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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더니, 옛 제자가 신선이 되어 찾아왔다 (42)화 (42/111)

#42

외부의 임무를 다녀온 진가의 두 형제는 보다 일찍 도착하여 약간의 여유 시간을 얻었다. 고로, 굳이 사람이 많은 저잣거리를 가로지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동생은 사람을 좋아하고, 형은 동생을 좋아하는 까닭에 예정에 없던 사람 구경을 하게 된 것이다.

뛰어노는 아이들이 지나가면, 그들을 따라 청난의 고개가 돌아갔다. 모르는 자가 본다면 그 아이들 모두가 청난의 아이라 오해할지도 몰랐다. 그만큼 그의 시선에는 사랑스러움이 다분하게 묻어 있었다.

주국은 그 모습이 못마땅했다.

“아이들이라면 이제 실컷 보게 될 텐데 뭘 그리 보는 게야.”

“형님, 제가 귀엽죠?”

“어? 흠, 그야 그렇지.”

“예, 그처럼 저도 이 아이들이 귀엽습니다. 그러니 계속 보게 되네요.”

“이들이 너와 같으냐? 넌 내 동생이니 그런 거고.”

“같죠. 똑같이 말랑말랑하고, 똑같이 귀엽고, 똑같이 어리고?”

“허 참. 네 제자가 될 아이들은 스승이 이렇게 말하고 다니는 줄 알는지 모르겠다.”

주국은 어처구니없는 듯 콧소리를 냈지만, 그의 입가는 둥글게 호를 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알려지기 전에 형님 앞에서나 실컷… 응?”

사람 구경하랴 분주하던 청난의 고개가 한곳에 멈추었다.

그 시선의 끝에는 평평한 땅 위에 저 혼자만 둥글게 솟아오른 것이 있었다. 얼핏 보면 움직이지 않는 듯하지만, 유심히 보니 틀림없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청난의 시선은 그곳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 하지만 발은 목적지를 향해 성실히 앞서 나가고 있는 탓에, 주국은 그가 넘어지기 전의 그의 몸을 잡아 바로 세워 주었다.

“난아, 무엇을 보는 거야?”

“형님, 눈사람이… 움직이네요?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그으음… 이 아니야! 사람, 사람입니다!”

청난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주국의 품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눈사람을 향해 뛰어갔다.

그것에 가까워질수록, 눈 사이로 얼핏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과 붉게 물든 작은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틀림없는 사람의 아이였다.

청난은 어찌할 바 몰랐다. 문무를 고루 갖춘 그였지만, 길에서 사람을 주워 본 적도,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한 적도 없었다. 급한 대로 자신의 망토를 벗으려 하였을 때, 뒤늦게 쫓아온 주국이 한발 먼저 자신의 망토를 벗어 아이를 감싸 안았다.

“형님, 오는 길에 여관을 보았습니다.”

“응.”

주국은 양손으로 아이를 굳게 안고서 서둘러 오던 길로 뛰어갔다.

뒤에 남겨진 청난은 무릎을 서서히 낮추었다. 그러고는 땅을 힘껏 박차며 높이 뛰어올랐다! 그는 안정적으로 지붕 위에 올라 이 집, 저 집을 밟으며 목표를 향해 달렸다. 산 아래에서 경공을 쓰며 일반인을 놀라게 하는 취미는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지 않은가.

과연 장애물이 많은 땅 위보다는 지붕을 밟아 가는 것이 더 빨랐다. 덕분에 지면에서 뛰어오던 주국이 여관에 도착하였을 땐, 이미 청난이 도착하여 가장 좋은 방에 따뜻한 목욕물, 깨끗한 천, 그리고 그를 도울 점원까지 마련해 둔 후였다.

“선사님, 아이를 제게 주세요.”

중년의 다부진 몸을 가진 여성 점원은 주국에게 아이를 넘겨받고는 능숙하게 옷을 벗겨 내었다.

아이의 몸은 빨갛게 얼었지만, 다행히 동상에 이르지는 않아 보였다. 그녀는 아이를 탕에 담그는 대신 깨끗한 천을 적셔 손끝에서부터 심장까지 천천히 녹여 주었다.

“갑자기 따뜻한 물에 담그면 아이의 심장이 놀랄 수 있어요.”

“아, 그렇군요. 다식하십니다, 부인.”

“선사님만 할까요.”

그녀의 손길은 부족함이 없었고, 아이는 곧 혈색을 되찾았다. 청난은 아이의 손을 잡아 영기를 건네주었다.

“이제 아홉, 아니 열 살쯤 되어 보이네요. 아직 어린데,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 아이는 선사님을 만났으니 운이 좋은 축에 속합니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죽어 가는 아이들은 훨씬 많죠. 그런 의미로 겨울은 죽음의 계절이에요.”

“많다니……. 지금은 태평성대일 터인데…….”

“전쟁은 없지요. 그래도 여전히 겨울은 춥고, 식량은 부족하니 평민들은 먹고살기 어렵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살기 위해 아이를 저버리거나, 또는 아이를 지키다 명을 다하기도 해요. 그러면 그 아이들은 길거리에 나오는 거고요.”

“…….”

“난아, 네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냐. 속세의 일이다.”

“압니다. 알아요, 형님. 하지만…….”

청난은 더더욱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였다.

점원이 아이를 안고는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욕통에 담가 주었다.

“으음…….”

