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61)

#41

참석을 묻는 메시지였다. 그러잖아도 종방연 안내 단체 문자를 받고 참석한다고 연락을 보냈었다.

-응 형도 그날 올 거지?

-ㅇㅇ당연하지 너도 올 거지?

-그럼 그날 보면 되겠다

김휴인과 메시지를 주고받던 심은찬은 작게 웃었다.

촬영이 끝난 건 조금 되었지만 모두의 스케줄을 맞추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종방연은 다음 달 초순 즈음에 예정되어 있었다. 다행히 B the 1의 컴백 전이었기에 일정 조정을 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즐거워졌다. 단체 채팅방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나는 것과는 달랐다. 막촬 때에도 스케줄이 어긋나 결국 가지 못해서 아쉬웠었다.

한참 채팅을 하던 심은찬은 종방연 때 보자는 이야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멤버들과 단체 페이스 앱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준비를 좀 하고 나가야지, 생각을 하던 심은찬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고개를 돌리면서 시야 끝에 뭐가 걸렸기 때문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름을 적을 수 없는 바네글자가 “까꿍.” 하듯 방바닥에 멈춰서 더듬이를 움직이고 있었다.

“으아아……!”

심은찬이 소리를 지르며 침대 위로 펄쩍 뛰어 올라갔다. 너무 심하게 움직여서인지 뒷머리를 2층 침대에 부딪치고 말았다. 얼얼한 통증이 올라오는 뒷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아파하는 와중에도 시선은 그것에 고정되어 있었다. 다행히 어디론가 들어가진 않았다. 만약 가구 밑으로 들어갔다면 심은찬은 오늘 하루 제 방에 들어오지 못할 거다.

“은찬아 무슨 일이야?”

“은찬이 형.”

심은찬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두 사람은 도준서와 현우영이었다.

심은찬은 여전히 뒷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으악!”

도준서가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었다.

그랬다. 도준서 역시 벌레라면 질색했다.

이 상황에서 제일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도준서일 거다.

“형들은 어디 갔어? 민유 형은?”

“형들, 어, 지금 편의점 간다고 나갔, 으악!”

절망적이다.

숙소의 벌레들 전담 처리반이 정민유였다. 류서오는 굳이 나서고 싶어 하지 않아 했고 그 외의 나머지 멤버들은 다 조금씩 벌레들을 꺼리곤 했었다. 그중 제일이 심은찬이었고 그다음이 도준서였다. 벌레 쫄보 두 명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그것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제일 두려워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처럼 심은찬을 향하고 있었다. 레이더라도 달린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걸 본 심은찬은 눈을 크게 뜨고 꽝꽝 얼어 있었다.

어떡해어떡해어떡해.

입술이 딱 붙어서 비명도 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퍽.

“괜찮으세요?”

영웅이었다. 현우영이란 이름을 가진 영웅이 거기 있었다.

심은찬은 다리를 들어 상체에 붙여 접은 몸으로 사태를 처리한 현우영을 쳐다보았다.

“괜, 찮, 고맙……, …….”

심은찬의 시선이 현우영의 손에 들린 휴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잡았어요.”

그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던 심은찬의 머릿속에는 그것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산소가 없어도 살 수 있다든가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이 말이다. 저것도 지금은 휴지에 잡혔지만 언제 탈출을 할지 모른다. 죽은 척을 하는 걸 수도 있었다.

“네, 그, 고맙, ……이, 일단 그거 처리 좀.”

더듬거리는 심은찬의 말을 용케 알아들은 현우영이 그것을 잡아 죽인 휴지를 가지고 나갔다. 뒤이어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심은찬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괜찮으세요?”

“어, 그래. 우영이 없었음 큰일 날 뻔했네.”

한결 밝아진 얼굴로 감사 인사를 말하는 도준서에게 아니라고 답한 현우영의 시선이 심은찬에게로 향했다. 심은찬은 현우영의 손을 확인하며 제대로 처리했음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다 버린 거예요?”

“예. 은찬이 형은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와. 우영이 최고네요. 진짜 타이밍 최고.”

심은찬이 감격스럽게 현우영을 끌어안고 등허리를 팡팡 쳤다. 현우영이 반보 정도 뒤로 물러나서 심은찬은 저도 모르게 힘 조절을 못 해 세게 쳤나 싶었다.

“어, 미안해요. 아팠어요?”

“아뇨. 그건 아닌데요. ……바퀴 무서워, 아니 싫어하세요?”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심은찬이 동의를 구하듯 도준서를 쳐다보자 그 역시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바퀴벌레인데요.”

“으악. 듣기만 해도 싫어.”

“…….”

심은찬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서 입을 다문 채로 몸을 떨었다.

“그 정도로 싫으세요?”

“다리 여러 개인 건 좀…….”

물론 곤충은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분이다. 그러나 그것만은. 바네글자만큼은 절대로 호감을 가질 수 없었다. 좋아할 게 없어서 어디 바네글자를 좋아하겠는가.

정말, 싫었다.

“안 여쭤볼 테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마세요.”

저도 모르는 사이 인상을 구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현우영의 말을 들은 심은찬은 표정을 풀었다. 때를 같이 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편의점에 갔다던 정민유와 문세별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형! 어디 갔다 왔어! 숙소에서 바퀴 나왔어!”

“어? 어디?”

“우영이가 잡아 줬어. 와. 진심 소름 돋아 기절하는 줄. 아니, 이만했다니까.”

“준서야, 그 정도는 아니었지.”

“야, 너는 완전 얼어 있었으면서.”

“그렇긴 했지.”

순순히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심은찬의 대답에 정민유가 웃음을 터트렸다.

도준서는 화제를 전환해 뭘 사 왔냐고 물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정민유의 손에 들린 비닐을 받아 드는 도준서의 뒤에 꼬리가 붕붕거리는 환각이 보이는 것 같았다.

도준서는 먹성이 유난히 좋았다. 그래서 컴백 시기에 관리를 해야 할 때면 유난히 힘들어하긴 했었다. 그런 그에게 가끔 오는 치팅 데이는 놓치기 싫은 날이었다.

정민유가 걸려 온 전화를 받는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은찬이 형.”

“네?”

“나중에 또 나오면 불러 주세요.”

현우영이 말을 끝내며 심은찬을 쳐다보았다.

“또? 뭐가 또요? 설마 그거요? 그, 그, 그거요? 정말요? 진심이에요?”

차마 그것의 명칭을 입에 담기도 싫었던 심은찬이 ‘그거’라는 대명사로 지칭했다. 말을 하다 보니 기가 막혔다. 그 속내가 고스란히 표정에 드러났는지 현우영은 당황한 듯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와. 그렇게 안 봤는데. 그게 또 나왔으면 좋겠어요?”

배신감을 느끼는 듯한 말투에 현우영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아뇨, 저는. ……죄송합니다.”

“맞아요. 나중에 또 나오면이라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상상하기도 싫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상황이 있으니까.

“나중에 와 주기예요.”

“예?”

“그런 상황이 되면요.”

뚱하게 말하며 현우영을 보자 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얘들아.”

정민유의 목소리에 대화가 중단되었다. 통화를 마친 모양이었다. 그는 “매니저 형 전화였어.”하고 말문을 열었다.

“페이스 앱에서 우영이 소개하라는데.”

컴백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 * *

갑작스러운 새 멤버 소개 제안에 멤버들은 바빠졌다.

별다른 언급이 없길래 컴백 무대로 멤버 합류를 알려 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전 공지를 결정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당일에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결정된 일이니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이 더 생산적이었다.

그들은 매니저가 가져다준 기기로 세팅을 마치고 나란히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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