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뒤로 하는 거 좋아한다고 했지, 한빈아.”
눈가가 발갛게 익고 목덜미며 가슴이 울긋불긋하게 변한 한빈은 어떤 때보다 다정다감하게 흘러나온 음탕한 화제에 잠시 숨 쉬는 것조차 잊은 듯 마른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고신재의 말이 뻔뻔하리만치 다정하게 이어졌다.
“왜. 좋아한다며. 아냐?”
“……아니이, 그, 그건! 난 진짜 순수하게 한 말이란 말야.”
“순수하게?”
“순수하게!”
“어떻게 하는 후배위가 순수한 건데? 확실히 다리 벌리고 하는 말치고는 순수하기는 한데.”
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살짝 뭉개진 발음으로나마 꼬박꼬박 대답하던 한빈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절대 가능할 리 없다며 부정했던 같은 남자라서 좋은 점은, 제 밑에서 다리를 벌린 백한빈이 지금 당장 가장 급한 게 뭔지 잘 알 수 있다는 거다.
게다가 그게 제 목소리 하나에 반해 한때 얼굴도 없는 남자와 상상으로나마 ‘좋은 것’을 흉내 냈다는 쪽이라면 그 흥분을 부추기는 더욱 쉽다.
고신재는 파르르 떨리는 뾰족한 눈꼬리의 흔들림을 한껏 눈에 담으면서 새빨갛게 익은 귓가에 연신 입술을 떨어트리며 소곤소곤 입을 열었다.
“그럼 예시를 몇 개 들어볼게. 한빈아.”
물론, 그건 풋풋할 정도로 간지러운 입맞춤을 쏟아내는 와중에 담길만한 내용은 아니기는 했다.
“넌 침대 위에 엎드리게 한 다음 곧장 뿌리 끝까지 밀고 들어간 다음 안에서 천천히 꾹꾹 눌러주는 걸 좋아해?”
“…….”
“아니면, 등 뒤로 계속 내걸 세게 처넣으면서 팔다리도 못 움직이게 눌러서 붙잡는 강제적인 게 좋아? 그만하라는 말조차 못 나오게, 엉엉 울면서 빌어도 안 봐주고, 내 손만 잡을 정도로 깊게.”
다정하고, 상냥하고, 또 하나같이 천박한 문장은 이 목소리에 약한 백한빈만을 위한 음담패설이었다.
고신재는 제 말이 이어질수록 애매하게 움츠러드는 마른 다리를 굳이 애써 힘주어 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슬슬 피가 모이는 성기가 꺼덕대는 걸 백한빈 스스로가 훤히 느낄 수 있도록 내버려두었다.
애초에 침실로 안아 들어와 옷을 벗기고 또 벗을 때조차 제 하반신으로는 시선조차 주지 못했던 백한빈이다.
이렇게나 예민하고 부끄러움 많은 남자는 머리끝까지 열에 취한 채로도 앞으로 줄줄 액을 흘리며 중심을 세운 저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게 고작 목소리만으로 들뜨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 읏…!”
아니나 다를까 한빈은 처음 몇 초간은 제가 뭘 들은 거냐는 듯 멍하게 굳어있다가 머잖아 확 정신을 차린 듯 꼿꼿이 선 자신의 성기를 손으로 가리려고 했다.
물론 그 뻔한 시도는 마른 손이 사타구니 근처로 가기도 전에 들켰다.
고신재는 진작부터 알고 있던 흥분한 기둥을 이제야 눈치챘다는 듯, 짐짓 놀란 목소리를 냈다.
“백한빈. 손도 안 댔는데 이렇게 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 이건…!”
“아니면. 설마 가슴 빨아준 것만으로 이렇게 됐다는 거야?”
“아니야!
“-그럼 야한 말 조금 들었다고 흥분하는 쪽인데. 손도 안 대고 서는 거, 가슴 빨아줘서 서는 거, 야한 말 듣고 서는 거. 셋 중 뭐야?”
“……읏!”
작은 것에도 쉬이 반응하는 예민함은 확실히 섹스에 도움이 된다.
고신재는 한계까지 치달은 수치심에 갈라진 성기 끝이 축축하게 젖어서 번들거릴 정도로 흥분한 백한빈의 성기를 보며 마른 입술을 혀로 적셨다.
놀리는 척 몰아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 백한빈 이상으로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건 고신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그야말로 말로 손도 안 댔는데 아랫배가 당기다 못해 뻐근해지기까지 한 지 오래다.
같은 남자니까 절대 안 되기는 무슨.
오히려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백한빈도 저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더욱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기만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고신재가 이를 악물고 참고 있는 것 역시 그래서였다.
