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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동 강의실을 빠져나와 전공 건물로 발을 옮기던 고신재는 백한빈의 앞에서는 겨우겨우 감추어 눌러 참던 한숨을 길게 터트렸다.
“…혼날 건 혼나야지. 잘못했으니까….”
고신재를 아는 누군가가 이 나직한 중얼거림을 들었으면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를 돌아봤을 거다.
하지만 교내 버스를 타는 게 보통일 정도로 제법 거리가 있는 전공 실기실 건물까지 한참을 걸어가면서도 붉게 달아오른 귓가가 다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들뜬 남자의 머릿속은, 제 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사실, 한숨마저 나올 정도로 처참했던 첫 사진에서 장족의 발전이라 평할 정도로 발전하며 백한빈을 퍽 감동하게 한 고신재의 발전 비결은 꽤 단순했다.
바로 물량 공세다.
초반에는 기껏해야 10장 찍어 그중 한 장을 골라야 하니 그렇지 않아도 서툰 기계 조작과 구도에 백한빈의 뻣뻣한 표정까지 더해져 대참사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관계의 변화는 오롯이 고신재의 편이었다.
늘 옆에 붙어 입버릇처럼 “예쁘다, 귀엽다, 웃어볼래?”를 반복하며 뽀뽀 한 번에 카메라 셔터 누르기 한 번을 반복하다 보니 주제 하나에 100장이 우스워졌다.
10장 중에 한 장 뽑다가, 수백 장 중에 한 장을 뽑다 보면 퀄리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옆에서 백한빈의 다른 작업물을 계속 보면서 자극도 받고 기본적인 조작법을 하나씩 배운 것도 도움이 됐고 말이다.
하지만 백한빈은 달랐다.
정확히는 백한빈이 찍은 사진 속의 제 모습은, 달랐다.
“후우….”
고신재는 실기실에 도착해 가볍게 걸쳤던 후드 집업을 벗어 걸어둔 채 긴 한숨을 토해냈다.
벽면 전체를 차지한 거울 속의 제 모습은 여전히 얼굴이며 목덜미에 울긋불긋한 기운이 남아있는 것이 참 꼴불견이었다.
설마 백한빈의 앞에서도 이랬던 건가 생각하면, 식었던 열이 다시 오르는 것만 같았다.
사실 카메라를 들고 고신재를 보던 백한빈의 표정은 단 한 번도 눈에 띈 적 없었다.
일상 속에서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대곤 몇 번의 셔터 소리가 났던 게 전부다.
가끔은 사진을 찍고 나서 조용히 카메라 액정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너무 심드렁해서, 날 찍은 게 맞나 긴가민가 한 적도 있을 정도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정신 차리자 좀.”
고신재는 드문 혼잣말을 연달아 중얼거리며 몸을 쭉 늘렸다.
하지만 아무리 숨을 골라도 자꾸 목 뒤로 열이 몰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건 고신재의 탓만은 아니었다.
세상 어느 누구라도 저 자신이 반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게 된다면 얼굴이 달아오르게 될 거다.
고신재는 제가 백한빈 앞에서 그렇게 시종일관 바보 같은 얼굴을 거는 줄 몰랐다.
저렇게 낯부끄러울 정도로 푹 빠진 눈을 한 채로 바라보는 줄도 몰랐고, 심지어 백한빈을 보지 않을 때조차 그저 같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꼬리가 올라가 있을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내가 상대에게 얼마나 빠져들었는지 객관적으로 볼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무언가를 알게 된 게 분명해 보이는 제 애인에게 감히 입을 열 엄두조차 못 냈던 고신재가 용기를 내겠다 마음먹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저렇게 바보 같은 얼굴을 할 땐 언제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던 애인이 정말 날 좋아하는 게 맞냐며 엉엉 울게 하는 짓은 그만두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때였다.
“……신재야?”
막 도착했을 땐 아무도 없던 실기실에 어느덧 같은 과 몇 명이 도착한 걸 알게 된 고신재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고신재를 부른 동기 하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괜찮아?”
“뭐?”
“어디 몸 안 좋아?”
“…아냐. 그냥…, 뛰어와서.”
“아아. 혼자 멍하게 있길래 놀랐네.”
