거 팔 늘어진 거야. 다른 멤버들도 걱정됐는지 근처에 몰려 있던데.
아니 근데 무대 엄청 방방 뛰면서 했는데? 진짜???
은찬이 병원 갔댄다
헐……………….
└뭐야 진짜야?
└이거 뭐야
└은찬이 많이 아프대?
└그것까진 모르겠는데……아니 애를 얼마나 스케줄 돌렸으면 컴백무대하고 저래
노 좀 작작 저어라 시발 내새끼 아프지않게 해
그 상황에서 저렇게 생글거리면서 무대를 한거임? 직캠을 봐도 안 웃는 때가 없는데?
ㅅㅂ그러니까 애를 존나게 무리시켜서 ㅅㅂ 이게 뭐냐고 눈물나
오늘 좋다고 소리 지르고 좋아했는데 너무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공방 당첨돼서 운좋다고 생각했거든 눈 앞에서 은찬이 웃는거 보면서 좋다고 소리질렀는데 아픈애 두고 그렇게 좋아했던 거였어 너무 미안해진다
└그런 생각하지 말자……
└나랑 똑같다 나도 딱 이 생각들어서 속상해서 눈물밖에 안나
아 존나……존나라고……..
새 멤버 뭐임 현우영이라고 했냐 내 픽됨 채널돌리다가 개안하는 줄
└화면 뚫고나오는 잘생김 이런 미모로 왜 저길 들어갔지?
└└나도 그 생각 대형을 왜 안갔지?보니까 춤이나 노래도 안빠지던데 대체 뭐임 들어가도 ㅈ소를 들어감;
└└└글망 시키지 말고 따로 얘기해 줄래;
진짜 잘생겼어 얘 누구임?
└비더원 새멤 키도 크고 잘생겼더라 실제로 봤는데 후광돌아
└저런 인재가 어쩌다가……. 또 나가게 생겼네
└└여기 니 바람 적는 곳 아니고요^^;;;
3별이 오늘 이갈고 나온거 보이더라 진짜 그동안 무대도 빈틈이 없었는데 너무 완벽했음
└서5도 평소에도 열심히 하긴 했는데 오늘 무대 진짜 입벌어지더라고
└3별이 진짜 개쩔더라 동작 딱딱 떨어지는데…… 사촌 남동생이 보고 쟤 누구냐고 물어봄
은찬이 진짜 피알오 아이돌 그 잡채 아픈데도 어떻게 저럴 수 있어ㅠㅠㅠ 근데 그런 거에 프로답지마라ㅠㅠㅠ
└ㅠㅠㅠㅠ아프면 쉬고ㅠㅠ많이 안아팠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공지라도 올리라고 ㅈ텐하이 이참에 좀 쉬면 좋겠는데 컴백직후라 그것도 어려워보이고…… 좀 쉬고 나와라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