한빈이 참다 참다 흥분한 성기를 가리기 위함이 아닌 이유로 손을 아래로 내릴 때까지, 그는 다정하게 일상을 말했던 목소리로 수치심을 자극하는 말을 고르고 골랐다.
모두에게 다행스럽게도, 경계 많고 부끄럼 많던 한빈은 얼마 안 가 백기를 들었다.
고신재는 마르고 창백한 손이 저 자신의 성기를 쥐고 흔들기 위해 슬금슬금 내려가는 걸 곧장 짚어내곤 그걸 깍지까지 껴서 붙들었다.
“안 돼. 혼자 흔들고 재미 볼 거야?”
“흑, 하지마안. -아, 제발. 나, 정말…, 못, 참겠…!”
“뭘?”
한빈의 입에서 솔직한 대답 대신 흑, 하고 작게 속으로 앓는 듯한 헐떡임이 흘러나왔다.
마른 허벅지는 서로 비비적대고 허리는 자꾸 얕게 튄다.
덕분에 조금만, 아주 조금만 손으로 자극하면 절정에 이를 것 같은데 애매하게 자극이 차단된 예쁜 모양의 성기 역시 함께 흔들린다.
솔직히, 그걸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제 정말 곤란해진 건 놀리던 쪽이다. 고신재는 낮은 한숨을 내쉬며 백한빈을 다정하게 몰아붙였다.
“싸고 싶어?”
“…흐으….”
“만져줄까, 한빈아?”
망설임과 수치, 기대가 뒤섞인 얼굴은 어느새 눈가마저 희미하게 젖어있었다.
고신재는 그 들뜬 귓가에 대고 백한빈이 좋아하는 제 목소리로 마지막 충동을 이어갔다.
“그럼 직접 엎드려. 엉덩이 들고. 구멍 보이게.”
“……하, 하지마안!”
“그럼 좋아하는 대로 뒤로 박으면서 만져줄 건데. 싫어?”
저 작은 입에서 먼저 해 달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면서 혼자 반하더니 꿈에서 서로 연인 놀이까지 했다던 짝사랑 상대 수준은 감히 당장 바라지도 않을 테니, 최소한 제가 매달려서 시작한 이 섹스만큼은 딱 한 번이라도 저를 먼저 원하게 하고 싶었다.
고신재의 욕심은 제멋대로이긴 해도 그게 다였다.
하지만 우물쭈물 어찌할 바 모르고 망설이던 백한빈의 입에서 가장 먼저 흘러나온 중얼거림은 그의 작은 바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심지어 그건 작은 탄식과도 색이 비슷했다.
“…말도 안 돼….”
“왜?”
“나 진짜… 평소에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
“정말 이렇게까지는… 아, 어떡해.”
사실, 고신재에게 그 지나가는 문장을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의 이성이 있었다면 모두에게 좋았을 거다. 이제 막 새로운 관계의 미래를 자각하기 시작한 이상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빈이 어깨를 작게 움츠리고 억눌린 숨을 들이켰다 내뱉는 사소한 반응에도 온 신경이 곤두서서는 상태로 ‘평소’의 의미를 물어볼 여유 따위 있을 리 만무했다.
오히려 그 일상적인 단어는 되레 나쁜 상상만을 자극하기만 했다.
……그 빌어먹을 평소엔, 어느 정도였는데?
키스할 거 다 하고, 지금은 내 앞에서 다리까지 벌리고 있으면서 어떡하긴 뭘 어떡해?
“-백한빈.”
고신재는 순간 치밀어 오른 울컥함을 간지러운 눈웃음 뒤로 숨겼다.
이 와중에도 상기된 얼굴로 올려다보며 쩔쩔매는 백한빈이 얄미워 보이지 않는 저 자신을 향한 짜증마저 목소리에 담기지 않게 노력하는 저 자신이 웃기기도 했다.
고신재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미안한데, 네 상상보다 잘해, 나.”
사실 한빈은 요 몇 달 고신재와 붙어 다니면서도 그가 얼마나 저를 ‘봐주고’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가끔 가까이 설 때면 얘는 무용과라기보다는 수영선수에 가까운 체형이 아닌가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건 순수한 감탄일 뿐이었다.
자격지심을 갖기에는 너무 다른 세계의 몸이라 부럽다는 생각조차 안 들었고, 애초에 고신재는 자신의 그 넘치는 신체조건으로 유세 떠는 쪽도 아니었다.
멋쩍은 일을 굳이 찾자면 이것저것 짊어지고 다니는 걸 좋아해서 늘 한 짐인 자신의 가방을 한 번 들어보고는 “너 이래서 자세가 안 좋구나.” 하더니 그 뒤론 아무리 거절해도 기어이 가방을 빼앗아 다니기 시작한 정도가 다다.