어찌어찌 대답은 잘했지만, 사방이 전신 거울인 실기실 안에서 새빨갛게 변한 얼굴과 목은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결국 고신재는 스트레칭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하나둘 연습을 하러 들어오는 같은 과 사람들을 피해 실기실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조용한 곳에서 제대로 숨을 고르고, 얼굴을 식혀야 할 것만 같아서였다.
하지만 사는 건 늘 얄궂다.
그 들뜸을 달래려는 시도가 한없이 몽글몽글하게 위로 올라가는 설렘 가득한 하루에서 머잖아 있을 추락을 앞두고 크게 덜컹거리는 롤러코스터의 제동이 될 줄 알았다면.
고신재는 벌겋게 익은 얼굴로 동기들의 관심을 받는 쪽을 몇백 번이고 선택했을 테니 말이다.
시작은 실기실을 급히 빠져나가다 어깨를 부딪친 김유민이었다.
“-아. 미안.”
“아냐. 세게 부딪히지도 않았고.”
“……그래.”
“…….”
한 명의 일방적인 태도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학기 초만 해도 매일같이 붙어 다니던 사이에서 몇 달 만에 평범한 대화마저 어색해진 학기 말은, 아무래도 퍽 멋쩍은 일이었다.
심지어 눈이 마주치자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김유민을 앞에 두고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고신재는, 차라리 머릿속에서 쉼 없이 이어지는 애인에 대한 생각을 찰나나마 잠재우는 대체제로 악우와의 대화를 택했다.
사실 그건 실수였다.
평소처럼 그냥 모르는 척 지나쳤다면 그렇게도 바라 마지않았던 선물 같은 만남을 움켜쥘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늘 실수는 그 순간에는 곧장 깨닫지 못한다.
고신재 역시 예외는 없었다.
“왜, 김유민. 나한테 할 말 있는 것 같은데.”
“……어, 어어?”
“아냐?”
나긋나긋하지만 우회는 없는 물음에 김유민은 정곡을 찔린 얼굴을 했다.
사실, 김유민은 제 속내를 감추는 데 능하지 않다.
김유민의 생각은 늘 투명하게 보였다.
필요한 게 있을 땐 세상에 다시없는 친구처럼 가까워졌다가 목표가 이뤄지면 금세 시드는 게 늘 노골적으로 비춰질 만큼 단순했고, 의도를 두 번 고민할 것도 없기도 했다.
고신재가 학과 동기 중 그나마 유민을 덜 귀찮아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고민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김유민은 그렇게나 뻔한 표정을 한 채로 답지 않게 뜸을 들였다. 고신재는 김유민의 대답을 잠시 기다리다가 말하기 싫으면 말라는 듯, 살짝 어깨를 으쓱하곤 그를 지나치려고 했다.
“…아, 알았어. 그게! 별건 아니고. 좀 전에 사진 교양 말야.”
기껏 환기하러 나온 건데 다시 원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고신재 그는 백한빈에 신경이 팔려 아예 김유민 역시 조금 전 저와 같이 있었다는 걸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티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신재는 발을 옮기려던 자세에서 빙글 몸을 돌려 김유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자 유민은 슬쩍 주변을 한번 눈으로 훑더니 조금 전보다 퍽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 사진, 잘 봤다고.”
“뭐, 그래. 고마워.”
“그런데 말이다. 고신재 네 애인… 저번에 실기실에서 통화했던 사람이야?”
역시 본론은 뒤에 나온다.
그럴 거면 사진 칭찬은 왜 해. 고신재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면서 무심히 대답했다.
“그게 왜 궁금한데.”
“고신재 너 애인 있다니까 궁금해서. ……걔는 모르는 일 같던데?”
“걔?”
“사진과, 걔. 요새 너랑 맨날 붙어 다녔잖아.”
고신재가 묘한 위화감을 느낀 건 그때였다.
근 몇 년간 봐온 김유민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동기였다.
어제까지 관심 없던 학과 사람 누구네 집이 잘산다는 말을 들으면 부쩍 인사를 건네고, 여자 동기들이 오면 목소리를 바꿔 내는 사람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김유민이 한 학기 내내 대충 고개를 까닥이는 인사나 했던 백한빈의 얘기를 꺼낸다.