갑작스럽게 물이 닿자 아이는 몸을 비틀며 뒤척였다. 만약 그에게 의식이 있었더라면 욕탕을 뛰쳐나갔을지도 몰랐다.

몸이 완전히 물에 잠기자 아이는 온몸을 축 늘어트렸다. 따뜻한 물 덕분인지 표정도 밝아졌다.

점원은 아이를 씻기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힌 후 한쪽에 펼쳐 둔 이불 위에 눕히는 것까지 끝마친 후에야 방을 나갔다.

이제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죽도 의식이 있어야 먹지 않겠는가.

그리고 뭣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난아, 시간이 됐다. 가자.”

주국은 청난을 바라보았지만, 청난은 제 형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아이에게 멈추어 있었다.

“형, 나 안 가면 안 돼?”

청난은 수선을 시작한 이후로 주국을 사형 또는 형님이라고만 불렀다. 그러다 간혹 이렇게 ‘형’이라고 부를 때가 있었는데 주국은 그럴 때면 너무나 쉽게 물러지고 말았다.

그러니 주국은 이번에도 단호하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저 아이가 그리도 걱정되느냐?”

“네, 이 아이는 돌봐 줄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없다면 홀대받을 겁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이 아이가 다시 길거리에 나앉게 두는 것이 과연 도리일까요?”

여태 저를 돌아보지 않는 동생을 보며 주국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 단단히 꿰인 적은 없었다. 아마 난민을 가여워하는 마음이 더해졌기 때문일 테지.

그것은 수사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었으니, 어떻게 그를 당겨 일으킬 수 있겠는가.

“말했다시피 그것은 속세의 일이야. 하지만 무슨 말을 하든 네가 마음을 돌리진 않겠구나. 그럼 이제 어떡할 거냐?”

청난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주국을 올려다보았다. 청난이 미소 짓고 있으니, 주국은 도저히 그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우선 이 아이가 일어나면 대화를 해야겠지요.”

“오늘이 지나면 언제 또 산문이 열릴지는 장담할 수 없어. 제자를 받고 싶어 했잖아?”

“음, 또 기회가 있겠죠?”

“그렇다 하여도 오늘처럼 재능 있는 아이들은 만나기 힘들 거야. 네가 온다는 말에 각 세가에서 오늘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그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내 제자들의 재능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하긴, 너보다 이름 날릴 제자가 있기도 힘들겠다.”

주국은 제 동생을 이기는 것이 천지를 가르는 것보다 어려웠다. 결국 주국이 물러났다.

“그럼 형이 먼저 갈 테니, 적당히 마무리하고 돌아오거라.”

주국은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점원에게 말 몇 마디와 함께 은자 두 닢을 건네주고는 여관을 나갔다.

그렇게 방 안에는 청난과 아이만이 남게 되었다. 청난은 주기적으로 영력을 불어넣어 주며 아이가 깨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날이 저물어 햇빛이 발하던 거리에 노란 등불이 대신 비치기 시작했을 때 아이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으음…….”

“얘야, 일어났어?”

아이는 신음 소리만 흘릴 뿐 눈을 뜨지 않았다. 청난은 준비했던 죽 그릇을 들었다. 조리하고 시간이 꽤 흐른 탓에 차갑게 식어 버린 죽은 청난의 손길이 닿자 순식간에 열기를 내뱉었다.

청난은 아이의 상체를 일으켜 세워 주고는 약간의 죽을 퍼 입에 대 주었다. 입 안에 들어가는 것보다 밖으로 흐르는 것이 더 많았다. 청난은 보다 적은 양을 천천히 그에게 먹여 주었다. 여전히 삼키지 못하고 도로 뱉는 양이 많았다. 이 아이가 제대로 먹고 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청난은 그릇을 모두 비울 때까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릇이 비자 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다. 이 방은 가장 좋은 방으로 꽤나 넓었고 준비된 것도 많았다. 아이가 깨길 기다리는 동안 한편에서 차를 마셔도 되었으며, 그림을 그려도 되었고 또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난은 그렇게 넓었기에 더더욱 아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가 일어났는데 방이 넓은 탓에 자신을 못 찾는다면 또다시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 테니까.

청난은 아이가 일어나면 바로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침상 아래에 몸을 뉘었다. 그렇게 청난은 이불 한 장 없이 초라한 밤을 보냈다.

청난이 지극정성으로 간호한 덕분에 다음 날 아침 아이는 눈을 뜰 수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낯설고, 귀태가 넘치는 미인을 마주하게 된 아이는 순간 자신이 명을 다해 천당에 온 것이라 착각했다.

깜박, 깜박, 깜박.

서너 번 눈을 깜박였지만, 이 본 적 없는 미인은 여전히 작은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그는 몸을 뒤척여 천장을 바라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납치를 당한 건가?’

사실, 납치라기엔 애초에 갈 곳이 없긴 하였다.

‘그럼 이 사람이 저를 구해 준 건가?’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이 사람은 어딜 보든 값진 것을 두르고 있었고, 아이는 돈 많은 자들에게 좋았던 기억 따윈 결코 없었다.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입고 있는 것은 속옷인 듯했지만, 본래 입고 있었던 것보다 더욱 좋은 천으로 만들어져 이대로 밖을 나선다 하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몰래 이곳을 나가고자 마음먹고 창가를 향해 뒤를 돌자 그곳에는 방금 전까지 누워 있던 귀태 넘치는 미인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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