그건 다시 말해, 아무리 말랐다고 한들 171cm로 평균 성인 남성의 키보다 크게 처지지 않는 제 몸을 뒤집어 올려 엎드리게 하는 게 고신재에게는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음을 이제껏 전혀 그리지 못했었다는 뜻이다.
“으, 으와앗!”
“팔에 힘 안 들어가면 안 짚어도 돼. 그냥 베개 안아.”
“저기, 있잖아, 잠, 시만, ……히이익!”
평소보다 다소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치고는 걱정을 숨기지 못하는 문장을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던 백한빈의 시도는 곧장 실패로 돌아갔다.
마르고 뼈대가 도드라진 몸에서 유일하게 두툼하게 잡히는 살덩이 사이를 한참 전부터 푸른 힘줄이 툭 불거질 정도로 단단해진 채였던 남자의 성기가 길게 문질러댄 탓이었다.
고신재는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멍이 움찔대는 순간을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눈에 담으며 살짝 쉰 듯이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먹고 싶으면 입은 열어야지. 한빈아.”
“흐으, 읏, 지, 진짜로, 넣으면 안…!”
“혹시 ‘평소에도’ 벌려줘야 먹었어?”
물론 그 역시 유치하다는 생각은 한다.
정말, 정말 굳이 따지고 보면 지금 이 순간이 처음이라는 걸 모르지도 않는다.
게이 전용 가게도 저와 처음 가며 겁먹고 질질 끌려가던 백한빈인데, 애널 섹스 경험이 있으리란 생각은 안 한다.
분명 이걸 처음이라고 하는 게 맞기는 할 건데.
심지어, 상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저와 한 셈이라는 걸 머리는 아는데.
……그런데, 문제는 ‘순수한 후배위’를 주장하기까지 했던 백한빈이었다.
“읏, 아니, …아, 잠, 깐만, 흐으윽!”
고신재는 저도 모르게 작게 헛웃음을 흘리며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적셨다.
분명히 제 성기를 대고 문질렀을 때는 젖은 귀두 끝이 걸쳐지기에도 터무니없이 좁아 보였던 구멍이었다.
아무리 눈앞이 흐릴 정도로 열이 몰리고 한심한 질투에 속이 들끓는다고 해도 저 안으로 무작정 밀어 넣을 정도로 미치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고신재는 이를 악물고 제 성기를 백한빈의 마른 허벅지에 대고 비비며 꽉 다물어진 입구를 손가락 끝으로 먼저 그렸다.
잘은 몰라도 잘 열리지 않는 곳을 풀어줘야 한다는 개념은 있었으니 말이다.
“아, 흑, 버, 벌리지, 마아!”
“내가 안 벌려도…, 후우, 네가 잡아먹고 있는 거야. 백한빈.”
하지만 제 손으로 거의 다 감쌀 수 있을 것 같은 엉덩이 사이의 저 작디작은 것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넣어 벌린 것이 무색하게 자꾸 먼저 입구를 오물오물하며 연한 분홍색의 속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보여 댔다.
꼭, 당장이라도 박아달라고 보채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아, 흐으, 히이이익!”
유독 끄트머리가 단단하고 굴곡이 진 성기가 부드럽고 따뜻한 내벽을 긁고 짓눌러 대는 낯설고도 기묘한 감각에 백한빈은 등가죽 위로 흉곽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몸을 틀며 경련했다.
고신재는 그 섬세한 움직임을 제 눈과 손바닥으로 그리면서 남는 다른 손으로 제가 앞서 했던 약속을 지키기 시작했다.
완전한 자의는 아닐지라도 어쨌거나 구멍이 보이게 엉덩이를 처 들면 싸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을 달래주겠다고 한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하, 하악, 흑, 하아, 아…, 아- 하앗!”
앞을 만지며 자극하기 시작하자 그렇지 않아도 좁디좁은 내벽이 그렇지 않아도 굵은 성기를 탐욕스럽게 꽉꽉 물어 삼켜댔다.
그건 어찌나 눈앞을 아찔하게 하던지, 고신재는 순간 제가 뒤로 감싸 안은 채 흔들고 있는 백한빈의 것보다 먼저 이 마른 몸 깊숙한 곳에 쏟아 낼 뻔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콘돔을 한 상태였으면 정말 먼저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백한빈의 안은 그만큼 기분 좋았다.
깊게 삽입한 상태인데도 따듯하고, 귀두 끄트머리부터 기둥뿌리까지 무엇 하나 대충 물어 드는 것 없이 게걸스럽게 제 것을 삼키는 게 이 작고 마른 몸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안을 지경이었다.
……진짜 어떻게, 이래.
고신재는 자꾸 뚝뚝 끊어지는 것 같은 생각을 간신히 붙잡으며 제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보다 체격도, 완력도 훨씬 더 좋은 남자가 멋대로 안을 헤집고 쑤시고 찔러대는 힘에 성기를 받은 하얗고 마른 몸 전체가 들썩였다.