이름조차 부르지 않고 ‘사진과 걔’라고 지칭하면서까지 말이다.
애초에 누굴 사귀든 말든 관심조차 없는 사이였기에 처음으로 그 찝찝한 의도가 더욱 눈에 띄었다.
고신재는 천천히, 하지만 능숙하게 입꼬리를 잡아 올리며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갑자기 백한빈 얘기는 왜 나와. 언제 얘기했어?”
“뭐 얼마 전에…. 학교 앞에 ??에서 테이블이 부족해서, 같이 밥 먹으면서 이야기 좀 했거든.”
고신재의 가지런한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처음 듣는 얘기다.
그렇게 온종일 함께 있으면서도, 김유민의 기역자도 꺼낸 적 없는 한빈이다.
다른 말도 아니고 애인이 있네 없네 하는 얘기까지 들었으면 잊을 수 있는 일도 아니었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고신재는 슬슬 불길함으로 뒷골이 저릴 만큼 당겨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만면의 화사한 미소는 저버리지 않은 채로 천천히 김유민을 구워삶기 시작했다.
“장단 좀 맞춰준 거지. 애인은 무슨.”
“정말 애인 없다고?”
“교수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분위기 띄워주면 좋잖아. 봤다시피 사진에는 소질이 없어서.”
“…….”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이 순간 김유민이 속을 읽기 쉬운 상대라 정말 다행이었던 건, 고신재의 해명 아닌 해명을 듣고 뭔가 못 미더워하는 것마저 훤히 알 수 있어서였다.
아니나다를까 김유민은 정말 별일 아니라는 듯 웃는 고신재를 보며 연이어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사진과 걔는 뭐 얼마나 대단한 집안 애라도 되는 거야?”
“-유민아.”
이 와중에도 백한빈을 ‘사진과 걔’로 지칭하는 게 첫 번째로 거슬렸고 두 번째로는 관심이라고는 전혀 없던 백한빈의 신상을 캐묻는 게 퍽 불쾌해진 고신재는, 나직하지만 분명하게 김유민의 호흡을 끊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삐딱해진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도 아니었다.
“왜. 정말 궁금한 게 뭐야? 어차피 오늘로 이번 학기도 끝인데. 뭘 그렇게 빙빙 돌려.”
보는 눈이 있는 사진 교양 때가 아니라 캠퍼스 안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서로 아는 체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내던 것이 무색하게 고신재가 먼저 살살 웃으며 말을 걸자 김유민에게서는 금방 반응이 왔다.
애초에 뿌리 깊은 열등감과 약간의 동경, 거기에 가까워지고 싶은 욕심 모든 것이 뒤섞인 감정으로 고신재를 대했던 유민은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했을 조금은 우쭐한 어조로 술술 입을 열었다.
“사진과 걔는 모르는 눈치더라, 신재 네가 시간표 걔 따라 바꾼 거?”
“…….”
그 순간 고신재의 머리에서는 수많은 문장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사실 걔중 가장 분명한 건 ‘너였구나.’하는 확신이었다.
물론 백한빈에게 첫 의심의 씨앗을 뿌린 건 김유민이 아니라 비서였고, 굳이 따지자면 유민은 씨앗에 물을 뿌려 자라나게 한쪽에 가깝긴 했지만, 한참 속앓이를 하다가 모든 진실을 털어놓기로 막 마음먹은 고신재에게 그런 건 알 바가 아니었다.
고신재는 이전의 열기와는 다른 의미의 울컥함이 목줄기를 타고 올라와 넘실대는 것을 간신히 참고서, 호선으로 접어 웃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긋나긋하게 대답했다.
“질투라도 해?”
“뭐, 뭐어?”
“왜. 백한빈 대신 나랑 붙어 다니고 싶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신입생 끼고 다닐 게 아니라.”
“내, 내가 뭐 언제 신입생을 끼고 다녔다고…!”
워낙에 예쁘게, 또 가볍게 웃으며 말하는 통에 저를 비꼬는 건지, 아니면 장난으로 말하는 건지 파악하지 못한 김유민의 목소리가 애매하게 커졌다.
물론 고신재의 의도는 전자가 맞았다.