“-힉, 히잇, 아, 제발, 아, 아!”
깊게, 얕게 찌를 때마다 그렇게도 크게 듣기 힘들던 허스키한 목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것도 듣기 좋았다.
백한빈은 반쯤 빠졌다가 끝까지 짧고 빠르게 처 박을 땐 이미 커다란 사내에게 짓눌려 꼼짝도 할 수 없는 사지를 뒤틀면서 높게 갈라지는 교성을 냈다.
아마 딱 그 정도가 딱 전립선이 제대로 눌리는 지점인 모양인지, 그쯤 되었을 땐 굳이 백한빈의 앞을 만져줄 필요도 없었다.
한빈은 그저 누르고 처박는 것만으로도 희뿌연 정액을 줄줄 싸다가, 또다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앞을 세워댔다.
하지만 고신재가 조금 더 마음에 든 건, 음모가 엉덩이에 닿을 정도로 깊게 넣고 그 안을 꾹꾹 짓이길 때의 반응이었다.
“아, 흐으윽, 아, 힉! 히이, 읏!”
“…이렇게, 박는 걸…, 후우, 좋아하는구나. 응?”
그 마르고 뼈대가 가는 몸을 제 품으로 완전히 덮어 겹친 채로 뿌리까지 삽입한 성기를 체중을 실어 콱콱 짓누를 때마다, 한빈은 왜 뒤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는지 알겠다 싶은 목소리를 냈다.
“히익, 힉……, 하아앙!”
심지어 삽입된 채로 허리를 돌리면 말 그대로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풀린 눈으로 짐승처럼 헐떡이고 우는데, 이미 제대로 된 문장 같은 건 나오지도 않았다.
고신재는 제 밑에서 발버둥치며 피할 수 없는 자극에 숨을 컥컥 몰아쉬는 남자의 길고 마른 목에 급히 입을 맞추면서도 허리 아래의 움직임을 멈추거나 봐주지는 않았다.
-그 백한빈이다.
‘가나’에게는 늘 다정했지만, 아무리 하루씩 가까워져도 제게는 늘 심드렁한 얼굴이 기본에 또 조금은 예민하고 까칠했던, 사실은 상냥한 바보인 백한빈.
백한빈이 마음을 빼앗긴 온라인 속 이름은 현실의 고신재보다 모든 게 한참은 앞서 있다.
하지만, 이제 현실의 고신재가 딱 하나 간신히 앞지른 게 있다면 이 실제의 남자와 ‘정말로’ 먼저 키스하고, 혀를 섞고, 또 섹스한 거다.
고신재는 백한빈의 쉰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사실이 실감 났다.
제 하나뿐인 친구였고, 또 온전히 저만의 소중한 어떤 것이었던 남자가 제 밑에서 헐떡이고, 울고, 따뜻하고 연약한 곳을 허락하는 순간이 주는 이 기묘한 만족감이 꽤 뒤틀린 형태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오늘만큼은 이 유일한 추월을, 자각을 기뻐하고 싶었다.
“--흐읏, 응, 아!”
백한빈의 구멍은 깊게 처박았다 사정하기 직전에야 간신히 성기를 빼내는 순간까지 굵은 기둥을 오물대고 따라왔다.
덕분에 고신재는 제 의도보다 조금 더 빠른 사정을 하며 수없는 허릿짓과 저도 모르게 우악스럽게 잡았던 순간의 악력, 그리고 입술과 혀로 물고 빨면서 온갖 곳이 다 울긋불긋해진 창백한 피부 위로 길게 제 흔적을 남겼다.
고신재는 제 정액이 뿌려진 한빈의 허리와 엉덩이, 그리고 아직 채 다물어지지 않은 구멍을 땀에 젖은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며 내려다보다가 이내 더운 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빈아.”
“…….”
“백한빈.”
잠든 것 같지는 않은데 숨을 크게 몰아쉬며 엎어져 있는 백한빈은 대답다운 대답은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고신재는 그 마른 몸을 제 정액이, 혹은 한빈의 것일지도 모를 정액이 타고 흐르며 제게도 묻는 것조차 개의치 않고 아주 조심조심 제 품에 끌어안았다.
슬쩍 시선을 돌려 본 침실 창밖은 유독 험했던 소나기가 끝나 있었다.
[작품후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ㅠ ㅠ 진짜 조~~금만 쓰면 되는데 워드를 못 켜고 있어요. 아 너무너무 아쉬운데!!! 안전하게 자정에 오겠습니다. ㅠ ㅠ 늘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일반편으로 이어지는 다음 편은 아마 아침에는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도 봐 주셔서 감사해요. 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조금 이따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