웃으며 말하고는 있지만 서로 아는 척도 안 하는 사이에 별소리를 다 주절대고 다녔다고 쏘아붙이고 싶었던 게 본심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상황이 머릿속으로 완벽하게 정리되기 시작한 고신재는, 저와 가까워지고 싶어 안달이던 김유민을 가볍게 쥐락펴락했다.
그는 제가 백한빈의 시간표를 보고 따라 바꿨다는 확신을 하던 김유민이 은근히 교양 시간의 ‘애인’ 발언과 백한빈을 엮어 떠보기 시작하는 의도를 정확히 깨달았다.
김유민은 저와 백한빈의 사이가 소위 ‘묘하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백한빈……, 사진과 걔 시간표를 왜 따라해. 내 할 일도 산더미인데.”
“하지만-.”
“공강이 있으니까 집에서 귀찮게 하더라고.”
고신재는 역겨울 만큼 내키지 않는 김유민의 어휘를 따라 사용하며 싱긋 웃었다.
김유민은 제 배경을 흠모한다.
고신재는 그걸 잘 알고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김유민은 ‘집’이라는 단어 한 마디에 참 짜증 날 정도로 쉽게 반색했다.
“……아.”
“이것 좀 나와서 도와라, 저기에 얼굴 내밀어라, 뭐 그런 거. 하도 귀찮길래 일부러 시간표 빡빡하게 바꿨다가 겹친 거지. 시간표 맞추는 건 너랑 같이 듣겠답시고 바꿨다가 잘못 걸린 사진 교양 덕분에 한 고생만으로도 충분해.”
“…그, 그렇구나. 그럼 사진과 사람이랑은….”
“사진과 사람이랑은, 뭐?”
모르는 척하는 게 힘들 정도로 뻔한 의심이 깃든 눈을 한 김유민에게 고개를 기울여 웃어주는 건 고신재 그 역시도 참 못할 짓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의심이 사실이 되어서는 안 됐다.
“어- 하하, 핫, 아, 아냐!”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이 관계가 알려지게 된다면.
제 하나뿐인 연인은 그 후폭풍이 몰고 올 여파를 견딜만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저 자신이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도 이제야 간신히 인정하게 된 한빈이다.
잘 풀려서 망정이지 손꼽게 친한 친구인 김푸름이 알게 되었을 때도 질리다 못해 파랗게 얼어서는 벌벌 떨었다.
고신재는 ‘하마’와 알고 지낸 5년간, 그가 대학이라는 새로운 집단에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가족보다도 더 자세히 들어왔다.
……그걸 망칠 수는 없었다. 절대.
고신재가 별말 없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더욱 나른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자니, 김유민은 입장이 바뀌어 제가 변명이라도 하듯 허둥지둥 말을 이어댔다.
“여- 역시 그렇지. 난 또. 아니, 사진과 걔랑 같이 밥 먹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 새끼가 너랑 되게 친한 척을 하더라고. 그래서….”
“그랬구나.”
고신재는 그렇게나 낯을 가리는 제 무뚝뚝한 애인이 김유민 앞에서 저와 살가운 내색을 할 리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았다.
부디 해 주길 바라지만, 그건 아직은 한참 먼 미래의 일이다.
이건 그저 김유민의 습관적이고 목적도 이유조차 없는 이간질일 뿐이다.
고신재는 그게 퍽 역겨우리만치 짜증이 났다.
백한빈을 ‘그 새끼’라고 지칭하는 것조차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늘 제 기분대로 하던 평소와는 다르게, 늘 제가 삐끗하기만을 기다리던 남자의 머릿속에서 슬쩍 자라난 게 분명한 ‘설마’의 가정을 완전히 밟는 게 먼저였다.
비록 느긋하게 웃으며 내뱉는 스스로의 문장에 혀를 종잇장으로 수차례 베는 것 같이 따가워도 말이다.
“……뭐. 그럭저럭 같이 놀기는 좋던데.”
“그, 그래? 난 그 사진과, 좀 음침해서는 앞에 앉혀둬도 무슨 생각하는 줄도 모르겠길래….”
“보기엔 그래도 꽤 착하고 순진해.”
빨리 집에 가서 백한빈 보고 싶다.
고신재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한숨을 간신히 눌러 삼키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